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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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73회 -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제73회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1968.01.28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빨리 들어가라! 빨리 들어가! 빨리! 한개도 남기지 말고 버려라!
-으차!
-자 물을 퍼내라! 물을 퍼내!

-발동선의 양국은 모조리 바다에 쳐 넣었다. 저마다 철모 파납뚜껑으로 바닥의 물을 퍼낸다. 조그마한 발동선을 후려치는 집체같은 파도. 바닥의 침수는 이미 무릎까지 차올라왔다.

-...님! 바닥의 침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배가 침몰한다!
-탄약을 버려라! 탄약상자를 절반만 버려라! 탄약이 든 상자를 절반만 바다에 버려라!
-절반만 바다에 버려라!
-야 버려버려!
-...발동선은 들어라! 탄약을 바다에 버려라! 탄약을 바다에 버려라! 반이상 버려선 안된다! 탄약을 반만 바다에 버려라!
-반만 바다에 버려라!
-으샤! 으샤!
-어~~!! 가라않는다 배가! 어어!! ...!

-연대장의 발동선이 충돌하는 찰라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바다속에 동댕이 쳐진 뭇 병사들.

-태우면 안된다! 태우면 안돼! 태우면 안돼! ...! 빨리! 더 태우면 안돼! ...!
-으악! 으아악! 아이고! 사람살려!

-어느덧 날이 밝았다. 십오륙척 있던 발동선은 다시 아홉척으로 줄어들었다. 떠날때 30여척이 미국군의 폭격과 심한 태풍으로 겨우 9척만 남은 것이다.

-정장 방향은 이대로 좋은가?
-글쎄올시다. 나침반은 폭격때 모조리 부서지고 조그마한 자석이 하나 있긴 있습니다만 전혀 방향을 분간 할 수 없습니다.
-아, 달리 방향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지금 상태론 없습니다.
-연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망망한 바다. 카달 카나루는 어디냐. 남은 6척의 발동선들은 방향도 모르고 파도를 따라 표류했다. 부상자들은 피가 흔건히 고인 뱃바닥에서 뒹굴며 신음했다. 숨이 끊어지면 그대로 바다에 던져 버렸다.

-어! 갈매기! 갈매기다!
-갈매기! 갈매기!
-육지다! 육지!
-야! 야!
-안개가 자욱한 수평선 아슴프레하게 섬 그림자가 보였다.
-정장! 저 산이 카달카나루섬에서 아우스텐 산이다. 연료는 어떠냐?
-갈수있습니다. 연대장님.
-그럼 빨리 달려라!
-네!

-(삐삐삐) 룽가 공군 기기! 룽가 공군 기기! 에스페란스 전방 해상 6척의 소선박 발견. 6척의 소선박 발견. 선박은 일본군 발동선으로 예상됨. 일본군 발동선으로 예상됨. 에스페란스 해안을 향해 접근중 오바. AIB에스페란스 해안을 향해 접근중. 오바. AIB에스페란스 초소.

-AIB. 연합국 정보국의 약칭이다. 연합국 정보국은 매가더 사령부의 명령으로 1942년 7월 6일 설치됐다. AIB는 오스트레일리아 북쪽해안 솔로몬 군도 일대에 많은 감시초소를 배치하고 있었다. 감시원들은 현지에 거주하는 일반 민간인들 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야자기름 채집을 온 민간인들로 구성 되있었다. 그들은 해안 일대의 정글속에 은신해 있으면서 소형 무전기로 미국군 기지 또는
함공부대에 수시로 연락하고 있었다.

-적기발견! 적기발견! 방향 2800 고도 2500 미국기 편대 적기발견! 적기발견! 방향 2800 고도 2500

-AIB감시 초소에서 연락한지 십분도 체 지나지 않았을때이다. 미국군 폭격기 편대가 하늘을 제압하며 접근해 왔다.

-전원 일어서서 사격! 전원 일어서서 사격! 전원 일어서서 사격!

-오카 연대장의 고함소리. 일본 군은 물에 잠겼던 기관총과 소총을 들고 응사했다.
-(두두두두)

-(끼룩)
-어이구...
-어이! 부관 부관!
-네
-각 대대장에게 생존자 수를 파악해서 보고하도록 지시함.
-네
-중대장 이상의 장교 전사자는 용병들도 보고하도록!
-네
-그리고 부상자중 보행이 가능한 자는 같이 동행하고 걸을 수 없는 중상자들은 한테 모아 은폐된 정글속에 은신해 있도록! 이상!
-중상자들 간호는 어떡하겠습니까? 연대장님.
-인원 파악이 끝나면은 연대장에게 보고하고 각 대대별로 지체없이 출발 하도록!
-중상자들 간호 말씀입니다.
-위생병 생존자는 얼마나 되는가 부관이 직접 파악해 보게!
-네!
-살아남은 위생병을 중상자 간호에 남겨두면 앞으로 전투에 생기는 부상병자는 누가 치료하고 간호하게! 전투를 우선적으로 생갹해야 돼!
-알았습니다 연대장님!

-생존자 수가 연대장에게 보고됐다. 겨우 400명. 그 가운데 부상자 70여명. 보행이 가능한 부상자 40명. 중상자 30명. 부겐비를 떠날때 2000여명이 겨우 400명으로 줄고 30척의 발동선은 4척만 남았다.

-각 대대별로 출발!
-각 대대별로 출발!
-각 대대별로 출발!

-천고의 울창한 정글속 그 속을 군기를 앞세우고 300명 남짓한 잔존부대가 전진해갔다. 뒤에는 보행이 가능한 부상자들이 신음하며 뒤를 따랐다. 중상자들은 그대로 정글속에 남았다. 중상자들을 치료하고 간호할 위생병은 없었던 것이다.

-어이구! 어이구! 아야야!
-어 토인입니다. 토인이! 토인이 습격해 온다!

-부대가 출발한지 30분쯤 지난 뒤 기묘한 광경이 벌어졌다. 중상자들이 모여있는 정글속 여기저기서 검은 사람의 그림자가 뛰어나왔다. 어깨까지 드리운 흩어진 머리와 수염. 겨우 아랫도리만 가리운 검은 나체가 맨발로 껑충껑충 뛰어 나와 중상자들의 무리에 달려 들었다. 정글 속에 사는 산족 아니면 그대로 토인이다.

-으아!

-기묘한 산족들은 이리떼처럼 중상자들 속을 껑충껑충 뛰어들어 닥치는대로 먹을것을 뺏았다. 배낭속에 든 쌀 건방들을 모조리 빼앗아 갔다.

-내라 내! 내란 말야!
-...먹으면 죽어! 먹으면 죽는단 말이야. 죽어죽어!
-안내면 아주 죽여버린다! 너희들은 여태까지 먹었잖아! 내라 내!

-산족들은 일본말을 했다. 그것을 들은 중상자들은 모두 놀랬다. 산족들도 일본 사람이였던 것이다. 일본군 사령대와 패잔병들이였다. 미국군이 카달 카나루에 처음 상륙했을때 정글 속으로 도망한 일본군 패잔병들과 사령대원들이 오랫동안 정글 속에서 먹을것을 약탈하며 산족과 같은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내라 내! 죽는단 말이야!
-너희들은 죽을 몸이야. 먹어도 죽는단 말이야. 먹어도 죽어! 먹어도 죽어! 내! 먹어도 죽어! 내란 말이야!
-내! 내! 내!

(입력일 : 200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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