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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36회 - 당케르크의 비극(2차대전시)
제36회
당케르크의 비극(2차대전시)
1967.12.16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1941년 12월 7일 사카이 중장 휘하 23군 주력부대는 일·러 중국과 구령반도 사이 중·령 국경지대를 향해 남하하고 있었다. 23군은 12월 2일 홍콩을 공략 하라는 대번영 작전명령을 받았던 것이다. 그것은 대육군 명령 제572호 독수리반려함 이라는 암호 전보였다. 일본군이 홍콩공략을 준비한 것은 일년도 전인 1940년 7월 2일이다. 그때 일본군은 장차 홍콩공략에 대비해서 사카이 중장의 23군을 중국 화남성에 파견했던 것이다. 1940년 7월이라면 아직 독수리는 시작도 안됐고 영국에서는 처칠의 전시내각이 성립된 얼마 뒤인 때이다.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기 1년 5개월 전부터 홍콩공략 준비에 착수한 일본, 그 침략적 야욕에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뿐인가. 포병 사령관으로 홍콩공략에 참가한 키다지마 기네오 중장은 구령반도 가까이 진주해 있으면서 저녁마다 구령반도를 수비하는 영국군 장교를 불러다가 자못 흥겨운 주연까지 배풀었던 것이다.
드디어 12월 8일 오전 4시.


- 23군 사령관 사카이 중장. 23군 사령관 사카이 중장. 대번영 육군부 명령. 꽃이 핀다. 꽃이 핀다. 대번영 육군부 명령. 꽃이 핀다. 꽃이 핀다. 이상. 대번영 육군부.

- 포병 공략부대는 국경선을 기습 돌파하여서 적 전진부대를 섬멸하고 구령반도 요충에 전진하라. 포병공략부대는 성문 저수지 남방 고주선 일대에 있는 접진지를 격파하고 구령반도 요충에 전연하라. 항공부대는 금일 미.. 기해서 홍콩부분 적 항공세력을 격멸하고 함정 군사 중추기관을 격파하라. 해상수동부대는 적 함대를 공격 주력의 공격을 용이하게 하라. 이상.


- 대번영 육군부에 꽃이 핀다. 이 전보는 마레이 반도에서 이미 일본군이 상륙을 개시 했다는 암호 전보였다. 마레이의 일본군이 상륙을 개시한 것을 확인한 다음에 이 홍콩공략부대가 국경선을 돌파 하기로 미리 약속이 돼있었던 것이다. 마레이 반도에서는 다쿠미 부대가 이미 2시간 반 전인 1시 30분에 코타발에 상륙을 개시하고 있었다. 국경선을 돌파한 23군 휘하 각 부대는 파죽지세로 구령반도를 향해 진격해 갔다. 항공부대는 영국군의 개덕 비행장에 맹폭을 가했다. 해상기동부대는 구령에 포격을 가하고 홍콩을 해상봉수 했다.
하루가 지난 12월 9일 저녁무렵, 23군 츠나 스키 연대장은 소대장 와카바야시 중위를 불렀다.


- 알겠나, 와카바야시 중위. 우선 지형을 잘 익혀두게.

- 네.

- 여기가 성문 저수지.

- 네.

- 이 성문 저수지 일대 고치에 적은 완강한 저항선을 구축하고 있다.

- 네.

- 고치능선을 따라 이 일대가 토치카 진지란 말이야. 여기만 점령하면 이 홍콩은 바로 눈 아래 지호지간이 아니겠는가. 폭약도 가능하고.

- 그렇습니다, 연대장님.

- 그러니까 이 성문 저수지를 점령하는 것이 우선 작전에 가장 중요한 단계다.

- 네.

- 군은 성문 저수지 점령에 소요되는 기간을 약 일주일로 보고 있는데.

- 네.

- 이 지역의 토치카 위치, 방비상황, 병력, 우군부대의 포격을 위한 기령조사, 우리 보병연대의 침공로 등을 오늘 밤 안으로 탐색하는 것이 와카바야시 중위의 임무요. 알겠나?

- 네, 연대장님.

- 탐색대 병력은 30명, 산반 와카바야시 중위에게 일임한다. 지금 곧 출발하게.

- 네.

- 와카바야시 중위는 30명의 탐색대원을 인솔하고 성문 저수지 일대 지역을 탐색하고 오겠습니다.

- 아 수고한다. 특히 기도를 은밀히 하도록. 절대로 적이 눈치채지 않도록 하라.

- 알았습니다, 연대장님.


- 정지. 이상하다. 저수지 댐에 경비병이 안 보인다.

- 없는 모양 입니다.

- 토치카는 어디냐.

- 토치카 앞에도 경비병이 없잖아.

- 안 보입니다.

- 음. 1분대장, 공포를 한번 쏴봐라. 그리고 토치카 발화점을 확인해라.

- 네.

- 움직이지마!

- 음. 사격해오는 토치카는 세군데밖에 없다. 1분대장.

- 네.

- 1분대장은 대원 4명을 거느리고 저 좌측 첫번재 토치카까지 포복 전진해가서 토치카 안으로 수류탄 공격을 하라.

- 네. 알았습니다.

- 다음 2분대장 3분대장.

- 네.

- 2분대장은 좌측에서 두번째 사카 기총소선을 가해 온 토치카다. 역시 병력은 4대.

- 네. 알았습니다.

- 3분대장은 우측 키츠카.

- 알았습니다.

- 중기분대장.

- 네.

- 중기분대는 지금부터 잘 은폐된 지형을 선택한 다음 계속 사격하라.

- 네.

- 토치카 화력을 이쪽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중기가 사격 개시하는 것과 동시에 1,2,3 분대장은 포복전진에 들어간다. 알겠나.

- 네.

- 수류탄 공격을 끝내면은 곧 토치카 안에 돌격하라.

- 알았습니다.

- 중기 분대장은 은폐된 지형을 찾으면 곧 사격개시.

- 네.

- 지금이다. 각 분대 포복전진.


- 이튿날 새벽 5시 23군 선하 보병사단본부.


- 네. 그렇습니다.

- 소속은 어디요?

- 스치 보병연대 소속 입니다.

- 성명은.

- 와카바야시 중위 입니다.

- 하사관도 아닌 장교가 그만한 것도 모르다니. 지극히 위반된 일이오. 전군의 작전 개향에 착오를 가지고 올 것이 아니겠소.

- 죄송합니다, 각하.

- 탐색대를 곧 소속부대에 철수 시키도록. 그리고 탐색대장을 엄벌에 처하시오.

- 알았습니다, 각하. 곧 철수 시키겠습니다.


- 사단장실에서는 그 당시 남방군 포병 사령관 기네오 장군도 동석해 있었다.


- 이거 야단 났습니다, 각하.

- 무슨일인데 그러시오, 사단장.

- 생각지도 않던 돌발사고가 생겼습니다.

- 돌발사고라니.

- 사실은 어제저녁 스치 보병연대에서 성문 저수지 일대에 탐색대를 보냈습니다.

- 그런데.

- 그런데 이 탐색대장이 그만 성문 저수지 적진지에 돌입해서 얘기치 않은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 오, 오는군.

- 부르셨습니까, 각하.

- 음. 앉게. 지금 그 얘기를 하는 중이야. 그래 전혀 얘기치 않았던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각하.

- 얘기치 않았던 전투라니요.

- 와카바야시 중위가 지휘하는 30여명의 탐색댄데 이 와카바야시 군이 그만 지나치게 용감했던지 적 진지를 아주 점령해 버렸다는 말씀입니다.

- 호오.

- 겨우 30명 밖에 안되는 탐색대가 성문 저수지 일대를 점령, 장악해 버렸습니다.

- 아니, 성문 저수지 경비가 그렇게 허술하던가요?

- 글쎄올시다. 그런데 지금 군단에서 탐색임무를 띄운 일개 탐색대원이 적진지에 돌입해서 얘기치 않은 전투를 야기한 것은 월권행위라는 것이지요. 전군이 일시에 발을 맞춰 진격해야 할텐데 먼저 터뜨려 놨으니까 군 전반 작전계획이 그만 틀어지고만다는 것입니다. 그래 지금 군단에서도 참모를 파견해 조사 중인데요.

- 아니, 사단장. 성문 저수지 진지가 그렇게 쉽게 점령 됐다면은 그거 좋은 일이 아닙니까. 우리 포병부대에서도 그 공격은 상당한 고전을 겪을 것이고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바인데 이 작전이 뜻밖에도 쉽게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 글쎄올시다.

- 스치 군.

- 네.

- 지금 군단에서는 탐색대원들을 철수시키라는 거요.

- 네? 아니 철수라니요.

- 와카바야시 이하 전 탐색대를 적진지에서 철수시키라는 거요.

-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단 점령한데서 철수 시킵니까. 일건 탈치한 진지를 도로 적에게 그냥 넘겨준다는 말씀 입니까. 안될 말입니다, 각하.

- 연대장 심정 모르는바 아니지만 군단장 엄명이야. 탐색대 전원을 철수시키고 탐색대장 와카바야시 중위는 엄벌에 처하라는 명령이야.

- 그럴 수 없습니다, 각하. 와카바야시 중위가 좀 지나치기는 했습니다만 그 때문에 오히려 전세가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았습니까. 전 즉각 전 연대병력을 진격해 가고 싶습니다. 각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 글쎄.

- 좋지 않소, 사단장. 기왕 점령한 진지니 철수하느니 보다 공격해 가는게 더 유리할게 아니오.

- 그렇습니다, 각하.

- 군단 뜻을 받들어 일단 철수 하겠다고 했는데 그럼 다시 교섭해 봐야겠소.

- 부탁입니다, 각하. 그리고 지금 막 영국군 수비대장을 생포해 왔습니다.

- 수비대장을?

- 그렇습니다. 토치카에 있던 영국군은 전원 사살하고 수비대장 존 대위만을 생포해 왔습니다.

- 뭐? 존 대위라고?

- 그렇습니다, 각하.

- 오호.

- 왜 아십니까, 사대관 각하. 존 대위라는 자를.

- 아 아다마다요. 존 대위 라면은 지난 몇 개월동안 나하고 친히 지내던 처지요. 영군참모 복서 소령과 같이 늘 나한테 놀러오던 친군데.

- 오. 그러십니까. 아주 인연이 깊으시군요. 네?

- 연대장, 어떻소. 그 존 대위를 불러다 주겠소? 저수지 경비를 어떻게 했는가 알아보게.

- 알았습니다, 각하.

(입력일 : 2008.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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