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평양 전쟁의 승패에 크게 작용한 첩보전. 미국과 일본의 첩보전은 이미 오래전 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한 달 반쯤 전인 1941년 10월 23일 태평양 항로 일본 여객선 다찌다마루가 서서히 호놀룰루 항해의 물결을 가르며 입항했다. 여객 중에 두 사람의 일본 외무성 관리가 끼어 있었다. 여객선 명부에 적힌 이름은 외무성 검사관 마에다 구니야키, 외무성 우편물 운반은 스지야스이치 였다. 그들은 곧 호놀룰루 일본 총 영사관 기다 총 영사를 찾았다. 호놀룰루 영사관 깊숙한 방, 기다 총 영사는 굳게 문을 잠그고 그들을 맞았다.
- 잘 오셨습니다, 나가시마 소장.
- 외무성 검사관 마에다 구니야키, 사실은 해군 정보 장교 나카지마 소자였던 것이다. 소속은 해군군령부 미국과. 또 한 사람 우편물 운반인 스지야도 해군 정보 장교임은 다시 말 할 것도 없다. 이 자리에는 견습영사 모리무라 다다시, 사실은 해군 첩보원 요시까와 소위도 동석했던 것이다.
- 기다 총 영사, 군령부 미국과장 고가와 대장께서 이 호놀룰루 일대 첩보망을 더욱 강화 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 네.
- 떠나기 전 고가와 대자께서 대충 얘긴 들었습니다만 어떻습니까 여기 첩보 활동은.
- 아, 네. 이 이 호놀룰루는 지금 첩보망 조직이 두 갈래로 갈려 있습니다. 내부 조직과 외부 조직 입니다. 내부 조직은 아시다시피 이 요시까와 소위를 비롯해서 오쿠다 부 영사 그리고 한 두 사람 하와이 2세가 이 요시까와 소위를 보좌하고 있습니다.
- 다른 직원은 어떻습니까.
- 오쿠다 부 영사 선에서 그치고 있습니다. 그 아래 일반 직원들에겐 절대 비밀이 보장 돼있습니다.
- 아, 그럼 외부 조직이 문제군요. 외부 조직 중 양조장에 근무하는 하쿠다케 씨를 아십니까.
- 어. 이름만은 들었습니다. 지금 외부 조직과 내부 조직간의 연락은 은밀히 금하고 있으니까요. 외부 조직엔 식료품상을 하는 사람, 카페를 경영하는 사람 등 여럿인데요. 일체 여기 영사관에는 출입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 좋습니다. 하쿠다케 씨 얘긴데. 요시까와 소위?
- 네.
- 하쿠다케 씨에게 곧 도쿄에 돌아가도록 연락하게.
- 네.
- 오는 11월 1일 다이오마루가 이 호놀룰루에 기항할 예정이니까 그 배로 일본에 돌아가도록 연락을 해주시오.
- 네. 알았습니다.
- 기다 총 영사, 하쿠다케 씨는 바로 해군 하쿠다케 제독의 의붓 아들 입니다.
- 오! 그러세요.
- 이 분이 술이 좀 과한 것 같은데.
- 으으음. 그래서.
- 알겠습니다.
- 다음.
- 예. 우편물 입니다만은.
- 음.
- 이거 돈 입니다.
- 돈?
- 요코하마 쇼킨 은행에서 보낸 100달러짜리 지폐인데 100달러짜리 지폐가 꼭 140매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1만 4천 달러지요. 이걸 오토 킨 이라는 독일인에게 전해 주십시오.
- 오토 킨.
-그렇습니다. 독일계 미국인인데 지금 랑카이에 살고 있습니다. 진주만이 한 눈으로 내다 보이는 언덕 말씀 입니다. 거기 외딴 집에 살고 있습니다.
- 네.
- 오토 킨 이라고도 하고 후리데리 라고도 부릅니다.
- 후리데리?
- 네. 돈 하고 이건 고가와 대자가 보내는 지시문 입니다.
- 네.
- 이 두가지르 전할 때 홈베르크 박사가 보내는 우편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고 전해 주십시오.
- 알았습니다.
- 이것도 요시까와 소위가 전하시오.
- 네.
- 오토 킨스에 혹은 후리델 홈베르크 박사가 보내는 우편물 알았습니다.
- 기다 씨, 돈 보낼 때는 특히 신중을 기하기 바랍니다.
- 알았습니다.
-그 날 부터 5일 후 10월 28일은 토요일 이었다. 자동차에 탄 일행 세 사람 오쿠다 부 영사와 요시까와 소위 그리고 운전수 겸 첩보원 일본인 2세 고도시로도 모두 새하얀 즈봉에 아로하 셔츠 차림, 누가 보든지 즐거운 주말 여행을 떠난 일행 이었다.
- 고도시로도, 이 해안선을 따라 달려.
- 데체 어디로 가는 겁니까.
- 하하하. 주말 여행에 목적이 있나. 그냥 자꾸 달리기만 해.
- 그 우편물 이리 줘.
- 어. 받아요.
- 고도시로도, 요 다음 교차로까지 가서 기다리고 있어.
- 알았습니다.
- 우편물을 들고 내린 요시까와는 랑카이에 있는 오토 킨의 집을 향해 걸었다. 오토 킨은 뒷마당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
- 아, 어서 오십시오.
- 당신이 오토 킨 입니까?
- 네. 아, 그 그렇습니다. 홈베르크 박사가 보낸 우편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 아, 네. 그러세요. 가만있자 어디... 아, 이 쪽 들어 가십시다. 음.
- 우편물 하고 봉투 두 가지 입니다.
- 아, 네.
- 오토 킨 귀하. 귀하가 앞으로 사용할 호출부 EXEX 주파수 11980 11월 3일과 11월 5일 태평양 기준시간 0100 이상 특정 시간에 우선 무선통신 테스트를 하기 바람. 이상 가능여부 곧 회신 바람. 해군군령부 미국과 고가와 대장.
- 음. 잘 알았습니다. 회신 곧 고가와 대장께 직접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우편물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당신 아십니까?
- 모릅니다.
- 그럼 이 속에 든 물건 받았다는 영수증 필요 합니까?
- 어. 필요 없습니다.
- 이 유쾌한 주말 여행에는 기다 총 영사가 말한 이른 바 영사관 내부 조직 전원이 등장한 셈이다. 오쿠다 부 영사, 요시까와, 고도시로도, 오토 킨 이 일행 중 오쿠다와 오토 킨은 그 무렵 이미 미국 정보 당국에 간첩 용의자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이 일행이 예상한 대로 주말이기 때문에 미국 정보 당국의 경계는 소홀했던 것이다. 사흘 후 11월 1일 오전 9시 다이오마루는 예정대로 호놀룰루항 제 8부두에 입항했다.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한 달 전의 긴박한 무렵이다. 표면상 하와이에 있는 일본인들은 본국에 철수 시킨다는 것이었지만 그런 한 편 다이오마루는 아주 중대한 비밀 임무를 띄고 왔던 것이다. 선원 중에 스즈끼와 마에지마라는 두 젊은 청년이 있었다. 이 두 사람이 다이오마루를 탔다는 사실이 다이오마루의 임무를 아주 중대하게 했던 것이다. 스즈끼는 바로 진주만을 기습한 나구모 항공 부대의 젊은 참모 스즈끼 소자였고, 한편 마에지마는 전함 잠수함 등 지원부대 참모 마에지마 소자였던 것이다. 스즈끼와 마에지마는 다이오마루가 요코하마를 떠나기 전 해군 정보부 미국과장 고가와 대자를 만났다.
- 에... 야마모도 연합 함대 사령관에 특별 명령을 전달 하겠소. 스즈끼 소자와 마에지마 소자는 다이오마루이 선원으로 승선 할 것. 다이오마루는 정규 코스를 밟지 말고 항로를 먼저 북쪽으로 돌려 지시마 열도 히도카프만으로 향할것. 다음 히도카프만에서 남하해서 미트웨이드를 거쳐 호놀룰루에 향할것. 그 항해 중 북태평양에 있어서 바람의 방향, 기압의 변화, 특히 고르지 못하는 기상 상황이 항해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호놀룰루까지 이르는 도중에 바다에서 몇 척의 선박을 만나는가 그 선박의 수와 국적을 엄밀히 조사 할 것. 이상.
- 알겠습니다.
- 귀관들의 성공을 빌겠소. 그리고 이 번엔 내 부탁인데.
- 네.
- 이건 호놀룰루 기다 총 영사에게 전해 주시오. 진주만 미 해군 방비에 대한 97가지 질문서요. 돌아 올 때 다시 회답을 받아다 주길 바라오.
- 지시마 열도 히도 카프만에서 미데이를 거쳐 호놀룰루 까지 그 동안 해상의 모든 기상 조건과 특히 만나는 배를 엄밀히 조사하라. 진주만 기습 때에 항공 모함과 전함들이 지시마 열도 히도 카프만을 떠난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이 다이오마루의 항해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야마모도 연합 함대 사령관은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한 달 반도 전에 이미 다이오마루를 항해시켜 실지 답사를 명했던 것이다. 한편 요시오까 소위가 조사한진주만 방비에 대한 97개조 설문은 지체없이 고가와 대자에게 전달 됐다. 그 제1문은.
- 일주일 중 어느 요일이 진주만에 가장 함대가 많은 날인가.
- 그것은 일요일 입니다.
(입력일 : 20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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