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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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76회 -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제76회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1968.02.01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후...후...으윽...하... ...다. 단숨에... 단숨에...끝나는 거다. 끝나는 거야. 우리 둘이서 끝나는거다. 잇! 어...안돼.. 못하겠어. 으 으흑...흑흑
-오이! 오이! 키타니! 키타니! 이리나와! 키타니! 어이 빨리 따라와.
-으흑흑...
-아니, 뭐하는 거야!
-못해. ..못해. 난 못하겠어.
-자식! 미쳤어! 사다이..부탁이야. 사다이 난 못하겠다. 흐흑 손이 떨려서 못하겠어.
-이리내 총.
-그래 난 못하겠다. 사다이 부탁이야. 그 총에 탄약이 들어있어. 여기...여기 이마에 데고 눈 딱 감고 방아쇠 당겨줘.
-바보자식!
-그래 좋아 눈 딱 감고...눈 딱 감고 방아쇠를 당겨줘. 내, 내 마지막 부탁이야.
-일어나! 일어서란 말이야!
-못 일어서겠다. 다리가 후들 거려서 이, 일어설수가 없어. 일어설 수 없단 말이야. 자, 방아쇠를 당겨줘. 응? ..겠으면 날 그대로 두고 내버려 두던가 ...
-자, 물이다 물마시고 기운내!
-아니냐, 날 그냥 내버려 두고 가.
-자식아! 물
-(벌컥벌컥)
-으읍..
-자, 이젠 일어서.
-허...못 일어서겠어.
-빨리! 나카야마 중위 자식이 또 돌아오겠다.
-하...오라고 해 이제 저짓 못하겠는걸 어떻게...
-자, 내...내 어깨를 붙잡아.
-으윽 으으윽...
-자, 걸어! 걸어! 걸으란 말이야!

-하늘도 보이지 않는 깊은 정글 속. 나카야마 중위 이하 네명의 연락병이 가와구치 소장의 일환본부를 떠난지 아흐렛째다. 카달카나루 섬 서쪽 에스파란스 해안에 상륙한 오카연대에 총 공격 날짜를 연락하는 임무를 띄고 있었던 것이다. 가와구치 일환 본부에서 오카연대까지 거리는 120키로 300리 길이다. 5일분의 식량과 조그마한 자석하나를 들고 그들은 정글을 헤치고 들어왔던 것이다. 이 카달카나루 섬이 생긴 이례 한번도 인간이 밟아 온 일 없는 깊은 정글. 방향을 잃고 방황하기 9일째. 식량도 이미 떨어진지 오래다. 들리는것이라곤 열대 이름모를 벌레소리와 새소리뿐. 그들에게 남은것은 이제 굶어죽는일 밖에 없었다.

- 아아아...으 으윽...

-하하하하 재스를 틀고 있었어?
-제스만이 아닙니다. 테니스까지 치고 있었습니다.
-오...그 놈들이 언제 테니스 코트까지 만들었을까??
-아오스텐산 중턱에서 룽가비향장 50미터까지 접근해 갔습니다. 룽가 비행장이 바로 눈앞에 내려다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럴테지.
-빨갛고 파란 유니폼을 입고 검을 씹으면서 테니스를 치는 미군들. 얼굴까지 똑똑히 보였습니다.
-하하하하
-귀관들 잘 들었소? 그것이 바로 아메리카병들의 생태란 말이요. 츄잉검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재스인가 엉덩춤인가 덩실덩실 추는것이 아메리카병들이란 말이야. 하하하 그러니 우리 일본군이 고함만 질러도 기겁을 하고 도망갈 수 밖에?
-하하하하
-하지만 그 유니폼인가 뭔가 하는것은 아마 스포츠용이 아닐거요. 미국공군은 비행사 정비사 지휘관이 각각 색깔이 다른 군복을 착용한다던데. 아마 그걸게요.
-네 그리고 그 테니스 코트 옆에서는 또 새활주로를 닦고 있었는데 기묘한 기계를 쓰고 있었습니다.
-기묘한 기계라니?
-꼭 큰 도락구같은 것인데 앞이 무슨 기계가 달려있고 그 놈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순식간에 언덕을 허물어트리지 않겠습니까?
-오...
-흙을 매우고 나무뿌리까지 대번에 뽑아 재끼고 그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음 이제 생각이 나는구만. 다무라군. 우리 일본군이 바로 웨이크도를 점령했을때 얘긴데 아메리카군 포로지휘관을 불러 포로들 300명을 동원해서 폭격을 받은 활주로에 흙을 매꾸라고 했다는구만.
-네
-그런데 이 포로지휘관이라는 작자가 웃으면서 300명은 필요없고 3사람이면 하루에 끝내버리겠다고 하더만. 그 대형 트럭앞에 무슨 기계를 데고 활주로를 굴러다니면서 순식간에 매꿔버린다던데. 아마 그 기계가 여기 룽가비행장에도 나타난 모양이구만. 하지만 그것도 오늘 밤으로 마지막이란 말이야. 하하하하

-활주로를 닦는 새로운 기계. 말할것도 없이 불도저이다. 1942년 ..그때만해도 일본은 불도저를 몰랐다. 미국군은 불도저로 울창한 정글을 밀어버리고 그 위에 철판이나 철만을 깔아 삽시간에 활주로를 만들었다. 활주로 하나 완성하는데 3,4일 길어야 일주일. 그런데 일본군은 적어도 서너달씩 걸렸다. 곡괭이와 삽을 들고 한치씩 파들어가는 ..들의 ..작업과 우렁찬 불도저의 대결. 웨이크도에서 처음 불도저를 본 일이 있었지만 일본군은 그 뒤에도 불도저를 만들지 못했다. 이 조그마한 사실이 그 후 비행기장 건설전에서 철저하게 일본군을 패배로 이끄는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삽시간에 만든 비행기장에서 수시로 출격해서는 샅샅이 정글속을 뒤지다시피 하는 미군기. 일본군은 정글속에 숨어 밥짓는 연기조차 올릴수가 없었다. 불도저가 미공군을 승리에 이끄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된것이다.

-1942년 9월 13일 오전 0시.

-지금부터 작전명령을 시작한다. 아여단은 금미명 적 룽가비행장에 기습을 감행. 이를 점령한다. 각 대대명령 배치. 제위 태나루강 상 미츠노소다 지휘 포병.
-네
-다음 룽가비행장 전반은 타무라 대대와 와타나베 대대
-핫!
-다음 룽가비행장 남쪽 고지는 고쿠쇼대.
-하!
-고쿠쇼 대대는 이 고지 적 포진지를 기습격파한 다음 계속격파하라.
-다음 타무라대대와 와타나베대대는 룽가비행장에 돌입 이를 점령하고 발포.
-하!
-공격개시! 우측 태나루강의 포병대가 야포를 발사하는걸 신호. 포성이 들리면 즉시 돌격 가능하도록!
-에..본 사령부의 위치는 타무라대대 오바.
-야!
-네!

-일본군은 룽가 비행장을 향해 전 전선에 걸쳐 진격을 개시했다. 미국군 해변수단장 벤더크리프트 소장은 룽가 비행장 남쪽 고지에 해리슨 대령의 일개연대를 배치하고 비행장 동쪽 태나루강의 하류에는 모로코중령의 일개대대 비행장 전면 진저에는 맥케이베일 중령의 일개대대를 배치했다. 일본군 장교들은 모두 머리에 군모대신 신풍대를 감았다. 캄캄한 정글 속에서 지휘관의 표적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일본끼리의 암호는 산과 강.

-통신병!
-예!
-태나루강 포병부대의 야포사격 개시! 다섯발만 쏴라.
-네!
-(드르륵) 태나루강 포병부대. 태나루강 포병부대. 야포사격개시! 다섯발. 이상! 전달완료!
-어.

-죽음같이 조용하던 밤의 정글속은 삽시간에 살육과 노해의 수라장으로 변했다. 포성, 총성, 조명탄이 비치는 아래에 번쩍이는 총검.

-...!...!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두두두두두두)
-룽가비행장 주위의 미국군은 야포, 박격포, 중포를 비롯해서 고산포까지 ..은 그런데 일본군은 야포 2문과 박격포 2문뿐. 미국군의 집중포화와 일본군 육탄의 충돌이다.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머리의 흰붕대 군도를 뽑아든 고쿠쇼소대는 미국군의 룽가비행장 일각에 돌입했다.

(입력일 : 20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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