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탄 조명탄 조명탄. 비행기장 활주로위에 무수한 조명탄이 쟁반같이 걸려있다. 활주로는 대낮같이 밝다. "와" 함성을 지르며 쏟아져 들어가는 일본군. 번쩍이면서 휘두르는 일본도. 빚나는 총검과 철모.
-활주로 위에 터지는 포탄, 포탄 포탄의 폭우. 불을 뿜는 중기관총. 비행기장을 둘러싼 정글속 미국군 진지. 삐죽삐죽 뻗친 거대한 포신들이 연신..없이 불을 뿜고 흡사 전광시도같이 발화하는 중기관총 소사.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는 일본군 시체.
-...!...! 앞으로! 앞으로!
-대대장 고쿠쇼소대는 일본도를 휘두르며 고사포진지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군은 포만 남겨두고 물러간 뒤이다.
-저 언덕위에 집합하라! 저 언덕위에 집합하라! 등불을 붙혀라! 나르 따르라! 앞으로이! 앞으로 ...! 중포진지 중포진지를 ...!
-고쿠쇼소자가 이끄는 얼마남지 않은 병력은 중포진지로 쏟아져 들어갔다. 고쿠초는 중포포신위에 덥썩 올라탔다.
-...!...! -고쿠쇼는 무슨 소린지 외쳤다. 터지는 포탄소리에 들리지 않았다. 고쿠쇼는 말을 타듯 포신을 껴안은 채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와구치단 사령부 지휘소. -통신병! 통신병! 통신병 뭘 하고 있는가! -아직 연락이 안됩니다! -이놈아, 연락을 하란 말이야! 연락이 안된다면 그만인가! 빨리 하란 말이야! 고쿠쇼대대 전황보고. 고쿠쇼대대 전안보고. 빨리 하라! -네! 고쿠쇼대대 전안보고 고쿠쇼대대 전황보고! -여단사령부 여단 사령부. -아, 여기는 여단사령, 여기는 여단사령. 고쿠쇼대대 전황보고하라! 고쿠쇼대대 전황보고하라! -고쿠쇼대대 전황보고. 고쿠쇼대대 일부 병력 비행장 돌입. 마쓰야마, 카와노, 야마구치 각 중대장 전사. 소대장도 대부분 전사. 고쿠쇼대대장 적 중포진지에 돌입! -...! 고쿠쇼대대 전황보고! -음! 빨리하라! -고쿠쇼대대 일부병력 비행장 돌입! 마쓰야마, 카와노, 야마구치 각 중대장 전사! 각 소대장 대부분 전사! 고쿠쇼대대장 적 중포진지에 돌입! 이상! -어떻게 됐단 말이야! 중포진지에 돌입한 고쿠쇼대대장 말이야! -고쿠쇼대대 고쿠쇼대대! 중포진지에 돌입한 고쿠쇼대대장은 어떻게 됐는가! -고쿠쇼대대장 약 일개분대 병력을 이끌고 적 중포진지에 돌입. 구 뒤 보고가 없음. 이상! -고쿠쇼대대장 약 일개분대 병력을 이끌고 적 중포진지에 돌입. 그 뒤에 보고가 없음. 이상! -지체 없이 알아보고 다시 보고하라고 해! -네! -고쿠쇼대대 지체없이 알아보고 다시보고하라! 이상! -알았음. 이상! -타무라대대 타무라대대 전황보고하라! 타무라대대 지금 전황보고하라! -여단사령부 여단사령부. 여기는 타무라대대 여기는 타무라대대. 타무라대대 전황보고. 타무라대대 일부병력 비행장에 돌입. 적 비행장 창고건물을 점령. 현재 창고건물 확보중. 적 포격 치열함. 대다수 중대장 전사. 타무라대대장 선두에 서서 창고에 돌입한것만은 확인 됐음. 이상. -알았다. -다음 와타나베대대 지금 전황보고하라. -네 -와타나베대대 와타나베대대 와타나베대대 지금 전황보고. -여단사령부 여단사령부 여단사령부 여기는 와타나베대대 여기는 와타나베대대. -와타나베대대 전황보고. -음. -와타나베대대 현재 와타나베대대장 행방불명. 부관도 행방불명. 제1중대장 ..대위 현제 진치에 대기중. -뭐라구! 아니, 와타나베대대는 그럼 아직 공격도 안하고 있나! -진치에 대기중이랍니다. -와타나베대대는 뭘 하고 있는거야. 통신병 이놈아! 내 말대로 전화에 대고 말해! 바보갗은 자식! -와타나베대대는 뭘 하고 있는거야! -대대장 전화통까지 나와! -대대장 전화통까지 나와! -아니, 안되겠다. 그 전화기 이리 가져와 빨리! -네! -음. 잡고있어. -하이. -와타나베대대장! 와타나베대대장 어디갔느냐! -모르겠습니다. -몰라 이놈아! -예 -그럼 대대장 대리! -대리 대대장 위치가 어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머저리 같은 놈아! 대대장도 어디갔는줄 모르고 대리대대장 위치도 모르고 이 놈들 거기 장교없나! 아무 장교라도 대! -가까운 데는 없습니다! -이...이놈아! 와타나베대대장을 곧 이리오라고해! 와타나베를 찾아서 여기 사령관 지휘소까지 오라고 해! 와타나베 와타나베를 찾아라! -(두두두두두두) -으앗! 엎드려! 전원 엎드려!
-날...날 꼭 붙잡아라... -예 -여단사령부가 갑자기 맹 포격을 받았다. 룽가비행장 일대에 돌입한 일본군을 이 잡듯 쓸어버린 미국군의 포격이 다시 일본군 여단사령부를 치자 연장된 것이다. 사령관 가와구치는 부관과 통신병등 삼삼인의 부하만 거느리고 막판에 ..에 뛰어들어 간신히 목숨만은 건졌다. -물이 깊어졌군. -아 -네 -기슭에 올라가야겠는데. -강을 따라 내려가던 가와구치는 다시 기슭에 기어올라가 정글속에 사령부 지휘소 위치를 정했다.
-와타나베 대대장이 왔습니다. 사령군 각하. -뭣이! 와타나베! 그...그 놈어딨나! 어! 당장 이리오라고 하라! 당장! -저...와타나베대장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사정이 무슨 사정이야! 와타나베는 도대체 밤새 어디 있었단 말이냐. -보행이 불가능해서 대대를 지휘할 수 없었답니다. 다리 부상이 악화되서... -뭣이? 부상? 부상이라고? 음...비겁한 놈! 우리 일본육군에 그런 비겁한 놈이 있었구나! 당장 활복자격 하라고 해! 군법회의에 돌리겠지만 군법회의에 돌려서 군인의 추태를 보이기 보담은 활복자격하는것이 그래도 우리 일본육군의 인정이란 말이야! -네 -부관! 명령이다. 당장 활복 자격하라고 해! 알았나! 왜 대답이 없나! 명령이야! -사, 사령관 각하...그것만은... -뭐라고! 우맛! 네 놈도 그런 놈이야. 당장 없어져 버려! 내 앞에서 없어져버리란 말이야!
-어느덧 동이트기 시작했다. 카달카나루섬 바로 옆에있는 조나기비행장에서 출격한 미군기들은 룽가비행장 주변 일본군에 맹 포격을 가했다. 비행기장 활주로에 일본군 시체가 산더미로 쌓이고 이제 서있는 인간의 그림자를 볼 수가 없었다. 여단사령부엔 속속 각 대대 전황이 보고됐다.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까지의 장교들은 거의 전사하고 하사관들이 얼마 남지않은 사병들과 같이 정글속을 도주하고 있었다.
-이리 좀 가까이 오라. -네 -각 대대에 남은 병력은 마단6호강까지 후퇴하라고 전달하게. 이제 공격은 끝났다. -알았습니다. -저...와타나베대대장 건도 재고해 주십시요. 각하. -자중하라고 이르라. 모두 내가 부덕한 탓이 아니겠는가... -가와구치 일환은 육천오백명중 이천칠백여명의 시체를 룽가비행장에 남기고 후퇴했다. 전사자는 장교 58명, 하사관605명, 그리고 사병이 2000여 명이였다. 이에대한 미국군 제1 해병수단 전사기록.
-동쪽하늘이 밝아졌을때 그 처럼 맹렬하던 일본군의 공격도 끝났다. 상형과 지형이 변한 룽가비행장. 앞귀처럼 휩쓸려오던 가와구치장군의 공격은 격퇴되고 우리는 비행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군의 손해는 전사 31명, 부상자 103명, 1차 공격때보다는 좀 많은 셈이다. 1차 공격대 잇치기연대는 900명이 전멸했는데 우리는 25명이 전사했던 것이다.
-해가 높이 솟아올랐다. 이제 포성도 인간의 단발마의 절규도 들리지 않았다. 기묘하게 조용한 비행기장 활주로엔 일본군의 시체가 발을 딛을 틈도없이 뒹굴고 있다. 그 위에 열대의 뜨거운 태양이 눈부시게 내리 쪼이고 있다.
(입력일 : 200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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