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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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39회 - 개전초 상황
제39회
개전초 상황
1967.12.20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아세아 주의 남단 세계의 지붕이라는 험준한 에레베스트 산맥이 동남쪽으로 치달리다가 허리가 뚝 꺾어지고 그 여세를 밀어서 바닷속에 길쭉이 뻗친것이 마레이 반도이다. 그리고 다시 그냥 바닷속에 사라져버리기가 아쉬웠던지 남쪽 끝에 가서 쇼보우루스도라는 좁은 바다를 껑충 뛰어넘어 하나 꼭 찍어놓은 듯한 점. 그 조그마한 점이 싱가폴이다. 서쪽으로 뱅갈만 동쪽으로 타일랜드만을 낀 마레이 반도 흡사 고구마처럼 길쭉한 형국이다. 싱가폴 군항은 세계 최대의 해군국 영국이 과거 1세기 동안 동남아시아 경행에 허점으로 삼은 큰 요새지이다. 바다를 향해 흡사 부채살 처럼 뻗친 대소 요세프호의 수만도 무려 백문이 넘었고, 이 요새를 공격해서 점령 할 수 있는 자가 나타나리라곤 처칠은 물론 마레이 원주민까지도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난공불락의 요새에도 사각이라고나 할까 하나의 큰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스치 마시노부 중자가 이미 참모총장 스기야마와 총리 도조 앞에서 증언한 대로 이다.


- 우리 ... 과거 수개월 동안에 걸쳐 마레이 및 싱가폴 군항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탐색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싱가폴 군항은 바다 정면에 있어서는 그지없이 견고 합니다만 후면 즉 마레이 반도쪽 방면은 사실상 소홀 합니다. 현재 영국군과 인도군 혼성 부대가 수개처의 방비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만 아군의 전차와 포병부대 및 보병부대라면은 능히 돌파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는 바입니다.


- 야마시타 도모유키 중장 휘하 제25군 마레이 공약부대의 작전도 마레이 부대의 후방을 찌르는 것이었다. 마레이 반도의 지리적 조건으로 보면 서쪽 해안은 어느정도 개발돼 있지만 동쪽 해안선 일대는 아직도 울창한 정글로 덮여 있었다. 한가닥 타일랜드에서 내려오는 철도도 서쪽 해안선을 따라 달리고 포장 도로도 서쪽 해안선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폭 2, 3킬로 정도로 정연하게 고무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다. 이와같은 지리적 조건은 영국군과 일본군의작전에 불가피한 제안을 가져왔다. 공격, 방어 모두 서쪽 해안선에 국한 되었던 것이다.
개전 초, 일찍이 동해안 여러 기점에 상륙한 일본군은 울창한 정글을 뚫고 서쪽 해안선까지 진출했다. 야마시타는 탱크를 앞세운 포병, 보병 6만의 대군을 몰고 일로 남으로 남으로 진격해 갔다. 이를 방어하는 바시발 중장 휘하 영국 인도 혼성의 수는 8만 5천명이나 됐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중 1만 5천명 가량의 정규군이었을 뿐 나머지 7만여명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신병들이었다.


- 진격! 진격! 진격이다! 빨리 진격하라! 진격!


- 육군 중좌 스치 마스노부, 그는 군 작전참모이면서도 소대장과 더불어 일선에서 고함을 질렀다. 앞에는 수십대의 탱크, 뒤에 따르는 보병부대, 탱크부대가 교행에 접어 들었다. 반쯤 건넜을 때.
천지를 진동시키는 폭음, 높은 교량은 산산조각이 나고 탱크는 깊은 물속에 줄지어 거꾸로 떨어져 갔다. 뒤에서 밀어닥치는 보병부대, 그 위에 영국군의 정확한 포격과 맹렬하게 불을 뿜는 중기관총.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는 시체.


- 진격이다! 진격! 진격이다!


- 시체는 쌓이고 쌓여 산을 이루고 피는 흘러 강물이 됐다.
영국 인도 혼성군은 교묘한 전법을 쓰고 있었다. 그들을 마레이 방비군 중에서도 정의 이름 높은 제11 영국 인도군 이었다. 일본군이 진격해 가는 길에는 수 많은 교량과 계곡이 있었다. 영국 인도군은 그 교량과 계곡을 내려다 본 고지 일대에 강력한 긴치를 구축하고 우세한 화력을 집결 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화력은 이미 교량이나 계곡을 향해 정확하게 겨누어져 있었음은 다시 말할 것도 없다. 일본군 탱크부대와 포병부대가 선봉을 써 교량에 접어들기만 하면 영·인군은 미리 장치했던 다이너마이트로 교량을 폭파하고 혼란에 빠진 일본군에게 정확하고 맹렬한 집중포화를 가하는 것이었다. 일본군이 집중포화에 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교량을 수리하고 도화작전에 성공했을 무렵에는 영국 인도군은 이미 다음 교량과 계곡 진지에 이동한 뒤였다.


- 도데체 어떻게 된거야, 스키 군. 어? 작전참모가 직접 진주 지휘까지 하면서 작전이 이 꼴인가. 음?

- 죄송 합니다, 각하. 불가피 작전을 변경할 도리밖에 없습니다.

- 작전을 변경해.

- 그렇습니다, 각하. 지금 마아구는 완전히 적의 함정에 빠지고 있습니다. 적은 아군 병력의 소모작전을 쓰고 있습니다. 아군 공격 전면에는 아직도 많은 교량과 계곡 습지대가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싱가폴에 이르기도 전에 아군은 전멸하고 말것입니다. 그러니까 불가피 작전을 변경할 도리밖에 없습니다.

- 어떻게 변경한단 말인가.

- 적의 테러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적진 깊숙히 뛰어들어 적의 퇴로를 차단하고 섬멸하는 것입니다.

- 무슨 계기로 적진 깊숙히 뛰어든단 말인가. 공격 전면은 한군데 밖에 없는데.

- 바로 그 점 입니다, 각하. 그 한군데 밖에 없는 공격 전면을 돌파하는 것입니다. 공격 전면을 돌파해서 적이 미처 후퇴하기 전에 뒤에 돌아가 퇴로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 글쎄 어떤 작전으로 공격 전면을 돌파한단 말인가?

- 결사대를 조직 하빈다.

- 결사대?

- 그렇습니다, 각하. 결사대를 조직해서 뚫고 들어가게 합니다.

- 음. 결사대라. 얼마나 투입하면 되겠는가?

- 탱크부대와 약 일개 연대 병력만 있으면 승산이 있습니다.

- 승산 보다도 그 일개 연대가 적진에 돌입해서 살아남을 가망이 있는가?

- 그러니까 결사대가 아닙니까.

- 지금 군의 시색이 막심한데 또 결사대야?

- 각하, 겨우 일개 연대 병력 입니다. 용단을 내리실 때 입니다.

- 좋다.


- 마쓰이 사단장에게 25군 사령관 명령. 마쓰이 사단장에게 25군 사령관 명령. 마쓰이 사단장은 이하 안도연대로 하여금 당멸한 멸학저술인 적 진지를 강행 돌파한 다음 적진 깊이 잠입해서 적의 퇴로를 차단하라. 이에 소요되는 병력은 안도연대 외에 송병 1개중대, 포병 2개중대 및 독립 전차대 시마다 전차대로 한다. 이상.


- 탱크부대를 비롯한 포병대, 공병대 등 선발 된 결사대는 속속 안도우 연대장 휘하로 집결했다. ... 영군 진지를 멀찌감치 전망할 수 있는 고무나무 숲속, 안도우 연대장은 이하 장교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일본군과 영군의 슬림진지 중간은 습지로 덮여있고 그 양쪽은 울창한 정글지대이다. 슬림 영군 진지는 새로 구축한 철조망이 뜨거운 열대 태양을 반사해서 번쩍 번쩍 빛나고 그 철조망 뒤에는 두겹 세겹으로 드럼통 만한 콘크리트 기둥이 서 있었다. 탱크가 진출하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다. 그리고 그 기둥을 조금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하도록 장치돼 있음은 물론이다.


- 어 지형은 지금 재관이 부른바와 같다. 연대는 명일 미명을 기해서 공격을 개시한다. 연대 일부 병력은 좌측 정글 속을 우회해서 적 후방에 진출한다. 그리고 주력은 저 철조망 진지를 정면으로 공격한다. 정글을 우회할 부대는 제 3대대.

- 네.

- 제 1대대, 제 2대대는 정면 공격.

- 네.

- 그리고 시마다 전차대.

- 네.

- 시마다 전차대는 포병 연대가 철조망 진지에 돌입 했을 때 적진에 엄호 사격을 하라.

- 네.

- 그리고 포병 중대 역시 시마다 전차대와 마찬가지로 적 포병 진지를 격파하라.

- 네.

- 공격 개시 시간은 명일 미명 05시 이상.

- 연대장님.

- 뭐냐.

- 전차 대장으로서 적 진지를 탐색해본 결과 한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 아 말해봐.

- 죄송스럽습니다만 느낀대로 솔직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전차대 입장으로서 내일 미명 보다도 오늘 밤 야습으로 적 진지를 돌파하고 싶습니다. 보면 규력은 전차가 야습으로 돌파한 다음 예정대로 내일 미명 공격을 개시하는 것이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오.

- 오? 전차로 야습을?

- 그렇습니다, 연대장님. 물론 전차 장애물이 있고 적 속사포도 대기하고 있을 것입니다만은 그래도 주간 보다는 야간이 낫습니다. 야간에 자신 있습니다.

- 전차로 야습. 장님에 귀머거리에 벙어리라는것이 전차가 아닌가. 그 전차로 야습을 한단 말이지?

- 바로 그 점 입니다, 연대장님. 적의 위폐를 찌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 뭔가?

- 전차 장애물을 배제할 수 있는 공병과 적의 육박 공격을 막을 보병을 동행시켜주기 바랍니다.

- 아 그건 무모하지 않은가. 시마다 대장, 전차는 두꺼운 장갑이지만 알몸이나 다름없는 보명과 공병을 무슨 재주로 적의 사격에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 아닙니다, 연대장님. 전차가 격파되지 않는 한 보병과 공병은 안전 합니다.

- 확신이 있는가, 시마다 대장.

- 물론 적진에 뛰어들 것이니까 절대 확신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가장 용감한 보병과 공병 100명만 결사대를 선발해 주기 바랍니다.

- 좋아, 시마다 대장. 그래 언제 시작하겠는가.

- 오늘 밤 24시를 기해 공격을 개시 하겠습니다.

- 음. 성공을 빈다, 시마다 대장.

- 네!

(입력일 : 200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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