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14회 - 미,일의 첩보전
제14회
미,일의 첩보전
1967.11.21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태평양 전쟁의 승패에 크게 작용한 첩보전 미국과 일본의 첩보전은 이미 오래전 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10년도 전인 1931년 늦은 봄, 워싱턴에서 미국 국무성을 아주 궁지에 몰아 넣고 당황시킨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워싱턴 뒷 거리에서 자그마한 책 한권이 비밀리에 팔리고 있었는데 책 표지에는 미국의 블랙 챔버라 적혀있고, 저자는 HO 야드레이 라는 사람이었다. 내용은 미국 정부의 첩보 기관이 뉴욕이 회색빛 어두운 지붕 밑에서 세계 각국의 비밀 암호를 샅샅히 풀어 나가는 무서운 비밀을 폭로하는 것이었다.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은 국무성은 하는 수없이 사건의 진상을 반쯤은 밝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블랙챔버는 세계 각국어로 번역됐고, 특히 일본의 독자들은 대경실색 했다. 일본의 비밀암호 외교문서가 남김 없이 야드레이의 손에 풀렸던 것이다. 이것이 유명한 야드레이의 블랙챔버 사건 이었고 이로 인해서 야드레이는 암호 해독의 천재적 권위가 됐던 것이다.
야드레이의 블랙챔버 사건이 일본에서 한참 떠들썩 하던 그 해 여름 어느 날, 일본 외무성 전신과장 사쿠마는 해군군령부 이도 대자로 부터 군령부의 어떤 회의에 초대를 받았다.


- 사쿠마 과장, 오늘 사쿠마 과장께 꼭 소개해 드리고 싶은 분이 있어서 오시라고 했습니다.

- 고맙습니다.

- 저어 하마다 군, 사쿠마 과장.

- 아, 네. 처음 뵙겠습니다. 하마다 이치로 입니다.

- 사쿠마 입니다.

- 이 하마다 군은 아주 장래가 총망되는 발명가 입니다.

- 아, 그러세요.

- 이건데요. 이게 바로 이 하마다 군이 고안한 기게 청사진 입니다.

- 기계요?

- 그렇습니다. 사쿠마 과장이 늘 얘기하던 암호 해독기 입니다.

- 호오! 그러세요? 암호 해독기.


- 하마다가 고안한 암호 해독기는 아직 설계 뿐인 청사진에 불과 했지만 여러가지 장점을 가직고 있었다. 첫째 부피가 작고 가볍고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고 분해, 운반 등이 편리했다.


- 어떻습니까, 사쿠마 과장. 하마다 군은 지금 이 설계도를 우리 해군에서 사지 않겠는가 이런 얘긴데. 사쿠마 과장, 외무성이 우리 해군과 공동으로 이 기계를 개발해 볼 의향이 없으시오?

- 아니, 여태까지 해군은 이런 암호 해독 기계를 비밀병기라고 해서 실험에 참가하는 것 조차 거부 했는데.

- 하하하하하. 그 이유를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돈 입니다.

- 돈?

- 그렇습니다. 우리 해군으로서는 이 기계를 만들만한 경비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외무성과 해군이 공동으로 투자 하자는 말씀이지요.


- 해군과 외무성의 공동 투자로 마침내 암호 기계가 완성 됐다. 이것이 일본이 모든 외교 비밀 정부 암호기를 쓰게 된 시초다. 해군에서 이 기계에 91형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31년은 일본 기원으로 2591년 그 91을 땄던 것이다. 처음 만든 열 두대의 기계는 일본 외무성과 해군에 각각 두 대씩 놓고 외국에 각에 있는 각 대사관 워싱턴에 두 대를 보내고 파리, 런던, 베를린, 로마, 모스크바에 각각 한 대씩 보냈다. 사쿠마는 미국이 이 기계로 만든 암호를 풀기 까지는엄청난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 해군의 암호 분석자들은 갑자기 일본의 암호가 복잡해지고 아주 난해해 진데에 대해서 당황해 했다. 때마침 일본 해군은 함대 전술을 연구하는 대 연습을 하고 있었다. 더욱 불행한 것은 일본 해군이 함대 연락용의 암호를 변경한 것이었다. 이 때가 미국과 일본의 해군에는 과도기적인 중대한 시기였던 것이다. 일본 해군의 정보라면 무엇이든지 알고싶어 했다. 그것은 암호 해독의 최선의 방법 이었다. 미국 해군은 안타깝기 짝이 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이었다. 오랫동안 연구한 끝에 일본 암호의 체계가 야드레이가 해독한 글자에 의한 방법이 아니라 특수한 기계를 사용하고 있으리라는 점에 착안을 했다. 암호계의 일대 혁명 이었던 것이다. 기계라면 그 구조는 물론 사용법, 설치 할 때의 순서, 관계 서류 등 일체를 알아야 했던 것이다. 미국 해군 통신 정보부의 젊은 장교들이 필사적으로 일본의 암호 기계에 도전 했지만 신비에 쌓여있는 기계의 정체는 정체를 파악 할 수가 없었다. 거의 불가능 하다고 생각 할 무렵 뜻밖에도 구원의 손이 뻗쳐왔다.


- 어! 어. 또 다 꺼졌군. 아니 왠일이야. 저녁마다 전등이.

- 그것 참.

- 여보게! 전기공 불러야지.

- 하하하하.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요. 곧 들어올테니.

- 어. 들어왔다 이거.

- 하하하하. 꼭 도깨비 장난 같구나.


- 여기는 워싱턴 위스콘신가즈반타워즈 아파트. 워싱턴 주제에 일본 해군무관 야마구치 다먼 대자는 사무실겸 주택으로 아파트의 일실을 빌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마다 전등이 한 차례씩 껌뻑 거리다가 마침내 꺼졌다가는 들어오는 것이었다.


- 아, 여보세요?

- 안녕하십니까. 야마구치 님.

- 어. 왠일이십니까. 안녕하셨습니까.

- 저 다름이 아니라 제가 워싱턴에 돌아 온 뒤 자주 만날 기회도 없었는데 어떻습니까, 야마구치 씨. 한번 우리집 만찬에 초대하고 싶은데. 제 아내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 하하하. 영광으로 생각 합니다. 기꺼이 참석 하겠습니다.


- 져지아리아스는 미국 해군 정보부의 극동 과장. 두 사람은 전 부터 가까운 친구였다. 유달리 식도락이 있는 야마구치였고 져지아리아스의 식탁에는 최고의 진미가 나올 것을 알고있는 야마구치는 몇몇 사람을 데리고 그야말로 기꺼이 참석을 했다.


- 자 야마구치 씨, 우리 다시 만난 우정을 축하해서 한 잔.

- 부인의 건강을 축복해서.

- 야마구치 씨.

- 뭡니까, 부인.

- 재팬에는 이 여름에 봉어도리란 축제가 있다지요?

- 그렇습니다, 부인. 소위 서구식 사육제나 무도회 라고나 할까요?

- 아, 그래요? 그래서 우리 주인이 오늘밤에 재팬의 봉어도리를 하자는 거에요.

-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부인.


- 야마구치 대자가 흥겨워 석 잔째 마티니를 들고 있을 때 그의 아파트에서는 또 전등이 깜빡 거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꺼졌다. 이날 밤에는 꾀 오랫동안 불이 켜지지 않았다. 아파트에 남아있던 암호 기술자는 곧 전공을 불렀다.


- 안녕하십니까. 전기공 입니다.


- 두 사람의 전공이 큰 연장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그들은 밝은 후레쉬를 들고 아파트의 구석구석까지 조사를 했다. 벽에 붙은 전선을 보고 스위치를 점검하고 전기 시설의 일치를 세밀하게 조사했다.


- 어떠세요, 야마구치 씨. 어, 이 스프 좀 들어 보실까요?

- 아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부인.


- 야마구치가 아름다운 져지아리아스 부인이 손수 떠주는 맛있는 바다거북 스프에 입맛을 다시고 있을 무렵 아파트에서는 전기 수리가 끝나고 곧 전등이 들어왔다. 암호 기술자는 암호 기계 앞에 가서 중단했던 암호 해독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아파트의 전등이 저녁마다 깜빡거리고 꺼졌다는 것이 져지아리아스의 계획적인 수법임은 다시 말할 것도 없다. 한편 전기 수리공은 또 해군 정보부의 젊은 장교들이었음은 더욱 다시 말할 것도 없고.


- 하하하하. 밝은 후레쉬 앞에 마침내 신비에 쌓여있던 일본의 암호 기계는 그 정체를 남김없이 드러냈습니다. 고작해야 파이프라이트 만한 암호 기계를 보았고 테이블 위에 있던 부속품 까지 샅샅히 봤으니까요.


- 오랫동안 해외에 있던 져지아리아스가 갑자기 본국에 소환돼서 정보부 극동 과장으로 임명 된것도 사실은 이 일본의 암호 기계를 탐지하기 위해서였다. 져지아리아스와 야마구치 대자는 아주 가깝고 호탕한 친구. 이 플레이에서 져지아리아스는 야마구치를 보기 좋게 한 판으로 넘어뜨린 셈이다.
아파트에서 해군 정보 장교들이 후레쉬에 비춰 본 것 만으로써는 암호 기계의 비밀을 완전히 파악 할수는 없었다. 일본 해군의 오마이도 시츠테이가 제 2의 목표로 떠올랐다. 미국 국회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까니시라는 아름다운 일본 2세 아가씨로부터 져지아리아스는 오마이 대위가 해군 무관들이 쓰는 암호 기계의 새로운 열쇠를 전하기 위해서 워싱턴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본으로 돌아갈 때는 미국 서해안까지 자동차로 갈 것이며 도중 여러곳에 머무르지만 특히 아이오아즈 다벤포드에는 꾀 오래 머무를 것이라는 정보도 입수했다. 아주 젊고 아름다운 한 아가씨가 이 오마이 대위의 상대역을 자원하고 나섰다. 애국심에선지 장삿속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 아가씨는 오마이와 하룻밤을 자원하고 나섰던 것이다.


- 오! 안녕하세요, 오마이 씨.

- 네. 안녕하십니까. 절 어떻게 아십니까?

- 호텔 데스크엔 반드시 여객 리스트가 있다는거 모르셨던가?

- 그렇습니까. 고맙습니다.

- 여기서 동양사람 만난다는거 참 기연이에요. 재팬 특히 기모노. 오우! 원더풀.

- 고맙습니다.

- 어떠세요. 저 이 옆방이에요. 차 한잔. 그 신비로운 재팬얘기 저한테 들려주시지 않겠어요?

- 아, 기꺼이. 영광으로 생각 합니다.

- 푸른 눈의 아름다운 아가씨와 일본의 해군 장교. 그다지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정보 장교가 오마에 방에 들어가서 암호 기계에 대한 일체의 설계도를 입수 하는데는 충분했다.
암호 기계는 곧 완성됐다. 일본이 만든지 4년 째. 미국이 만든 91형 기계는 일본의 모든 암호를 해독 할 수가 있었다. 미국은 이 기계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그 이름은 신비롭게도 빨간 기계. 이 빨간 기계는 그 후 1941년 12월 7일 바로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는 날 까지 일본의 모든 외교 암호를 샅샅히 해독했다.

(입력일 : 2007.11.09)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