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님 전보 입니다.
-어 나한테?
-아닙니다. 사령대원 전보명령 입니다만 내용이 쓰지 참모님 얘기 입니다.
-음? 이리줘. 남방파견 17군 사령관 귀하 쓰지 마사노부 중자를 지체없이 본국에 귀하 시키기 바람. 전반적 전황에 관한 쓰지 중자의 보고를 요함. 이상. 육군참모총장 스기야마 하지메. 음...사령관께 보고 했나?
-아직 안했습니다.
-사령관께 아직 알리지 말아라. 보고할때 이것만 빼버려. ...측에서.
-하! 알았습니다.
-그날 밤 사령관 하쿠다케는 쓰지를 불렀다.
-아..자네 심정 모르는 바 아니지만 돌아가게. 돌아가는게 좋아.
-하하 아셨군요? 사령관께서도
-자네 생각이 나로서는 고맙네만 대본영에선 또 전반적인 견제에서 판단해야 될 일도 있지 않겠는가?
-전황보고라면 이미 핫토리 대자께서 도쿄에 도착했을 테니까 잘 들으셨을게 아닙니까?
-핫토리 군 보고가 다르고 또 자네 보고가 다르잖나, 핫토리 군은 잠시 다녀갔을 뿐이지만 자넨 이 카달카날 전투를 실제 체험하지 않았는가. 음. 돌아가게. 자네가 여기 남아있는 것도 충성이지만 돌아가는 것도 또 충성이야. 돌아가서 이 카달카나루의 실정을 그대로 보고해 주게. 자네가 보고 느낀거 그대로 말이야. 함..내 말 뜻을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돌아가겠습니다.
-고맙네, 고마워. 자 필요때면 또 와주게. 또 오면 돼지. 안 그런가?
-네 고맙습니다. 각하.
-내 말뜻을 알겠나. 백발이 성성한 노장군 하쿠다케가 목이 메다시피 호소한 내 말뜻을 알겠나. 그것은 말할것도 없이 콰달카날 전투의 포기이다. 그러나 그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것이 사령관의 입장이다. 그리고 일본육군이다. 그 이튿날 밤 쓰지는 구축함으로 콰달카나루를 떠났다.
-저런...도망하는건 빠르구나.
-그렇지 늘 뻐기다가 죽게 됐을 때는 먼저 뺑소니를 치는게 저런 자식들이야.
-정글 속에 남아서 신음하는 부상병들이다. 굶주려 푸르게 부어오른 얼굴 발동선에서 구축함에 옮겨타는 쓰지를 원망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남태평양부대 사령부. 남태평양부대 사령부. 여기는 쇼드렌드감시소. 쇼드렌드 동방해상 일본군 대선단 발견. 선단은 7천톤 내지 일만톤급 11척 남진중. 순향함 구축함들의 호의를 받고 있음. 콰달카나루에 향하는 것이 예상됨. AIB쇼드렌드 감시소. 오바.
-일본군 선단은 스기야마총장 명령으로 콰달카나루에 진격하는 38사단 주력부대이다. 쾌속을 자랑하는 시나가와마루, 사도마루를 포함한 11척. 병력 일만 삼천 오백명 중포 오십문 포탄 7만발. 그리고 전 콰달카날 일본군의 일개월 분 식량이 실려 있었다. 한편 AIB감시원 보고를 받은 미국군 사령관 하루제 제독은 곧 이에 대처했다.
-남태평양부대 사령부 명령. 아메리카 및 뉴질랜드를 출발한 신예부대선단 솔로몬 군도를 향해 항행중인 타너제독은 예하 함대로 하여금 이 선단을 콰달카날 까지 호의하라. 다음, 킹케이트 제독에게 명령. 함공모함 엔터프라이즈는 지체없이 루메아를 떠나 솔로몬 군도에 출격하라. 전함 워싱턴과 사우스타고단은 함공모함 엔터프라이즈에 합세하라. 엔터프라이즈 발동권은 솔로몬 군도 이동 및 이남 해역이다. ..한 사태에 이르더라도 솔로몬 군도 북방해역까지 진격하는 것을 금함. 미국 남태평양부대 사령관 윌리엄 하루제. 오바.
-미국과 뉴질랜드를 떠난 미국군 선단은 육천명의 정예 해병대가 승선하고 있었다. 한편 루메아를 떠난 함공모함 엔터프라이즈 옆에는 공작함 일척이 따랐다. 공작함이란 해군 함정을 수리하는 배이다. 산타쿠르즈 해전에서 손상된 엔터프라이즈를 항해하면서 수리 했다. 엔터프라이즈를 솔로몬 군도 북방해역에 진출하지 말라는 명령은 우세한 일본군 기동부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군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도 이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작전 명령을 내렸다.
-연합함대 사령부 명령. 곤도 노부다케 중장 귀하. 제 2 함대는 지체없이 솔로몬 군도에 진격 육군의 수송선단을 엄호하라. 동시에 전함 히게이히류시마를 포함한 함대로 하여금 적 룽가 비행장의 함포공격을 가하라. 이상. 연함함대 사령관 야마모트 이소로쿠.
-1942년 11월 12일. 미국군 수송선단과 함대는 아이언 보틈 해역에 돌입했다. 아이언 보틈 해역은 카달카나루와 ..섬 사이에 있는 좁은 해역. 수많은 함정을 삼켜버린 철의 해저라는 뜻이다. 일본군 함공모함에서 출격한 폭격기 편대이다. 폭격기 편대는 미국군 선단에 돌입했다. 불길에 쌓인 폭격기 한대가 순향함 센프란시스코를 향해 돌진해 왔다. 사령탑에 그대로 부딪쳤다. 순간 폭음과 함께 기체는 산산조각이 나고 비행선은 형체 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일본군의 장기 이른바 다이아달이라는 자살법이다. 순향함 센프란시스코는 사령탑과 사격용 레이다가 부숴지고 5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러나 다른 선단은 큰 피해가 없었다.
-이튿날 13일 밤 룽가 만 앞바다. 미국함대 순향함 헤레나 함사. 레이다를 들여다 보고 있던 감시병이 갑자기 외쳤다.
-적함대 발견! 적함대 발견! 방향 동남방! 거리 십사마일! ..중! 적함대 발견 ! 적함대 발견!
-기암 센프란시스코. 기암 센프란시스코. 여기는 순향함 헤레나. 여기는 순향함 헤레나. 일본군 함대 레이다 포착. 방향 북남방.거리 14마일. 10여척으로 예상됨. 오바.
-전 함정 사격개시! 전 함정 사격개시! 레이다 사격! 레이다 사격!
-이때 일본군 함대는 미국군 함대의 그림자 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캄캄한 밤의 해상에서 난대 없이 포탄이 날라가는 것이다. 레이더로 함대를 포착해서 또 사격용 레이더로 발사하는 정확한 사격. 일본군 함대는 갑자기 대영이 무너지고 수라장이 되었다. 전함CA는 7분 동안에 50여발의 집중탄을 맞았다. 잠시 후 양군 함대는 서로 어울려서 일대의 혼전을 벌렸다. 함과 함이 충돌하고 우군끼리 사격하고 일찌기 세계 해전사상에 유래가 없는 맹렬한 혼전, 난전이었다.
-해전은 약 30분만에 끝났다. 양군 모두 참담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함대는 네 척의 구축함을 잃고 지휘관 카라칸과 스코트양 제독은 마침내 전사하고 말았다. 한편 일본군은 여섯척의 순향함과 구축함을 잃고 전함 CA는 사보도 북방까지 진출했지만 마침내 모든 기능을 잃고 말았다. 이튿날 날이 밝았을 때, 미국군 헨더슨 비행장을 출격한 폭격부대의 반복공격을 받고 마침내 일본의 거함 CA는 침몰하고 말았다.
-그날 14일 밤. 같은 룽가만 앞바다에서 또 해전이 벌어졌다. 이 해전에 대해선 오랜 설명이 필요 없을것 같다. 13일 밤과 똑같은 전법으로 격전이 벌어졌고 다만 다른것은 일본군이 참담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 해전에 대한 일본의 저명한 군사평론가 이도 마스노리옹의 기록을 소개해 보자.
-며칠 동안에 걸친 이 일련의 해전은 제 3차 솔로몬 해전이라고 불른다. 아메리카와 일본군 손해는 7과 3의 비율이었다. 일본군이 7 미국군이 3. 일본이 패배한 것이다. 그중에도 거대한 전함 CA와 기리시마를 잃은 것은 경악할 손실이다. 기리시마는 14일 밤 해전에서 CA와 마찬가지로 오 륙분 동안에 역시 명중탄을 맞고 침몰하고 말았다. 일본군은 전통적으로 밤이 유리했다.그리고 자신만만 했다. 그런데 이 무렵 부터는 일본군이 미국군의 함령을 발견하기도 전에 사격을 받았다. 캄캄한 밤 중 방향도 모를 곳에서 갑자기 퍼부어 오는 맹렬한 포격을 일본군은 막아 낼 도리가 없었다. 이른바 레이더 사격이라는 것이다. 전통을 자랑하던 일본 야군의 해전도 마침내 레이더라는 과학무기 앞에 완전히 무릎을 꿇고 만 셈이다.
-다음 그 당시 미국 태평양 함대 사령관 니미스 제독의 기록.
-승리의 전함 워싱턴은 거의 단독으로써 전 일본함대와 대결하는 셈이 됐다. 함장 리 제독은 그 이상 격인 레이더 사격의 이점을 발휘해서 삽시간에 일본군을 격파했다. 전함 기리시마는 불과 5분동안에 꼭 50발의 명중탄을 맞았다. 이 해전으로써 핸더슨 비행장을 차지하려던 일본군의 계획은 완전히 좌절되고 말았다. 이 해전이 있은 후 일본군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는 두 번 다시 해군 주력함을 솔로몬 근해에 출격시키는 모험을 하지 않게 됐다.
(입력일 :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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