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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통신병!  저쪽에 있는 놈이 누구냐! 
  -네?
  -저쪽에서 전화 보고한 놈 말이다! 비행장을 점령 했다고 보고한 놈! 2사단 통신병이냐?
  -아, 아닙니다. 마쓰모토 참모 입니다.
  -마쓰모토 참모?
  -그렇습니다.
  -불러와!
  -네!
  -쇼지여단! 쇼지여단! 
  -여기는 쇼지여단!
  -마쓰모토 참모님 대죠. 마쓰모토 참모님!
  -알았어. 기다려.
  -어, 여보세요?
  -나왔습니다.  참모님.
  -어!
  -나 쓰지요! 
  -마쓰모토 참모 입니다.
  -어떻게 된거요! 마쓰모토 참모!
  -죄송합니다! 초원지대를 비행장으로 잘못 알았습니다.
  -알아! 그 얘긴 안단 말이야! 그런데 왜 점령이라고 했어!
  -뭐라구요?
  -왜 점령이라고 했느냔 말이야!
  -아니
  -벌써 17군 사령부에 보고하고 대본영 까지 보고 했어. 비행장 ..했다구!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가 점령이라고 했습니까? 초원지대.
  -그 얘긴 안다니까!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누가 점령 이라고 했습니까? 진입 했다고 했지.
  -뭐라고? 그럼 점령이라고 안했단 말이야!
  -안했습니다. 비행장에 진입 했다고 했습니다. 분명히 그랬습니다.
  -알았어!
  -(탁)
  -야 임마! 통신병 네 놈이로 구나! 마쓰모토 참모가 진입했다고 말했다는데 넌 전화를 받고 왜 점령했다고 보고했어!
  -아 아닙니다. 저도 진입 했다고 말했습니다. 진입했다고 듣고 집입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바보같은 놈아! 그래도 또 변명이야! 예잇! 어이 통신병장!
  -예
  -이 사단에는 이런 바보같은 통신병 밖엔 없나!
  -저..거의 모두 전사에 나가있습니다.
  -좀 똑똑한 놈을 시켜!
  -예!
  -이른바 만세오보사건이라는 것이다. 통신병이 잘못했을 리는 없다. 흥분한 참모들이 그대로 점령했다고 속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돌격만 한다면 육탄으로 돌격만 감행한다면 미국군 쯤 반드시 점령하고 만다는 참모들의 오만불순한 판단. 오랫동안의 기대가 이런  착오를 범하고 말았다. 근 두 달이나 걸려 수천명의 전사자를 내면서도 점령하지 못한 이 비행기장을 30분이나 한시간에 점령할 수가 있겠는가. 열 네명이나 되는 참모들 머리는 처음부터 돌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마루야마 사단장이 점령이란 일부를 말하는 것인가, 전부를 말하는 것인가 하고  반문한것은 지당한 일이었다.
  -어느덧 밤이 깊어갔다. 흥분했던 참모들도 점점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도 보고가 없는가?
  -네 아직 격전중이랍니다.
  -음.. 저 총소리가 심상치 않아. 공격을 시작한지가 오랜데 아무 진전도 없다는 것은 고전을 겪고있는 거야.
  -각하! 우리 쇼지여단은 초원지대에서 그만 저지당하고 말았답니다. 초원지대에 돌입했지만 적 집중 포화가 치열하기 때문에 거기서 한 발짝도 전진할 수가 없답니다. 
  -돌격을 왜 안하는가! 돌격을!
  -아니, 돌격을 여러차례 전진 시켰지만 초원지대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모두 쓰러지고 쓰러지고 한답니다. 
  -각하! .....포병 주력부대 전황입니다.
  -어, 어떻다는가?
  -포진지가 지금 적 ..집중포환을 만든답니다. 포진지는 유린되고 이제 남은 포탄도 얼마 없답니다. 
  -각하. 좌측 낫스여단이 지금 말할 수 없는 고전을 겪고 있답니다. 낫스여단 후루미야 연대장이 야반의 전 연대병력을 이끌고 적 진지에 돌입했답니다만 돌격은 실패하고 지금 후루미야 연대장과 군기도 행방을 모른답니다.
  -군기까지도?
  -그리고 대대장 중대장 까지도 거의...
  -행방을 모른다면 필시 전사했을것이 아닌가. 연대장은 그렇다 치고 군기라도 적 수중에 들어가면 어떡할 셈인가? 결사들 보내서 빨리 군기를 회수하라고 하게!
  -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전선에서 들어오는 전황은 더욱 비관적인 것이었다. 정예부대 2 사단은 병력에 7할 이상이 사상됐지만 아직 미국군의 본 방어선에 조차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포병부대에서는 이미 탄환이 떨어졌다는 보고가 온지 오래다. 정글 속 마루야마 사단장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참모들도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었다. 날이 밝기만 하면 또 미국군의 폭격기와 전투기들이 떼를 지어 습격해 올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공격을 계속해서 전멸을 당하느냐, 남은 병력을 모아서 퇴각하느냐. 장시간 생각한 끝에 드디어 사단장 마루야마는 단을 내렸다.
  -이대로 후퇴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날이 밝기전에 남은 병력을 집결시켰다가 진용을 갖춘 뒤 밤이 되기를 기다려 총 공격을 다시 한번 해 볼 도리밖에 없어. 쓰지군!
  -네!
  -내일 밤! 아니 이제는 오늘이군. 오늘 밤 야습을 기해서 지금 지체 없이 남은 병력을 집결 시키라고 각 부대에 연락해 주게!
  -네! 알았습니다!
  -사령관님. 좌측 낫스소장 께서는 지금 이대로 공격을 속행 시켜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소리야! 병력을 7할이나 잃었다면서.
  -네 그런데 낫스소장의 의견은 조금 다른 모양입니다.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지금 공격을 중지해서는 안돼며 이미 군의 손해는 공격을 중지 할 수 없을 만큼 심대 하답니다. 그것을 무릎쓰고 중지한다면은 일시에 피로가 닥쳐와서 다시는 재기 할 수 없을 것이랍니다. 그러니 차라리 남은 병력을 쥐어짜서 한치라도 전진하는 것이 최후의 충성이 아니겠는가. 아무쪼록 선장각하께  공격을 속행 해달라는 명령을 내려주는 것이 낫스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간곡히 요청해 왔습니다. 
  -심상치가 않아. 일선 지휘관이 궁지에 몰리면 공격을 늦춰달라고 하는것이 선례인데 심상치가 않단 말이야. 쓰지군!
  -하!
  -자네가 직접 나가서 전황을 살펴보고 오게!
  -예! 알았습니다!
  -돌격이야..돌격 돌격 앞으로!
  -각하! 각하 누워계셔야 합니다.
  -크아...아니야 돌격이야. 나를 붙잡아 다오... 꼭 붙잡아! 돌격! 꼭...꼭 붙잡아!
  -예!
  -한 손에 지팡이. 한손엔 뽑아든 군도. 충혈이 된 눈. 엎어졌다가는 일어나고 일어났다가는 다시 거꾸러지며 돌격을 외치는 낫스소장. 그 처참한 모습을 보고 호탕한 쓰지참모도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군의관! 군의관 어딨나! 군의관! 군의관!
  -어이 여기다!
  -누구냐!
  -어이, 쓰지참모다!
  -.....! 어느 놈인거냐! ...낫스소장이 어?
  -나도 모르겠습니다. 열이 40도 입니다.
  -뭐라고?
  -말라리아 입니다. 열이 40도 입니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럴 수가 있다니! 그럼 왜 말리지 않았소!
  -말리지 않아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호통을 치고 야단입니다. 군인된 자 일선에서 적의 총탄에 죽지않고 병사했다는 치욕을 나한테 남기게 할 셈이냐고 막무가내입니다. 계속 돌격하겠다는 겁니다. 이미 저 맥박과 호흡은 한계를 넘었습니다. 
  -한계를 넘었다니?
  -임종직전 호흡 상태와 같단 말입니다. 이럴수가 있겠습니까? 병사했다는 치욕을 남기지 않겠다는 심정도 좋습니다만 그럼 그 명령을 받고 돌격해 들어가는 사병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알았어.
  -군의관.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시오!
  -돌격 앞으로..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이틀 후 10월 26일. 마루야마 사단장은 일선 시찰에 나섰다. 정글 속 여기저기 흠이진 포탄 구멍속에 살아남은 일본 병들이 숨을 죽이고 엎드러져 있었다. 아침 해가 수 없이 뒹굴어 있는 시체들을 내리 쪼이고 있었다.  
  -전군! 후퇴하라!  전군! 후퇴하라!  살아남은 사병들은 후퇴하라!  전군! 후퇴하라! 
  -자신만만했던 총 공격도 개전이래 최대의 패배로 끝났다. 총 세 일만 이천 여명중 7할 이상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 전투에 대해 일본의 저명한 군사평론가 이토  마쓰토리옹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일본 육군은 아메리카군의 전술이나 그 막강한 실력을 연구하지 않고 그저 처음부터 그들을 얕보고 덤볐다. 일본은 미국의 화려한 헐리웃 생활만 보고 아메리카식을 럭비해 그 맹렬한 태클은 구경하지 못했다. 총 끝에 무딘 식칼같은 대검만 붙치고 돌격하면 아메리카군은 기겁을 하고 도망 할 줄만 알았다. 일본군의 일차 공격을 격퇴시킨 24일 낯. 아메리카군은 교대로 룽가만에 뛰어들어 전진의 때를 씻고 수영을 즐겼다. 격전 중에 수영. 일본군은 이런것을 상상이나  해 봤겠는가. 
  (입력일 : 200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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