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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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18회 - 미,일의 첩보전
제18회
미,일의 첩보전
1967.11.25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태평양 전쟁의 승패에 크게 작용을 한 첩보전. 미국과 일본의 첩보전은 이미 오래 전 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 마마.

- 아니 루시, 왜 인제 오냐.

- 마마, 어때 이머리?

- 어디. 오우! 훨씬 더 예쁘구나. 돌아서봐.

- 자요.

- 됐어. 얼른 홀에 가자. 모두 얼마나 기다렸다구.

- 좀 더 기다리라죠 뭐.

- 아니, 옷은 왜그러냐. 응?

- 괜찮아, 마마. 이 옷이 마음에 드는걸.

- 그래?

- 원더풀 루시!

- 고마워요. 아 저 늦어서 죄송해요.

- 이 아름다운 뜰의 레이를 우리의 아름다운 퀸 루시에게 바치노라.

- 고마워요. 고마워요.

- 루시, 저하고 춤 한번?

- 고마워요.


- 진주만이 한 눈으로 내려다 보이는 랑카이 언덕, 호화로운 저택, 동네 사람들은 이 집을 킨 홀 이라 불렀다. 킨 홀. 지인 오토 킨 부처와 아름다운 딸 루시에 대한 선망 그리고 저녁마다 이 집 넓은 홀에서 베풀어지는 젊은 해군 사관들의 댄스 파티가 킨 홀 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했다. 주말마다 상륙하는 젊은 해군 사관들에게 루시는 여왕처럼 아름답고 기품있는 존재였다. 값진 선물과 꽃의 레이, 모두 루시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꿀벌처럼 몰려 들었다. 킨 부처는 또 뉴욕이나 헐리우드에서 까지 미용사를 불러와 루시를 더욱 매혹적인 아가씨로 만들었다. 눈 아래 전개되는 진주만, 항공 모함이나 전함 구축함 등이 입항하고 출항하는 모습이 한 눈으로 내려다 보이는 킨 홀.


- 오! 루시. 루시.

- 어머나! 어머 펙, 언제 왔어요.

- 루시, 보고 싶었다.

- 저도요. 펙, 우리 춤 추면서 얘기해요.
보고싶었어, 펙. 언제 상륙했지?

- 어제 저녁에.

- 어머, 미워. 어제 저녁에 상륙 했으면서.

- 그럴 일이 있었어.

- 아이, 그래? 그럼 언제 가지?

- 내일 아침이요.

- 그럼, 언제 또 만날 수 있어?

- 다음 토요일?

- 어머, 토요일 까지 어떻게 기다려요. 저, 펙이 타는 군함 텍사스 던가? 나 펙이 타는 군함이 떠나는거 보고 싶어.

- 오, 아니야. 오크라호마야.

- 그럼, 페트릭 하고 같은 군함?

- 아니지. 페트릭이 텍사스야.

- 그래?


- 루시는 진주만에 입항하는 모든 군함의 동태를 샅샅히 알수가 있었다. 심지어 그 많은 해군 사관들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느 군함을 타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았다. 루시가 아는 것은 또 모두 오토 킨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이따금 호놀룰루 일본 영사관 오쿠다 부 영사가 남몰래 오토 킨을 찾아 왔다. 오토 킨 부처는 루시를 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의심스러웠다. 루시가 처음 이 집에 나타났을 때 얘기다.


- 얘, 루시. 루시, 이리 좀 온.

- 아 뭐에요, 빠빠.

- 아, 너한테 소개 할 사람이 있다. 얼른 들어 오너라.

- 그래요.

- 어. 호놀룰루 영사관 오쿠다 부 영사님 이시다. 인사 해라.

- 어머, 그러세요? 저 루시예요. 오쿠다 씨, 아시다시피 전 일본 사람이 아니잖아요? 우리 가족중에 누구 일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아무 인연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일본에 충성을 바쳐야 할 의무 같은거 전혀 없단 말씀이에요. 그런데요. 일본 해군이 저한테서 무슨 요구를 한다면 거기에 대한 최고의 보수를 지불해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어떠세요. 오쿠다 씨.

- 음. 알았소. 그럼 루시 양은 얼마나 요구 할 생각이오?

- 글쎄요. 음. 5만 달러. 적을까요?

- 뭐? 5만 달러?

- 얘, 루시. 무슨 소리냐? 루시야. 너무 많은데.


- 5만 달러. 오쿠다는 물론 킨 까지도 놀랬다. 1940년대 전후에 5만 달러 라면은 엄청난 돈이었던 것이다. 오랜 얘기 끝에 마침내 현금을 1만 5천 달러 그리고 잔금은 전쟁이 시작돼서 루시가 일본에 피신 했을 때 지불 하기로 이 비열한 교섭은 성립되고 말았다.
오토 킨, 킨 교수라고도 하는 이 사람은 어떤 인물인가.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4,5년 전인 1936년 여름, 킨은 도쿄 가까운 해수욕장에서 해군의 미국 관계 정보 책임자 고가와 대자를 만났다.


- 아, 고가와 대자. 난 이래도 1차 대전 땐 독일 해군의 장교 였습니다. 그 후엔 독일 비밀경찰 고관을 지냈구요. 그런데 그 시물러가 그 시물러 악당이 날 미워했단 말입니다. 그 뭐 하는 수 없이 독일을 떠나고 말았지만 그래서 지금은 미국 시민 입니다.


- 이것이 오토 킨이 일본 해군 정보부와 인연을 맺게 된 시초다. 3년 뒤 1939년 킨은 호놀룰루에서 다시 고가와를 만났다.

- 아, 고가와 대자. 고가와 대자가 보내준 돈은 아주 유효적절하게 쓰고 있습니다. 랑카이에 집을 한 채 샀지요. 이 집에선 뭐 진주만 해군기지가 손바닥 처럼 잘 보이고 해병대 훈련캠프도 잘 보입니다. 뭐 필요 하다면 진주만 밖에 있는 일본 잠수함에 신호를 보낼 수도 있구요. 그리고 긴급한 사태에 대비해서 독일제 아주 우수한 무선 통신기도 입수 했습니다. 하하하. 뭐 이밖에도 연락 방법은 얼마든지 있겠지요. 그 빨랫줄에 아주 선명한 린넨 같은 천을 매달아 둘 수도 있고 또 그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그 무슨 쓰레기 같은거 태워서 신호를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창에다 신호등을 켜 놓을 수도 있구요.


- 얼마 후, 고가와 대자는 킨에게 지령문을 내렸다. 그 요시까와 소위가 전한 지령문이다.


- 오토 킨 귀하. 귀하가 사용 할 호출 번호는 EXEX 주파수는 11.980 태평양 시간 11월 3일과 5일 0100 무선통신 테스트를 할 것.


- 그런데 킨은 이 지시를 이행하지 못했던 것이다. 킨에게는 무선 통신기가 없었다. 킨은 돈이 필요해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창에 전등을 켜 신호를 하고, 쓰레기를 태우는 정도였다. 다만 루시를 통해서 해군 사관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오쿠다에게 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한편 이 킨의 행위가 미국 정보 당국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940년 7월 이미 킨은 미국 FBI의 간첩 용의자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그 기록은.


- 오토 킨. 1918년 무렵 독일의 해군 장교. 미국 해군 장교 중 친지가 많다. 다액의 돈을 어떤 은행에서 받는다. 자주 일본에 여행한다. 부인은 독일 정보학교 출신. 부인이 일본을 거쳐 올 때 많은 돈을 지참했다. 사업에 실패 했지만 지금도 많은 부동산이 있다. 킨은 독일 나치와 가깝다. 킨 부처는 호놀룰루의 일본 영사관과 함께 있다. 킨 부처는 후리이델 부처와 동일인물 인것 같다.


- 이것은 연습이 아니다. 비행전 적기다. 일본군이 진주만을 폭격하고 있다. 이것은 연습이 아니다.


- 드디어 12월 8일 하와이 시간 7일 미국 FBI는 랑카이의 킨 홀을 향해서 초속으로 달렸다.


- 오토 킨, 나와라. 킨! 나오지 못해! 킨 나와라! 얼른! 킨 안나오면 쏜다! 킨, 나와라!

- 없다. 한 발짝 늦었다.

- 얼른... 요트로.

- 요트다. 저 저기. 킨 서라. 서!

- 서라. 킨!


- 해안선을 떠나려는 순간 요트는 잡히고 킨 일가는 체포되고 말았다. 그들은 요트를 타고 도망해 일본 잠수함에 수용 될 계획이었던 것이다. 오토 킨은 1942년 2월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지 4개월 후 군법 회의에 회부 됐다.


- 피고 오토 킨. 그대는 조국 아메리카에 대한 반역죄로 총살형에 처함.


- 부인과 딸 루시도 투옥이 됐다. 몇해 후.


- 피고 오토 킨, 사 1등을 감해 중노동 50년 형에 처함.


- 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 킨은 특사령으로 석방이 됐다. 킨은 표연히 아르젠틴으로 떠났다. 부인과 루시도 석방이 됐다. 그들은 또 독일을 향해서 총총히 떠나고 말았다. 그 뒤 이 부인과 아름다운 루시의 소식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입력일 : 20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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