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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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78회 -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제78회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1969.02.03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1942년 9월 파죽지세로 소련을 석권에 들어가던 히틀러의 기아부대는 스탈린그라드에 돌입한 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일본군이 카달 카나루에서 참담한 패배를 격고있던 같은무렵이다. 소련의 황량하고 험악한 산과 들 머지 않아 찾아 올 동장군의 맹위. 그런데 독일군은 영하 40도의 혹한에 대비할 피복 준비가 전혀 되있지 않았다. 쾌속을 자랑하던 히틀러의 기아부대도 비로소 독소전에 그 끝없는 수렁을 차츰 깨닫기 시작했다. 그 무렵 어느날 독일 루프트 한사 항공회사 도쿄 지배인이 도조총리에 비서관 아카마스를 찾아와 장시간 요담을 하고 돌아갔다.

-아... 총리 독일이 이상한 제의를 해왔습니다.
-이상한 제의라니?
-지금 독일 루프트 한자 항공기회사 도쿄 지배인이 왔다 갔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이제 독소전에 종지부를 찍을 생각인 모양입니다.
-종지부를 찍다니? 무슨 소리인가!
-스탈린그라드 전선이 뜻대로 되지 씨고 머지 않아 동장군이 올테니까 히틀러는 그렇지도 않겠지만 타산적인 독일인 중에는 이 즈음 해서 마지막 손을 쓰는것이 어떻겠는가? 소련과 전쟁을 끝내는 방향으로 택하는것이 어떻겠는가? 그런 생각인 모양입니다.
-음.
-그래서 도쿄지배인이라는 작자가 개링원수의 비밀 지령을 직접 받고 온 모양인데 우리 일본이 독소평화 교섭에 중개 역할을 맡아 달라는것입니다.
-무슨 방법으로 우리가 중개 역할을 한단 말인가!
-히틀러와 스타린을 움직일 수 있는 우리 일본 정개 거물급 정객을 베를린에 데려간다는 것입니다. 루프트 한자 항공기를 베를린에서 도쿄까지 보내서 데려간다는 것입니다.
-거물급 정객이라면 독일측은 마츠오카를 생각하는 모양인데? 마츠오카 그 미친사람 같은걸 또 다시 보내?
-하하하하
-그리고 르프트한자 항공기가 지금 이 판국에 베를린에서 도쿄까지 어떻게 온단 말인가?
-소련상공을 통과해서 왔다 갈 모양입니다.
-올 땐 빈 비행기로 왔다가 갈땐 마츠오카 난두구를 태워가지고 간단 말이지?
-그렇겠죠.
-안돼! 안될 말이야! 올때야 상관 없겠지만 갈때 소련 상공에서 만약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어떡할거지? 올 때야 빈 비행기니까 소련 전투기 기습을 받아 떨어지던 말던 우리가 알바 아니지만 갈 땐 우리 일본인이 탔는데 떨어진다면 당장 우리가 일소 불가침조약을 깨트리는 결과가 되지 않겠는가! 일소 불가침 조약을 우리가 깨트리는 구실을 스타린에게 준단 말이야!
-설마 떨어지기야 하겠습니까?
-아니야! 루프트 한자 항공기라면 민간기가 아니겠는가? 민간기가 소련 전투기 기습을 받아보게. 안될 말이야. 이 얘기는 더 이상 진전 시키지 말게.적당히 구실을 부려 거절하게.
-알았습니다. 총리.

-며칠 후 이번엔 이태리 민간기 한 대가 도쿄에 도착했다. 위험한 난방 코스를 밟아 싱가폴을 경유 도쿄에 도착했다. 무스리니의 친서를 총리 도조히데키에게 전달하고 다시 같은 코스로 돌아간다는 것이였다.

-(따르릉)
-네? 네. 쓰지 참모님 전화입니다. 총리가 급한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음. 여보세요? 쓰지 참모입니다.
-아 쓰지. 나 아카마..요.
-웬일이십니까? 비서관님.
-아 도조 총리가 자네를 만나자고 오후 2시까지 총리관저에 와주겠나?
-무슨 일입니까? 비서관님. 전 총리대신 부하가 아닙니다. 총리대신으로써 절 부르는것입니까? 육군대신으로써 절 부르는것입니까? 육군대신으로써 전황을 듣고 싶으시다면 군복을 차리고 육군상에 나와주십쇼.
-하하하하 아니야 아니 내가 잘못했네. 육군대신으로써 전황을 듣고 싶다네. 바빠서 오늘은 도저히 육군 성위에 나갈 틈이 없으니까 뭐 장소야 어디든 상관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또 심통을 부리지 말고 총리관저까지 와주게 어?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가뵙겠습니다.

-쓰지 참모. 육군 중좌 쓰지 마사노부. 두뇌가 명석하고 능력이 뛰어나기로 제일. 말썽꾸러기에 사고뭉치로도 일본 육군에서 제일이다. 이미 마레이 전투에서 소개된 바 있는 바로 그 명물. 쓰지 마사노부이다. 이 쓰지는 태평양 전쟁이 끝난뒤 연합군의 체포를 교묘하게 모면하고 일본 참의원 의원회까지 당선됐다. 그 후 임팔지역을 답사한다고 홀로 떠난 뒤 현재는 행방불명. 근대 일본의 풍운아 이다.

-아, ..쓰지 !
-네
-아 육상으로써 좀 지나친 얘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쓰지군! 난 이 방면 작전이 낙관할 수 없네. 이 솔로몬 당면 말이야.
-네
-걱정된단 말이야. 쓰기야마 참모 총장한테 얘기해서 자네가 이 방면 현지 작전 지도를 직접 해줄 수 없겠는가? 라바울 이남에 점을 찍듯 섬이 연결 되있는데 우리 비행기장은 없단 말이야. 카달카나루에서는 격전을 격고 이러다간 제공권 제외권 모두 적에게 뺏기지 않겠는가!
-네 걱정하시는 점은 잘 알겠습니다. 전지에 나가는것이 싫어서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그보다도 절 이태리에 보내주시지 않겠습니까? 총리 이태리 여객기가 지금 와있는데 절 로마와 베를린에 보내주십쇼. 무솔리니와 히틀러를 만나고 싶습니다. 이제 전쟁의 전도는 독소가 먼저 화평을 하는 외엔 타결책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제넘은 소리! 넌 대본영 작전반장이지 작전반장이라고 하면 현지작전을 소신있기 처리하는것이 네 임무란 말이야! 어! 일개의 작전반장으로써 무슨 주제넘은 소리!
-하! 죄송합니다! 총리. 그렇다면 내일 곧 떠나겠습니다. 내일 떠나 전지에 가겠습니다. 현지 작전지도도 그렇지만 전쟁 총제를 위한 문제도 더욱 중대하다는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전쟁은 이 이상 전략이나 전술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른 국가들과의 정치적 책략이 중대하게 됐습니다. 그 점은 총리 각하께서 잘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에..에에이! 주제넘은 녀석같으니...
-그럼 전 물러가겠습니다. 내일 떠나겠습니다.
-쓰지군!
-예!
-몸 조심해라.
-고맙습니다. 총리각하.

-쓰지는 참모총장 스기야마에게 그대로 보고했다.
-하하하하 총리께선 괜한 걱정이란 말이야. 걱정이 좀 지나쳐. 카다루카나루의 적 병력은 얼마 안되고 또 곧 철수하리라는 정보까지 있는데 뭐 대단친 않을거고 그렇지만 오래 끄는것은 좋지 않아. 애초 잇치기나 가와구치한테 맡긴것이 잘못이야. 17군 사령관 하쿠다테도 이젠 늙어서 기력이 없고 머레이 전선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되는 자네를 또 보내는것이 아니지. 어떤가? 가 줘야지 쓰지?
-네 가겠습니다. 총장.
-이튿날 쓰지는 라바울 제 17군 사령부에 도착했다. 어느날 머리와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고 형편없는 군복을 걸친 소장하나가 불쑥 사령부에 나타났다. 굶어서 움푹하게 패인 눈만이 유난히 번뜩거리는 소장. 카달카나루 가와구치 소장의 명령을 받고 전황보고차 사령부에 왔던것이다.
-도대체 시초부터 적정 판단에 큰 과오를 범했소. 대본영이나 여기 17군 사령부가 적정을 그릇판단했단 말이요! 적은 이 삼천명밖에 안된다고 비행장을 습격하면 철수할것이다 그따위 정보가 어디서 나왔단 말이요? 그래서 찔끔찔끔 잇치기연대 900명을 보내고 다카마스대대 600명을 보내고 어떻게 됐소! 그들이 전부 전멸하지 않았소! 그런데 또 포하나 제대로 없는 우리였다니 숫자는 6000여명이지만 이리저리 줏어모은 그 따위 호..부대가 무슨 힘을 쓴단 말이요! 2700여명이나 전사를 했소! 2700여명! 이 책임을! 이 책임을 도대체 누가 진단 말이요! 응! 적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병력과 화력을 가지고 있소. 더욱 우리 남은병력을 쌀 한톨없이 모두 ..로 ..하고 있소. 풀뿌리 나무껍질을 갉아먹고 벌레를 잡아먹고 산단말이요! 내 이꼴을 보쇼! 내 몰골! 군 사령관인 내가 이지경이니 일반 사령들은 어떻겠소! 사령관 어디갔소! 사령관! 어! 어잇 기가막혀서!

-하하하하
-여전하군 여전해. 이런거사 가와구치장군 명목이 아직도 야기하단 말이야.
-어 패전..라더니 저 패전주자는 너무 말이 많아! 하하하하
-저 양반 야습하던 날밤 강에 뛰어들어 겨우 살았다면서 헤엄을 쳐서 말이야. 하하하하
-포성때문에 고막이 찢어져서 반 귀먹어리가 됐다는 소문도 있어. 하하하
-아 근데 말이야, 그렇지만 카달카나루 미군병력이 생각보단 좀 많은 것이 아닌가...
-글쎄 한.. 육 칠천 상륙한게 아닐까? 뜻밖에 강할지도 모르고
-가와구치소장 임무에 불만있다는 말인가!
-임무에 불만을 말하는게 아니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게요! 병력을 더 안주면 난 못하겠소!
-못하겠으면 그만 둬요! 그만 두란 말이야!

(입력일 : 200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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