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튿날 새벽, 4척의 어뢰정 가운데 제2번정 비취 32호가 먼저 귀어선에 도착했다. 쌍안경으로 수평선을 감시하고 있던 점장이 갑자기 외쳤다.
- 저기다! ...라!
- 새벽 안개속에 갑자기 나타난 검은 함정이 쏜살같이 다가오고 있다.
- 전투 준비! 어뢰 발사 준비! 기관총 발사 준비!
- 어뢰 발사 준비 완료!
- 기관총 발사 준비 완료!
- 10초, 20초 참모 아킹 중장은 암호 문서함을 바다에 던지려고 했다. 순간.
- 아, 저건 아군일세.
- 위기일발 다가온 함정은 PT41호정이었다. 가판위에 군모를 비스듬히 쓴 맥아더 장군의 모습이 보이고 옆에 부인, 아들 그리고 아기를 안은 중국인 시종 아추가 보였다.
- 하하하하. 큰일날뻔 했군. 에... 로쿠엘, 잠수함이 언제 오지?
- 내일 올 예정입니다, 각하.
- 로쿠엘, 난 그 잠수함으로 가고 싶은데.
- 각하, 이 일대 해역은 아주 위험 합니다. 적 함정들이 쭉 깔려 있으니까 적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겠습니다.
- 음.
- 그리고 또 잠수함이 내일 오지 못할 가능성도 많으니까요.
- 그럼 할수 없지. 곧 출발하게, 점장.
- 알았습니다, 각하. 그런데 이제부터 코스는 배가 몹시 흔들릴 것입니다. 파도가 심하니까요.
- 괜찮아, 점장. 민다나우까지 안전하게만 데려다 주게. 하하하.
-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았다. 밤하늘을 번개가 가로 질렀다. 여러차례 일본군 함정을 만났지만 아슬아흘하게 피했다. 이튿날 오전 7시 일행은 민다나우섬에 도착했다.
- 점장, 난 자네와 자네 부하 전원에게 음성 공로 훈장을 신청 하겠네. 자네들은 나를 죽음의 순간에서 구했어. 난 이 일을 결코 잊지 않겠네.
- 각하, 영광으로 생각 하겠습니다.
- 민다나우섬 미군 사령관 윌리엄샤프 소장은 맥아더장군 일행을 남쪽 데르몬테 파인애플 농장에 안내했다. 낡아빠진 B17폭격기 한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 어떻게 된일인가, 샤프 소장. B17 레드를 대기 시키라고 했는데.
- 죄송합니다, 각하. 그게 여러가지 사정이 있습니다.
- 무슨 사정인가.
- 오스트레일리아에서 B17 4대가 분명히 떠나기는 했는데 도중에서 그만 2대는 엔진이 고장나서 되돌아가고 한대는 여기 착륙직전 해상에 불시착 하고 겨우 한대가 이겁니다.
- 아니 오스트레일리아에는 그래 이런 낡아빠진 B17기 밖에는 없다는건가?
- 해군이 B17 새것을 12대나 가지고 있습니다만은 해군 리어리 제독이 좀 융통성이 없는 분이라서.
- 융통성이 없다니 무슨 소린가.
-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우리 육군 사령관 블렉트 장군이 리어리 장군한테 여러차례 얘기를 했습니다. 각하는 오스트레일리아로 모셔와야겠는데 육군 B17은 낡은호 밖에 없으니까 해군의 새 B17 3대만 빌려줄수 없겠느냐 그 말씀입니다.
- 안빌려주겠다는건가?
- 그렇습니다, 각하. 해군이라면 모르지만은 육군 수송용으로 여객기처럼 쓸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 뭐? 여객기? 그럴수가 있는가. 당장 무전을 치게, 샤프 소장. 워싱턴 마샬 참모총장께 말이야. 내 명의로 치게.
- 알았습니다, 각하.
- 워싱턴 마샬 참모총장 각하. 미국 본토 혹은 하와이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B17 3대와 가장 우수한 파일럿을 파견해 주기 바란다. 이와같이 중대하고 위험한 사명을 빈약하고 소홀한 준비로 결행한다는 것은 전 승무원을 죽음의 위험 앞에 방치하는 소치이며 따라서 본관으로서는 이에 책임을 질 수 없음. 이상, 미국 극동군 사령관 더글라서 맥아더.
- 이튿날 맥아더 장군 일행이 탄 하늘의 요새 B17은 오스트레일리아 바슈라 필드 공공기지에 착륙했다.
- 바슈라 필드 공군기지 사령부. 바슈라 필드 공군기지 사령부. 볼다윈 공군기지 보카 일본 해군기의 폭격을 받고 있음. 일본기는 바슈라 필드 공군기지도 공격할 것이 예상됨. 이상 볼다윈 공군기지 사령부.
- 볼다윈과 바슈라 필드의 거리는 불과 50킬로, 맥아더 장군의 B17은 공습 사이렌을 들으며 이륙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일본기들이 내습했다. B17은 저공비행으로 일본기들을 피했다. 1942년 3월 17일 맥아더 장군은 알리스 빙스 기지에 착륙했다. 맥아더 장군의 역사적인 비일빈 탈출이 끝난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은 장군을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장군은 흰 봉투지에 적은 짧은 성명서를 낭독했다.
- 미국 대통령은 본인에게 코레히톨로부터 일본군 전선을 돌파해 오스트레일리아에 오도록 명령 했습니다. 일본에 대한 아메리카의 반격태세를 정비하기 위한 조치인 것입니다. 나는 이 반격의 첫 목표가 필리핀 해방에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나는 왔습니다. 그러나 나는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 메르고닌시 오스트레일리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는 맥아더 장군을 환영하는 군대 서열식이 열렸다. 미국대사는 미국의회와 미국대통령을 대표해서 맥아더 장군에게 미국 최고 훈장인 메달오브오너를 수여했다.
- 맥아더 장군의 이 명예는 일본군의 침략에 대해 필리핀의 항전체제를 정비하고 부여된 인모가 요구하는 이상 용맹 과감한 영웅적인 행위를 한대 대한 것입니다. 장군은 어떤 위기에 있어서도 냉정한 판단을 잃지 않았습니다. 장군은 예하 장병에게 영감을 주고 필리핀 국민에게 미국에 대한 믿음을 확립 시켰습니다. 감사 합니다.
- 1942년 4월 3일 드디어 바트안 반도에 대한 일본군의 총공격이 시작됐다. 14군 주력들의 4개수단과 홍콩, 싱가폴 공략진에 참가했던 정예부대 새로 링가엔만에 양륙한 70여문의 거포 그리고 하늘에는 폭격기와 전투기. 1942년 4월 9일 총공격이 시작된지 만 일주일째 마침내 바트안 반도는 점령되고 말았다. 문자 그대로 탄환은 떨어지고 총검은 부러지고 식량은 바닥이 났던 것이다. 미군과 비일빈 연합군 포로 7만 5천명 거기 14군 사령관 혼마가 비열하게 바트안 반도에 추방했던 피난민 5만명 합계 12만 5천명 그날부터 바트안 반도에서 비일빈 링가엔만 마닐라만 등 각 항구에 이르는 길은 이들 12만 5천명의 포로와 피난민으로 미어졌다. 기묘한 행진이 시작됐다. 300명에서 500명 가량씩 무더기로 행진하는 연합군 포로를 한 사람의 일본 병사가 인솔했다. 일본 병사의 키는 연합군의 어깨에 겨우 닿는다. 연합군은 이미 일주일 이상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며칠째 일본군은 이 12만 5천명이나 되는 연합국 포로들에게 죽 한모금 먹이지 않고 행진을 시켰다. 비틀거리다가 그냥 길가에 쓰러지고마는 포로, 기어가다가 그대로 기진해 업드려버리는 포로, 말라리아와 이질같은 열대병에 걸려 전우의 어깨를 붙잡고 가다가 그대로 숨이 끊어지는 포로.
- 빨리 걸어 빨리 이 머저리 같은 자식들아. 어? 못 걷겠어? 못 걷는단 말이지 이 자식들아.
- 낙오하는 자에게는 중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길가에 무더기로 쌓인 연합군 포로들의 시체. 굶어죽고 질병에 죽고 맞아죽고 총살당한 시체. 죽음의 행진. 바트안 연합군 포로들의 죽음의 행진. 한달 뒤 1942년 5월 7일 견고한 요새 코레히톨도 함락되고 말았다. 이날밤 11시 50분 웬다이트 장군은 마닐라 방송을 통해 비일빈 전 연합군의 항복을 선언했다.
(입력일 : 200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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