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평양 전쟁의 승패에 크게 작용을 한 첩보전. 미국과 일본의 첩보전은 이미 오래 전 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 마마.
- 아니 루시, 왜 인제 오냐.
- 마마, 어때 이머리?
- 어디. 오우! 훨씬 더 예쁘구나. 돌아서봐.
- 자요.
- 됐어. 얼른 홀에 가자. 모두 얼마나 기다렸다구.
- 좀 더 기다리라죠 뭐.
- 아니, 옷은 왜그러냐. 응?
- 괜찮아, 마마. 이 옷이 마음에 드는걸.
- 그래?
- 원더풀 루시!
- 고마워요. 아 저 늦어서 죄송해요.
- 이 아름다운 뜰의 레이를 우리의 아름다운 퀸 루시에게 바치노라.
- 고마워요. 고마워요.
- 루시, 저하고 춤 한번?
- 고마워요.
- 진주만이 한 눈으로 내려다 보이는 랑카이 언덕, 호화로운 저택, 동네 사람들은 이 집을 킨 홀 이라 불렀다. 킨 홀. 지인 오토 킨 부처와 아름다운 딸 루시에 대한 선망 그리고 저녁마다 이 집 넓은 홀에서 베풀어지는 젊은 해군 사관들의 댄스 파티가 킨 홀 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했다. 주말마다 상륙하는 젊은 해군 사관들에게 루시는 여왕처럼 아름답고 기품있는 존재였다. 값진 선물과 꽃의 레이, 모두 루시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꿀벌처럼 몰려 들었다. 킨 부처는 또 뉴욕이나 헐리우드에서 까지 미용사를 불러와 루시를 더욱 매혹적인 아가씨로 만들었다. 눈 아래 전개되는 진주만, 항공 모함이나 전함 구축함 등이 입항하고 출항하는 모습이 한 눈으로 내려다 보이는 킨 홀.
- 오! 루시. 루시.
- 어머나! 어머 펙, 언제 왔어요.
- 루시, 보고 싶었다.
- 저도요. 펙, 우리 춤 추면서 얘기해요. 보고싶었어, 펙. 언제 상륙했지?
- 어제 저녁에.
- 어머, 미워. 어제 저녁에 상륙 했으면서.
- 그럴 일이 있었어.
- 아이, 그래? 그럼 언제 가지?
- 내일 아침이요.
- 그럼, 언제 또 만날 수 있어?
- 다음 토요일?
- 어머, 토요일 까지 어떻게 기다려요. 저, 펙이 타는 군함 텍사스 던가? 나 펙이 타는 군함이 떠나는거 보고 싶어.
- 오, 아니야. 오크라호마야.
- 그럼, 페트릭 하고 같은 군함?
- 아니지. 페트릭이 텍사스야.
- 그래?
- 루시는 진주만에 입항하는 모든 군함의 동태를 샅샅히 알수가 있었다. 심지어 그 많은 해군 사관들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느 군함을 타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았다. 루시가 아는 것은 또 모두 오토 킨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이따금 호놀룰루 일본 영사관 오쿠다 부 영사가 남몰래 오토 킨을 찾아 왔다. 오토 킨 부처는 루시를 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의심스러웠다. 루시가 처음 이 집에 나타났을 때 얘기다.
- 얘, 루시. 루시, 이리 좀 온.
- 아 뭐에요, 빠빠.
- 아, 너한테 소개 할 사람이 있다. 얼른 들어 오너라.
- 그래요.
- 어. 호놀룰루 영사관 오쿠다 부 영사님 이시다. 인사 해라.
- 어머, 그러세요? 저 루시예요. 오쿠다 씨, 아시다시피 전 일본 사람이 아니잖아요? 우리 가족중에 누구 일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아무 인연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일본에 충성을 바쳐야 할 의무 같은거 전혀 없단 말씀이에요. 그런데요. 일본 해군이 저한테서 무슨 요구를 한다면 거기에 대한 최고의 보수를 지불해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어떠세요. 오쿠다 씨.
- 음. 알았소. 그럼 루시 양은 얼마나 요구 할 생각이오?
- 글쎄요. 음. 5만 달러. 적을까요?
- 뭐? 5만 달러?
- 얘, 루시. 무슨 소리냐? 루시야. 너무 많은데.
- 5만 달러. 오쿠다는 물론 킨 까지도 놀랬다. 1940년대 전후에 5만 달러 라면은 엄청난 돈이었던 것이다. 오랜 얘기 끝에 마침내 현금을 1만 5천 달러 그리고 잔금은 전쟁이 시작돼서 루시가 일본에 피신 했을 때 지불 하기로 이 비열한 교섭은 성립되고 말았다. 오토 킨, 킨 교수라고도 하는 이 사람은 어떤 인물인가.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4,5년 전인 1936년 여름, 킨은 도쿄 가까운 해수욕장에서 해군의 미국 관계 정보 책임자 고가와 대자를 만났다.
- 아, 고가와 대자. 난 이래도 1차 대전 땐 독일 해군의 장교 였습니다. 그 후엔 독일 비밀경찰 고관을 지냈구요. 그런데 그 시물러가 그 시물러 악당이 날 미워했단 말입니다. 그 뭐 하는 수 없이 독일을 떠나고 말았지만 그래서 지금은 미국 시민 입니다.
- 이것이 오토 킨이 일본 해군 정보부와 인연을 맺게 된 시초다. 3년 뒤 1939년 킨은 호놀룰루에서 다시 고가와를 만났다.
- 아, 고가와 대자. 고가와 대자가 보내준 돈은 아주 유효적절하게 쓰고 있습니다. 랑카이에 집을 한 채 샀지요. 이 집에선 뭐 진주만 해군기지가 손바닥 처럼 잘 보이고 해병대 훈련캠프도 잘 보입니다. 뭐 필요 하다면 진주만 밖에 있는 일본 잠수함에 신호를 보낼 수도 있구요. 그리고 긴급한 사태에 대비해서 독일제 아주 우수한 무선 통신기도 입수 했습니다. 하하하. 뭐 이밖에도 연락 방법은 얼마든지 있겠지요. 그 빨랫줄에 아주 선명한 린넨 같은 천을 매달아 둘 수도 있고 또 그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그 무슨 쓰레기 같은거 태워서 신호를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창에다 신호등을 켜 놓을 수도 있구요.
- 얼마 후, 고가와 대자는 킨에게 지령문을 내렸다. 그 요시까와 소위가 전한 지령문이다.
- 오토 킨 귀하. 귀하가 사용 할 호출 번호는 EXEX 주파수는 11.980 태평양 시간 11월 3일과 5일 0100 무선통신 테스트를 할 것.
- 그런데 킨은 이 지시를 이행하지 못했던 것이다. 킨에게는 무선 통신기가 없었다. 킨은 돈이 필요해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창에 전등을 켜 신호를 하고, 쓰레기를 태우는 정도였다. 다만 루시를 통해서 해군 사관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오쿠다에게 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한편 이 킨의 행위가 미국 정보 당국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940년 7월 이미 킨은 미국 FBI의 간첩 용의자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그 기록은.
- 오토 킨. 1918년 무렵 독일의 해군 장교. 미국 해군 장교 중 친지가 많다. 다액의 돈을 어떤 은행에서 받는다. 자주 일본에 여행한다. 부인은 독일 정보학교 출신. 부인이 일본을 거쳐 올 때 많은 돈을 지참했다. 사업에 실패 했지만 지금도 많은 부동산이 있다. 킨은 독일 나치와 가깝다. 킨 부처는 호놀룰루의 일본 영사관과 함께 있다. 킨 부처는 후리이델 부처와 동일인물 인것 같다.
- 이것은 연습이 아니다. 비행전 적기다. 일본군이 진주만을 폭격하고 있다. 이것은 연습이 아니다.
- 드디어 12월 8일 하와이 시간 7일 미국 FBI는 랑카이의 킨 홀을 향해서 초속으로 달렸다.
- 오토 킨, 나와라. 킨! 나오지 못해! 킨 나와라! 얼른! 킨 안나오면 쏜다! 킨, 나와라!
- 없다. 한 발짝 늦었다.
- 얼른... 요트로.
- 요트다. 저 저기. 킨 서라. 서!
- 서라. 킨!
- 해안선을 떠나려는 순간 요트는 잡히고 킨 일가는 체포되고 말았다. 그들은 요트를 타고 도망해 일본 잠수함에 수용 될 계획이었던 것이다. 오토 킨은 1942년 2월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지 4개월 후 군법 회의에 회부 됐다.
- 피고 오토 킨. 그대는 조국 아메리카에 대한 반역죄로 총살형에 처함.
- 부인과 딸 루시도 투옥이 됐다. 몇해 후.
- 피고 오토 킨, 사 1등을 감해 중노동 50년 형에 처함.
- 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 킨은 특사령으로 석방이 됐다. 킨은 표연히 아르젠틴으로 떠났다. 부인과 루시도 석방이 됐다. 그들은 또 독일을 향해서 총총히 떠나고 말았다. 그 뒤 이 부인과 아름다운 루시의 소식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입력일 : 20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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