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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제71회 -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제71회
일본의 솔로몬 군도 (카달카나루 전투)
1968.01.26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1942년 8월 26일. 가와구치 소장 휘하 제35단이 탄 수송선단은 솔로몬 군도 라바울에 입항했다. 라바울은 솔로몬 군도의 북단 뉴브레텐섬에 있는 항구다. 솔로몬 군도는 이 뉴브리텐섬을 기점으로 해서 수백개의 작은 섬들이 동남쪽으로 산재해있다. 그러니까 라바울은 솔로몬 군도에 첫째 관문인 셈이다. 원시 그대로의 미개한 솔로몬도 군도가운데에서 이 라바울만은 조금 문명비슷한 냄세가 풍긴다고나 할까. 푸른 야자수그늘에 간혹 미끈한 빨간 지붕의 양옥이 보이고 거리도 다소 도시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라바울 소재 일본의 남방파견 제 17군 사령부 참모들은 시원한 닛파 하우스에서 바둑을 즐기고 있었다. 닛파하우스라면 야자수 잎을 엮어 만든 열대특유의 빵가루 같은것이다. 사령관 하쿠다케 중장역시 시원한 야자수 그늘에서 낫잠을 즐기고 있었다. 바로 이 솔로몬 군도의 남단 라바울에서 잇치기 연대가 전멸한 약 일주일 뒤의 일이다. 거기에 막 수송선에서 내린 가와구치 소장이 나타났다.

-아 ...오... 사령부는 늘 이렇게 편안해서 좋단 말이야. 응? 하하하
-아 뭐 그죠...좀 앉으십쇼. 사령관님.
-난 좀 바빠요. 급히 상의를 해야겠는데
-네 말씀하십쇼.
-이 라바울까지 오는 해상에서 우리 여단중 나카마수송자 일계대대 600명만은 먼저 카달카나루에 보냈소.
-일계대대만은 먼저 군함을 태워 카달 카나루에 보내라는 전보명령을 받고 말이오.
-네
-근데 그 600명 정도 보내가지고 되겠소?
-그러믄요. 뭐 적은 대단치 않으니깐요.
-아니 내가 오면서 들은 소식은 전번 카달카나루에 상륙한 잇치기연대는 연댜장이하 전멸했다고 하지않소?
-그렇게 됐습니다.
-잇치기 연대라면 정예를 자랑하는 부대인데...그 900명이 상륙하자마자 전멸한데 겨우 또 600명만 보내서야 되겠느냔 말이요?
-잇치기 연대는 그 자체적 작전상 실수가 많았습니다.
-작전상 실수라니?
-잇치기 연대장에게는 좀 안된 얘기지만 탐색을 제대로 안하고 너무 공격만 서두르것 같습니다.
-그 신중한 잇치기 군에게 그런 실수가 있었다고는 믿을 수 없어.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900명이 전멸했는데 또 경우 600. 이 점 신중히 생각해야하지 않겠소? 처음에 내가 받은 명령은 잇치기 연대가 틀림없이 비행장을 점령할테니까 너는 가서 그 비행장을 확보하고 잔적이나 소탕하라. 이런 아주 대수롭지 않은 것이였소. 그건 알고 있겠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잇치기연대가 비행장 점령은 커녕 상륙하자마자 전멸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대본영이나 여기 17군에서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강력하지 않은가. 말하자면 대본영이나 이 17군에서 적을 너무 경시하는것 같단 말이요. 너무 낙관적인것 같애.
-뭐 그럴리야 있겠습니까? 하하하
-또 잇치기연대 남은 후속부대는 카달카나루까지 가긴 갔는데 적 비행기에 쫒겨만 다니고 아직 상륙도 못했다지않소.
-뭐 전쟁이니까 여러가지 사소한 일들은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런걸 걱정하는게 아니요.
-적의 본격적인 반격이 개시된게 아닌가 그 말이요. 뭐 처음엔 모두 적은 비행장만 파괴하고 철수한다고 하지 않았소. 근데 그런 단순한 목적치고는 적이 너무 우세하단 말이요. 너무 강력하단 말이요. 투입한 병력이 너무 많단 말이요. 해전도 몇번 격고 아군의 손상이 크다고 하지 않소. 그런 적인데 찔끔찔끔 900명을 보내고 600명을 보내고 이번 또 우리 낡아빠진 수송선을 타고 가고 적 비행기때문에
잇치기연대 후속부대도 아직 상륙을 못했는데 우리가 또 수송선을 타고 덜레덜레 가보쇼. 그야말로 화약을 쥐고 불길에 뛰어드는것이 아니겠소? 서양놈들 말마따나 물오리가 박까지 가지고 가는 셈이야. 제발 볶아 잡수시요. 이점 아직도 늦지 않으니까 대본영이나 여기 17군에서도 재고할 필요가 있지않을까. 난 그 생각이요.
-사령관께선 여러가지 걱정이 되시는 모양입니다만은 뭐 적은 대단치 않습니다. 우리 육군 그림자만 봐도 질겁을 하고 도망가는 미국군인데 걱정하실거 조금도 없을겁니다.
-에 아무튼 난 낡아빠진 수송선으로는 못가겠소. 구축함이나 기동부대를 이용해야 할줄 아오. 사령부에서도 이 기회에 작전을 근본적으로 재고 할길 바라오.
-하하하 사령관 말씀데로 잘 해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그럼 난 잠깐 사령관 만나보겠소.
-훗 후후후 여전하군. 그 놈의 입심 막을 재주가 있어야지.

-전 육군에서 뛰어난 능변가로 알려진 가와구치다. 그의 의견은 지당한 것이였지만 참모는 허장성세 늘 하는 입심으로 돌리고 말았다.

-며칠 후 부겐빌섬부인만 가와구치단은 출발준비를 완료했다. 여단 병력을 두 군단으로 갈라 가와구치 소장이 직접 지휘하는 여덟척의 구축함으로 카달카나루 섬 남단에 상륙하고 한편 오카 아키노스케 대자가 지휘하는 군단은 30여척의 발동선으로 카달카날 북단에 상륙해 태세를 갖춘 다음 미국군의 룽가비행장을 일객에 협공한다는 작전이다.

-야! 구축함이다! 구축함! 구축함이 들어온다!
-아니 저거 끌려들어오잖아. 어 끌려들어오고 있어. 아니 저건 구축함 유기리인데.
-그럼 아사기리는 어디갔어? 아사기리는 진부로에 있는가?

-때마침 들어온 구축함 유기리. 유기리는 함수가 처참하게 부서져 입을 벌리고 갑판 전체에 핏자국이 낭자했다. 선발대 나가마스대대를 수송한 구축함 4척이 카달카날 상륙직전 미국군의 폭격을 받아 구축함 1척은 침몰하고 병력도 반수 이상이나 전사했다는 것이다.

-좋아...원수는 갚아주마. 반드시 복수한다. 전원! 함사에 집합시켜라!

-6척 장신의 가와구치는 빈 상자위에 올라서서 또 한바탕 불어댔다.
-아메리카군 따위가 뭐냔 말이냐! 카달카나루에 상륙만 하게되면 다코얌만 우리 일본 육군 80년의 전통과 호국에 빛나는 가문 적이 자랑하는 성조기를 갈갈이 찢어버릴 것이다. 나에게 재군들과 같은 삼처자에 규수건아가 있다. 조금도 승리를 의심치 말지어다! 심념은 우리의 것이다! 승리는 나에게 있다! 이상. 아 축배를 들라! 승리를 위한 축배를...
-야!

-다행하게도 가와구치의 구축함들은 무사히 카달카나루에 상륙했다. 그런데 오카 대다가 지휘하는 발동선들은 어떠한가.

-적기발견! 적기발견! 방향 2800 고도1500 전투기 폭격기편대!
-검은바탕에 흰별이 뚜렷이 박힌 아메리카의 전투기들. 이들 전투기와 폭격기 수십대가 사방으로 급강하면서 폭탄과 총격의 소나기를 퍼부었다. 대공포와남는 일본군 30여척의 발동선. 금시에 피바다가 되고 비명, 절규. 눈 깜짝 할 사이에 30여척 발동선 가운데 반수인 15여척이 침몰했다.
-...있는자들은 빨리하라! 빨리...하라! 빨리 하지않으면 떠난다!
-..기에 있는 사령들 ...하라!...!...! 너희들은 ...대기하라! 반드시 구조하러 올것이다! 잘 들어라! ...까지 ..하라!
-안된다! 안돼! ..하면 안돼! ...사령들은 모두 떨어져! 발동선에 더 이상 매달려서 가면 안된다! 아..더 태우지 마라! 더 태우면 안된다! 다시 좌회전하라! 배에있는 사령들은 이제 배를 타면 안된다! 틀림없이 구조하러 온다! 배에 타선 안된다! 가까운 섬까지 헤엄하라!

-발동선에 메달리는 무수한 손목. 기어오르는 머리. 떨어뜨리고 밀쳐 넣어도 또 다시 달라붙는 사령들.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로 차고
30여척의 발동선 가운데 15여척이나 침몰했다. 그러니까 적어도 병력의 발수는 바다에 흩어져있는 셈이다. 그 사령들을 남은 10여척의 발동선에 모두 태울수는 없었다. 기어오르는 병사들과 위에서 치고박고 차고 떨어지는 병사들. 바다위에 흩어진 아우성 소리를 뒤로 남기고 발동선들은 떠나가고 말았다. 몰아치는 폭풍우. 집체같은 파도. 조그마한 발동선들은 솓구쳤다가는 내려가고 또 솓구쳐 오르고 옆에서 후려치는 파도.

-야!..가 떨어진다! 야!...
-공병하나가 원숭이처럼 재빨리 선수에 기어올랐다. 폭격에 상한 와이어가 당장 끊어지게 되었다. 끊어지면 배는 그대로 이그러지고 만다. 몸을 로프로 감고 와이어를 고치는 공병. 이미 발동선들은 무릎까지 침수됐다. 탄약을 버리느냐 쌀을 버리느냐 인간을 버리느냐.
-쌀가마를 버려라! 쌀가마를 버려라! 쌀을 모두 바다에 버려라! 버려라!

(입력일 : 200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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