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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17회 - 미,일의 첩보전
제17회
미,일의 첩보전
1967.11.24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태평양 전쟁의 승패에 크게 작용한 첩보전. 미국과 일본의 첩보전은 이미 오래전 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한 달 반쯤 전인 1941년 10월 23일 태평양 항로 일본 여객선 다찌다마루가 서서히 호놀룰루 항해의 물결을 가르며 입항했다. 여객 중에 두 사람의 일본 외무성 관리가 끼어 있었다. 여객선 명부에 적힌 이름은 외무성 검사관 마에다 구니야키, 외무성 우편물 운반은 스지야스이치 였다. 그들은 곧 호놀룰루 일본 총 영사관 기다 총 영사를 찾았다. 호놀룰루 영사관 깊숙한 방, 기다 총 영사는 굳게 문을 잠그고 그들을 맞았다.


- 잘 오셨습니다, 나가시마 소장.


- 외무성 검사관 마에다 구니야키, 사실은 해군 정보 장교 나카지마 소자였던 것이다. 소속은 해군군령부 미국과. 또 한 사람 우편물 운반인 스지야도 해군 정보 장교임은 다시 말 할 것도 없다. 이 자리에는 견습영사 모리무라 다다시, 사실은 해군 첩보원 요시까와 소위도 동석했던 것이다.


- 기다 총 영사, 군령부 미국과장 고가와 대장께서 이 호놀룰루 일대 첩보망을 더욱 강화 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 네.

- 떠나기 전 고가와 대자께서 대충 얘긴 들었습니다만 어떻습니까 여기 첩보 활동은.

- 아, 네. 이 이 호놀룰루는 지금 첩보망 조직이 두 갈래로 갈려 있습니다. 내부 조직과 외부 조직 입니다. 내부 조직은 아시다시피 이 요시까와 소위를 비롯해서 오쿠다 부 영사 그리고 한 두 사람 하와이 2세가 이 요시까와 소위를 보좌하고 있습니다.

- 다른 직원은 어떻습니까.

- 오쿠다 부 영사 선에서 그치고 있습니다. 그 아래 일반 직원들에겐 절대 비밀이 보장 돼있습니다.

- 아, 그럼 외부 조직이 문제군요. 외부 조직 중 양조장에 근무하는 하쿠다케 씨를 아십니까.

- 어. 이름만은 들었습니다. 지금 외부 조직과 내부 조직간의 연락은 은밀히 금하고 있으니까요. 외부 조직엔 식료품상을 하는 사람, 카페를 경영하는 사람 등 여럿인데요. 일체 여기 영사관에는 출입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 좋습니다. 하쿠다케 씨 얘긴데. 요시까와 소위?

- 네.

- 하쿠다케 씨에게 곧 도쿄에 돌아가도록 연락하게.

- 네.

- 오는 11월 1일 다이오마루가 이 호놀룰루에 기항할 예정이니까 그 배로 일본에 돌아가도록 연락을 해주시오.

- 네. 알았습니다.

- 기다 총 영사, 하쿠다케 씨는 바로 해군 하쿠다케 제독의 의붓 아들 입니다.

- 오! 그러세요.

- 이 분이 술이 좀 과한 것 같은데.

- 으으음. 그래서.

- 알겠습니다.

- 다음.

- 예. 우편물 입니다만은.

- 음.

- 이거 돈 입니다.

- 돈?

- 요코하마 쇼킨 은행에서 보낸 100달러짜리 지폐인데 100달러짜리 지폐가 꼭 140매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1만 4천 달러지요. 이걸 오토 킨 이라는 독일인에게 전해 주십시오.

- 오토 킨.

-그렇습니다. 독일계 미국인인데 지금 랑카이에 살고 있습니다. 진주만이 한 눈으로 내다 보이는 언덕 말씀 입니다. 거기 외딴 집에 살고 있습니다.

- 네.

- 오토 킨 이라고도 하고 후리데리 라고도 부릅니다.

- 후리데리?

- 네. 돈 하고 이건 고가와 대자가 보내는 지시문 입니다.

- 네.

- 이 두가지르 전할 때 홈베르크 박사가 보내는 우편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고 전해 주십시오.

- 알았습니다.

- 이것도 요시까와 소위가 전하시오.

- 네.

- 오토 킨스에 혹은 후리델 홈베르크 박사가 보내는 우편물 알았습니다.

- 기다 씨, 돈 보낼 때는 특히 신중을 기하기 바랍니다.

- 알았습니다.


-그 날 부터 5일 후 10월 28일은 토요일 이었다. 자동차에 탄 일행 세 사람 오쿠다 부 영사와 요시까와 소위 그리고 운전수 겸 첩보원 일본인 2세 고도시로도 모두 새하얀 즈봉에 아로하 셔츠 차림, 누가 보든지 즐거운 주말 여행을 떠난 일행 이었다.


- 고도시로도, 이 해안선을 따라 달려.

- 데체 어디로 가는 겁니까.

- 하하하. 주말 여행에 목적이 있나. 그냥 자꾸 달리기만 해.

- 그 우편물 이리 줘.

- 어. 받아요.

- 고도시로도, 요 다음 교차로까지 가서 기다리고 있어.

- 알았습니다.


- 우편물을 들고 내린 요시까와는 랑카이에 있는 오토 킨의 집을 향해 걸었다. 오토 킨은 뒷마당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


- 아, 어서 오십시오.

- 당신이 오토 킨 입니까?

- 네. 아, 그 그렇습니다. 홈베르크 박사가 보낸 우편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 아, 네. 그러세요. 가만있자 어디... 아, 이 쪽 들어 가십시다. 음.

- 우편물 하고 봉투 두 가지 입니다.

- 아, 네.

- 오토 킨 귀하. 귀하가 앞으로 사용할 호출부 EXEX 주파수 11980 11월 3일과 11월 5일 태평양 기준시간 0100 이상 특정 시간에 우선 무선통신 테스트를 하기 바람. 이상 가능여부 곧 회신 바람. 해군군령부 미국과 고가와 대장.

- 음. 잘 알았습니다. 회신 곧 고가와 대장께 직접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우편물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당신 아십니까?

- 모릅니다.

- 그럼 이 속에 든 물건 받았다는 영수증 필요 합니까?

- 어. 필요 없습니다.


- 이 유쾌한 주말 여행에는 기다 총 영사가 말한 이른 바 영사관 내부 조직 전원이 등장한 셈이다. 오쿠다 부 영사, 요시까와, 고도시로도, 오토 킨 이 일행 중 오쿠다와 오토 킨은 그 무렵 이미 미국 정보 당국에 간첩 용의자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이 일행이 예상한 대로 주말이기 때문에 미국 정보 당국의 경계는 소홀했던 것이다.
사흘 후 11월 1일 오전 9시 다이오마루는 예정대로 호놀룰루항 제 8부두에 입항했다.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한 달 전의 긴박한 무렵이다. 표면상 하와이에 있는 일본인들은 본국에 철수 시킨다는 것이었지만 그런 한 편 다이오마루는 아주 중대한 비밀 임무를 띄고 왔던 것이다. 선원 중에 스즈끼와 마에지마라는 두 젊은 청년이 있었다. 이 두 사람이 다이오마루를 탔다는 사실이 다이오마루의 임무를 아주 중대하게 했던 것이다. 스즈끼는 바로 진주만을 기습한 나구모 항공 부대의 젊은 참모 스즈끼 소자였고, 한편 마에지마는 전함 잠수함 등 지원부대 참모 마에지마 소자였던 것이다. 스즈끼와 마에지마는 다이오마루가 요코하마를 떠나기 전 해군 정보부 미국과장 고가와 대자를 만났다.


- 에... 야마모도 연합 함대 사령관에 특별 명령을 전달 하겠소. 스즈끼 소자와 마에지마 소자는 다이오마루이 선원으로 승선 할 것. 다이오마루는 정규 코스를 밟지 말고 항로를 먼저 북쪽으로 돌려 지시마 열도 히도카프만으로 향할것. 다음 히도카프만에서 남하해서 미트웨이드를 거쳐 호놀룰루에 향할것. 그 항해 중 북태평양에 있어서 바람의 방향, 기압의 변화, 특히 고르지 못하는 기상 상황이 항해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호놀룰루까지 이르는 도중에 바다에서 몇 척의 선박을 만나는가 그 선박의 수와 국적을 엄밀히 조사 할 것. 이상.

- 알겠습니다.

- 귀관들의 성공을 빌겠소. 그리고 이 번엔 내 부탁인데.

- 네.

- 이건 호놀룰루 기다 총 영사에게 전해 주시오. 진주만 미 해군 방비에 대한 97가지 질문서요. 돌아 올 때 다시 회답을 받아다 주길 바라오.


- 지시마 열도 히도 카프만에서 미데이를 거쳐 호놀룰루 까지 그 동안 해상의 모든 기상 조건과 특히 만나는 배를 엄밀히 조사하라. 진주만 기습 때에 항공 모함과 전함들이 지시마 열도 히도 카프만을 떠난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이 다이오마루의 항해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야마모도 연합 함대 사령관은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한 달 반도 전에 이미 다이오마루를 항해시켜 실지 답사를 명했던 것이다. 한편 요시오까 소위가 조사한진주만 방비에 대한 97개조 설문은 지체없이 고가와 대자에게 전달 됐다. 그 제1문은.


- 일주일 중 어느 요일이 진주만에 가장 함대가 많은 날인가.

- 그것은 일요일 입니다.

(입력일 : 20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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