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방송극은 일찍이 아세아의 맹주라던 군국 일본이 패망 해 간 생생한 증언 입니다.
-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두달 전 1941년 10월 18일 드디어 군국제 일본의 몰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도조 내각이 성립됐다. 이 날 부로 도조는 육군 중장에서 대장으로 진급했다. 중장에서 대장으로 진급 하는데 소요되는 5개년의 연한에 도조는 1개월이 모자랐지만 스기야마 육군 참모총장이 특례로써 진금을 시켜야 한다고 제의했고 그것이 통과됐던 것이다. 한편, 도조는 내각총리대신에 육군대신 그리고 내무대신까지 겸했다. 실로 엄청난 권력을 도조 한 사람이 손아귀에 넣었던 것이다. 여태까지 육상을 지냈으니까 육상을 겸한다는 것은 그런대로 수긍 할 수 있지만 내상까지 겸한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 도조의 도조다운 성격이 나타났던 것이다. 도조는 군인으로서는 다소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는 아직도 미숙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미숙한 인간 일수록 인간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마침내는 인간에 대한 경계와 회의와 불신으로 변했다. 도조는 자기 시책에 반대하는 자가 나타날까 두려워 내상을 겸하므로써 경찰권까지 한 손에 넣었던 것이다. 그 때 까지 도조는 가장 강경한 전쟁론자의 한 사람으로 알려져 왔다. 또 육군 극열분자인 소장파 장교들의 총수격 이었다. 그런 도조를 전쟁이냐 평화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을 때, 어째서 중신회의는 그를 총리로 청운했고 또 천황 히로히도도 그에게 조각의 명을 내렸을까. 얘기는 사흘 전으로 돌아간다. 고노이는 천황 히로히도를 배알하고 내각 총 사직이 불가피하게 된 경위를 보고 했다.
- 이 비상시국에 경이 내각을 내던지면 어쩌자는 것인고?
- 황공 하옵니다, 폐하. 모두 보필의 임을 맡고 있는 신 후미마루의 불미한 탓 입니다.
- 그래 이젠 불가피 하단 말인가?
- 황공 하옵니다, 폐하.
- 음.
- 그래서 후계내각 수반으로서는 히가시 구니노미야 전하가 적임이 아닐까 사려 되옵기에 폐하께 청운하는 바 이옵니다.
- 히가시 구니노미야?
- 그러하옵니다, 폐하.
- 음.
- 도조 육상도 히가시 구니노미야 전하를 후계내각으로 천거 했습니다.
- 히가시 구니노미야는 내 생각엔 참모총장이면 적임자가 아닐까 했는데 황족이 정치의 중추에 선다는 것은 아주 신중히 고려 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소. 특히 평화 시대라면 모르지만은 전쟁이냐 평화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이 때 장차 황실을 생각 해서도 황족이 나서는 것은 어떨까 하오.
- 미야 전하라면 전쟁을 원치 않을 것이고 또 군을 통솔 하기도 쉽지 않을까 생각 했습니다. 그럼 다시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 그날 밤, 고노이는 귀도 국내대신을 찾아갔다. 귀도 국내대신 바로 명치유신 때 공신의 한 사람인 귀도 다까유시의 아들이다.
- 폐하께서도 아주 반대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시국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 저도 그 생각 입니다. 만약 전쟁이 났을 때 폐하께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 해서요. 그래 도조도 히가시 구니노미야를 나와 달라는 겁니까?
- 그렇습니다. 내 생각에도 히가시 구니노미야라면 전쟁을 싫어할 테니까.
- 그건 곤란 한데요. 더구나 도조가 추천 한다면 말씀 이에요.
- 추천이야 아무가 한들 어떻습니까.
- 아니. 도조가 미야 전하를 등에 업고서 그냥 전쟁 한 골수로 줄달음 치면 어떡합니까. 그런 위험한 짓을 할 수 있어요?
- 그럴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지금 도조 마음에 걸리는 것은 9월 6일 어전회의 결정 이에요. 폐하를 모시고 한 결정을 변경 할 수 없다는 것이 도조의 생각 입니다. 그러니까 그 자신도 책임이 있는 일이고 이번엔 도조도 정치에서 손을 떼지 않을까 생각 하는데.
- 도조가 정치에서 손을 뗀다고 보장 할 수 있습니까?
- 그 점은 염려 마십시오. 히가시 구니노미야께 육상은 반드시 갈아 치우도록 다짐을 해도 좋고.
- 음. 아! 차라리 도조 내각이라면 어떨까요?
- 도조 내각?
- 도조라면 육군에서는 제일 박력있고 통솔력도 있으니까요.
- 오? 도조 내각이라.
- 그렇습니다. 어전회의가 자꾸 도조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의 충성심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도조의 군인다운 순진한 충성심 때문인데 그 일이라면 뭐 꼭 내각을 내던져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고. 폐하께서 그날 어전회의 일은 아주 백지로 돌려 버려라 하고 한 마디 말씀 하신다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겠습니까. 도조는 폐하 말씀이라면 절대 복종 이니까요. 그러고보면 애초 총리께서 내각을 내던질 이유도 없었던 것인데 안그렇습니까.
- 아, 이제 내 얘기는 다시 꺼내지 마십시오.
- 그러니까 말씀이에요. 차라리 여기서 도조를 기용해서 그에게 폐하는 전쟁을 반대 한다는 것을 아주 철저하게 주입시켜 놓으면.
- 음. 도조 내각이라. 무엇보다 도조의 그 육군에 대한 통솔력과 영향력은 살만한데 도조는 육군 소장 장성들에게 신망이 두터우니까 전쟁에 극열분자들도 누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들이 총칼을 들이댄다 해도 도조라면 끄떡 없을거고.
- 말하자면 전쟁을 주장하는 도조에게 같은 전쟁을 부르짖는 소장 장교들을 누르게 하자는 거군요.
- 그렇습니다, 총리.
- 음. 도조 내각이라.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 이튿 날, 총리를 천거하는 중신회의에서 도조 총리안에 대한 약간의 반대가 있었다. 중신 와까스끼는
- 어전회의 결정은 물론 존중해야 겠지만 그 받아들이는 태도가 너무도 딱딱하게 법률적이고 융통성이 없으면은 그건 생각 할 문제가 아니겠소. 외교 교섭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즉시 개전이라는 것은 어떨까요. 국운을 거는 문제니까 좀 더 정치적 고류가 있어 마땅 할 줄 아오. 도조라면 미국이나 영국에 대한 영향도 그리 좋지는 않다고 봐야 할 것이오.
- 또 중신 오까다게이스케는
- 이번 고노이 내각은 육군이 넘어뜨렸다고 봐야 할 것인데 그 육군을 대표하는 도조에게 조각을 명한다는데 석연치 않은 점이 있소. 국내대신 말은 예전부터 육군은 뒤통수에서 총질을 한다고 했는데 이번엔 그 총이 대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 이처럼 반대도 있었지만 국내대신 귀도의 능숙한 솜씨로 마침내 도조를 총리로 미는데 성공했고, 천황 히로히도에게 도조를 총리로 청운하는데 까지 이끌어 갔다. 한편 도조는 어떤가. 도조는 중국과 불령인도에서 철병하는 것을 적극 반대 해왔던 것이다. 그런 자기에게 조각의 대명이 내렸으니까 도조로서는 철병 반대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고집해도 좋은게 아닌가 하고 생각 할 수도 있다. 한편 또 강경한 전쟁론자인 도조로 하여금 역시 전쟁을 부르짖는 군부 극열소장 장성들을 누르게 한다는 귀도 국내대신의 생각은 독을 가지고 독을 제한다고 할까. 그야말로 너무도 일본인 다운 생각이다. 천황의 지시라면 절대 복종 할 것이라고 해서 강경한 전쟁론자에게 나라를 송두리째 맡긴다는 것 역시 너무나 일본인 다운 생각이다. 또 고노이 총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면 그 육상이던 도조에게도 응당 책임이 있을 것이 아닌가. 아무튼 이 무렵 일본 지도층 인사들의 사고방식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새로 출발한 도조 내각은 연일 회의를 열었다. 예전 고노이 총리가 앉았던 자리에 이번엔 도조가 앉았다. 그리고 도조가 앉았던 자리에 스기야마 참모총장, 나가노 군령부총장 그리고 정부 각려들이 앉았다. 각려들과 양 총장은 예전 도조가 고노이 총리에게 개전을 강요하던 것 처럼 이번에는 도조에게 강요했다. 먼저 도조가 제안 설명을 했다.
- 에... 여러차례 회의를 거듭한 결과 앞으로의 국가 방침에 대한 세가지 안이 마련 됐습니다. 첫째, 전쟁을 극력 반대하고 와신상담 한다. 둘째, 개전을 즉시 결의 하고 모든 정책을 이 방침에 집중 시킨다. 셋째, 개전 결의안의 작전 준비를 완료하는 한편 외교 교섭을 계속한다. 이 세가지 안인데 먼저 제 1안 와신상담 안은 어떤지 스기야마 참모총장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 그 안은 다시 논할 여지가 없소. 우리 육군 통수부로서는 제 2안 밖에 없소. 즉시 개전을 결의하는 안 밖에 없소.
- 그럼, 다음 나가노 군령부총장 의견은 어떻습니까.
- 최하책이오. 최 최하책이오. 가장 졸렬한 책이란 말이오. 도데체 와신상담이 뭐요. 미국은 점점 군비를 증강 해가고 있소. 그런데 우리 일본은 점점 쇠퇴해 가고 있소. 해군은 하루에 가솔린을 400만 통씩 쓰고 있소. 지금이 개전의 시기요. 이 때를 놓치면 개전의 열쇠는 미국이 지게 되오. 그리고 다시는 우리 손에 돌아오지 않는단 말이오.
- 그렇지만 미국이 먼저 대전해 오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참으면 미국이 공격해 올리는 없을 것이고.
- 오지 않는 자를 기다리지 맙시다. 통수부로서는 오지 않는 자를 기다리어 시일을 끌 수 없소. 지금이 지금이 전쟁 시기요. 지금이면 이길 수 있소. 지금 당장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전쟁 시기가 없소.
(입력일 : 20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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