-11월 22일. 군 명령을 받고 우리 오카연대는 다시 아우스텐산을 사수하게 되었다. 벌써 3번 째다. 남은 병력 겨우 400여 명.
-이 며칠 동안 또 아침해 뜨는 것을 보지못하는 사병이 늘어갔다. 영원히 해 뜨는것을 못 볼자가 밤의 어둠이 어둠의 신비가 인간의 목숨을 삼켜버리는 것일까?
-11월 26일. 아침한때 적의 폭격. 20분만에 끝났다. 오후 햇볕을 쪼이며 이를 잡는다. 요즘 산에는 그 흔하던 도마뱀도 자취를 감췄다. 그러고 있는데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도마뱀이 나타났다. 거무스름한 등허리 그 앙증맞은 눈으로 빤히 나를 쳐다본다. 움직이지마 너를 먹어야 내가 살겠다. 헥.. 커.. 비틀거리고 또 떨리는 손에 맞을리가 없다. 아 검도 2단의 내 팔이 이제 도마뱀도 칠 수 없게 됐는가!
-11월 27일. 오늘은 또 정글 속에 풀을 캐러 간다. 그것이 오늘 하루의 양식이다.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염분을 전혀 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변가라면 바닷물이라도 마실텐데 체내에도 이제 소금끼가 말라버렸는가! 목덜미와 얼굴을 조심스럽게 손바닥으로 쓸어 핥아보지만 짠 맛이라고는 없다. 요즘 이 아우스텐산에는 이상한 생명 판단법이 유행하고 있다. 한계에 이른 목숨이 앞으로 지탱할 수 있는 날짜를 예언하는 것이다. 비 과학적이긴 하지만 그대로 들어맞으니 신통한 정도로 정확하다. 설수 있는 인간의 수명은 앞으로 30일. 앉아 있을 수 있는 인간의 수명은 앞으로 3주일. 누운채 앞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인간의 수명은 1주일. 누운채 소변을 보는 인간은 앞으로 3일간. 통 말을 안하게된 인간은 앞으로 2틀. 눈을 껌뻑거릴수도 없는 인간은 내일 하루. 아 인생 겨우 50년에 아직 스물 두살이 아닌가. 인생의 꽃 꿈많은 젊음. 조국이 뭔가. 민족이 뭔가. 나는 왜 죽어야 하는가. 꿈인가 생신가. 저녁무렵 이상한 음악이 정글을 울렸다. 이상한 음악이라기 보다 아름다운 음악이다. 내가 어릴때 분명히 어디선가 들은 음악이다.
-친애하는 일본군 여러분. 일본군 보병 제 24연대 오카연대 여러분.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여러분은 일본군 중에서도 가장 용감한 분들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며칠동안 더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일본 육군 군인으로서 훌륭하게 그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우리 아메리카 군대 여러분들에게 경의와 찬사를 보내는 바 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임무는 끝났습니다. 우리 아메리카군은 여러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기를 버리고 나오십시오. 흰수건을 높이 들고 걸어나와 주십시오. 우리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엔 여러분을 치료하기위한 약이 있습니다. 먹을 것이 있습니다. 이 방송은 내일도 하겠습니다. 오늘밤 자면서 잘 생각해 보십시오. 일본군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친애하는 일본군 여러분 안녕히 주무십시오.
-일본군 여러분 여기엔 여러분을 치료할 약이 있습니다. 먹을 것이 있습니다. 일본군 여러분 여기엔 약이 있습니다. 먹을 것이 있습니다. 일본군 여러분 여기엔 약이 있습니다. 먹을 것이 있습니다.
-이야 이야 이야 이야 (하하하하하하하) 쌀 쌀 쌀 쌀 쌀
-이노무 자식이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으으으 하하하 죽여라 죽여
-너 이놈의 자식 사카모도 이리오지 못해
-으하하하하하하하
-이리와 사카모도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 이놈 사카모도
-으하하하하하하
-이 비겁한자식. 사카모도 각오해라. 한 칼에 쳐버린다.
-죽여 죽여 죽여라
-눈을 감어.
-다마키 오장.
-하.
-칼을 내려 명령이다.
-내가 왜 다마키 오장을 말렸을까? 나도 모를 일이다. 실컷 내 마음속 심연을 들여다 본 듯 하다. 사카모도라는 일등병. 살고 싶다는 욕망이 비겁한 것일까? 매 시간 혼자 자문자답해본다. 살고싶다는 본능. 그것이 광란의 상태에서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그 무의식의 깊은 충동을 어떻게 막을 수가 있단 말인가! 사카모도 일등병. 가엾은 사카모도는 다마키 오장이 처치할 필요도 없었다. 꺼져가는 목숨에 마지막 남은 불꽃이 정신착란으로 나타났을까? 그 광란의 상태가 가라앉았을때 사카모도 일등병은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오카연대 한 장교의 수기이다.
-이무렵 콰달카날에 미국군은 어떤가? 상교부대 격전을 거듭한 미국 제1 해병사단 용사들과 사단장 맨더크리프트 장군은 호주로 후퇴했다. 말라리아와 여러달 동안 겪었던 격전의 피로가 극심했던 것이다. 맨더크리프트 장군 대신 육군의 알렉산더 패치 소장이 지휘관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병력도 미국 본토에서 직접 지원을 온 육군 1대사단과 해병대를 합해 5만 가까이 증원됐다. 아메리카군은 아우스텐산의 오카연대를 기우 부대라고 불렀다. 일본 기우켄 출신 사병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카연대 진지는 미국군이 아우스텐산에서 빤히 올려다 보는 곳에 있었다. 마침내 패치 소장은 최후의 단을 내렸다.
-아우스텐 산정은 군사적 요충이다. 일본군이 아우스텐 산정에 중포진지라도 구축한다면 헨더슨 비행장은 막심한 피해를 면치 못 할 것이다. 일본군 병력이 얼마 안된다고 해서 수개월 동안 저 요충을 방임한다는 것은 전술적인 테마지다. 기필코 공략해야 한다. 단, 병든 일본군들에게 최후의 기회를 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친애하는 일본군 여러분. 오카 기우 부대 여러분. 어서 총을 버리고 내려오십시오. 여러분은 훌륭하게 임무를 완성했습니다. 내려온다는 것이 절대로 여러분의 불명예가 아닙니다. 이제 신도 용서해 줄 것 입니다. 오늘 중으로 내려오십시오.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안내려오시면 불가피 최후의 공격을 감행하겠습니다.
-12월 중순. 대번영 쓰기야마 육군 참모 총장 각하. 1. 콰달카나루의 전부대 식량이 떨어진지 이미 3주일. 나뭇잎 풀뿌리도 이제 캘것이 없고 강바닥의 물이끼도 이제 먹을 것이 없음. 2. 탄환도 없음. 각부대 장병 중 움직일 수 있는자 거의 없고, 전원 참호 속에 앉아 적의 내습을 기다리고 있음. 총검과 군도로 최후의 전투 준비를 하고 있음. 3. 식량 공중 수송을 바람. 이상 제17군 사령관 하쿠다케 중장.
-공중 수송이 시작됐다. 밤마다 폭격기가 한 두 대씩 날라와서 탈하실트의 식량을 떨어 트렸다. 그러나 그것도 그 울창한 정글에 걸려 버리곤 했다. 마침내 대번영 작전 참모 다케다미아 소자가 분통을 터트렸다. 다케다미아 소자는 황족이다. 명치 천황의 손자 쓰지참모와는 같은 작전반에 근무하고 있었다.
-반장님. 도대체 이거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리 총장이나 도조 총리께서 그렇게도 현지 실정을 모릅니까? 모른다면 제가 총장께 얘기하겠습니다.
-그만 두십시오. 전하. 소용 없습니다.
-왜 소용없어요? 왜 소용없습니까?
-우리 총장이나 총리가 현지 실정을 모르는 줄 아십니까!
-알고 있으면 더 하죠. 알고 있으면서 왜 철수 안합니까? 하루에도 수천명씩 죽어가는데.
-음하하하 전하는 아직 잘 모르십니다. 이건 육군과 해군 문젭니다.
-육군과 해군?
-그렇습니다. 육군과 해군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요. 어느쪽에서 먼저 철수하자고 나오는가 그 눈치를 보고 있는 거죠. 육군에서는 해군이 콰달카나루에 비행장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하고 또 해군에서는 육군이 접전에 실패해서 그렇다고하고.
-아, 아니 그럴수가. 그럴수가 있습니까!
-어쩔수 없는 일이죠.
-제가 말하겠습니다. 제가 쓰기야마 총장께 말하겠습니다. 육군에서 먼저 철수하자는 발언을 하자고.
-그만두십시오. 전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간 황족이 너무 지나치게 관섭한다는 비난을 들으실 겁니다.
-아, 아 .........황족 황족이기때문에 수천 수만명이 굶어 죽어가도 난 비겁하게 말한마디 못하는군요.
(입력일 : 2008.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