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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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26회 - 개전 전야
제26회
개전 전야
1967.12.05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개전전야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하기 전 일주일 동안 전파는 불꽃을 튀기고 사태는 숨이 막히도록 긴박했다.


- 만주국은 일본의 쟁용설이다!

- 만주국은 오죽처파에 만물이다!

- 중국 대외군은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다. 격렬하라 미·영!

- 미·영이야 말로 우리 일본의 적이다!


- 일본인, 이 조그마한 섬나라 인종들은 나면서 부터 전쟁을 밥보다 더 좋아했다. 약한자를 짓밟고 번영해다. 태평양 전쟁은 일본 군벌들이 일으켰다고 했다. 그러나 과연 군벌들만의 책임이었을까.


- 아국 일본의 적은 누구냐. 지나사변이 이제 5개년. 우리 일본의 전 국력을 기울여 싸우는 지나사변 5개년을 통해 일본의 틀림없는 적은 누구냐. 국민 여러분은 본인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것은 미국과 영국이다. 비단 지나사변 뿐 아니라 만주 본국이래 동아의 맹주인 우리 일본의 앞길을 막는자는 미·영 이라는 것을 미·영은 우리 적이라는 것을 국민 여러분은 가슴속 깊이 다짐하고 맹세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단연 궐기 할 때다. 지금은 우리 영령들 앞에 맹세하고 단연 궐기해서 원수의 가슴에 일격을 가해야 할 때다.


- 도쿄 십이야 공회당, 어떤 청년 정계의 연설이다. 도쿄 제국의회 의회당, 입추에 여지없이 모여든 방청객 앞에 일본 시마내깽 출신 국회의원 시마다 도시요가 등단했다. 66세 일본 의회정치의 중진이다. 시마다는 먼저 눈 안에 나란히 앉아있는 국무총리 도조이하 전 각려를 한 바퀴 휘둘러 봤다.


- 종국 함모관. 각오가 서 있는가? 국민은 정부 당국이 대반석 같은 결심으로 전진 일보 할 것 같으면 전광석화 순식간에 이에 호응해서 용왕 매진할 각오가 서 있음을 정부당국은 아는가 모르는가. 아등은 이 시점에 이르러 정부 당국이 우리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주저하고 무엇을 꺼려하고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부당국은 모름지기 전쟁목적수행 오직 한 길로만 가기를 우리 국민은 열망한다. 이 이상 주저하는 따위의 짓은 집어 치우기를 바란다. 차대 적성국가 정계와 재계의 불순분자들을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고노의 메시지안은 태평양에 암이라는 말이 있지만은 태평양의 암은 다름아닌 미국인 것이다. 그 암에 대해 지체없이 파사현정의 매스를 휘둘러야 한다. 그 매스를 휘두를 시기는 언제인가. 정부당국은 책임있는 답변을 하기 바란다. 그 시기는 언제인가!


- 장내는 터질듯한 함성과 박수로 변했다. 이 국민들이 전쟁은 군벌들이 일으켰다고 했다.


- 도쿄 다마카와 전차 연근 어떤 골목길, 몸빼를 입고 머리에 수건을 두른 부녀자들이 열심히 반공호를 파고 있었다. 마침 어떤 장년 신사 한 사람이 골목길에 접어 들었다. 12월 이라는데 흰 양복에 검은 소프트 가슴을 펴고 꽤 빠른 걸음걸이다.


- 모두 수고가 많으시군요. 반공호를 파는군요.

- 그렇습니다. 전쟁이라잖아요. 미국과 전쟁을 할지 모른다잖아요.

- 큰 일 이군요. 미국과 전쟁을 하면.

- 아휴 뭘. 우린 벌써 각오가 다 서 있는걸요?

- 그럼요. 태평양에 우리 무적해군이 있으니까요.

- 해군에 야마모도 대장이 있거든요? 야마모도 대장은 일·러 전쟁 때 도고 은수보다 더 신나게 미국 태평양 함대를 해치울 거에요.

- 그럼이요.

- 그럼, 수고 하십시오.


- 그는 다시 발길을 옮겼다. 이윽고 어떤집 현관 앞에 섰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를 알겠소?

- 아니, 각하가 아니십니까.

- 어머머 각하네. 각하야. 아이고 어서 오세요. 기다렸어요. 아휴.

- 당분간 오지 못할테니까 떠나기 전 선생님 영전에 인사나 드리려고 왔소.

- 아휴 그러세요? 잠깐 향을 피우셔야지요.

- 어. 그래.


- 그는 다른사람 아닌 연합함대 사령장관 야마모도 이소로쿠였다. 야마모도가 옛 국민학교 때 스승 오토나베 선생의 영전에 작별인사를 드리러 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 부인은 이미 출가를 했지만 선생님의 외동딸 이었다.


- 어서 차 드세요 식기전에. 어떠세요, 각하. 미국도 이젠 우리하고 전쟁을 할 각오가 서 있는가 보지요?

- 이젠 아마 없을거요. 선생님 같이 훌륭한 분.

- 네? 하하. 아버님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각하가 보낸 메론 얘기를 늘 하셨어요.

- 음. 이제부터 우리 일본도 어려울 때가 됐소.

- 역시 미국과 전쟁을 하는거죠, 각하.

- 지금 올 때 저 골목길에서 반공호를 파고 있더군.

- 네. 요즘 베일이에요.

- 앞으로는 모두 몹시 곤란해 질거요.

- 그럼, 우리 도쿄에도 적기가. 아휴 저...

- 아무튼 싸우면 이겨야지. 나도 야마모도 가문 후손이니까 조상을 봐서도.

- 각하가 계승한 야마모도가의 당주도 명치유신 때 전사 했다면서요?

- 음.

- 아버님 한테 말 들었어요.

- 그렇소. 야마모도 다이토우 21살 때 장렬하게 전사했소. 비단 야마모도 가문 뿐 아니라 모든 집안이 대대로 전란을 겪었지. 그 뒤 명치대정 지금 소와 역시 마찬가지지만은 내 생가 고노가는 할아버지가 일흔여덟, 할머니가 예순아홉 이었는데 직접 전투는 못했겠지만 감자밭에서 두 분이 함께 총을 손에 잡은 채 돌아가고 말았소.

- 아이 참.

- 끊임없는 전란과 시달림 그것이 수백년 내려온 역사요. 음. 우리 조상은 고노가 그런데 고노가와 야마모도가는 전쟁 때 서로 죽어서 후손이 없으면은 남은 자식을 양자로 보내기로 약속도 했다는군. 지금부터 백년도 더 옛날 얘긴데.

- 어머나.

- 그래. 고노 이소로쿠가 야마모도 이소로쿠로 바뀐것은 지금부터 30년 전인 대정 5년이요. 그러니까 나는 태어난 곳도 전쟁 내 이름이 바뀐것도 전쟁 하하하하.

- 각하, 이번 떠나면 좀 오래 걸리시죠?

- 아 그럴것 같소.

- 각하, 기념으로 뭐 한 수만 적어 주세요. 네?

- 하하하하. 그러지.


- 보는 사람의 마음 마음에 맡겨 두고서 높은 영에 걸린 가을 달.

- 됐어?

- 하하하. 끝이에요?

- 흐흐. 그래.

- 무슨 뜻이에요, 각하?

- 읽는 그대로 뜻이지. 아마 선생님이 살아 계셨다면은 지금 내 심정 누구보다도 더 잘 아실거요. 가을달이 아름다운가 아름답지 않은가. 그건 모두 보는 사람 뜻이란 말이지. 자, 그럼 난 가보겠소.

- 아니 각하, 차 한잔만 더 들고 가세요. 한잔이면 좋지가 않대요.

- 아니야. 모르는 소리. 난 뭐든지 하나야. 하나 하나 하나가 전부야. 하나밖엔 없어. 부인, 아이들은 잘 키우시오.

- 고마워요, 각하.


- 만주국은 일본의 생명선이다.

- 중국 대륙에서는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 격멸하라 미·영. 미·영이야 말로 우리 일본의 적이다.


- 하늘을 대신해서 불의를 친다. 하나님을 대신해서 불의를 친다. 한국을 짓밟고 만주를 짓밟고 중국 대륙까지 짓밟은 이 일본인들은 그것을 하늘을 대신해서 불의를 친다고 했다.

(입력일 : 200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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