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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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77회 -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제77회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1968.02.02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조명탄 조명탄 조명탄. 비행기장 활주로위에 무수한 조명탄이 쟁반같이 걸려있다. 활주로는 대낮같이 밝다. "와" 함성을 지르며 쏟아져 들어가는 일본군. 번쩍이면서 휘두르는 일본도. 빚나는 총검과 철모.

-활주로 위에 터지는 포탄, 포탄 포탄의 폭우. 불을 뿜는 중기관총. 비행기장을 둘러싼 정글속 미국군 진지. 삐죽삐죽 뻗친 거대한 포신들이 연신..없이 불을 뿜고 흡사 전광시도같이 발화하는 중기관총 소사.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는 일본군 시체.

-...!...! 앞으로! 앞으로!

-대대장 고쿠쇼소대는 일본도를 휘두르며 고사포진지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군은 포만 남겨두고 물러간 뒤이다.

-저 언덕위에 집합하라! 저 언덕위에 집합하라! 등불을 붙혀라! 나르 따르라! 앞으로이! 앞으로 ...! 중포진지 중포진지를 ...!

-고쿠쇼소자가 이끄는 얼마남지 않은 병력은 중포진지로 쏟아져 들어갔다. 고쿠초는 중포포신위에 덥썩 올라탔다.

-...!...!
-고쿠쇼는 무슨 소린지 외쳤다. 터지는 포탄소리에 들리지 않았다. 고쿠쇼는 말을 타듯 포신을 껴안은 채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와구치단 사령부 지휘소.
-통신병! 통신병! 통신병 뭘 하고 있는가!
-아직 연락이 안됩니다!
-이놈아, 연락을 하란 말이야! 연락이 안된다면 그만인가! 빨리 하란 말이야! 고쿠쇼대대 전황보고. 고쿠쇼대대 전안보고. 빨리 하라!
-네! 고쿠쇼대대 전안보고 고쿠쇼대대 전황보고!
-여단사령부 여단 사령부.
-아, 여기는 여단사령, 여기는 여단사령. 고쿠쇼대대 전황보고하라! 고쿠쇼대대 전황보고하라!
-고쿠쇼대대 전황보고. 고쿠쇼대대 일부 병력 비행장 돌입. 마쓰야마, 카와노, 야마구치 각 중대장 전사. 소대장도 대부분 전사. 고쿠쇼대대장 적 중포진지에 돌입!
-...! 고쿠쇼대대 전황보고!
-음! 빨리하라!
-고쿠쇼대대 일부병력 비행장 돌입! 마쓰야마, 카와노, 야마구치 각 중대장 전사! 각 소대장 대부분 전사! 고쿠쇼대대장 적 중포진지에 돌입! 이상!
-어떻게 됐단 말이야! 중포진지에 돌입한 고쿠쇼대대장 말이야!
-고쿠쇼대대 고쿠쇼대대! 중포진지에 돌입한 고쿠쇼대대장은 어떻게 됐는가!
-고쿠쇼대대장 약 일개분대 병력을 이끌고 적 중포진지에 돌입. 구 뒤 보고가 없음. 이상!
-고쿠쇼대대장 약 일개분대 병력을 이끌고 적 중포진지에 돌입. 그 뒤에 보고가 없음. 이상!
-지체 없이 알아보고 다시 보고하라고 해!
-네!
-고쿠쇼대대 지체없이 알아보고 다시보고하라! 이상!
-알았음. 이상!
-타무라대대 타무라대대 전황보고하라! 타무라대대 지금 전황보고하라!
-여단사령부 여단사령부. 여기는 타무라대대 여기는 타무라대대. 타무라대대 전황보고. 타무라대대 일부병력 비행장에 돌입. 적 비행장 창고건물을 점령. 현재 창고건물 확보중. 적 포격 치열함. 대다수 중대장 전사. 타무라대대장 선두에 서서 창고에 돌입한것만은 확인 됐음. 이상.
-알았다.
-다음 와타나베대대 지금 전황보고하라.
-네
-와타나베대대 와타나베대대 와타나베대대 지금 전황보고.
-여단사령부 여단사령부 여단사령부 여기는 와타나베대대 여기는 와타나베대대.
-와타나베대대 전황보고.
-음.
-와타나베대대 현재 와타나베대대장 행방불명. 부관도 행방불명. 제1중대장 ..대위 현제 진치에 대기중.
-뭐라구! 아니, 와타나베대대는 그럼 아직 공격도 안하고 있나!
-진치에 대기중이랍니다.
-와타나베대대는 뭘 하고 있는거야. 통신병 이놈아! 내 말대로 전화에 대고 말해! 바보갗은 자식!
-와타나베대대는 뭘 하고 있는거야!
-대대장 전화통까지 나와!
-대대장 전화통까지 나와!
-아니, 안되겠다. 그 전화기 이리 가져와 빨리!
-네!
-음. 잡고있어.
-하이.
-와타나베대대장! 와타나베대대장 어디갔느냐!
-모르겠습니다.
-몰라 이놈아!
-예
-그럼 대대장 대리!
-대리 대대장 위치가 어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머저리 같은 놈아! 대대장도 어디갔는줄 모르고 대리대대장 위치도 모르고 이 놈들 거기 장교없나! 아무 장교라도 대!
-가까운 데는 없습니다!
-이...이놈아! 와타나베대대장을 곧 이리오라고해! 와타나베를 찾아서 여기 사령관 지휘소까지 오라고 해! 와타나베 와타나베를 찾아라!
-(두두두두두두)
-으앗! 엎드려! 전원 엎드려!

-날...날 꼭 붙잡아라...
-예
-여단사령부가 갑자기 맹 포격을 받았다. 룽가비행장 일대에 돌입한 일본군을 이 잡듯 쓸어버린 미국군의 포격이 다시 일본군 여단사령부를 치자 연장된 것이다. 사령관 가와구치는 부관과 통신병등 삼삼인의 부하만 거느리고 막판에 ..에 뛰어들어 간신히 목숨만은 건졌다.
-물이 깊어졌군.
-아
-네
-기슭에 올라가야겠는데.
-강을 따라 내려가던 가와구치는 다시 기슭에 기어올라가 정글속에 사령부 지휘소 위치를 정했다.

-와타나베 대대장이 왔습니다. 사령군 각하.
-뭣이! 와타나베! 그...그 놈어딨나! 어! 당장 이리오라고 하라! 당장!
-저...와타나베대장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사정이 무슨 사정이야! 와타나베는 도대체 밤새 어디 있었단 말이냐.
-보행이 불가능해서 대대를 지휘할 수 없었답니다. 다리 부상이 악화되서...
-뭣이? 부상? 부상이라고? 음...비겁한 놈! 우리 일본육군에 그런 비겁한 놈이 있었구나! 당장 활복자격 하라고 해! 군법회의에 돌리겠지만 군법회의에 돌려서 군인의 추태를 보이기 보담은 활복자격하는것이 그래도 우리 일본육군의 인정이란 말이야!
-네
-부관! 명령이다. 당장 활복 자격하라고 해! 알았나! 왜 대답이 없나! 명령이야!
-사, 사령관 각하...그것만은...
-뭐라고! 우맛! 네 놈도 그런 놈이야. 당장 없어져 버려! 내 앞에서 없어져버리란 말이야!

-어느덧 동이트기 시작했다. 카달카나루섬 바로 옆에있는 조나기비행장에서 출격한 미군기들은 룽가비행장 주변 일본군에 맹 포격을 가했다. 비행기장 활주로에 일본군 시체가 산더미로 쌓이고 이제 서있는 인간의 그림자를 볼 수가 없었다. 여단사령부엔 속속 각 대대 전황이 보고됐다.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까지의 장교들은 거의 전사하고 하사관들이 얼마 남지않은 사병들과 같이 정글속을 도주하고 있었다.

-이리 좀 가까이 오라.
-네
-각 대대에 남은 병력은 마단6호강까지 후퇴하라고 전달하게. 이제 공격은 끝났다.
-알았습니다.
-저...와타나베대대장 건도 재고해 주십시요. 각하.
-자중하라고 이르라. 모두 내가 부덕한 탓이 아니겠는가...
-가와구치 일환은 육천오백명중 이천칠백여명의 시체를 룽가비행장에 남기고 후퇴했다. 전사자는 장교 58명, 하사관605명, 그리고 사병이 2000여 명이였다. 이에대한 미국군 제1 해병수단 전사기록.

-동쪽하늘이 밝아졌을때 그 처럼 맹렬하던 일본군의 공격도 끝났다. 상형과 지형이 변한 룽가비행장. 앞귀처럼 휩쓸려오던 가와구치장군의 공격은 격퇴되고 우리는 비행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군의 손해는 전사 31명, 부상자 103명, 1차 공격때보다는 좀 많은 셈이다. 1차 공격대 잇치기연대는 900명이 전멸했는데 우리는 25명이 전사했던 것이다.

-해가 높이 솟아올랐다. 이제 포성도 인간의 단발마의 절규도 들리지 않았다. 기묘하게 조용한 비행기장 활주로엔 일본군의 시체가 발을 딛을 틈도없이 뒹굴고 있다. 그 위에 열대의 뜨거운 태양이 눈부시게 내리 쪼이고 있다.

(입력일 : 200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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