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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21회 - 미,일의 첩보전
제21회
미,일의 첩보전
1967.11.29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태평양 전쟁의 승패에 크게 작용한 첩보전. 미국과 일본의 첩보전은 이미 오래전 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 남부 일본 규슈 가고시마관 자그마한 반도 하나가 만 내에 돌출해 있어 진주만에 펄슈와 흡사했다. 만 입구가 하나뿐인 것도 진주만과 같다. 연합 함대 사령관 야마모도가 마치 영화감독의 로케의 위치를 찾는 것 처럼 진주만과 지형이 비슷한 곳을 찾아 다니다가 발견한 곳이 이 가고시마 만 이다. 어뢰를 장치한 내격기대는 시상공에 이르러 40미터를 낮춰 지붕 위를 스치고 지나가 해상에 이르면 다시 20미터를 낮춰 목표물에 어뢰를 투하하는 순간 갑자기 기수를 솟구쳐 상승하는 것이었다. 해안선 일대의 나뭇잎은 모조리 분지러 지고 가고시마 시민들은 이 폭격 연습을 해군의 공중 서커스라 불렀다. 사실 사령관 야마모도와 몇 사람 참모들을 빼고는 비행사들 까지도 서커스 연습이라고만 생각 했을 뿐 그 다음 벌어질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드디어 10월 5일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두달 전 1941년 10월 5일 야마모도는 기함 아카기 함상에 100여명의 중견급 비행 장교들을 집합 시켰다.


- 차렷!

- 동방 해역에 있어서 미국 태평양 함대는 격멸 됐다. 그리고 미국 해상 교통망을 여지없이 분단 될 것이다. 절대 비밀 이지만 제관들은 12월 상순 경 하와이 방면 미 태평양 함대를 격멸하기 위해 선발 됐다.


- 그 후 11월 1일.


- 연합함대 최고 비밀명령 제 1호. 일본 제국은 미·영 화란에 비해 전쟁을 선언할 것이다. 이 선전 보고위를 X1로 한다. 그리고 이 명령은 Y1에 효력을 발생할 것이다.


- 그날 밤 야마모도는 함대 기상 참모 오우다 중저를 불렀다.


- 오우다 군, 어떤가. Y1은 연구해 봤는가?

- 네. 각하. 제 생각엔 12월 10일 경이 어떨까 합니다.

- 10일?

- 네.

- 그 때가 하와이 방면에선 달이 제일 밝지 않을 때 입니다.

- 10일 이면 하와이 날짜로는 어떻게 되지?

- 12월 9일 화요일 입니다.

- 음. 화요일이라. 오우다 군, 화요일은 안돼. 태평양 함대는 금요일에 귀항해서 월요일에 출항하고 있어.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는 습관이야. 그러니까 화요일엔 함대가 없을지 모르지.

- 어. 그렇습니가?

- 그러니까 10일에 가장 가가운 일요일을 생각해 보게.

- 8일 입니다. 8일이 일요일 입니다.

- 8일 이라면 하와이에서는 7일이 되겠군?

- 그렇습니다, 각하.

- 12월 8일 일요일. 좋아. 그럼 오우다 군, 8일을 전후 해서 태평양 일대의 기상 조건을 더욱 세밀히 검토해 보게.

- 알았습니다, 각하.

- 음. 12월 8일 일요일 하와이에서는 7일. 오우다 군, 절대로 누설되지 않도록 기밀 유지에 만전의 대책을 강구해 두도록. 알겠나?

- 명심 하겠습니다, 각하.


- 닷새 후 11월 5일.


- 해군 작전명령 제 1호. 1. 연합 함대는 12월 상순 미·영 화란과의 대전에 대비해서 적시 소요부대를 작전 개시 전 준비 시점에 진출 시켜라.
2. 진출에 있어서는 불의의 공격에 대비해 특히 경계를 엄중히 하라.
3. 작전 방침은 별도 지시 한다.


- 다시 닷새 후 11월 10일 야마모도는 기동부대 장관들을 집합 시켰다.


- 거대한 적함대가 진주만에 집결 돼있다. 이 함대를 개전벽두 우리 일경에 격멸 될 것이다. 진주만에 대한 기습 공격의 성공은 워털루의 대승과 필적할 것이다. 기동 함대장 나가모 다다이치 중장은 전투 준비를 완료하고 11월 20일 까지 지시마 열도 히도 카프만에 집합 하라.


- 일주일 후 훈항 요코스카. 항공 모함 아카키를 선두로 전함 시에 기리시마 순양함 도네 지쿠마 그 밖에 여러 측의 구축함으로 편성된 제1함대는 닷을 감고 서서히 출항하기 시작했다. 아마모도는 시종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붕고스위도르 빠져나간 함대는 이윽고 태평양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갔다. 짙은 안개 속으로.
제트작전. 야마모도가 이 진주만 기습 작전을 계획한 것은 1년도 전인 옛날 일이다. 그 때 야마모도는 가장 신임하던 제독 오니시 다키지로 소장에게 먼저 이 제트 작전을 얘기했다.


- 어떻소. 오니시 소장. 난 이 작전을 제트작전이라 부르기로 했는데.

- 제트 작전.

- 그렇소. 도고 본스의 제트신호 말이오.

- 아, 네.

- 일·러 전쟁 때 우리 도고 원스가 여순항에 기습을 감행한 것은 지금 이 진주만 기습 작전과 그 구상이나 성격이 아주 흡사하단 말이오. 그 때 로수아 함대는 압도적으로 우세했고 또 아군이 대륙에 까지 큰 병력을 수송하는데 여순 함대를 그냥 두면은 아군은 측면으로 공격을 당할 것이오. 이번에도 마찬가지요. 개전벽두 아군은 남방 자원을 확보해야 겠는데 진주만 태평양 함대를 그냥 두면은 역시 측면 공격을 당할게 아니겠소?

- 그렇습니다, 각하.

- 그래서 이 제트작전을 구상하게 됐는데 어떻소 오니시 소장 의견은?

- 제 생각에는 여러가지 난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난점?

- 네. 이건 큰 도박 같습니다. 첫째, 일본 본토에서 북방 해협까지 갔다가 다시 하와이 까지 접근하는 그 엄청난 거리를 적에게 발각되지 않고 수행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 음.

- 그리고 둘째, 만약 적이 대기하고 있을 때 전투기에 의한 공중공격과 지상과 함상의 집중 포화를 뚫고 내격기대가 돌입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셋째, 그런 고도한 기술을 우리 우리 해군 항공대가 단시일 안에 습득 한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이 세가지 조건이 절대 필요 합니다.

- 아니, 그런 소리 하다가 일껏 하와이 까지 접근해 가도 진주만에 적 함정 한 척 없을 때도 있지 않겠소?

- 그러니까 도박이란 말씀 입니다. 이 승산은 반반 입니다. 아니 50%도 못 될것 같습니다. 각하, 죄송합니다만 재고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건 말할 수 없는 모험이고 도박 입니다.

- 음. 전쟁이고 도박이고 워낙 신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오. 단호하게 행한다면은 천우신조가 우리 편에 있지 않겠소? 천우신조 까지 믿지 못한다면은 아예 전쟁을 포기해야 마땅 할거요.


- 전쟁이고 도박이고 워낙 신이 좋아하는것은 아니오. 천우신조 까지 얻지 못한다면 아예 전쟁을 포기해야 마땅할 거요. 야마모도의 이 마지막 말은 아주 기묘하고 의미심장 했다. 야마모도는 태평양 전쟁에 승산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이 무렵 야마모도의 심정을 이해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무리한 전쟁, 승산이 없는 전쟁이니까 차라리 빨리 시작해서 빨리 패배해 버리고 싶다. 이런 신랄한 아이러니를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아주 경솔하고 무책임 하게도 들린다. 그런데 야마모도는 결코 경솔하고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었다. 일본 해군의 야마모도의 인물평 기록에는.

- 뛰어나게 유능한 전략과 지도력 통솔력 있고 침착하고 결단이 빠른 제독.

- 한편 일본 해군 중에서 바둑의 선수요 포카의 명수 그리고 여러차례 미국주제 모관을 지냈기 때문에 누구 보다도 미국의 무서운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야마모도가 천우신조도 믿지 못할 바엔 아예 전쟁을 포기하라 이 말은 전쟁이 끝난 뒤에 까지도 미국과 일본의 식자들 같에 오랫동안 큰 관심을 끌었다. 야마모도는 승산이 없었다는 것이다.
고노이 총리가 야마모도를 불러 태평양 전쟁에 승산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다. 야마모도는.


- 각하, 1년이나 1년 반쯤은 태평양에서 한바탕 덤비고 뛰어 보겠습니다. 그렇지만 3년 4년을 끈다면은 자신이 없습니다.


- 천황 히로히도가 물어봤을 때도 야마모도는 서전에는 이긴다고 대답했다. 한편 요코스카에서 나구모 중장이 제1함대를 떠나보낸 날 저녁 야마모도는 기함 나가도에서 이미 퇴역한 옛친구 후리데 이기치 제독에게 사신을 띄웠다.


- 떠날 때는 폐가 많았소. 나 없는 동안 우리 집안 일은 귀영께 일임하오. 난 지금 얼마나 기묘한 입장에 있는지 모르겠소. 나 개인의 뜻과는 달리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됐소. 이젠 이 결단을 수행할 따름 일로 매진하는 길 밖에 없소. 이것도 천명이라고 할까.


- 진주만 공격 명령을 받은 기동 부대들은 이제 야마모도의 시간표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잠수함 부대는 11월 18일 요코스카를 떠났다. 예정대로 가면 12월 5일 하와이 수역에 도달할 것이다. 한편 항공 모함을 포함함 주력 부대는 지시마 열도 히도 카프를 향해 북진하고 있었다. 이 작전에는 비밀이 절대 필요했다. 이미 11월초 야마모도는 함대 사이의 무선 암호를 일체 봉쇄할 것을 명했다. 그 대신 갑자기 전파가 없어지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구레사세오 같은 일본 본토 수역에는 많은 거짓 전파를 흘려 보냈다. 그런 한편 함대간에 사용하는 호출 부호를 변경해 보였다. 이 호출기의 변경은 미국 통신 장교들을 극도로 당황 시켰다.


- 일본 해군이 호출 부호를 바꿨다. 항공 모함을 찾아라. 항공 모함이 없다.

- 전함을 찾아라. 전함이 없다.

- 항공 모함. 항공 모함. 항공 모함은 대부분 구레사세오 부근에 있음.

- 잠수함은 지시만 항면에 있음.

- 항공 모함과 잠수함 소저는 알수가 없음.

(입력일 : 2007.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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