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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13회 - 일본의 외교 교섭
제13회
일본의 외교 교섭
1967.11.20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이 방송극은 일찍이 아세아의 맹주라고 하던 군국 일본이 패망 해 간 생생한 증언 입니다.

- 그 해 10월 말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한 달쯤 전인 10월 말에 이르러 정세는 더욱 악화되고 긴박해 졌다. 도조의 뜻과는 달리. 도조가 조각의 명을 받았을 때의 뜻과는 달리 일본에서 벌어지는 모든 징조는 한 걸음 한 걸음 어쩔 수 없는 전쟁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매직 일명 자주빛 기계 미국 정보부가 가지고 있는 이 매직은 일본의 모든 암호 외교 문화와 심지어 해군 함대들의 무전 연락 까지도 해독하고 있었다. 매직은 기계가 가지는 정확성으로 일본의 모든 외교교섭이 거짓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외교교섭의 배후에 감춰진 모략과 거짓을 비정하게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사태가 지극히 긴박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 무렵, 노무라 대사가 일본 도고 외상에게 보낸 비밀의 암호 전보 또한 일본의 거짓과 긴박한 사태를 여지없이 가르치고 있었다.


- 도고 외상각하, 이 가엾은 풋내기 외교관을 그래도 신임해 주는 약간의 미국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모든 정세가 나를 위해서 반드시 호전 될 것이라고 위로해 줍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격려도 나에겐 아무 위안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 있는 내 동료 중에도 나에게 동정을 베풀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내겐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방황하는 영혼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는 죽은 말뼈다구가 되고싶지 않습니다. 이 이상 내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습니다. 이 이상 나는 남을 속이고 싶지도 않습니다. 나를 전쟁터에서 도주하는 도망병 같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나는 내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고 할 따름 입니다. 이건 양식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부탁 입니다. 저를 본국에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외상각하의 위신을 손상 시켰다면 아무쪼록 관용을 베풀어 주십시오. 저의 속임없는 심정을 말씀 드린것 뿐 입니다. 외상각하, 저의 잘못된 점 널리 용서해 주십시오.


- 노무라의 이 호소는 일찍이 세계 외교사상 유래 없이 기묘하고 애처로운 것으로 지금까지도 외교 문서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이것도 미국의 암호 해독기 매직이 포착했던 것이다. 이 하나만 가지고서도 노무라가 얼마나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었으며 또 일본의 모든 외교교섭이 모략과 거짓으로 차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11월에 접어들면서 정세는 더욱 긴박해 졌다. 그런 어느 날, 도고 외상은 구로스 사브로우를 불렀다. 구로스는 일본의 능숙한 외교관 이었다. 미국에 보내서 궁지에 몰린 노무라를 도와 줄 수 있는 것이었다.


- 외상각하, 왜 저를 오라고 했습니까. 설마 전쟁이 터졌을 때 노무라 혼자 두기는 안됐으니까 나도 같이 있으라는건 아니겠지요.

- 아, 앉으십시오.

- 잘 아시는 군요. 그런 경우가 전혀 없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사태는 그 만큼 긴박 하니까요.

- 좌우간 얘기나 좀 들어 봅시다. 어째서 그렇게 오래 끌고만 있는지.

- 먼저 염두에 두실것은 이대로 끌어 가다가 12월 1일이 되면 그 땐 아주 일체 외교교섭을 철퇴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 12월 1일?

- 그렇습니다. 12월 1일이 결정적인 라인 입니다. 정부와 통수부 연석회의에서 12월 1일을 최종 날짜로 잡고 그 때 까지 외교가 성립되지 않을 때에는 그대로 재전 한다는 것이 결정 됐습니다.

- 음. 그럼 앞으로 한 달도 안 남았는데.

- 그렇지요.

- 지금 떠난다 해도 워싱턴에 도착 하기까지 12,3일 걸리는데 그리고 남은것이 두 주일 아니 대체 그 두 주일 동안에 나더러 뭘 하란 말입니까.

- 아, 애초부터 무리한 얘기라는 것은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그야 말로 조국의 흥망이 걸려있는 최후 단계 입니다. 그 두 주일을 살려 주십시오. 꼭 교섭을 성취 시켜야 합니다.

- 음.

- 아무튼 이것 좀 보십시오. 이것이 종안인데.

- 음. 어디.
1. 일·미 양국은 동남아세아 및 태평양 지역에 대해 무력 진출을 하지 않는다.
2. 화란령 인도지나 물자 획득에 협력한다.
아니, 철병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남부 불령인도에서 철병하는 문제인데.

- 아무튼 이것이 최종안 입니다.

-그렇지만 철병 문제가 핵심이 아닙니까. 남부 불령인도에 진출 했기 때문에 마레이, 싱가폴이나 필리핀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영국은 또 이 지역에서 전쟁 물자를 얻을 수 없으니까.

- 그렇지만 이 이상 더 양보 할 수는 없습니다. 총리나 통수부 의견도 그렇습니다.

- 그럼, 이 안으로 교섭이 성립 안될때는 어떡할 각오 십니까.

- 말 할 것도 없이 즉시 개전 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긴박한 사정을 노무라 대사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절대로 낙관하지 말도록.

- 알았습니다. 그렇게까지 긴박한 사정이라면 일본인으로서 못하겠다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 가 주시는 거지요?

- 출발 절차는 생각해 두셨겠지요?

- 고맙습니다. 내일중으로 준비를 완료해 놓겠습니다. 모레 이른 아침 미국으로 떠나 주십시오.

- 네.

- 그렇습니다. 먼저 홍콩이나 관도 까지는 우리 해군기를 타고 가 주십시오. 그 다음은 쿠론 미국대사에게 특별히 요청해서 미국 크레이퍼기를 타도록 하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각하.


- 일본이 구로스 대사를 파견한 표면상 이유는 말할것도 없이 궁지에 몰려 거의 신경쇠약증에 걸리다시피한 노무라를 응원하고 교섭을 전문적인 외교관의 감각으로 이끌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배후의 뜻은 속임수에 불과했다. 도고 외상이 구로스를 설득 할 때 얘기는 얼핏 애국의 충정까지 엿보이는 것이지만 그 배후에 숨은 뜻은 속임수 였다. 이 사실을 매직은 또 정확하게 보고하고 있었다. 매직이 11월 5일 도고 외상에게서 노무라 대사에게 보낸 비밀지령을 잡고 해독했던 것이다.


- 노무라 대사, 구로스 대사를 다시 파견한다. 구로스 대사는 두 가지 안을 가지고 갈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안이 미국과의 교섭을 성립 시키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이 안을 제시하는 이유는 다른 점에 있다. 이 안으로 말미암아 미국 정부에게 태평양에 있어 미국과 일본의 충돌이 완전히 제거 됐다는 것 아니면 적어도 지연 됐다는 인상을 주면 족하다. 제국에 이만큼 성의를 보이고 평화를 원한다는 인상을 주면 족하다. 이 점 노무라 대사도 양철 할 줄 믿는다. 이상.


- 구로스 대사가 떠나기 전 일본은 이미 개전을 결의하고 있었다. 11월 1일에 열린 정부와 통수부 연석회의에서 결의 했다.


- 아, 여러 차례 회의를 거듭한 결과 즉시 개전해야 된다는 것이 통수부의 의견이지만 원총 교섭은 2600년 오랜 국운을 거는 일대의 적기니까 다시 한번 이 즉시 개전을 신중히 고려해 주기 바란다.


- 총리 도조의 발언에 이어 곧 스기야마 참모총장이 발언했다.


- 재고할 여지가 없어. 재검 강조한 바 이지만 이제 외교교섭을 단념하고 즉시 개전을 결의하기 바라오.

- 해군으로서도 스기야마 참모총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오. 개전 시기를 12월 초로 하고 즉시 외교를 철회하기 바라오.

- 통수부 의견이 꼭 그렇다면 개전을 결의 하더라도 외교교섭을 병행 할 수는 없을까. 나가노 총장.

- 무방할 것이오. 단, 그 기한이 필요하오. 언제까지 외교교섭을 속행 하느냐 해군은 11월 20일로 정하겠소. 11월 20일이 지나면 무조건 행동 개시를 해서 12월 초에 개전 할 작전이오.

- 11월 20일 이라면 우리 육군으로서는 병력 수송 전개 등 여러 난관이 있으니까 곤란하오. 육군으로서는 11월 13일 까지는 좋지만 그 이상 철영 시킬 수는 없소.

- 스기야마 총장, 13일은 너무 촉박하오. 해군은 20일 이라고 하지 않았소?

- 해군과 육군은 사정이 달라요. 육군에 남방 작전은 작전 중지가 곧 작전 행동이오. 작전 행동중에 충돌 할 수 있단 말이오.

- 사소한 충돌을 전쟁이라고 볼 순 없소.

- 본 외상으로서는 11월 13일 20일 모두 찬성 할 수 없어요. 이 달 말일 30일 까지 연장.

- 뭐 30일이오. 안 될 말이오. 작전의 기회를 완전히 놓치고 말아요.

- 해군으로서도 찬성 할 수 없소. 12월이 지나면 태평양에서도 전투를 할 수 없게 돼요.

- 해군과 육군이 그렇게 강경하게만 나온다면은 본 외상으로서는 더이상 외교를 추진 시킬 수 없소. 차라리 외상 그만 두겠소. 못하겠소.

- 아아아 외상. 너무 격하지 말고 통수부 양 총장 재고할 필요가 없겠소? 외상 의견을 존중해서 11월 30일 까지 외교교섭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오.

- 11월 30일 몇 시 까지요, 외상.

- 밤 12시 까지요.

- 좋소. 밤 12시를 절대 넘길 수는 없소.

- 좋습니다.

- 11월 30일 밤 12시 까지.

- 좋소. 우리 해군도 동의하오. 밤 12시가 지나도 외교가 성립 안 될 때는 무조건 행동개시요. 이 이상 양보 할 수 없소.

(입력일 : 20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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