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43회 - 일본의 싱가폴 공격
제43회
일본의 싱가폴 공격
1967.12.25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1942년 2월 12일 오후 3시, 일본군이 싱가폴 일각에 돌입해서 이틀째 되는 날. AP통신의 영국인 기자 맥 다니엘은 빗발치듯 퍼붓는 탄환속을 무릅쓰고 카세이빌로 달려갔다.


- 아니, 이거 어떻게 된일이오, 검열관?

- 아, 맥 다니엘 왔나? 모두 어디 갔어?

- 내가 아나?

- 아니 검열관은 뭐하는 거요?

- 보면 모르나? 짐을 꾸린다네, 짐을.

- 그럼, 내 기사 검열은 누가 한단 말이오?

- 검열이라. 하하하. 마음대로 쓰게. 마음대로.

- 여보오 검열관! 그걸 말이라고 하슈? 당신 검열필이란 도장을 찍어줘야 내 기사를 발송할거 아니오?

- 아, 도장 말이지? 이리 내게.

- 아니, 지금부터 써야한단 말이오. 음.

- 아 그럼 뭘 그러나. 쓰지도 않구서.

- 나중 검열필 도장말 찍어달란 말이오.

- 이런 딱한 사람 봤나. 난 기다릴 수 없단 말이오.

- 음.

- 오! 그렇지. 방법이 있네. 그 백지 이리 주게.

- 어? 아니 뭘하는 거요?

- 보면 모르나? 검열 끝났네. 이 백지에 마음대로 쓰게. 모든지 쓰고싶은 대로 말이야. 검열은 이미 끝났으니까. 그럼 난 이만 실례 하네.


- 맥 다니엘은 다시 포탄이 빗발치는 거리에 뛰어 나왔다. 일본군의 무차별 폭격과 포격으로 많은 건물이 부서지고 수 많은 사상자를 냈다. 영국인, 중국인, 말라야인 모두 한데 어울려서 파괴 된 건물 속에서 사상자를 끄집어내고 있었다.


- 자, 내 피요. 내피. 나도 피를 바치겠소. 얼른 내 피를 뽑아 주시오.

- 나두요. 얼른 내 피를 뽑아 저 부상자를 살려 주세요.


- 중국인, 영국인, 말라야인, 학생, 차부, 노동자 심지어 술집 아가씨들까지 병원에 쇄도해서 피를 바치겠다고 했다. 국적과 민족을 초워해서 모두 침략자 일본군에게 대항하고 나섰던 것이다.
맥 다니엘이 간신히 기사 송부를 끝내고 거리에 나왔을 때다.


- 어. 맥 다니엘 날 도와줘요. 잘 만났어요, 맥 다니엘.

- 아니, 톨리스 어떻게 된 일이야?

- 맥 다니엘, 날 도와줘요. 배를 놓쳤어.

- 아니, 하늘의 ....은 어딜갔지?

- 먼저 갔어요. 자기 혼자만 배를 타고 철수했단 말이에요. 아 글쎄 이러는 법이 어딨어요.

- 그렇지만 톨리스 너 까지 떠날 필요는 없잖아. 넌 중국인인데 뭘 그래.

- 아이 안되지요. 지금 일본군들은 닥치는대로 막 쏴 죽이고 있는걸요?


- 그들은 부두로 달려갔다. 부두에는 수 만명의 시민과 군인들로 대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배는 보트와 소형선박 밖에 없었다. 소총 탄환만 맞아도 침몰 될것만 같았다.
맥 다니엘과 톨리스가 어쩔 줄을 모르고 있을 때 영국 해군의 스틸 대령을 만났다. 스틸 대령은 공보담당 장교 맥 다니엘과 친한 사이였으나 스틸 대령은 해군의 기뢰 부선함(?) 쿰2호라면 비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렸다.


- 함장, 우리도 태워 주시오. 두 사람 뿐이에요.

- 저 부탁 이에요. 배를 놓치고 말았어요, 네?

- 마음대로 하시오. 타든 말든 그렇지만 배는 움직일 수 없소.

- 아니!

- 아니! 왜 움직일 수 없단 말이오?

- 석탄이 없는 걸요?


- 맥 다니엘이 석탄이 쌓여있는 부두를 알려줬다. 쿰2호는 곧 그곳으로 가서 석탄을 실었다.


- 자, 함장 이제 떠납시다.

- 어, 아직 떠날수 없어요. 정식 출항 명령이 없단 말이오.

- 아 이판에 출항 명령이 어쨌다는 거요? 자, 떠납시다.

- 여보시오, 그건 당신 생각이구. 난 명령 없이는 한 발짝도 이 부두에서 떠날 수 없단 말이오.

- 그럼, 좋소. 내가 함대 사령부에 가서 출항 명령을 받아가지고 오겠소.


- 맥 다니엘과 톨리스는 부두에 버려져있는 차를 몰아 싱가폴 시내로 되돌아 왔다. 맥 다니엘은 집에 들러 도이치 포도주 한 병과 카메라 한 대 그리고 비스켓 약간을 백 속에 집어 넣었다. 다시 함대 사령부로 달려 갔다. 모두 기밀 서류를 소각 하며 철수 준비에 눈코 뜰새가 없었다.


- 아니 어떻게 됐소, 신문기자.

- 빨리 떠납시다, 함장. 꾸물거릴 때가 아니야.

- 아니, 출항 명령 어떻게 됐냔 말이오.

- 출항 명령이고 뭐고 지금 기밀 서류를 태우느라고 모두 재정신이 아니야! 이 따위 고물 함정 같은거 꿈에도 생각 안해. 자, 떠나시오. 빨리!

- 그렇지만 난 떠날 수 없어요. 정식 출항 명령 받기 전엔 기다릴 수 밖에.

- 뭣이? 기다린다고? 명령을 내릴 사람이 없단 말이야, 함장!

- 이 봐, 신문기자. 왜 고함이야? 난 명령에 움직이는 사람이야. 어이, 통신병.

- 네.

- 다시 사령부에 연락 해 봐. 빨리!

- 네.
싱가폴 함대 사령부. 싱가폴 함대 사령부. 여기는 쿰2호. 여기는 쿰2호. 싱가폴 함대 사령부. 안됩니다, 함장님.

- 될 때까지 하란 말이야, 통신병. 알았나?

- 네.
싱가폴 함대 사령부. 싱가폴 함대 사령부. 여기는 쿰2호. 싱가폴 함대 사령부.

- 쿰2호. 쿰2호. 쿰2호. 싱가폴 방면 함대 사령관은 이미 철수 했음. 싱가폴 방면 함대 사령관은 이미 철수 했음. 이상.

- 이봐, 함장. 그래도 못 떠나겠어?

- 못 떠나요. 정식 명령이 없는한 확인해 보기 전에는.

- 함장, 너무하지 않소.

- 함장, 명령을 내릴 사람이 없단 말이야.

- 야! 빨리 떠나. 지금 당장이라도...

- 좋소! 그렇다면 떠나겠소. 그렇지만 이 책임은 내가 질 수 없소.


- 하룻밤이 지나갔다. 2월 13일 쿰2호 전면 아데키 스마트라의 선 그림지가 보였다. 갑자기 머리위에 일본기 편대가 나타났다. 낡아빠진 쿰2호의 속력은 겨우 10노트, 미친듯이 S자 운항을 하며 폭탄을 피했다. 일본기대는 쏜살같이 줄이어 쏟아져 내려왔다. 한발 또 한발 그중 한발은 기관실에 정통으로 떨어져 내렸다. 삽시간에 쿰2호 갑판은 불바다로 변했다. 마침내 쿰2호는 폭음과 전복되고 말았다. 붉게 녹슬은 큰 선복을 그대로 드러냈던 것이다.
일본기들은 바다 위에 떠있는 승객들에게 맹렬한 기총소사를 가했다.
죽음의 벽, 죽음의 새하얀 벽, 부키데마 고지 격전은 사흘 째 접어들었다. 저 죽음의 벽을 무너 뜨리라. 야마시타의 피 맺힌 절규도 소용이 없었다. 영국군의 25센치 30센치 거포들의 포격은 말할 수 없이 정확했다. 부키데마로 향하는 일본군의 시체는 쌓이고 쌓이고 또 쌓였다. 한때 야마시타 휘하 참모들은 야마시타에게 부키데마 고지에서 후퇴할 것을 진언했다. 그런데 야마시타는 참모들의 의견을 듣자 도리어 총 공격을 명했던 것이다. 몇 차례의 결사대를 보냈지만 모두 전멸하고 말았던 것이다.


- 각하, 부다구치 장군께서 왔습니다.

- 오, 장군.

- 안녕하시오, 사령관 각하. 하하하.

- 잘 왔소. 잘 왔소. 자, 않으시오.

- 하하하. 사령관 그 넙적한 얼굴을 보고싶어 왔소.

- 고맙소. 부다구치 장군, 같은 전선에 있으면서도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구려. 자, 우선 한 잔.

- 오! 위스키. 어디서 났소. 귀한게 있구려. 음?

- 바시마루가 나한테 선물을 보내주지 않았겠소?

- 선물이라니. 어. 어디 영군 포로들이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구만?

- 맞았어. 바로 맞았단 말이오. 자, 우선 한 잔.

- 고맙소, 사령관. 사령관, 술은 싱가폴을 함락 시킬 때 까지 사령관께 맡겨 두겠소. 오늘밤엔 사단 전 병력이 부키데마 고지에 돌입 하겠소.

- 그래. 그 전에 사령관 얼굴 한 번 보고 싶었던 거요.

- 음. 고맙소. 장군, 건투를 빌겠소.

- 스키 군!

- 네.

- 명령. 메트리지 저수지를 점령하라. 보병이 먼저 포육을 가한다음 보병부대와 해군 메트리지 저수지를 점령 싱가폴 전역 수돗물을 끊어 버려라.

- 네. 메트리지 저수지를 점령하고 수돗물을 끊도록 명령 하겠습니다.

(입력일 : 2008.02.25)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