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45회 - 싱가폴 함락
제45회
싱가폴 함락
1967.12.27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1942년 2월 15일 오후 2시.


- 아하.

- 아! 각하, 항복 입니다. 적이 백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 뭣? 백기를 들고?

- 그렇습니다, 각하. 백기 입니다. 백기. 지금 부키데마 가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국군은 스키 선역 입니다.

- 아니, 파시발이 나타났단 말인가?

- 아 아닙니다. 각하, 파시발은 안오고 영국군 참모장 뉴비킬 중장과 제3분 참모 와일드 소령 그리고 영국 총독부 서기관 한 사람이 따라왔습니다.

- 음. 틀림 없는가? 속는것이 아닌가, 스키타 군.

- 틀림 없습니다. 지금 각하께 파시발이 보내는 메세지를 전해달라고 합니다.

- 메세지라? 항복 문서겠지. 스키타 군, 빨리 받아가지고 오게.

- 네.

- 아아 그리고 부키데마 가도 어디란 말인가?

- 우리 제5사단 스키가 부대가 진출해있는 전방 입니다. 지금 스키요로부대 사병들이 영국군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 알았어. 영국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고해. 그리고 스키타 군, 빨리 돌아오라.

- 네. 지금 곧 가겠습니다.


- 일본제국 군사령관 각하. 1942년 2월 15일 싱가폴에서.
1. 1942년 2월 10일부 각하의 메세지에 대해 회신할 영광을 가지는 바임.
2. 여기 본관은 각하에 대해서 싱가폴 제임 전투원들의 이익을 위해 아 육해군은 본일 오후 2시를 기해 전투 행렬의 중지를 제한하는 영광을 가지는 바임.
3. 싱가폴 범내에 거주하는 시민들 및 연약한 부녀자들은 적당한 대우로써 처리되도록 각하의 명령을 요청하는 영광을 가지는 바임.
4. 전투행렬 중지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협의하기 위한 싱가폴 총독의 요청이 있었음. 그것은 싱가폴시 청사에서 각하가 지정하는 임의의 시각에 영국, 일본국 쌍방 대표회합을 개최 하자는 것임. 그리고 회합 종료시까지는 쌍방 공익 군대를 이동시키지 말아야 할 것임. 이상 말레이 방면 영국군 사령관 육군중장 파시발.

- 에이, 불손하다. 나보고 싱가폴 시청까지 오란 말이지.

- 그렇습니다, 각하.

- 음. 스키타 군, 곧 문안을 작성할.

- 네.

- 파시발을 오라고해. 금 2월 15일 18시까지.

- 네.

- 필요한 수행원을 거닐고서 군사 파견위치 즉 부키데마 가도 말이야. 군사 파견위치에 까지 와서 일본군 사령관을 ..하라는 조항을 강조해서 작성하라.

- 네.

- 스치 군과 같이 지체없이 작성 하도록.

- 네. 알았습니다, 각하.


- 영 제국 군 사령관 각하, 일본군 사령관은 귀 영국군의 항복을 수리할 영광을 가지는 바임. 본관은 각하가 다음 여러 조건을 처리함과 동시에 금 2월 15일 6시까지 소예의 수행원을 거느리고 앞서 군사파견 위치 즉 부키데마 가도에 이르러 본관과 회견할 것을 요청하는 영광을 가지는 바임.
1. 전 전선에 걸쳐 즉시 항전을 중지하고 무장을 해지할 것.
2. 행정 및 제반 경제기구는 잠시 현상을 유지할 것이며 각각 현 업무를 계속하고 본관의 요구에 따라서 점차적으로 일본군에게 양도할 것.
3. 함정, 항공기, 차량, 무기, 탄약, 양식, 연료, 자제, 기타 일체 군용도지, 건물, 교통, 통신, 항만, 시설, 비행장 및 지도서류 등을 훼손 파괴 또는 인멸함을 불가함. 기타 일본군에게 유해하다고 인정되는 어떠한 행위도 이를 절대 금해야 할 것임.
4. 일본군과의 충돌은 적극 회피하고 이에대해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임. 만약 국지적 전투가 야기 됐을 때는 즉시 이를 정지시켜야 할 것임.
5. 아메리카인, 화란인, 중경 즉 중국인 즉시 감금하고 일본군의 보호 아래 두어야 할 것임.
6. 현재 감금중인 일본인은 즉시 일본군에게 송환해야 할 것임.
7. 좌기 위원장 및 위원을 임명해서 일본측 지시 요구에 즉시 응하도록 해야 할 것임. 주석, 위원장, 육해공 각 위원, 경제, 행정, 위생, 포로, 연락 각 위원. 이상. 일본군 사령관 육군중장 야마시타 도모유키.


- 이윽고 오후 6시 40분, 백기와 영국기를 단 드럼차가 부키데마 가도를 거쳐 회담장소로 지정된 포드 자동차 공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일본군 참모 스키타 중자는 파시발 장군 옆에 앉아 서투른 영어로 자기소개를 한 다음 얘기를 시작했다.


- 각하, 우리는 2개월 동안이나 싸웠습니다. 이제 전쟁이 끝장 나겠지만 나는 각하 이하 전 영국군 장병들의 전투를 찬양 합니다.


- 파시발 장군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전 생애를 통해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다. 포드 자동차 공장은 격전지 부키데마 고지 북방 2킬로 지점 나즈막한 산허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키가 크고 깡마른 파시발 장군을 선두로 참모 일행을 회견 장소에 들어간다. 아무 장치도 없는 큰 방 한 가운데에 설계용 큼지막한 테이블이 하나 그 뒤에 나무의자가 놓여있다. 자리에 앉은 파시발 장군은 잠시 방안을 휙 둘러본다. 벽에는 포탄이 뚫고 나간 큼지막한 구멍이 있다. 그 구멍 너머 이그러진 철모 한 개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고, 그 위를 열대의 뜨거운 저녁 해가 강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윽고 비대한 야마시타가 참모들을 거느리고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들어온다. 통역을 맡은 육군 보도반원이 일어서서 쌍방 대표들을 한 사람씩 소개한다. 손을 뻗쳐 악수를 한다. 성급한 야마시타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아, 듣기 간단하게 대답해 주시기 바라오. 본관은 귀군에게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고 있소.

- 알겠소.

- 일본군 포로는 얼마나 있소?

- 한 사람도 없소.

- 일본 민간인은?

- 민간인은 모두 인도에 보냈소. 신병보호는 모두 인도 정부에서 할 것이오.

- 그럼, 항복할 의사가 있는가 없는가 그것부터 듣고 싶소.

- 난 일본군과 정전협정을 맺기 위해 온 것이오.

- 아니, 정전이 아니오. 영국군이 전면적으로 항복 하는가 안하는가 그것을 묻고 있소.

- 정전의 시간적 문제는 내일까지 보류해 주기 바라오. 지금 즉시로서는 영국군 전군에 시달할 수가 없소.

- 노! 난 정전의 조건같은 것을 듣고 싶지는 않소. 아군이 제시한 항복 조건을 무조건 승낙 하느냐 안하느냐 안하면 나는 오늘 저녁 싱가폴 전 시에 야습을 감행 하겠소.

- 그럼, 오후 11시 30분까지 기다려줄 수 없겠소?

- 11시 30분, 그럼 그 시간까지 일본군은 야습을 하겠소.

- 그럼, 일본군 전투 중지는 몇 시오?

- 10시. 10시를 기해 일체 발포를 중지 하겠소.

- 좋소. 그 시간에 우리 영국군도 전투를 중지하고 무장해제를 하겠소. 단, 1000명 만은 싱가폴시 전역의 치안 유지를 위해서 남겨둘 것을 요구하오.

- 좋소. 그 조건에 동의하오. 그러나 귀하는 아직 항복 그 자체에 대해서 명백한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소. 항복 조건에 무조건 동의 하느냐 안하느냐 예스냐 노냐 그것을 듣고 싶소. 예스냐 노냐 그것만 대답 하시오. 예스냐 노냐!

- 예스.

- 좋소.

- 한 가지 묻고 싶소. 일본군은 싱가포르에 일반 시민과 부녀자들의 안전을 보장 하겠소?

- 물론이오. 영국군이 항복 조건을 이행하는 한 말이오.

- 또 한 가지, 일본군 입성은 오늘 저녁엔 보류하고 내일로 미룰 수는 없겠소? 전투 부대를 오늘밤 입성 시키면 혼란이 일어날 것이오.

- 좋소. 오늘밤엔 입성 시키지 않겠소. 그럼, 이 문서에 싸인 하시오.


- 지금 여러분이 들으신 방송은 그 당시 피시발 장군과 야마시타 장군의 극적 회견을 녹음한 실황 입니다. 당시 싱가폴에서 항복한 파시발 장군은 군인으로서는 불행 했습니다만 300만 싱가폴 시민의 생명의 안전을 위한 조치는 현명했다고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42년 2월 15일 오후 7시 50분, 파시발 장군이 항복문서에 싸인을 끝낸 시간이다. 모두 퇴장한 뒤 회견실 테이블 위에는 보잘것 없는 잉크병 하나와 연필 한 자루 펜 한 자루가 남아 있었다. 펜과 잉크, 한 자루의 펜으로 싸인 하면 끝나는 일에 몇 천 몇 백만의 고귀한 생명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테이블 위에 서서히 저녁 어두움이 깔리기 시작했다. 잠시후 싱가폴 함락의 뉴스는 세계 각 국으로 방송됐다.

(입력일 : 2008.03.03)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