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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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55회 - 바탄 전선
제55회
바탄 전선
1968.01.08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1942년 3월11일 바트완 전선을 시찰하던 웬다이트 장군은 코레히톨섬 맥아더 사령부로 향했다. 맥아더 장군께서 급히 만나자는 전갈이 왔던 것이다. 맥아더 사령부에는 참모장 사드렌드 소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 무슨 일인가, 사드렌드?

- 어. 대장이 떠난다네. 맥아더 장군 말이야.

- 아니, 떠난다니.

- 아, 호주로 간다네. 자넨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은 루즈벨트 대통령 한테서 여태까지 여러차례 코레히톨 탈출을 권고해 왔다네.

- 오, 그래?

- 여기 코레히톨 포위망을 돌파해서 호주로 가라고 말이야. 그런걸 여태까지 우리 대장이 거부해왔지.

- 음.

- 오늘밤 어뢰장을 따고 여길 떠나 일단 민다나우섬에 갔다가 거기서 B17기로 호주에 갈 예정이네. 그러니까 여기 일은 자네가 맡게 될것이네.

- 내가?

- 그렇다네. 여기 루손도 총 지휘관을 위임받게 될것이네.

- 아니, 사령관 후임은 안온다는가?

- 어. 안오지. 그리고 자네만 동의 한다면 알버트 전시총장을 소장으로 승진시켜 자네가 있던 제1군단을 맡기자는것이 대장 생각인데 어떤가?

- 뭐 동의 여부가 있나. 전적으로 찬성이지.

- 그럼 됐네. 그리고 루이스비 중장을 소장으로 진급해서 대장을 따라가게 됐네. 부관으로 말이네.

- 아니, 자네 시장한것 같은데 식사나 같이 하고 대장 만나러 갈까?

- 아니, 괜찮아.

- 그럼 곧 대장 만나지.


- 웬다이트, 난 이 필리핀을 떠나고 싶지 않으네. 이 코레히톨을 끝까지 지키고 싶단 말이야. 웬다이트, 바트완 일본군은 크게 손상되지 않았는가?

- 그렇습니다.

- 난 가까운 시일 안에 반격을 가할 생각이었네. 일본군 진영을 돌파해 북부 루손도에서 게릴라전을 전개할 생각이었는데 그만. 여러차례 내린 대통령 권고를 이 이상 거부할 수도 없고. 최고 사령관에 대한 명령 위반이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웬다이트, 난 자네가 바트완에 있는 자네 부하 전 장병들에게 내가 몇번이고 대통령 명령을 거부해오다가 만부득이 필리핀을 떠나게 됐다는 사실은 충분히 설명해주기 바라네.

- 물론 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 하... 오스트레일리아에 가면 난 가능한 한 많은 물자를 가지고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도록 하겠어.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멀리 바트완의 포성이 들려왔다. 웬다이트는 점점 줄어드는 탄약과 식량 단 두대밖에 남지 않은 P40전투기 전 병사들에게 퍼져가고 있는 말라리아와 이질 그리고 얼마 남지않은 의약품 따위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 웬다이트, 이건 내 선물이야. 내가 피우던 시가와 스웨빈 크림이네.

- 고맙습니다. 그럼 떠나시지요.


- 맥아더 장군은 뼈와 가죽만 남은 웬다이트의 손을 덥썩 잡았다.


- 그럼, 잘있게. 잘있게, 웬다이트. 내가 돌아올때까지 바트완을 지켜주게.

- 생명이 이 생명이 있는한 바트완에 있겠습니다. ...장군.

- 웬다이트, 난 돌아오겠네. 아이 쉘 리턴.


- 나는 돌아올 것이다.
아이 쉘 리턴.
나는 돌아올 것이다. 이 짤막한 한마디에는 맥아더 장군의 사려깊은 뜻이 내포돼있었다. 다시 말하면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맥아더 장군 본인의 소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의 뜻으로 꼭히 자기의 소원이 이루어지리라는 한마디의 말이었던 것이다. 또한 맥아더 장군이 떠날때 남긴 이 말은 전체 비일빈에 대한 약속이기도 했다. 나는 돌아올 것이다. 메아리처럼 전체 비일빈 사람들의 가슴속에 파고들어 밀림 속 오막살이에 까지 번져갔다. 전체 비일빈 국민들의 가슴속에 등부를 켰다. 모든 사람의 입술에 올랐다. 바닷가 모레위에 쓰여지고 흰 벽에 쓰여졌다. 어린이들은 경건한 기도속에 이 말을 속삭였다. 이 상징적인 한마디 말로 비일빈 전체 국민들은 불굴의 의지와 결속을 배웠다.
밤이 깊었다. 코레히톨 부두 일대에는 짙은 어두움이 덮여있다. 버클레이 대위가 지휘하는 PT41어뢰정 4척이 숨을 죽이고 부두 안벽에 기대있다. 코레히톨 요새는 이 부둣가에서 절벽위로 올려다 보였다. 일행 맥아더 장군의 부인과 아들 중국인 시종 그리고 참모장 사드렌드 장군을 비롯한 18명의 사령부 장승들은 말없이 어뢰정에 올랐다. 맥아더 장군만은 아직도 부두위에 남아 뒤를 돌아다보고 섰다. 언제나 자욱한 숲속에 가려있던 코레히톨 요새, 폭격과 포격으로 푸른 숲은 송두리째 자취를 감추고 부서진 검은 바윗덩어리만이 밤눈에도 역력히 보인다. 요새 꼭대기 톱사이드라 불리던 고대에서는 몇 문 안남은 중포가 아직도 밤하늘에 붉은 불을 뿜고 있다. 그 포격에 지휘관은 톱 뱅커 장군 맥아더 장군과는 사관학교 동기동창이다. 그때에 젊은 맥아더는 풋볼팀 메너지였고 뱅커는 그 팀의 풀백으로서 미국 제일의 선수라는 찬사를 받았던 것이다. 이윽고 맥아더 장군이 모자를 벗어 천천히 흔든다. 어둠속에 보일리가 없지만 주검과 파계 냄새가 짙게 풍기는 밤공기 속에 맥아더 장군은 옛 친구를 위해 모자를 흔들고 있다. 그때 어뢰정에 있던 어떤 젊은 장교들이 속삭였다.


- 장군이 이 탈출에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만큼 있을까?

- 글쎄 80%는 실패하지 않을까?


- 이윽고 장군도 어뢰정에 올랐다.


- 버클레이 군, 준비가 끝났으면 떠나게.


- 4척의 조그마한 어뢰정은 파도를 가르며 서서히 밤의 바다 위에 미끄러져 나갔다.


- JOAK 여기는 도쿄방송 입니다. 여러분이 기다리시는 JOAK 제로아워 도쿄로즈. 친애하는 미국의 젊은 병사 여러분 얼마나 수고가 많으세요. 여러분은 내일의 생명을 걸고 전선에 나가시죠. 오늘이 있고 내일을 모르는 여러분의 모습 마지막 선물로 이 방송을 들으실까요. 필리핀 전선에 계시는 미군 병사 여러분 그리고 비일빈 시민 여러분, 여러분이 어째서 그 처절한 경쟁속에 휩싸여 들어갔는지 아시겠어요. 여러분은 하루속히 사랑하는 이의 곁에 돌아가고 싶으시죠. 여러분을 그리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시겠어요? 그 사람이 바로 맥아더 장군이에요. 맥아더 장군을 여러분의 손으로 체포 하실까요. 체포한 여러분에게는 한번 상상해 보세요. 전대미문의 상이 안겨지게 되겠지요. 그리고 체포된 맥아더는 도쿄 궁성 앞 광장 모든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교수형에 처해질 것이에요. 궁성 앞 광장이라면 황실의 성이 있고 근외의 영병장을 볼 수 있는 곳이에요. 맥아더 장군은 머지않아 이 광장에서 처형될 것이에요. 그러면 비일빈 전선 미군병사 여러분, 비일빈 시민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JOAK 제로아워 도쿄로즈.

- 도쿄로즈의 모략 방송은 이미 이 때에 시작되고 있었다. 도쿄로즈가 1942년 이 암담한 시기에 맥아더 장군의 처형을 선전한 궁성 앞 광장, 이 광장과 맥아더 장군은 기묘한 인연이 있었다. 훨씬 뒷 얘기가 되지만 태평양 전쟁이 끝나 맥아더 장군이 연합국 최고 사령관으로서 일본에 왔을 때 일본을 점령한 전 연합군의 최초의 열병식을 올린 곳이 바로 이 궁성 앞 광장인 것이다.


- 어, 저 불 좀 보게.

- 봤어 나도.

- 담뱃불 좀 조심해 주십시오. 아니 담배는 절대 피우지 말아 주십시오.


- 4척의 어뢰정이 코레히톨 부두를 떠나 30분쯤 달렸을 무렵 해안선 가까이에 봉화가 울렸다. 봉화는 점점 그 수가 늘어갔다.
맥아더 장군이 탈출한다는 것을 일본군이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기미를 알아차릴 공사는 충분히 있었다. 도쿄로즈의 모략 방송 부터가 그렇다. 맥아더 장군이 코레히톨을 탈출할지 모른다는 것을 일본군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어뢰정은 길이가 70피트, 정의 양 측면은 가벼운 베니아 판자를 댔고, 엔진도 이제 모두 수명이 다한 것이었다. 그 위에 이 비일빈 해역 일대는 재영권은 물론 재해권까지 모두 일본군에게 뺏기고 있었다.
파도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시야도 나빠졌다. 일본 해군의 봉쇄선이 가까워진것을 알았다. 불안하고 긴장했다. 그때다.


- 순양함이다.


- 수평선 가까이 여러척 순양함의 윤곽이 어둠속에서도 뚜렷하게 보였다. 파멸을 가져올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 가판에 나와 숨을 죽이고 검은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 제1탄이 날아올 것을 기다렸다. 10초 20초 40초 60초.


- 우측 벼팀 40도.


- 끼익 끼익 끼익끼익 어뢰정은 날카로운 각도를 그리며 측면을 빗나간다.
어두움과 높은 파도가 조그마한 어뢰정을 감춰줬던 것이다.

(입력일 : 200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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