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9월 파죽지세로 소련을 석권에 들어가던 히틀러의 기아부대는 스탈린그라드에 돌입한 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일본군이 카달 카나루에서 참담한 패배를 격고있던 같은무렵이다. 소련의 황량하고 험악한 산과 들 머지 않아 찾아 올 동장군의 맹위. 그런데 독일군은 영하 40도의 혹한에 대비할 피복 준비가 전혀 되있지 않았다. 쾌속을 자랑하던 히틀러의 기아부대도 비로소 독소전에 그 끝없는 수렁을 차츰 깨닫기 시작했다. 그 무렵 어느날 독일 루프트 한사 항공회사 도쿄 지배인이 도조총리에 비서관 아카마스를 찾아와 장시간 요담을 하고 돌아갔다. -아... 총리 독일이 이상한 제의를 해왔습니다. -이상한 제의라니? -지금 독일 루프트 한자 항공기회사 도쿄 지배인이 왔다 갔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이제 독소전에 종지부를 찍을 생각인 모양입니다. -종지부를 찍다니? 무슨 소리인가! -스탈린그라드 전선이 뜻대로 되지 씨고 머지 않아 동장군이 올테니까 히틀러는 그렇지도 않겠지만 타산적인 독일인 중에는 이 즈음 해서 마지막 손을 쓰는것이 어떻겠는가? 소련과 전쟁을 끝내는 방향으로 택하는것이 어떻겠는가? 그런 생각인 모양입니다. -음. -그래서 도쿄지배인이라는 작자가 개링원수의 비밀 지령을 직접 받고 온 모양인데 우리 일본이 독소평화 교섭에 중개 역할을 맡아 달라는것입니다. -무슨 방법으로 우리가 중개 역할을 한단 말인가! -히틀러와 스타린을 움직일 수 있는 우리 일본 정개 거물급 정객을 베를린에 데려간다는 것입니다. 루프트 한자 항공기를 베를린에서 도쿄까지 보내서 데려간다는 것입니다. -거물급 정객이라면 독일측은 마츠오카를 생각하는 모양인데? 마츠오카 그 미친사람 같은걸 또 다시 보내? -하하하하 -그리고 르프트한자 항공기가 지금 이 판국에 베를린에서 도쿄까지 어떻게 온단 말인가? -소련상공을 통과해서 왔다 갈 모양입니다. -올 땐 빈 비행기로 왔다가 갈땐 마츠오카 난두구를 태워가지고 간단 말이지? -그렇겠죠. -안돼! 안될 말이야! 올때야 상관 없겠지만 갈때 소련 상공에서 만약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어떡할거지? 올 때야 빈 비행기니까 소련 전투기 기습을 받아 떨어지던 말던 우리가 알바 아니지만 갈 땐 우리 일본인이 탔는데 떨어진다면 당장 우리가 일소 불가침조약을 깨트리는 결과가 되지 않겠는가! 일소 불가침 조약을 우리가 깨트리는 구실을 스타린에게 준단 말이야! -설마 떨어지기야 하겠습니까? -아니야! 루프트 한자 항공기라면 민간기가 아니겠는가? 민간기가 소련 전투기 기습을 받아보게. 안될 말이야. 이 얘기는 더 이상 진전 시키지 말게.적당히 구실을 부려 거절하게. -알았습니다. 총리.
-며칠 후 이번엔 이태리 민간기 한 대가 도쿄에 도착했다. 위험한 난방 코스를 밟아 싱가폴을 경유 도쿄에 도착했다. 무스리니의 친서를 총리 도조히데키에게 전달하고 다시 같은 코스로 돌아간다는 것이였다.
-(따르릉) -네? 네. 쓰지 참모님 전화입니다. 총리가 급한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음. 여보세요? 쓰지 참모입니다. -아 쓰지. 나 아카마..요. -웬일이십니까? 비서관님. -아 도조 총리가 자네를 만나자고 오후 2시까지 총리관저에 와주겠나? -무슨 일입니까? 비서관님. 전 총리대신 부하가 아닙니다. 총리대신으로써 절 부르는것입니까? 육군대신으로써 절 부르는것입니까? 육군대신으로써 전황을 듣고 싶으시다면 군복을 차리고 육군상에 나와주십쇼. -하하하하 아니야 아니 내가 잘못했네. 육군대신으로써 전황을 듣고 싶다네. 바빠서 오늘은 도저히 육군 성위에 나갈 틈이 없으니까 뭐 장소야 어디든 상관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또 심통을 부리지 말고 총리관저까지 와주게 어?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가뵙겠습니다.
-쓰지 참모. 육군 중좌 쓰지 마사노부. 두뇌가 명석하고 능력이 뛰어나기로 제일. 말썽꾸러기에 사고뭉치로도 일본 육군에서 제일이다. 이미 마레이 전투에서 소개된 바 있는 바로 그 명물. 쓰지 마사노부이다. 이 쓰지는 태평양 전쟁이 끝난뒤 연합군의 체포를 교묘하게 모면하고 일본 참의원 의원회까지 당선됐다. 그 후 임팔지역을 답사한다고 홀로 떠난 뒤 현재는 행방불명. 근대 일본의 풍운아 이다.
-아, ..쓰지 ! -네 -아 육상으로써 좀 지나친 얘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쓰지군! 난 이 방면 작전이 낙관할 수 없네. 이 솔로몬 당면 말이야. -네 -걱정된단 말이야. 쓰기야마 참모 총장한테 얘기해서 자네가 이 방면 현지 작전 지도를 직접 해줄 수 없겠는가? 라바울 이남에 점을 찍듯 섬이 연결 되있는데 우리 비행기장은 없단 말이야. 카달카나루에서는 격전을 격고 이러다간 제공권 제외권 모두 적에게 뺏기지 않겠는가! -네 걱정하시는 점은 잘 알겠습니다. 전지에 나가는것이 싫어서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그보다도 절 이태리에 보내주시지 않겠습니까? 총리 이태리 여객기가 지금 와있는데 절 로마와 베를린에 보내주십쇼. 무솔리니와 히틀러를 만나고 싶습니다. 이제 전쟁의 전도는 독소가 먼저 화평을 하는 외엔 타결책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제넘은 소리! 넌 대본영 작전반장이지 작전반장이라고 하면 현지작전을 소신있기 처리하는것이 네 임무란 말이야! 어! 일개의 작전반장으로써 무슨 주제넘은 소리! -하! 죄송합니다! 총리. 그렇다면 내일 곧 떠나겠습니다. 내일 떠나 전지에 가겠습니다. 현지 작전지도도 그렇지만 전쟁 총제를 위한 문제도 더욱 중대하다는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전쟁은 이 이상 전략이나 전술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른 국가들과의 정치적 책략이 중대하게 됐습니다. 그 점은 총리 각하께서 잘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에..에에이! 주제넘은 녀석같으니... -그럼 전 물러가겠습니다. 내일 떠나겠습니다. -쓰지군! -예! -몸 조심해라. -고맙습니다. 총리각하.
-쓰지는 참모총장 스기야마에게 그대로 보고했다. -하하하하 총리께선 괜한 걱정이란 말이야. 걱정이 좀 지나쳐. 카다루카나루의 적 병력은 얼마 안되고 또 곧 철수하리라는 정보까지 있는데 뭐 대단친 않을거고 그렇지만 오래 끄는것은 좋지 않아. 애초 잇치기나 가와구치한테 맡긴것이 잘못이야. 17군 사령관 하쿠다테도 이젠 늙어서 기력이 없고 머레이 전선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되는 자네를 또 보내는것이 아니지. 어떤가? 가 줘야지 쓰지? -네 가겠습니다. 총장. -이튿날 쓰지는 라바울 제 17군 사령부에 도착했다. 어느날 머리와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고 형편없는 군복을 걸친 소장하나가 불쑥 사령부에 나타났다. 굶어서 움푹하게 패인 눈만이 유난히 번뜩거리는 소장. 카달카나루 가와구치 소장의 명령을 받고 전황보고차 사령부에 왔던것이다. -도대체 시초부터 적정 판단에 큰 과오를 범했소. 대본영이나 여기 17군 사령부가 적정을 그릇판단했단 말이요! 적은 이 삼천명밖에 안된다고 비행장을 습격하면 철수할것이다 그따위 정보가 어디서 나왔단 말이요? 그래서 찔끔찔끔 잇치기연대 900명을 보내고 다카마스대대 600명을 보내고 어떻게 됐소! 그들이 전부 전멸하지 않았소! 그런데 또 포하나 제대로 없는 우리였다니 숫자는 6000여명이지만 이리저리 줏어모은 그 따위 호..부대가 무슨 힘을 쓴단 말이요! 2700여명이나 전사를 했소! 2700여명! 이 책임을! 이 책임을 도대체 누가 진단 말이요! 응! 적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병력과 화력을 가지고 있소. 더욱 우리 남은병력을 쌀 한톨없이 모두 ..로 ..하고 있소. 풀뿌리 나무껍질을 갉아먹고 벌레를 잡아먹고 산단말이요! 내 이꼴을 보쇼! 내 몰골! 군 사령관인 내가 이지경이니 일반 사령들은 어떻겠소! 사령관 어디갔소! 사령관! 어! 어잇 기가막혀서!
-하하하하 -여전하군 여전해. 이런거사 가와구치장군 명목이 아직도 야기하단 말이야. -어 패전..라더니 저 패전주자는 너무 말이 많아! 하하하하 -저 양반 야습하던 날밤 강에 뛰어들어 겨우 살았다면서 헤엄을 쳐서 말이야. 하하하하 -포성때문에 고막이 찢어져서 반 귀먹어리가 됐다는 소문도 있어. 하하하 -아 근데 말이야, 그렇지만 카달카나루 미군병력이 생각보단 좀 많은 것이 아닌가... -글쎄 한.. 육 칠천 상륙한게 아닐까? 뜻밖에 강할지도 모르고 -가와구치소장 임무에 불만있다는 말인가! -임무에 불만을 말하는게 아니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게요! 병력을 더 안주면 난 못하겠소! -못하겠으면 그만 둬요! 그만 두란 말이야!
(입력일 : 200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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