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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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29회 - 진주만 기습 명령 강행
제29회
진주만 기습 명령 강행
1967.12.08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드디어 12월 8일, 청취자 여러분 오늘이 바로 12월 8일 입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26년 전 1941년 12월 8일에 일어난 일이랍니다.


- 어이, 아직도 멀었는가, 오코무라 군.

- 네.

- 급하다고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더 안되네. 자꾸 오자가 나오지 않는가.

- 죄송합니다, 대사.

- 대사, 국무성에 연락이 됐습니다.

- 오! 그래. 한시에 만나 주겠다는가?

- 네. 처음엔 그 시간에 헐 국무장관이 국무성에 없을테니까 ...차관하고 만나자고 했습니다만 다시 전화가 와서 헐 국무장관이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 어. 정각 1시에?

- 그렇습니다, 대사.

- 오코무라 군, 무슨 일이 있어도 1시까지는 끝내야 하네. 이걸 가지고 헐 국무장관을 만나야 하니까.


- 오코무라 일등 서기관은 땀을 빼며 타이프에 매달려 있었다. 일본이 미국측에 수교할 최후의 각서이다. 도고 외상이 외교관에 있는 타이프시대에 맡겨도 안되고 또 워싱턴 시간 12월 7일 오후 1시 정각 직접 헐 국무장관에게 수교하라고 지시한 각서이다. 그런데 일본 대사관에 타이프를 칠수 있는 사람은 오코무라 일등 서기관 오직 한 사람 뿐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보부 암호해독기 매직은 이미 이 각서를 해독하고 있었다. 그래서 루즈벨트 대통령은 물론 헐 국무장관까지도 그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매직은 암호를 일본 대사관보다 더 빨리 해독했고 더 빨리 타이프 해서 고위층에 까지 보고했던 것이다.


- 벌써 12시 반인데 1시 까지 도저히 안되겠어. 아사기 군.

- 네.

- 국무성에 다시 전화를 할거야. 노무라 대사가 헐 국무장관을 만나는 시간을 1시 반으로 연기해 줄 수 없겠느냐고. 알겠나?

- 네. 알았습니다.


- 거의 같은 시각 진주만 북방 200마일 해상 하와이 시간으로는 아직 어두운 새벽 3시. 나구모 중장이 지휘하는 항공전대 항공모함 아가키 카라 쇼류 시류 시자쿠 쇼가쿠 이상 6척의 항공모함과 전함 시에이키시마 총 31척의 대함대가 어두운 해상을 서서히 달리고 있었다.


- 미 해군명령 제 12호. 신고산에 올라라 1208. 신고산에 올라라 1208.


- 신고산에 올라라 1208. 예정대로 진주만 기습을 감행하라 12월 8일. 야마모도의 이 암호가 날아든 것은 이미 닷세나 전인 12월 2일 이었다. 그런데 이 암호만은 미국의 매직도 해독하지 못했다. 야마모도는 특수한 AD암호를 사용했던 것이다.
이윽고 기함 마카키 마스키의 제트기가 올랐다. 황국의 흥패에 이 일전에 있다. 각원 일층 불여 노력하라. 러·일 전쟁 때 도고 월수가 썼던 꼭 같은 제트기 신호이다.


- 차렷! 시작했다. 적을 격멸하라. 제군들의 성공을 빈다. 자, 한편되길 일류함 개시!


- 제1차 공격 때 후지다 미쓰오 중자가 지휘하는 전투기 폭격기 대격기 총 189개기, 제 2차 공격 때 시마다키 소자가 지휘하는 총 171기.
얼마 후 하와이 오합섬 최북단 미군 항공통신대 감시초소 엘리엇 이등병은 레이더를 보고 있었다. 하와이 시간 오전 7시 6분.


- 뭐야. 로카트! 로카트! 빨리 와봐.

- 왜 또 야단이야?

- 빨리 와봐. 브라운관에 흑점이 나타났어. 얼른. 방향은 3도, 거리는 137마일.

- 어디. 응? 비행기 대편대다. 샵터 기지. 샵터 기지. 샵터 기지.

- 샵터 기지 타일러 중위다. 뭐냐?

- 대편대 비행기 접근중. 방향은 북방 동쪽으로 3도.

- 미 17기가 아니냐? 미 17기 편대가 본토에서 오기로 돼있어.

- 기종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큰 흑점이 점점 접근하고 있습니다.

- 아, 미 17이나 해군감지기 일거야. 아무튼 좀 더 두고봐라.

- 거리가 점점 가까워 집니다. 90마일 이내로 다가왔습니다.

- 그래? 뭐 걱정할건 없어. 미 17일거다. 그럼 수고해라.


- 타일러 중위의 말에 로카트 이등병도 안심했다. 타일러 중위는 훈련을 위해 최근 진주만에 부임해 온 조종 장교였다. 잠시 후 편대는 높은 산에 가리웠는지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 두 사람은 레이더 스위치를 끄고 식당으로 내려가 버렸다.
오전 7시 45분, 드디어 일본기 대편대는 진주만 상공에 도달했다. 하늘에는 구름이 깔리고 약간 바람이 불었다. 이윽고 지휘관 후지다 총자는 신호탄을 발사했다.
진주만, 삽시간에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하늘이 울부짖고 바닷물이 거꾸로 일어섰다. 물기둥이 하늘에 치솟고 거대한 함정들이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 진주만 공습, 이것은 연습이 아니다. 진주만 공습, 이것은 연습이 아니다. 리얼 공격이다. 적은 아무런 통보도 없이 왔다.


- 약 1시간 후 워싱턴 국무성. 워싱턴 시간 12월 7일 일요일 오후 2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각하, 노무라 대사와 쿠로스 대사가 각하를 뵙겠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 알았어.

(따르릉~)
- 네? 네. 각하, 대통령 각하께서 전홥니다.

- 음. 여보세요? 헐 입니다.

- 헐, 녹스 해군장관이 지금 일본군이 폴 하구를 공격했다는 뉴스를 알려주는구만.

- 네? 대통령께서 그 뉴스를 확인 했습니까?

- 아니야. 나도 지금 막 보고를 받았어.

- 대통령, 그 얘기를 확인해 주십시오. 제가 노무라와 쿠로스 하고 만나기 전에 확실한 걸 다시 알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지금 노무라와 쿠로스가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 어. 그래. 그렇지만 틀림없을걸. 녹스가 거짓말 하겠어? 헐, 그렇더라도 노무라와 쿠로스 한테는 정중하게 대해줘요. 헐, 부탁이야.

- 알았습니다, 대통령. 음. 파노타이루!

- 네.

- 노무라 대사와 쿠로스 대사를 들어오라고 하게.

- 네.

- 국무장관 각하, 대단히 죄송합니다. 우리 대사관에서 암호를 풀고 타이프를 치는데 늦어서 지금에야 뵙게 됐습니다. 본국 정부로 부터는 이 각서를 오후 1시에 각하께 전해 드리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만은.

- 1시요? 왜 1시요? 왜 1시란 말이오?

- 각하,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은 아무튼 본국 정부에서 꼭 1시에 전하라는 훈령을 받았습니다.


- 이 1시, 이 1시는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7시 45분과 일치한 시간이었다. 헐 국무장관은 각서를 받아 들었다. 그러나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잠시 읽는 시늉을 하던 헐 국무장관은.


- 난, 과거 9개월 동안 당신하고 회담을 할 때 단 한마디도 진실이 아닌 얘기를 한 일이 없었소. 그것은 모든 기록에 의해 입증 될 것이오. 그리고 난 과거 50년 동안의 공직 생활을 통해 이처럼 수치를 모르고 허위와 의혹에 찬 문서를 본 일이 없소. 난 오늘날까지 이 지구상에서 어떤 정부도 이처럼 대규모에 거대한 수치스러운 허위를 조작해 낼 수 있다고 상상해 본 일이 없었소.


- 노무라와 쿠로스는 총총히 걸어 나왔다. 그들은 일본 대사관에 돌아와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했다는 말을 들은 다음 비로소 헐 국무장관이 화를 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는 이와같은 비겁하고 야비한 일본의 기습적인 전쟁 발발을 하나의 큰 치욕으로 되새기면서 그 다음날이 12월 8일 의회에 나가서 다음과 같이 피렵 했습니다.


- 바로 어제 1941년 12월 7일 우리는 이 날을 치욕의 날로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 지금 여러분들께서 들으신 본문의 연설은 12월 8일 루즈벨트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한 생생한 육성 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그날 오후에야 비로소 정식으로 일본에 선전을 포고했던 것입니다. 한편 이 보다 한달 전 영국의 처칠 수상은 이미 일본과 미국의 전쟁을 거의 불가피한 것으로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의 연설문은 1941년 11월 10일 당시 런던 시장이 베푼 만찬회 석상에서 처칠경이 연설한 생생한 육성 입니다.


- 나는 이 자리를 빌려서 영국 수상으로 한 말씀 드립니다. 우리의 우방 미국은 곧 일본과의 전쟁에 말려들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일단 유사시에는 우리 영국 즉각적으로 미국과 행동을 같이하게 될 것입니다.

(입력일 : 200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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