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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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53회 - 일본의 마닐라 상륙
제53회
일본의 마닐라 상륙
1968.01.05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일본 시민 여러분 여기는 미국의 소리 방송국 입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연합국 여러 나라와 특히 일본 시민 여러분에게 새롭고 정확한 뉴스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비일빈 바트완 전선에서 미국과 비일빈 연합군은 연일 대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일본 시민 여러분은 비일빈 바트완 전선 뉴스를 듣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트완 전선에서 일본군의 전세가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일본군이 연일 패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대번영은 일본 시민 여러분에게 바트완 전세가 불리하다는 것을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싱가폴은 여러분 일본군에게 함락 됐습니다. 자바도 여러분 일본군에게 점령 됐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연합군 비일빈이 방어하고 있는 바트완 전선에서 일본군은 지금 점멸의 일보직전에 있습니다. 바트완 전선은 연합군과 비일빈들의 희망이고 승리의 상징 입니다.


- 머저리 같은 자식들. 도데체 혼마는 뭘하는거야. 혼마! 어! 바보같은 자식. 마레이 야마시타나 자바 이마무라는 승승장구 진격해 가는데 비일빈의 혼마는 어떻게 됐다는 말이냐. 어? 어이, 참모장. 참모장 없나?

- 나갔습니다, 각하.

- 어딜 나갔단 말이냐.

- 모르겠습니다, 각하.

- 뭐야? 모두 그 모양이야. 참모본부까지 이 모양이란 말이야. 좋아, 스키타마.

- 네.

- 당장 명령을 내려. 야마시타 도모유키를 비일빈에 보내게. 혼마는 관동우로 쫓아보내.

- 네. 알았습니다.

- 아니, 안돼지. 안돼. 작전중에 혼마를 갈아 치울 수는 없지. 그래. 스키 장군, 취소 취소해.

- 네.

- 취소하고 참모장을 갈아. 참모장을.

- 네.

- 참모장을 말이야. 14군 참모장이 누구였지?

- 마에다 장군입니다, 각하.

- 그래. 마에다야. 머저리 같은 마에다를 말이야.

- 네.

- 와지하고 바꾸게. 와지. 알겠나?

- 와지다카지 소장 말씀 입니까?

- 맞았어. 와지다카지야. 와지를 말이야 비일빈 14군 참모장으로 보내게. 그대신 마에다는 참모본부로 돌아오라고 해.

- 알았습니다, 각하.

- 지금 곧 명령을 내려. 참모총장 내 명의로 말이야.

- 네. 지금 곧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 화가 머리 끝까지 솟구친 참모총장 스키야마는 마침내 비일빈 혼마 사령관의 참모장 마에다를 갈아 치우고 말았다. 한편 수상경 육상인 도조 히데키도 스기야마 못지않게 화가 났지만 스기야마의 위신을 생각해서 작전란에 직접 간섭하지는 않았다.
한편 비일빈 제14군 사령부에서도 긴급 참모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 음. 뭐냔 말이야. 이제 도쿄에서는 지금 초롱불 행렬을 하고 있다는데.

- 잘못 걸렸어. 괜히 비일빈에 왔단 말이야. 그런데 각하는 어떻게 된거야?

- 제가 가보고 오겠습니다.

- 그래. 빨리 나오시라고 해.

- 네.


- 부관 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 으흑흑...


- 섬세하지만 거구인 육군중장 혼마는 테이블 위에 흐느껴 울고 있었다. 그 옆 테일블 위에는 전보 한장이 놓여 있었다.

- 제14군 사령관 혼마 중장 귀하. 바트완 반도의 전황 진전이 없음에 대해 천황 폐하께서 심히 우려하고 있음. 이상, 육군 참모총장 육군 대장 스기야마 하지메.

- 으흑흑흑...


- 혼마가 우는것은 그 전보 한장 때문이었다. 천황 히로히도까지 걱정하고 있는데 혼마 너는 뭘 꾸물거리고 있느냐. 그것은 군인으로서는 할복자살에 마땅할 최대의 실책이고 지옥이었다.


- 각하,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 으흑...


- 잠시후 혼마도 참모 회의에 나타났다.


- 각하, 전황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바트완 반도 롱카소영에 상륙을 기도한 아군 스레루 연대는 조류 관계로 상륙지점을 훨씬 벗어나서 바로 적진지 앞에 표류했기 때문에 격전 하던중 아주 연락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전원 장렬하게 전사했을 것으로 추측 됩니다.

- 각하, 몇 시간 뒤 같은 지점에 표류한 히바키 대자 이하 일개연대도 점멸됐을 것이 예상 됩니다.

- 각하, 바트완 반도 나티브차 서쪽 정글 속에 진격해간 다케시 대자 이하 일개연대 병력도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정글 속에서 길을 잃고 아사하고 말았을 것으로 추측 됩니다.

- 각하, 같은 지역에 진격해간 요시오카 대자 이하 일개연대도 벌써 며칠째 소식이 없습니다. 역시 다케시 연대와 같은 운명을 밟지 않았는가 예상 됩니다.

- 각하, 다음 나라 병단 전황 입니다. 나라 병단은 노병 단장 나라 중단 각하께서 직접 진대해서 전 병력이 적진에 돌입해 갔습니다만 적의 맹렬한 포격으로 전 병력의 3분의 2이상 큰 손실을 당했습니다.


- 돌격! 돌격!


- 얼마 남지않은 전 병력의 돌격을 명했다. 이미 보급이 끊어져 며칠 씩 굶은 장병들은 비틀거리면서 정글 속을 진격 해갔다. 그들 머리위에 프리스톨과 바트완 연합군 진지의 거포와 기관총이 맹렬한 불을 뿜었다.


- 제14군 작전명령 제38호. 제14군 작전명령 제38호. 비일빈의 연합군 피난민은 전원 바트완 적진에서 추방하라. 마닐라시를 비롯해서 일본군이 점령지구에 수용돼있는 전 피난민은 남김없이 바트완 반도 적진지로 추방하라. 이상, 제14군 사령관 혼마 마사루.


- 바트완 반도에 이르는 여러 길목은 피난민들로 꽉 찼다. 각 수용소에 있던 비일빈 사람과 연합군 피난민들 그리고 전하를 피해 산속에 피신해있던 피난민들까지 그 대부분은 연약한 부녀자들과 노인들이다. 14군 사령관 혼마는 가장 비열하고 비인도적인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바트완 반도 연합군도 보급이 끊어져 겨우 연명하고 있었다. 그 바트완 반도에 또 수만명 피난민을 추방한 혼마의 속셈은 연합군이 그 피난민들에게로 식량을 나눠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피난민들의 전경을 그 당시 일본 보도관원들의 수기에서 추려보자.

- 피난민들은 모두 비틀거리면서 걷고 있다. 이고 지고 그러다가 길가에 쓰러지고 만다. 노인과 어린이들은 눈뜨고 볼 수 없을만치 야위고 말도 겨우 하는 정도였다. 이미 일주일 이상 아무것도 먹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거기다 대부분이 말라리아 같은 열대병에 걸려있다. 갓난아기들을 새파랗게 변색한 피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어머니 가슴팍에 매달려 있다. 아직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분간할 수 없고 젖은 이미 나오지 않은지 오래다.


- 빨리! ...


- 반항하는 피난민들에겐 사정없는 기총소사를 가했다.
한편 바트완 반도 연합군 장병들은 겨우 하루 한끼씩 지급받고 있었다. 걸어다니는 해골, 굶어 죽는다는 것은 시간상의 문제였다. 연합군 8만명에 일본군이 추방한 피난민 3만명의 식구가 더 늘었다. 혼마가 예상한대로 연합군은 이 피난민들에게도 식량을 나눠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바트완의 물소는 모두 도살되고 기병들과 수송용 말까지도 식용이 되고 말았다. 웬다이트 장군의 애마 조셉 콘다트도 이미 처분되고 없었다. 바트완 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악성인 말라리아가 번성하는 지역이다. 굶주린 병사들과 피난민은 또 차례로 말라리아와 이질 괴혈병 그 밖에 열대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러나 킨이내를 비롯한 의약품도 부족했다.

- 여기는 마닐라 방송국 입니다. 비일빈 국민 여러분 일본군은 여러분에게 매핍 생활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비일빈 국민 여러분 전쟁이 끝날때까지 여러분은 모든 불편과 괴로움을 참고 견디시기 바랍니다.

- 비일빈 아가씨 이아이는 일본군에 체포돼 마닐라 방송국에 나갔다. 방송 내용은 일본군의 지시대로 따랐지만 음악은 미국의 민요를 ..서 들려주었다. 그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민요들은 바트완 반도 병사들과 전체의 비일빈 사람들에게 지나간 즐겁던 생활을 그리자 하고 앞날의 희망과 꿈을 잃지 않게 했다.

(입력일 : 200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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