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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44회 - 일본의 싱가폴 공격
제44회
일본의 싱가폴 공격
1967.12.26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1942년 2월 15일, 이날 새벽 싱가폴 영국군 사령관 파시발 중장은 숙소인 라볼스 호텔 소파에 깊숙히 앉아 있었다. 멀리 일본군이 쉴 사이 없이 쏘아대는 포성이 은은히 온다. 장군은 암담했다.

- 여보세요.

- 각하, 긴급히 보고 합니다. 일본군이 메트리지 저수지를 점령 했습니다.

- 저수지를?

- 지난 밤 입니다. 밤새 저수지 일대를 포격한 다음 보병부대가 저수지를 포위 했습니다. 우리 수병들은 ...되고, 말레이인 저수지 종업원들도 모두 사살 됐습니다. 그래 지금 싱가폴 전역에 수돗물이 안나오고 있습니다.

- 알았소. 곧 나가겠소.


- 이윽고 파시발 장군은 사령부에 나타났다.

- 각하, 싱가폴 전 시가가 일본군 포격 사정거리 내에 들었습니다.

- 아니, 수돗물은 어떻게 됐소?

- 모든 수도 시설이 파괴 됐습니다. 음료수도 앞으로 24시간 밖에 지탱할 수가 없습니다.

- 각하, 인도군과 호주군 혼성부대가 수비하던 게런구스다이(?)가 점령 당했습니다. 생존자들은 거의 적군에 투항하고 말았습니다.

- 각하, 부키데마 저항선 제1고지, 제2고지를 점령 당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제3고지 보스루반전 고지 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특히 제2고지를 방어하던 계승연대는 끝까지 항전하던 끝에 극소수 생존자들이 일본군에 투항 했습니다. 그리고 계승연대는 장렬하게 전사 했습니다.

- 각하, 요새지에서...

- 잠깐, 참모장.

- 네.

- 연합군 총사령부 연락은 어떻게 됐소?

- 네. 오늘 05시 웨벨 각하께서 직접 보내신 명령 밖에는 아직 아무 연락도 없습니다.

- 음. 계속 하시오. 다음.

- 네. 중포부대에서 들어온 보고 입니다만 앞으로 사격할 탄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포탄을 소비하면 앞으로 2~3시간 밖에 지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쟝기요새와 세르다요새에서 들어온 해군측의 보곤데요. 거기도 탄환이...

- 아, 각하. 왔습니다. 연합군 총사령부에서 회신이 왔습니다.


- 싱가폴 방면 영국군 사령관. 싱가폴 방면 영국군 사령관 파시발 중장. 귀관은 적에게 최대한의 타격을 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전투를 계속하라. 휘하도는 시가전을 장비하라. 적을 싱가폴에 오래 머물러있게 하고 적에게 최대한의 손해를 줘야 한다. 귀관 이하 전 장병의 용감성에 기대한다. 인내의 극한까지 싸우라. 이상. 서남 태평양 영국군 총사령관 육군대장 카시볼드 웨벨.


- 일본군의 무차별 포격과 폭격으로 싱가폴 시 일대에 화재가 발생했다. 증유탱크는 쉴 사이 없이 검은 연기를 뿜고 있었다.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는 불기둥과 검은연기 그 사이를 일본군 전투기들은 교묘하게 누비고 다니며 폭격을 가했다.


- 빨리 움직여. 움직여라.

- 물이요 물. 물을 줘요.

- 물을 내놔. 물을 내. 물탱크가 어딨냐. 물탱크. 물탱크.

- 물! 물!


- 기갈을 참을 수 없는 시민들은 마침내 물을 찾는 폭도로 변했다. 큰 공장이나 관청 저수탱크는 모조리 부서지고 거리에는 물통을 든 시민들이 미칠듯이 날뛰었다. 물난리가 가장 심각한 곳은 병원 이었다. 시시각각으로 늘어나는 부상자들 그러나 수술에 필요한 물이 없었다. 수술용 매스 조차 손 씻는 물에 같이 소독하는 형편 이었다. 한편 물난리 못지않게 식량 수급 또한 절박했다. 굼주린 시민들은 때를지어 쌀가게로 쇄도 했다. 모든 식료품 가게는 모조리 문이 부서지고 주인들은 도망치고 말았다.


- 서남 태평양 영국군 총사령관. 서남 태평양 영국군 총사령관 각하. 선 전선에 걸쳐 연방군의 피해 심대함. 특히 무기의 손실로 말미암아 투항하는 자 있음은 주목할 사실임. 이후 전투는 더욱 고전이 예상됨. 이상 싱가폴 방면 영국군 사령관 육군중장 파시발.

- 싱가폴 방면 영국군 사령관 파시발 중장 귀하. 귀관은 귀관이 적에게 타징을 줄 입장에 처해 있음을 다시금 명기하기 바람. 귀관과 휘하 전 장병은 육체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 전투를 계속해야 할 것임. 이로 말미암아 얻어지는 시간과 적에게 주는 타격은 이 위기에 있어서 중대한 뜻을 가지는 것임. 귀관과 휘하 용맹한 장병들의 영웅적인 군저를 바람. 조국 대영제국이 귀관과 귀관의 장병들에게 부여하는 신성한 의무임. 이상. 서남 태평양 영국군 총사령관 육군대장 카시볼드 웨벨.


- 오후 4시, 파시발 장군은 다시 웨벨 대장에게 암호 전보를 쳤다.


- 서남 태평양 영국군 총사령관. 서남 태평양 영국군 총사령관 각하. 사태는 지극히 긴박함. 적의 공격 보다는 음료수, 가솔린, 식량 실질적으로 상실 당했다. 더욱이 탄환의 서문이 극한에 이르렀음. 따라서 이 이상 전투 계속은 불가능함. 전 장병은 대영제국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확신하는 바임. 이제 각하의 지시를 기다림. 이상. 싱가폴 방면 영국군 사령관 육군중장 파시발.

- 싱가폴 방면 영국군 사령관 파시발 중장 귀하. 귀관의 영웅적인 분전에 경의를 표함. 귀관이 더이상 전투가 불가능 하다고 판단할 때는 본관은 귀관에 저항중지의 자유를 부여함. 이때 같이있는 무기, 장비, 수송시설을 일채 파괴해야 할 것임. 또한 전투의 최종적 중지 이전에 더욱 항전을 결의한 때 또는 전선에서 이탈을 희망하는 집단이나 개인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그 기회를 줘야 할 것임. 그리고 그들에게는 무장을 인정하기 바람. 귀관의 의향을 지체없이 알리기 바람. 어떤 사태에 처해 있어도 본관은 귀관과 귀관의 장병들에게 대해 과거 수일반의 영웅적인 용전을 찬양하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바임. 이상. 카시볼드 웨벨.


- 장군 파시발은 그의 전 생애를 통해 가장 괴로운 순간이었다. 문득, 멀리 고국 런던에 있는 귀여운 딸 마졸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침 마졸리의 편지를 받았던 것이다.

- 사랑하는 파파. 파파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겠어요? 오늘이 제 생일이에요. 저도 이제 스무살이라나요? 파파가 제 곁에 없는것이 조금 서운하지만 참겠어요. 그대신 제 친구들이 많이 와서 축하해 줄거에요. 파파, 제 생일선물 뭘 보내 주시죠? 그럼, 파파 안녕히. 파파가 가장 사랑하는 마졸리. 스무살의 생일에 마졸리 올림.


- ....백기를 올려주게.


- 거의 같은 시각 야마시타의 25군 사령부.

- 스치 군. 스치 군은 따라올것 없소. 차만 준비 시키게.

- 각하, 그만 두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그만둬? 아니 왜 그만두라는거지?

- 시간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 각 연대에 최후의 돌격 시각이 임박 했습니다. 사단장 이하 전열을 각오하고 돌입할 생각 입니다. 근데 지금 각하가 나가 보십시요. 각하께서 돌격을 제촉하러 나오신줄 알고 모두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겠습니까. 그럼 희생자도 더 많이 날 것입니다.

- 아니야, 스치 군. 자네는 모르네. 자네는 내 마음을 모른단 말이야. 사단장 이하 연대장들 사상자도 많이 나겠지. 오늘 저녁이 마지막일지 몰라. 그러니까 그 전에 한번 손이라도....음.

- 각하, 백기 입니다. 백기 올라왔습니다.

- 아니, 뭐라고?

- 백깁니다. 백기. 얼른 나와 보십시오. 백기가 올라왔습니다.

- 어디야? 응? 어디?

- 말레이 방송국 옥상 입니다. 새하얀 백기 입니다.

- 오...

- 각하, 마침내 마침내 파스바루가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각하.

- 아니야, 스치 군. 속으면 안돼. 스치 군, 속으면 안된단 말이야. 명령이 있을때까지 포격을 계속 하라고 각 부대에 전달하게. 아니, 더욱 전 화력을 집중 하라고 해. 명대장.

- 네. 전 화력을 더욱 집중하라고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입력일 : 200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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