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로시마 기지를 떠난 일본군 연합함대는 남부일본 규슈와 히도쿠 사이 좁은 해협에 접어들었다. 나구모 중장의 제1기동부대가 선두에 서고 전함 야마토를 포함한 주력부대가 뒤를 따랐다. 야마토에는 연합함대 사령장관 야마모도 이소로쿠 제독이 직접 타고 있었다. 전함 야마토에 야마모도 사령장관. 이 사실이 이 작전을 일본의 전 국운을 건 그야말로 건군일적의 일대 결전이라는 인상을 더욱 짙게 했다. 전함 야마토는 참예함 무사시와 더불어 세계 최대의 거함이다. 배수량 6만4천톤 마레이에서 침몰한 영국의 불친전함 프린스 오브 웨일즈가 3만 5천톤인 것을 생각해보면 이 야마토가 얼마나 큰 전함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배수량 6만 4천톤에 주포는 46센치 3연작, 포탄 한개의 무개는 1톤 452킬로, 주포탑 1개의 무개는 대형 구축함 1척과 같은 중량, 함의 양 측면은 두께 40센치의 강철판이다. 이 세계최대의 거함이 진수한 것은 1941년 12월 바로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 달이다. 일본은 이 야마토를 아껴오다가 이번 미드웨이 작전에 비로소 처음 출전시켰던 것이다. 한편 나구모 중장의 제1기동부대 항공모함 아카끼는 전 일끼 기동부대의 기함이다. 배수량 4만 2천톤, 가판길이 240미터, 개전벽두 진주만 기습을 감행한 것도 바로 이 항공모함 아카끼다. 개전이래 사령관 나구모 중장을 비롯해 참모 비행부장 일개의 수병에 이르기까지 단 한사람도 변동이 없었다. 진주만에서 미국 태평양함대를 삽시간에 격멸해버리고 인도네시아 작전 오스트레일리아에 보드다윈 공습, 인도난단 세이론도 공격, 글자 그대로 인도양에서 태평양까지 섭권했지만 아직 단 한발의 포탄도 단 한발의 소총탄환조차 맞은 일이 없었다. 아카끼 장병대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듯 했고 도도하기까지 했다. 아카끼가 좁은 해협을 거의 벗어날 무렵 가까운 해안에서 서너명의 계집아이들이 일장기를 흔들고 있었다. 가판 위에서 무심히 바라보고 있던 해군 보도관원 마키지마 기자는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검게 빛나는 강철의 대함대와 조그마한 계집아이들의 기묘한 대조에서 오는 불안이었을까.
- 어이, 마키지마. 어때. 이번엔 내 비행기 태워줄까?
- 아니, 탈 수 있습니까? 후치다 대장.
- 그럼 있고말고. 아주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게야.
- 아, 꼭 태워주십시오. 부탁입니다.
- 미드웨이섬에는.
- 미드웨이. 오, 거기 내리지 않고서는 뉴스가 안되니까요. 저 꼭 태워주십시오.
- 미드웨이에서 2,3일 구경하고 돌아오지. 돌아올때도 비행기로 이 모함까지 데려다 줄테니까 말이야.
- 고맙습니다. 후치다 대장. 저 근데 이번에도 그 하와이 기습때처럼 후치다 대장이 총지휘를 맡습니까?
- 물론이야. 하하하.
- 진주만 기습때 처럼 잘 되겠지요?
- 어. 그때보다 사정은 좀 다르지만 문제 없을거야.
- 사정이 다르다니요.
- 진주만때는 기습이 아닌가. 적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근데 이번에는 미드웨이는 적도 경계하고 있을 테니까 적주력과 정면으로 대결하는거지.
- 적주력이요?
- 그래. 우리 대장 야마모도 장관 야마모도 장관 작전이야. 지금 이기고있는 동안에 적의 세력이 커지기 전에 그 주력을 완전히 없애버리자는 작전이거든. 그러니까 어떻게 하던지 적주력이 나오도록 유인을 해야되지 않겠는가.
- 아, 그렇겠지요.
- 그 유인하는 거점이 바로 미드웨이라는 말이지.
- 오! 네!
- 미드웨이를 우리가 점령해버리면 미국함대가 진주만에서 나오겠지. 하와이의 현관같은 미드웨이를 뺏기면 큰일이니까. 전주력이 대거 출격 할거야. 그 기회를 타서 한꺼번에 아주 섬멸해버리자는 작전이지. 알겠나?
- 어. 네.
- 우리 기동부대가 미드웨이를 공격하는 하루 전날 북방 공략부대는 아류산 열도를 공격하거든. 그럼 미국함대는 우리 공격 목표가 아류산인줄 알고 북방으로 가지 않겠어? 미드웨이를 비우고 말이네. 그동안 우리 주력은 미드웨이를 점령해버린단 말이야.
- 아. 양동작전이라는거군요.
- 그렇지. 그렇지. 미드웨이를 점령해버리면 아류산에 갔던 미국함대는 또 급하게 돌아오지 않겠어?
- 그렇겠지요.
- 그때를 기다렸다가 우리 전함 야마토 주력부대를 항공모함이 일격에 섬멸해버린단 말이지.
- 미는웨이는 쉽게 점령할 수 있겠지요.
- 하하하. 그럼. 그 조그마한 섬 같은거 하루면 충분하단 말이야.
- 시작! 잠수함이다!
- 전원 전투준비! 전원 전투준비! 전원 전투준비!
- 분고세도를 빠져나가 얼마 안됐을 무렵 해상에 조그마한 잠망경을 발견했다. 미국 잠수함이다. 구축함이 달려가서 잠망경이 사라진 부근에 서너발 폭뢰를 투하했다. 분고수도라면 바로 일본 근해이다. 거기서 함대는 미국군에게 발각된 것이다. 일본 함대는 지체없이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것이지만 승리에만 도취해온 함대는 몇 발의 폭뢰를 투하했을 때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얼마안가서 또 잠수함을 발견했다. 그리고 미군기지에 장문의 무전보고를 하는것까지 캐취했다. 이번에도 폭뢰를 몇개 투하했을 뿐이다. 일본 함대가 웨이크섬까지 이르는동안 나구모 중장의 기동부대는 모두 4척의 미국군 잠수함을 확인했다. 다른 부대가 발견한것까지 종합해보면 모두 16척의 미국 잠수함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니까 분고수도에서 웨이크섬까지 사이 10여척의 미국군 잠수함이 쥐죽은 듯이 숨을 죽이고 일본 함대를 감시한 것이다.
- 머저리같은 자식들. 왜 공격해오지 않는가 말이다.
- 승리에만 도취해온 일본군은 잠수함을 조소할 뿐이었다. 미국군 잠수함 부대는 감시만 하고 절대로 공격해서는 안된다는 엄명을 받고 있은 것이다. 그날 밤 후치다 비행대장은 의무실 군위장을 찾아갔다. 진주만 기습대의 총지휘관이고 침착하고 용감하기 일본해군 제일이라는 명 비행사이다.
- 군위장, 배가 이상하게 이따금 아픕니다.
- 하하하. 후치다 대장, 또 기지에서 너무 많이 마셨군.
- 아니, 이 조심은 했는데요.
- 아니 그걸 누가 믿어요. 당신들 비행사들은 너무 폭음을 하니까 탈이란 말이야. 응? 또 모조리 입원을 시키고 철저하게 검사를 해볼까?
- 안됩니다. 이번 작전에 총지휘를 맡아야지요.
- 아 그래요? 어디 한번 볼까?
- 네.
- 그날 밤 비행대장 후치다 중자는 수술을 받았다. 급성 맹장염. 후치다가 입원했다는 뉴스는 삽시간에 전 비행사들에게 알려졌다. 나구모 사령관 이하 전 비행사들이 침울했다.
- 어떻습니까, 대장. 야단났습니다. 대장이 드러누워버렸으니까 비행사들 사기에 영향이 크겠는데요.
- 뭐 괜찮아. 괜찮아. 존장께서 안나오시더라도 우리들끼리 얼마든지 해치울테니까.
- 그렇지만 대장 유감인데요. 이번엔 엔터클라이스와 한번 겨눠볼 참이었는데. 참.
- 뭐야? 행방불명. 아니 도데체 어떻게 된일이야. 군함이 행방불명 되었다니.
- 미드웨이에 가까워지면서 파도는 더욱 거칠어지고 짙은 안개가 끼었다. 기함 씨카끼의 뒤를 따라와야할 항공모함 히류 쇼류 전함 하루나 길시마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짙은 안개 때문에 200미터 전방도 볼 수 없고 정찰기를 띄워 탐색할 수도 없었다. 평상시같으면 전파로 탐지할 수도 있지만 이미 작전지역에 돌입한 지금 전파는 엄금돼있었다. 무전을 치느냐 안치느냐 나구모 사령관을 중심으로 참모들간에 오랫동안 의견이 교환됐다.
- 각하, 이제 더 기다릴 수 없게 됐습니다. 지금 함대가 침로를 바꿔야 할 때 입니다. 지금 연락하지 않으면 함대는 둘로 분열되고 말것입니다. 아주 약한 전파로 무전을 치는 도리밖에 없겠습니다.
- 할 수 없지. 무전을 치게.
- 네.
-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안개는 말짱하게 개었다. 모두 손뼉을 치고 좋아했다.
- 아니, 무전을 어떻게 했다는거야.
- 벌써 쳐버렸단다.
- 뭐? 우라질. 조그만 더 기다리면 될걸 가지고.
- 잠시후 수평선 멀리 잃어버렸던 함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들릴리도 없지만 모두 고함을 질렀다. 바다에 어두움이 다가왔다. 마키지마 기자는 가판 위에서 저녁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 한마리가 날아왔다. 새카만 큰 새다. 대머리처럼 머리만 짙은 갈색의 털이 나고 전신이 새카맣다. 날개의 길이는 2미터나 될까. 그 큰 날개 길이를 너풀 거리면서 마스터와 가판 주위를 빙빙 돌고 있다. 흡사 동화속에 나오는 악마의 새 같았다.
- 기분 나쁜데요. 무슨 샙니까.
- 글쎄요. 아까부터 나도 봤지만 모두 모른답니다. 이런 넓은 바다에 새가 있는것도 이상하고.
(입력일 : 200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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