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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제90회 -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제90회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1968.02.17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남태평양부대 사령부. 남태평양부대 사령부. 여기는 다사파롱가 감시소. 다사파롱가 전면 해상 일본군 대선단 발견. 선단은 다사파롱가 에 접근 중 대형 수송선 7천톤 내지 일만톤급 수송선 10여척 다사파롱가 에 접근 중. AIB 다사파롱가 감시소. 라져.

-38사단 주력부대를 실은 선단이다. AIB 쇼드렌드 감시소에서 이틀 전 보고한 선단이 마침내 콰달카날 다사파롱가 앞바다에 접근한 것이다. 미국군 남태평양부대 사령관 하루제 제독은 또 지체없이 함공모함 엔터프라이즈와 콰달카날 핸더슨 기지에 출격 명령을 내렸다 . 수십대의 폭격기와 전투기의 출격. 지난번 일본군 제 2사단 상륙 때와 다름없었다. 위치도 바로 그 다사파롱가 앞바다 이다. 다만 조금 다른것이 있다면 미국의 편대기 이다. 새로 하늘의 요새 미 17사발 폭격기가 그 늠름한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공격이 끝났다. 한 2, 30분 걸렸을까. 하늘에 치솟아 오르는 연기 불길 차례차례로 물속에 사라지는수송선 시나카와마루 사도마루를 비롯해서 대영수송선이 7척이나 격침되고 말았다. 참으로 눈 깜짝할 새에 일이다, 1차 공격에서 간신히 격침을 면한 기도카와마루 네 척은 용감하게 다사파롱가 해안에 돌진했다. 한참 양육작업을 하고 있을때 일단 물러갔던 미군기 편대 제 2진이 또 쇄도해 왔다. 전번 2사단이 상륙하고 양육작업을 하고 있을때와 마찬가지이다.

-하늘에 포격 바다에 사격 해안포 포격 소위탄 투하 타오르는 쌀가마 자폭하는 탄환.

-콰달카날 일본 제 17군 사령부.

-각하 뵈올 면목이 없습니다.

-음...뭐 어디 사노사단장 혼자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오? 참담하군. 그래 병력은?

-다행이 구축함을 탔던 병력은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그 열 한척이 나 되는 수송선의 풍성했던 병력은 모두 잃었습니다. 서둘러 각하한테 달려오느라고 정확한 병력파악도 제대로 못했습니다만 그런데로 만 여명은 남은 셈입니다.

-만 여명 남으면 뭘 하겠소? 식량이 하루 이틀 분 밖에 없다면 굶주린 이 섬에 또 만 여명 새 식구가 늘어났다는거 밖엔

-얘기는 듣고 왔습니다만 여기 식량보급이 이 처럼 극도에 달해있을 줄은 미쳐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그 얘긴데, 사노사단장도 오는 길에 봤겠지만 여기 있던 사병들은 참 목불..이오. 그러니 이번 38사단 사병들을 되도록 그들에게 접급시키지 마시오. 여기 있던 사병들께 말이오. 그 참담한 꼴을 본다면 당장 싸울 의욕이 꺽어지고 말지 않겠소?

-접근 시키지 않을 도리가 있습니까? 모두 얼굴은 퉁퉁 부어가지고 우르르 몰려와서 먹을 걸 달라고 구걸하는 판인데 음 그래 공격은 어떡하겠소? 사단장. 애초 작전계획은 12월 초로 잡았는데

-음..저희 38사단 단독으로 라도 공격을 개시하게 해 주십시오. 사령관. 식량이 다음..하루 이틀 분이라고 있는 동안에 말씀입니다.

-내 생각에도 그 도리 밖에 없을거 같애. 12월 초까지 기다린다면 38사단도 총 한방 쏴보지 못하고 여기 있던 사병들 처럼 굶주리고 병들어 버릴게 아니겠어?

-그렇습니다.

-더욱이 시를 끌면 끌수록 점점 더 불리해 져요. 적과 병력차가 심해진단 말이오. 적 병력은 눈에 보일듯이 늘어나고 있소. 지난 9월달에 가와구치 여단이 처음 상륙했을때 보고를 보면 아군진지 출격에 오는 적 비행병력이 하루에 3대에서 5대.그러던 것이 두달이 지난 지금 하루에 70기에서 90기나 떼를 지어 몰려온단 말이오.

-오...

-아 그렇소. 숫자로 보면 적 항공병력은 두 달 동안에 30배로 늘어났다는 계산이오. 그리고 적 비행장 시설도 이만저만 는게 아니오. 매일 탐색기를 띄우고 탐색병들을 침투시키고 있는데 적 룽가 비행장에 활주로만도 3개나 늘어나고 그중 하나는 길이가 이천 여 미터도 넘는다는 군. 그 하늘에 요새라던가 B17 이라던가 하는 사발기를 뛰우는 활주로 말이오.

-1942년 11월 18일. 일본군은 또 헨더슨 비행기장을 향해 총 공격을 개시했다 . 사노중장의 제 38사단과 굶주리고 병든 2사단의 패잔병들이다.

-12월 초에나 상륙하는 증원부대를 기다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식량이 하루 이틀 분이라도 있는 동안에 조금이라도 기운이 남아 있는 동안에 공격을 개시한 것이다. 그러나 긴 얘기는 필요 없다. 지난번 2사단 공격때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첫날엔 미국군 진지 일각을 돌파했다. 이튿날엔 그 이상 한 발짝도 앞설 수가 없었다. 사흘째 되는 날

-전원 후퇴하라! 전원 후퇴하라! 살아있는 사병들은 후퇴하라! 살아있는 사병들은 후퇴하라! 살아있는 사병들은 후퇴하라!

-그날부터 38사단도 정글 속 굶주린 병자가 되고 말았다. 정글 속 그 어둡고 습기찬 그늘. 굶주리고 병들고 유령처럼 흐느적거리며 방황하는 인간들. 3만에 가까운 인간의 무리. 엎드려 신음하는 인간의 무리. 이 참극을 막을 자 일본에는 없었다. 정녕 일본에는 없었던 것이다.

-약 1년 전 맥아더 장군.

-하하하 이봐, 알 우미유카바..알겠나?

-우미유카바? 그게 무슨 소린가?

-흠흠 표현이 좀 서툴내만...

-바다로 가면 물속에 잠든 시체. 산으로 가면 풀섶에 파묻힌 시체. 폐하의 그늘에 죽는 이몸. 뒤를 돌아볼 소냐. 하하하

-폐하의 그늘이라고? 제드의 얘긴가?

-그렇다네.바로 일본 노래라네.일본 군가라네.....에서 우리 참모들이 녹음해 뒀던건데 그 가사를 번역했다네.테프가 있는데 들어보겠남?

-아, 뭐 들을것 까지야.얘기나 계속하게.

-허허허 난 요즘 이따금 이 가사를 꺼내보곤 하는데 이 첫째줄 바다에 가면은 그저 바다에 간다는것이 아니라 바다멀리 사해바다라던가 그런 뜻이네.

-음

-두째줄 산으로 가면도 먼 산 끝없는 뜰, 황야 그런 뜻이네.

-하...오

-셋째줄은 황제를 위해 죽는다는 말이지?

-음

-끝에 돌아다보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도 후회 안는다 기쁘게 죽는다... 한마디로 천황숭배사상 이지만 이 노래엔 그 이상의 시사가 있다네.

-시사?

-뭐 시사라던가? 상징 말이네. 일본인들에 대한 기질이나 성격에

-하..하

-일본인들이 완고하고 융통성이 없는 기질 말이야. 일본인들은 한 번 마음먹으면 절대로 변..안한단 말이야. 주먹을 한 번 쥐면 끝까지 쥐고 피지 않는단 말이거든. 이것이 일본군의 전략을 경화시키고 있네. 융통성 없게.

-하하하 우리 아메리카와 일본의 전쟁은 거리의 전쟁이 되겠네.

-거리?

-그래. 일본군은 이 서남태평양 전역에도 병력을 전개하고 있지만 거리가 너무 멀단 말이야. 전선이 지나치게 늘어서 탄력성을 잃을 것이네. 보급이 안되고. 그래 일본군은 우미유카바대로 먼 바다에도 시체를 남기고 먼 산에도 시체를 남기고 또 아메리카군이 일본군 뒤를 돌아봐도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을 걸세.

-하하하하하

-하하하 명언이야. 명언. ....

-성안과 뛰어난 통찰력의 장군 맥아더는 이미 일 년 전에 이 콰달카날 전투를 예언했다. 그것도 일본인들이 즐겨부르는 우미유카바로. 콰달카나루에 대한 일본군의 그칠줄 모르는 망집. 두 번 세 번 네 번씩이나 전멸을 당하다시피 하면서도 작전을 변경하지 않는 그 완고 융통성 없는 경화된 작전. 그리고 너무 전선이 늘어져서 탄력성을 잃고 보급이 끊어진 이 참극. 콰달카날 전투가 곧 그 아집에 부각이었던 것이다.

(입력일 : 200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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