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1년 12월 17일 개전 9일째 되는 날. 혼마 마사루 중장 휘하 14군은 대만의 가카오 기륭만을 지나 항해하고 있었다. 수송선 76척 항공모함 순양함 등 해군함정 30여척 하늘에서는 제5비행기단 폭격기와 전투기가 이를 엄호했다. 100여척 배수송단을 거느리고 사령간에 의젓이 선 혼마 중장, 자못 의기양양 했다. 잠깐 여기서 혼마 마사루라는 인간을 설명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941년 11월 10일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기 한달 전 일이다. 육군중장 혼마 마사루는 참모총장 스키야마 대장 명령을 받고 총장실에 출두했다. 총장실에는 이미 야마시타와 이무라 두 총장이 앉아 있었다. 스키야마는 무슨 간단한 저녁식사에 초대라도 하듯이 대수롭지 않게 말문을 열었다.
- 어떤가, 혼마 군. 자네한텐 비일빈 방면을 맡기고 싶은데.
- 네? 무슨 말씀 이십니까.
- 아 다름이 아니라 혼마 군도 알다시피 이제 전쟁을 불가피 하지 않겠는가.
- 네?
- 아니 미국과 일전을 결한다는 것은 이제 어쩔 수 없는 기정 사실이란 말이오.
- 네.
- 그래 자네가 오기 전에 대충 얘기는 했네만 어 이 지도. 이 말레이 싱가폴 방면은 야마시타 군이 맡기로 하고 여기 화란령 인도방면 공략은 이마무라 군 그리고 혼마 군 자네는 여기야. 비일빈 방면 말이야. 비일빈 방면을 맡아야 겠는데.
- 네. 알았습니다, 각하.
- 그래 우리 참모본부 작전계획은 말이네.
- 네.
- 마닐라 공략이 초점이 되지 않겠는가.
- 네.
- 그 마닐라 공략은 작전행동을 개시했어. 50일 이내에 끝내도록 말이네.
- 네? 50일 안에요?
- 그렇다네. 참모본부 작전계획이야.
- 아니 잠깐, 50일이라니 마닐라 공략이 그렇게 간단합니까?
- 물론 상당수의 적공군 세력이 있을것은 예상하고 있지만 그건 우리 해군기가 먼저 때려버리기로 하고 말이네.
- 아니 각하, 그건 순서가 반대가 아닙니까. 먼저 적 세력이 얼마나 되는지 세밀하게 조사해 봐야 할게 아니겠습니까. 그런 다음에 공략을 하는데 며칠 걸리겠느냐 그건 제가 계획을 세워야 할겁니다. 적 세력이 분명치 않은데 50일이라 30일이라 하고 미리 계획을 말씀하시는 것은 순서가 반대란 말씀 입니다.
- 아니, 그 점은 걱정 말게. 군 참모장으로 마에다 소장을 보낼 생각이니까. 마에다 군이라면 그쪽 사정에 아주 밝고 또 최근 다무라 대자도 여러 방면으로 조사했어.
- 아 마에다 소장 말씀입니다만 각하, 마에다 소장은 대위 때의 지식이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대정시대에. 대정시대에 대위로 있을 때 비일빈 지식을 가지고서야 어디 지금 소화 16년 하곤 말도 안되지 않겠습니까.
- 음.
-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마닐라 공략같은 작전은 우리 육군은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해군은 그렇지도 않았습니다만 아무튼 적의 병력을 제 자신이 분명하게 파악하기 전에는 며칠 이내에 마닐라를 공략한다는 약속은 곤란 합니다.
- 곤란한 것은 자네 뿐이 아니오. 자네 혼자만 곤란한게 아니라 우리 전 일본이 지금 대국난을 겪고 있소.
- 죄송합니다. 그럼, 이 밖에 예비 병력을 더 주시겠습니까.
- 그런 여유는 없소. 자네는 이 임무에 불만이란 말인가?
- 아니, 임무의 불만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다만 50일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제 생각엔 그 기한이 모호하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 자네하고 지금 입씨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건 참모본부에서 연구한 결론이야.
- 각하.
- 마마마 혼마 군, 이제 아무튼 전력을 다해 해보는 도리밖에 없지 않겠는가. 뭐 그 밖엔 방법이 없을 것 같네.
- 혼마의 불만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혼마의 제 14군 편성은 말레이 싱가폴 방면 야마시타의 25군 보다 1개수단 병력이나 적었다. 그리고 또 화란령 인도 이마무라의 제16군 보다도 일개수단이나 적었다. 참모본부의 작전계획이 이런면에서 헛점을 드러냈던 것이다. 참모본부는 개전당시 미국과 영국의 전력을 엄밀하게 분석하지 못했던 것이다. 영국은 히틀러의 V2가 연일 런던에 맹폭을 가해 거의 절망 상태였다. 그런데 미국은 아직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있었다. 더욱이 비일빈은 맥아더 장군이 지키고 있는 곳이 아닌가. 그런 비일빈에 말레이나 화란령 인도보다 일개수단이나 적은 병력을 배치했던 것이다. 한편 육군중장 혼마 마사루는 어떤 인물인가. 사도 태생 아득한 일본의 외로운 섬 민요 사도 오케사로 유명한 그 사도 태생이다. 중학시절엔 문학청년 사관학교 육군대학에선 화란령 인도 사령관 이마무라 히토시의 다음 가는 수제, 오랜 외국주재의 무관을 지냈고 서구적인 교양이 몸에 베인 신사, 불가능을 불가능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합리주의자다. 그는 그의 탁월한 재능 서구적인 신사도 또 한가지 가정적인 어떤 불행때문에 일본군 군내에서 이채롭고 유명한 존재였다. 그가 런던에 주재하고 있는 동안 부인이 그를 배신하고 집을 나가 버렸다. 그는 이 첫사랑의 부인을 잊지 못했지만 부인은 영영 떠나가고 말았다. 그뿐 아니라 부인이 요구하는 위자료까지 깨끗이 주어서 떠나 보냈다. 그가 참모총장 스키야마에 따지다시피 한 것도 합리주의적인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얘기는 다시 1941년 12월 17일로 되돌아 온다. 혼마 중장은 지금 대선단을 인솔하고 대만, 가카오, 기륭만을 출항한 것이다. 명석한 두뇌에 낭만적 기질이 몸에 베인 혼마 중장.
- 바다에 봉황새, 육지엔 독수리, 은익을 번쩍이면서 날으는가 남극의 푸른 하늘에 니콜라스, 닐슨, 크라크 필드 쳐들어 갈 때에.
- `비일빈 파견군의 노래` 라는 것이다. 혼마는 이 가사를 지어 이하 장병들에게 부르게 했다. 군사령관 자신이 군가를 짓는다는 것이 일본군으로서는 전래가 없는 일이고, 그런 .. 혼마는 분명 이채로운 존재였다. 그런 혼마도 맥아더 장군이 일찍이 지적한 그 일본인의 사고방식에서 한발짝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맥아더 장군은 그 경탄할만한 통찰력과 판단으로써 일본인은 완고하고 융통성 없고 한번 결정한 작전을 절대 변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호머 리의 그 놀라운 예언대로 일본군이 침략해오리란 것도 의심치 않았다. 30여년 전 호머 리는 우자의 용지에서 일본군이 비일빈을 공격할 때 견고한 요새지를 피해 인적이 드문 링가엔 만이나 포리오 만에 상륙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이다. 맥아더 장군은 일본군의 상륙이 예상되는 지점에 이미 병력배치를 끝내고 있었다.
- 제1군 웬다이트 장군. 제1군 웬다이트 장군. 일본군 대선단 접근하고 있음. 일본군 대선단 접근하고 있음. 일본군 링가엔 만에 상륙이 예상 됨. 1군은 일본군을 상륙지점에서 격파할 것을 명령 함. 이상 사령관 맥아더.
- 제3군 비일빈 군단. 제 3군 비일빈 군단. 일본군 대선단 접근하고 있음. 일본군 대선단 접근하고 있음. 일본군은 통부면 라먼 만에 상륙할 것이 예상 됨. 제3군은 일본군을 상륙지점에서 격파할 것을 명령 함. 이상 사령관 맥아더.
- 드디어 12월 22일 02시, 일본군 수력부대는 링가엔 만과 라먼 만에 쇄도했다. 그것은 호머 리의 예언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코스다. 그리고 맥아더 장군이 예상한 코스다. 해안선 일대의 진지에서는 불을 뿜기 시작했다. 웬다이트 장군 휘하 미국 비일빈 ... 화고 2미터 3단 4단 높이 치는 풍랑 속. ..에 옮겨 타는 일본군 머리 위에 중 기관총과 드럼통 같은 거포가 사정없이 작열했다. 뒤집히는 발동선, 해안선 일대에 기어오르는 일본군, 무너진 제1판, 뒤를 따라 제2판, 쌓이고 쌓이는 시체들.
- 함성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다. 전진! 전진! 돌격이다! 돌격! 돌격이다! 돌격! 돌격이다!
- 제2군 폰스 장군에게 명령. 제2군 폰스 장군에게 명령. 제2군 상륙지점을 포기하고 마닐라 경유 마타간에 퇴각하라. 제2군 상륙지점을 포기하고 마닐라 경유 마타간에 퇴각하라. 제1군 웬다이트 장군에 명령. 제1군 웬다이트 장군에 명령. 제1군은 링가엔 만 상륙지점을 사수하라. 제1군은 링가엔 만 상륙지점을 사수하라. 이상, 사령관 맥아더.
(입력일 : 200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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