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축함은 계속 폭뢰를 투하했다. 그 중 일발은 잠함정 기근 거리에서 폭파했다. 아차하는 순간 조그만 잠함정은 물 속에서 곤두박질을 했다. 그 순간 고마키는 의식을 잃었다. 시간이 흘렀다. 잠함정은 물 속을 방향도 모르고 달리고 있었다. 정내에는 흐끄무레한 연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 어이! 어이, 이나가키.
- 아...
- 살아 있구나, 이나가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게 무슨 연기야.
- 저 발전기에서 납니다. 어렵습니다.
- 발사 장치는 어떠냐? 고장이 없소?
- 지금 보는 중입니다. 괜찮을것 같습니다.
- 그래? 안심이다. 혼났다. 이나가키도 보았지?
- 네. 그저 큰 검은 덩어리가 앞으로 팍 막아서는것 같았습니다.
- 하하하하. 난 가판위에 어른거리는 녀석들까지 봤다. 흰 옷을 입고 있더라.
- 큰일 날뻔 했습니다.
- 지금 이거 어딜 달리고 있나?
- 모르겠습니다. 그냥 방향도 모르고 달렸으니까요.
- 모함에 연락해 봐라.
- 안됩니다. 아까부터 여러번 해봤는데.
- 왜, 고장이냐?
- 아니, 송신은 되는데 수신이 안됩니다.
- 다시 해봐.
- 안됩니다.
- 방향을 알수가 있어야지. 공격개시 시간이 머지 않았을텐데. 조금 올라가 보자. 잠망경만 노출시켜.
- 어? 이게 어디야. 어. 있다. 이거 엄청나게 멀다.
- 새벽의 진주만,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고 남십자섬 그림자가 희미해져 가기 시작했다. 잠함정 잠망경으로 보는 진주만 입구는 구축함 두 척이 유유히 순찰하고 있었다.
(입력일 : 200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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