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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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40회 - 말레이 공격작전
제40회
말레이 공격작전
1967.12.21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차렷! 오늘 밤 너희들을 지휘 할 시마다 전차 대장이다. 너희들이 결사대에 자원한 그 충성과 용맹을 지금 전군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내 부하 전차병들도 세계에서 제일 가는 전차병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있다. 너희들 보병과 공병과 전차대가 일치단결 해서 전진 한다면 아무도 막을 자가 없다고 확신하는 바이다. 적진 돌파라는 것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병과 공병은 총에 착금을 하고 전차 뒤를 따라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전면의 적은 전차가 사격할 것이다. 그러니까 보병과 공병은 전차 가까이 육박해 오는 적을 사살하면 그만이다. 전차에서 떨어지지 말라. 전차는 절대로 중지하지 않는다. 전진 하면서 사격한다. 알았나.

- 네.


- 중부 마레이 지방, 빼락군 슬림에 영국 인도 혼성군 진지를 멀찌감치 전망하는 언덕, 시마다 전차대장은 결사대에 선발된 장병들을 앞에 세우고 일장 훈시를 했다. 멀릴 슬림 진지는 어두움이 서서히 깔리고 있었다. 낮 사이 열대의 강렬한 태양에 반짝이던 견고한 철조망도 콘크리트 기둥도 지금은 엷은 어둠속에 흡사 스모커 처럼 아련하다. 총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사람 그림자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저렇게 조용할 수가 있을까. 불과 몇 시간 뒤면 철과 철이 엇 부딪치고 칼과 살이 부딪칠 처절한 죽음의 격전장으로 변할 진지가 지금은 어둠속에 조용히 소리도 없이 숨을 죽이고 있다. 결사대에 선발된 일본군 병사들은 넋을 잃고 먼 진지만을 바라보고 서 있다.

- 차렷! 지금부터 명령을 화단한다.
1 적 진지 상황은 지금 보는 바와 같다. 결사대는 신속히 적 진지를 강행 돌파 진격한다. 보병 주력부대는 명일 미명 본 결사대를 추적해 온다.
2 결사대는 본 6일 야간을 기해 적진을 급습 돌파한 다음 지체없이 적 후방까지 진출해서 적의 퇴로를 차단한다. 전차에는 오구마 보명 중대와 오시마 공병 소대가 동행한다.
3 전차대의 돌파 대형은 다음과 같다. 선두에 본부 다음 사토우 소대, 마쓰다 소대, 니오 소대 각 전차간 거리는 10 미터 각 차에는 보병과 공병이 따른다. 이상. 알았나?

- 네.

- 다음, 공병대 오시마 소위.

- 네.

- 오시마 소위 이하 공병대 임무를 지시한다.

- 네.

- 오시마 소위는 적 슬림 진지 전방 철조망과 전차 장애물 콘크리트 기둥을 제거하고 특히 기도를 은밀히 하고 절대 발각되지 말아야 한다.

- 네.

- 전차 장애물 폭파가 완료 됐을 때는 지체없이 푸른 신호탄을 발사하라. 신호탄 발사와 동시에 본 전차대의 공격을 개시한다. 장애물 제거 중 적에게 발각 됐을 때는 전원 폭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기필코 감행하라. 오시마 소위 이하 병력은 20명 지금 즉시 출발.

- 네. 오시마 소위는 지금부터 병력 20명을 지휘해서 슬림 전방 적 진지 전차 장애물을 제거 하겠습니다. 이상.

- 오시마 소위, 성공을 빈다.

- 네.


- 슬림 진지 일대에 칠흙같은 어두움이 덮였다. 일본군 진지를 떠난지 2시간 오시마 소위가 지휘하는 20명의 공병대는 풀밭과 습지를 포복 한자 한자 철조망 진지에 다가간다. 발꿈치와 무릎팍은 이미 습지에 완전히 젖어있다. 슬림의 철조망 진지는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 아니, 정지. 뭐냐 일분대장.

- 아무것도 아닙니다.

- 돌이 굴러 떨어진 모양 입니다.

- 아, 전진.
정지. 그만 저 앞에 엎드린게 뭐냐?

- 나무 뿌립니다.

- 전진.


- 몸에 가진 무기는 짤막한 총검 하나 그리고 철사를 자르는 뺀치, 콘크리트 기둥을 폭발시킬 다이나마이트, 조그마한 삽 그것이 전부이다. 진지 수비병에게 발각되기만 하면 저항도 못해보고 전멸하는 것이다.


- 정지. 철조망까지 앞으로 10미터, 일분대장.

- 네.

- 포복전진. 동작을 더욱 은밀히 하라. 이분대에 전달.

- 네. 이분대. 이분대.

- 네.

- 포복전진 동력을 더욱 은밀히 하라. 삼분대에 전달.

- 알았습니다.


- 이윽고 철조망 밑에 이르렀다. 모두 숨을 죽이고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다. 한참동안 동정을 살핀다.


- 일분대장, 시작.

- 네.

- 몸을 비비적 거리며 철조망 칠흙 밑에 다가간다. 머리는 풀숲에 묻은 채 두 손을 들어 철조망을 잡는다. 기둥 위에서 20센치 쯤 떨어진 부분에 뺀치를 댄다. 뺀치 날을 소리가 안 나도록 감싸 쥔다. 바른손 손아귀에 지그시 힘을 준다. 힘을 주어 철조망 철사의 질푼가량 만을 잘라 금을 낸다. 왼쪽 손으로 그 금간데를 단단히 붙잡는다. 그리고 바른손 뺀치를 슬그머니 바른편 풀섶위에 살짝 놓는다. 그 바른손을 다시 들어 왼쪽 손을 감싸 쥔 철사를 같이 잡는다. 소리가 안나게 금간대를 손가락으로 감싸 쥐고 다시 지그시 힘을 주어서 기억자로 꺾는다. 철사는 소리도 없이 스르르 떨어진다. 다음 바른손으로 짧은쪽 철사를 밀어 기둥 뒤로 재껴 놓는다. 왼쪽 손에 긴 철사를 단단히 쥔 채 왼쪽으로 전신을 뒹굴뒹굴 굴린다. 왼쪽 기름 가까이까지 와서는 철사 끝을 땅바닥에 꽂아 놓는다. 다시 뒹굴뒹굴 원 위치로 굴러가서 이번에 둘째 줄 철사에 달라 붙는다. 그 옆 기둥에서도 똑같은 작업 똑같은 동작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14대까지 자르는 시간은 거의 한시간이나 걸렸다. 기둥 사이마다 한 칸 가량씩 통로가 생겼다.


- 일분대장, 저 콘크리트 기둥까지 전진.

- 네.


- 철조망에서 드럼통 같은 전차 장애물 콘크리트 까지의 거리는 약 5미터. 더욱 신중한 동작으로 포복해 간다.


- 일분대장, 왼쪽에서 첫째 기둥.

- 네.

- 이분대장, 다음 둘째 기둥.

- 네.

- 삼분대, 사분대에 전달.

- 알았습니다.


- 콘크리트 기둥마다 한 두 사람씩 엎드려 밑을 판다. 다이너마이트를 묻는다. 도화선을 장치한다.


- 쉿! 엎드려. 일분대장, 끝나는대로 후퇴 시켜라.

- 이분대, 끝났으면 후퇴.

- 알았습니다.


- 하나씩 하나씩 기어서 후퇴한다. 이제 기둥 밑에는 오시마 소위와 일분대장 만이 남아 있다.


- 쉿!

- 으윽.

- 도화선! 도화선! 도화선 폭파해! 도화선 폭파! 후퇴해! 후퇴해! 도화선!

- 으윽.


- 같은 시간, 일본군 작전본부 야마시타와 스치는 막연한 성공을 기대하며 일가 일각 다가오는 0시 초점에 온 신경을 집중 시키고 있었다. 숱한 병력을 소모한 이들은 극도의 긴장으로 안절부절 이었다. 이윽고 야마시타는 안도우 연대장과 시마다 전차대장을 출두 시켰다.


- 지금 전차대의 인전태세는?

-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 연대장, 아군의 전척 기습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 성공 입니다.

- 어떻게 단언하는거야?

- 신념 입니다. 지금 곧 신호탄이 올 것으로 생각 합니다.

- 대기중인 전차들은 곧 출전한다. 결사대를 지휘하고 그들을 사지에서 구출하라. 행동개시!

- 네.


- 야마시타는 이미 단념하고 있었다. 사실 신호탄은 오를 수도 없었다. 공병 결사대는 전멸했던 것이다.

(입력일 : 200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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