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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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86회 -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제86회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1968.02.13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어이, 통신병! 저쪽에 있는 놈이 누구냐!

-네?

-저쪽에서 전화 보고한 놈 말이다! 비행장을 점령 했다고 보고한 놈! 2사단 통신병이냐?

-아, 아닙니다. 마쓰모토 참모 입니다.

-마쓰모토 참모?

-그렇습니다.

-불러와!

-네!

-쇼지여단! 쇼지여단!

-여기는 쇼지여단!

-마쓰모토 참모님 대죠. 마쓰모토 참모님!

-알았어. 기다려.

-어, 여보세요?

-나왔습니다. 참모님.

-어!

-나 쓰지요!

-마쓰모토 참모 입니다.

-어떻게 된거요! 마쓰모토 참모!

-죄송합니다! 초원지대를 비행장으로 잘못 알았습니다.

-알아! 그 얘긴 안단 말이야! 그런데 왜 점령이라고 했어!

-뭐라구요?

-왜 점령이라고 했느냔 말이야!

-아니

-벌써 17군 사령부에 보고하고 대본영 까지 보고 했어. 비행장 ..했다구!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가 점령이라고 했습니까? 초원지대.

-그 얘긴 안다니까!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누가 점령 이라고 했습니까? 진입 했다고 했지.

-뭐라고? 그럼 점령이라고 안했단 말이야!

-안했습니다. 비행장에 진입 했다고 했습니다. 분명히 그랬습니다.

-알았어!

-(탁)

-야 임마! 통신병 네 놈이로 구나! 마쓰모토 참모가 진입했다고 말했다는데 넌 전화를 받고 왜 점령했다고 보고했어!

-아 아닙니다. 저도 진입 했다고 말했습니다. 진입했다고 듣고 집입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바보같은 놈아! 그래도 또 변명이야! 예잇! 어이 통신병장!

-예

-이 사단에는 이런 바보같은 통신병 밖엔 없나!

-저..거의 모두 전사에 나가있습니다.

-좀 똑똑한 놈을 시켜!

-예!

-이른바 만세오보사건이라는 것이다. 통신병이 잘못했을 리는 없다. 흥분한 참모들이 그대로 점령했다고 속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돌격만 한다면 육탄으로 돌격만 감행한다면 미국군 쯤 반드시 점령하고 만다는 참모들의 오만불순한 판단. 오랫동안의 기대가 이런 착오를 범하고 말았다. 근 두 달이나 걸려 수천명의 전사자를 내면서도 점령하지 못한 이 비행기장을 30분이나 한시간에 점령할 수가 있겠는가. 열 네명이나 되는 참모들 머리는 처음부터 돌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마루야마 사단장이 점령이란 일부를 말하는 것인가, 전부를 말하는 것인가 하고 반문한것은 지당한 일이었다.

-어느덧 밤이 깊어갔다. 흥분했던 참모들도 점점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도 보고가 없는가?

-네 아직 격전중이랍니다.

-음.. 저 총소리가 심상치 않아. 공격을 시작한지가 오랜데 아무 진전도 없다는 것은 고전을 겪고있는 거야.

-각하! 우리 쇼지여단은 초원지대에서 그만 저지당하고 말았답니다. 초원지대에 돌입했지만 적 집중 포화가 치열하기 때문에 거기서 한 발짝도 전진할 수가 없답니다.

-돌격을 왜 안하는가! 돌격을!

-아니, 돌격을 여러차례 전진 시켰지만 초원지대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모두 쓰러지고 쓰러지고 한답니다.

-각하! .....포병 주력부대 전황입니다.

-어, 어떻다는가?

-포진지가 지금 적 ..집중포환을 만든답니다. 포진지는 유린되고 이제 남은 포탄도 얼마 없답니다.

-각하. 좌측 낫스여단이 지금 말할 수 없는 고전을 겪고 있답니다. 낫스여단 후루미야 연대장이 야반의 전 연대병력을 이끌고 적 진지에 돌입했답니다만 돌격은 실패하고 지금 후루미야 연대장과 군기도 행방을 모른답니다.

-군기까지도?

-그리고 대대장 중대장 까지도 거의...

-행방을 모른다면 필시 전사했을것이 아닌가. 연대장은 그렇다 치고 군기라도 적 수중에 들어가면 어떡할 셈인가? 결사들 보내서 빨리 군기를 회수하라고 하게!

-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전선에서 들어오는 전황은 더욱 비관적인 것이었다. 정예부대 2 사단은 병력에 7할 이상이 사상됐지만 아직 미국군의 본 방어선에 조차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포병부대에서는 이미 탄환이 떨어졌다는 보고가 온지 오래다. 정글 속 마루야마 사단장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참모들도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었다. 날이 밝기만 하면 또 미국군의 폭격기와 전투기들이 떼를 지어 습격해 올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공격을 계속해서 전멸을 당하느냐, 남은 병력을 모아서 퇴각하느냐. 장시간 생각한 끝에 드디어 사단장 마루야마는 단을 내렸다.

-이대로 후퇴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날이 밝기전에 남은 병력을 집결시켰다가 진용을 갖춘 뒤 밤이 되기를 기다려 총 공격을 다시 한번 해 볼 도리밖에 없어. 쓰지군!

-네!

-내일 밤! 아니 이제는 오늘이군. 오늘 밤 야습을 기해서 지금 지체 없이 남은 병력을 집결 시키라고 각 부대에 연락해 주게!

-네! 알았습니다!

-사령관님. 좌측 낫스소장 께서는 지금 이대로 공격을 속행 시켜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소리야! 병력을 7할이나 잃었다면서.

-네 그런데 낫스소장의 의견은 조금 다른 모양입니다.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지금 공격을 중지해서는 안돼며 이미 군의 손해는 공격을 중지 할 수 없을 만큼 심대 하답니다. 그것을 무릎쓰고 중지한다면은 일시에 피로가 닥쳐와서 다시는 재기 할 수 없을 것이랍니다. 그러니 차라리 남은 병력을 쥐어짜서 한치라도 전진하는 것이 최후의 충성이 아니겠는가. 아무쪼록 선장각하께 공격을 속행 해달라는 명령을 내려주는 것이 낫스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간곡히 요청해 왔습니다.

-심상치가 않아. 일선 지휘관이 궁지에 몰리면 공격을 늦춰달라고 하는것이 선례인데 심상치가 않단 말이야. 쓰지군!

-하!

-자네가 직접 나가서 전황을 살펴보고 오게!

-예! 알았습니다!

-돌격이야..돌격 돌격 앞으로!

-각하! 각하 누워계셔야 합니다.

-크아...아니야 돌격이야. 나를 붙잡아 다오... 꼭 붙잡아! 돌격! 꼭...꼭 붙잡아!

-예!

-한 손에 지팡이. 한손엔 뽑아든 군도. 충혈이 된 눈. 엎어졌다가는 일어나고 일어났다가는 다시 거꾸러지며 돌격을 외치는 낫스소장. 그 처참한 모습을 보고 호탕한 쓰지참모도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군의관! 군의관 어딨나! 군의관! 군의관!

-어이 여기다!

-누구냐!

-어이, 쓰지참모다!

-.....! 어느 놈인거냐! ...낫스소장이 어?

-나도 모르겠습니다. 열이 40도 입니다.

-뭐라고?

-말라리아 입니다. 열이 40도 입니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럴 수가 있다니! 그럼 왜 말리지 않았소!

-말리지 않아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호통을 치고 야단입니다. 군인된 자 일선에서 적의 총탄에 죽지않고 병사했다는 치욕을 나한테 남기게 할 셈이냐고 막무가내입니다. 계속 돌격하겠다는 겁니다. 이미 저 맥박과 호흡은 한계를 넘었습니다.

-한계를 넘었다니?

-임종직전 호흡 상태와 같단 말입니다. 이럴수가 있겠습니까? 병사했다는 치욕을 남기지 않겠다는 심정도 좋습니다만 그럼 그 명령을 받고 돌격해 들어가는 사병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알았어.

-군의관.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시오!

-돌격 앞으로..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이틀 후 10월 26일. 마루야마 사단장은 일선 시찰에 나섰다. 정글 속 여기저기 흠이진 포탄 구멍속에 살아남은 일본 병들이 숨을 죽이고 엎드러져 있었다. 아침 해가 수 없이 뒹굴어 있는 시체들을 내리 쪼이고 있었다.

-전군! 후퇴하라! 전군! 후퇴하라! 살아남은 사병들은 후퇴하라! 전군! 후퇴하라!

-자신만만했던 총 공격도 개전이래 최대의 패배로 끝났다. 총 세 일만 이천 여명중 7할 이상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 전투에 대해 일본의 저명한 군사평론가 이토 마쓰토리옹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일본 육군은 아메리카군의 전술이나 그 막강한 실력을 연구하지 않고 그저 처음부터 그들을 얕보고 덤볐다. 일본은 미국의 화려한 헐리웃 생활만 보고 아메리카식을 럭비해 그 맹렬한 태클은 구경하지 못했다. 총 끝에 무딘 식칼같은 대검만 붙치고 돌격하면 아메리카군은 기겁을 하고 도망 할 줄만 알았다. 일본군의 일차 공격을 격퇴시킨 24일 낯. 아메리카군은 교대로 룽가만에 뛰어들어 전진의 때를 씻고 수영을 즐겼다. 격전 중에 수영. 일본군은 이런것을 상상이나 해 봤겠는가.

(입력일 : 200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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