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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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27회 - 개전 전야
제27회
개전 전야
1967.12.06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12월 5일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하기 바로 사흘전인 1941년 12월 5일, 이날 일본외상 도고는 워싱턴 주재 노무라 대사에게 또 하나 새로운 암호 지시를 내렸다.

- 워싱턴 노무라 대사. 워싱턴 노무라 대사. 전보 제812호에서 지정한 일요일은 이미 지나갔음. 그러나 사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함. 미국쪽이 의심을 품지 않도록 이 곳 도쿄에서는 신문, 방송, 기타 각 통신의 논저를 통제하고 있음. 즉, 일본과 미국간에 다소 의견차이는 있지만 외교교섭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일본측은 이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고 공표하고 있음. 그러니까 귀 대사와 구루스 대사는 이점 유의하고 워싱턴 당국에 끝까지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임. 이상 도고 외상.


- 노무라와 구루스는 이 도고 외상의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했다. 헐 국무장관을 만나 교섭이 재개될 때까지 도쿄에서 새로운 훈령이 오기를 기다린다고 그야말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호놀룰루에서는 기다 총영사가 24시간 동안 잠시도 쉬지않고 암호 해독기 앞에 앉아 있었다. 개전이 수일 앞으로 임박 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시카와 소위만은 여전히 그 관광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진주만의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겼다. 아름다운 하와이 아가씨와 보트놀이를 즐겼다. 관광용 전세 비행기로 진주만 상공을 날아 다녔다. 이 날 해군군령부 고가와 대자는 또 요시카와 소위에게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 호놀룰루 요시카와 소위. 호놀룰루 요시카와 소위. 이 지시는 특히 극비로 취급해야 할 것임. 현재 모든 사태에 대비해서 진주만에 있는 항공모함, 전함 및 순양함의 존재 여부는 지극히 중요함. 금오 귀관의 능력이 허용하는 한 수시로 보고하기 바람. 현재 진주만 상공에 감시 기구가 떠 있는가. 혹은 앞으로 감시 기구가 사용 될 가능성이 있는가. 다음 진주만에 정박중인 각 함정들은 어뢰망 어뢰를 막는 철망으로 보초를 펴고 있는가. 이상 지금 보고하기 바람. 도쿄 고가와 대자.


- 요시카와 소위는 즉시 독일 태생 첩보원 오토 킨에게 속달을 띄웠다. 요시카와 소위가 아닌 모리무라 견습생이란 이름으로.


- 모리무라 씨, 이 미장원 찾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여기 안전 합니까?

- 걱정 마십시오. 이 미장원 주인은 우리 일본인 2세니까.

- 아, 그렇습니까? 그럼 안심 했습니다.

- 에... 이거 제가 조사한 겁니다. 지금 진주만에는 전함 7척, 항공모함 2척, 구축함 40척 그리고 이 하와이 일대 수역에 잠수함 27척이 있습니다.

- 그러세요? 함정 수에 약간 차가 있는것 같은데 내가 본 것은 전함이 9척 입니다.

- 아니 그럴리가 없습니다. 이건 내가 직접 돌아다니며 확인한거니까 절대 틀리지 않습니다.

- 아, 좋습니다. 도쿄에 최종 보고를 낼 때까지 아직 몇 시간 남아 있으니까 좀 더 자세히 조사해 봅시다.

- 알았습니다.

- 그리고 고가와 대자가 지시한 간단한 신호방법 말씀인데.

- 네. 그저 생각해 봤습니다. 숫자로 표시 했습니다.

- 숫자요?

- 그렇습니다. 아라비아 숫자 말씀인데 1357 기수는 전함을 가리키는 숫자이고, 2468 우수는 항공모함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 알겠는데 어떤 방법으로 신호를 하지요?

-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진주만 밖에 요트를 타고 나가겠습니다. 그 요트 마스트에 멀리서 볼 수 있는 은종이 같은걸로 별을 만들어 단단 말씀이에요. 별이 두개 달리면 항공모함 하나, 네개 달리면 둘, 하나 달리면 전함 하나 어떻습니까. 그러면 멀리있는 일본 잠수함 잠망경이 볼 수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 다른 방법을 말씀해 보시오.

- 에... 다른 방법은 전등을 쓰는 것입니다. 전등을 켜 놓는단 말씀이에요.

- 전등을 어디다 켭니까?

- 라니카에 있는 우리집은 한적하고 먼 바다에서도 잘 보입니다. 밤에 그 창의 전등을 켜 놓는단 말씀이지요. 그 켜 놓는 시간의 장단에 따라 항공모함과 전함을 표시해도 좋고 또 전등을 여러개 한꺼번에 켜도 좋고 어떻습니까.

- 글쎄요. 괜찮을것 같은데.

- 또 있습니다. 이 두가지 방법이 다 불가능할 때는 마우이 섬 높은데서 폐물을 태우겠습니다. 일정한 시간 말씀이지요.

- 알겠습니다. 폐물을 태우는 방법은 나중 얘기고 요트 위에 별 같은 표시를 만들어 날리는 방법 따위는 내 생각에는 적당치 않습니다. 진주만 밖에 일본 잠수함이 어느 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반드시 잠수함을 볼 수 있을지 의문 입니다.

- 그러세요?

- 그리고 둘째 번 전등을 켜는 방법인데 전등을 여러개 켜면 의심을 사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하나만 켜시오. 하나만 켜는데 지붕 밑, 천정, 방, 창에 켜시오. 켜는 시간의 장단으로 신호 하도록.

- 잘 알았습니다, 모리무라 씨.


- 그날 밤 요시카와 소위는 보트를 타고 진주만 밖에 나가 긴히 고안한 방법이 안전하고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틀 후 요시카와 소위는 군령부 고가와 대자에게 보고했다.


- 도쿄 고가와 대자. 도쿄 고가와 대자. 1. 오토 킨의 전등신호 방법은 안전하고 확실성 있음이 증명 됐음. 2. 본인의 소견으로는 현재 진주만 함정들은 어뢰 방비철망의 보호를 받고있지 않소. 3. 현재 진주만 상공에는 아무 기구도 떠 있지 않음. 진주만 함정 및 히캄 포드 토치상비재에는 약간의 방어시설이 있을 것이나 기구를 띄워 적기의 침입을 막는다는 방법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을것임. 4. 12월 7일 토요일 현재 진주만에는 다음 함정이 정박해 있음. 전함 9척, 경 순양함 3척, 구축함 17척, 잠수함 3척 그리고 진주만 상공에 정찰기는 없음. 이상. 호놀룰루 요시카와.


- 요시카와의 이 보고는 정확하지 못했다. 진주만이 기습을 당했을 당시에 미 해군 발표를 보면 진주만 내에 모두 8척의 전함이 있었고 그 중 1척은 수리용 뚝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요시카와가 17척 이라고 한 구축함이 사실은 29척이나 있었다. 그리고 또 요시카와가 진주만 내에 없다고 보고한 준 순양함도 사실은 있었던 것이다. 한편 마지막 보고를 끝낸 요시카와 소위는 약간 흥분했다. 그리고 그날 밤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 오늘이 12월 7일 토요일. 오늘 일을 정확히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호놀룰루는 이미 어둡기 시작했다. 영사관 내 책상에 앉아 이 일기를 적는다. 오늘 내가 보고한 것이 아마 기둥부대 지휘관이 공격 전에 받을 최종의 정보가 될 것이다. 보고문은 암호 기계에 엮는 암호 3개 남기고 나는 밖으로 나갔다. 진주만 해군기지 일대에는 안개가 자욱히 내리고 전등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비행기 폭음이 들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 미국함대는 공중 탐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평소와 다름없는 조용한 토요일 밤이다. 잠시후 나는 자리에 들었다.


- 일본의 진주만 기습을 사전에 알고있던 사람은 미국에 꼭 한 사람 있었다. 알수 있었다기 보다 육감으로 느꼈다고나 할까. 그 사람은 해군정보부 번역관 리처드 부인 이었다. 진주만이 공격을 당한 훨씬 뒤 리처드 부인은 그 당시를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 전 일본에 30년 동안이나 살았기 때문에 일본어는 완전히 마스터 했어요. 그 때 전 정보부에 근무한지 얼마 안됐어요. 제 서류함 속에는 매직이 캐취한 일본문 원문이 그득히 쌓여 있었어요. 그 일본문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제 직책 이었죠. 그 날 진주만이 기습을 당한 하루 전날 토요일이에요. 그 많은 일본문을 뒤적거리다가 전 갑자기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깜짝 놀랐어요. 그것은 일본 잠수함에 진주만에 있는 함대수로 연락하는 것이었어요. 지붕 밑 창의 전등을 켜고 또 신문 광고까지 이용한다는 것이었어요. 전 진주만 함대들이 당장 위기에 있다는 것을 직감 했어요. 그래 뛰는 가슴을 간신히 달래며 번역을 서둘렀어요. 그때 마침 크라마 중령이 들어왔어요.


- 어.

- 마침 잘됐어요, 크라마 중령.

- 토요일인데 얼른 나가시지.

- 이거 보세요. 아주 중대한 거에요. 호놀룰루에서 스파이가 일본 잠수함에 연락한다는 거에요.

- 뭐 대단한 얘긴 아닙니다. 아니 엄청나게 많군요? 언제 그걸 다 번역 합니까. 리처드 부인 집에 가십시오. 오늘밤을 세워도 다 못할 겁니다. 월요일에 나와서 다시 하십시오.

- 그렇지만 크라마 중령, 이 전보는 곧 상부에 보고해야 하지 않겠어요?

- 하하하하. 리처드 부인, 걱정 마시고 어서 가십시오. 오늘만 날이 아닙니다. 집에가서 푹 쉬고 월요일 나와서 하십시오. 하하하하.


- 태평양 전쟁이 끝난 이듬해 1946년 2월 11일 미국 합동의회 위원회에서 크라마 중령은 리처드 부인을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 리처드 부인은 그 당시 정보부 현역사무에 익숙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매직이 캐취한 많은 정보 중에서 어떤것이 중요하고 어떤것이 중요하지 않은가를 분간하지 못했습니다. 12월 7일 진주만 기습을 당하기 바로 전날 리처드 부인이 번역한 그 전등신호 방법도 그 때 까지 입수한 모든 정보와 본질적으로 다른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그와 비슷한 정보는 수 없이 입수하고 있었으니까요.

(입력일 : 200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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