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방속극은 일찍이 아세아의 맹주라고 하던 군국이 패망 해 간 생생한 증언 입니다.
- 어떻습니까, 각하. 도조 육상은 히가시 구니노미야를 후계 내각으로 폐하께 청운을...
- 뭐? 후계 내각?
- 그렇습니다, 각하. 어전회의 결의 사항을 실천에 옮길 수 없으면 내각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것이 도조 육상의 생각 입니다.
- 글쎄. 오늘 어전회의에서 도조 육상이 그런 발언을 했습니다만.
- 네. 그래서 육상은 총리 각하께 대단히 여쭙기 어려운 얘기지만 히가시 구니노미야를 후계 내각으로 폐하께 청운해 주시도록 부탁을 했습니다.
- 그렇지만 아직 내각의 총 사직을 결의한 것은 아닙니다.
- 네. 알고 있습니다.
- 도조 육상은 내각 총 사직이 이미 결정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 죄송 합니다, 각하.
- 아무튼 좋습니다. 도조 육상 생각이 그렇다면 다만 미국과 지금 외교 교섭이 진행중에 내가 물러난다는 것이 좀 섭섭하고 다음엔 폐하께 중간에서 책임을 피하는 것 같은 인상을 드리는 것이 신하로서 송구스럽습니다만 아무튼 도조 육상 생각이 그렇다면 즉시 다른 각려들에게도 연락을 해서 총 사직 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각하. 어떠시겠습니까. 히가시 구니노미야 전하라면 육군과 해군도 미야 전하라면 좀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그럼, 히가시 구니노미야 전하께선 벌써 후계 내각을 맡는다고 승낙 하셨습니까.
- 아니, 저 지금 육군성 기무라 차관이 미야 전하의 내향을 물으러 갔습니다. 기무라 차관과 히가시 구니노미야 전하는 육군사관학교 동기생 입니다. 그래서 미야 전하 뜻을 묻는데는 기무라가 적당할 것 같아서.
- 좋습니다. 그럼 나도 그렇게 알고 이 일을 귀도 국내 대신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폐하께도 청운을 드리고.
- 그럼, 저도 안심 했습니다. 도조 육상께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 육군성 육군 대신실, 각려회에서 고노이 내각을 무너뜨릴 제1탄을 터뜨리고 돌아온 도조는 곧 스즈끼 기획원 총재를 불로 고노이에게 보낸다. 대신의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고노이 내각을 무너뜨리는데 도조는 각려회의에서 제1성을 발하고 스즈끼 기획원 총재에게 서너마디 귓속말을 주고 받는 것으로 족했다. 전광석화같은 재주라고 할까. 그것만으로 고노이 내각은 어처구니 없게 무너진 것이다. 육군 중장 도조 히데끼, 도쿄 태생이고 가문을 보면은 대대로 모리오까 출신의 무관 이었다. 아버지 도조 히데노리는 명치시대 중장까지 재냈고 그 아들인 도조는 처음부터 군인이 되기위해 태어난 듯한 인물 이었다. 소년시절 도조의 별명은 싸움패 도조. 장성한 지금에 와서는 면도칼 도조라고 불렀다. 날카롭고 결단성 있고 우유부단한 것을 보면 참을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 관용이나 온화하다는 것 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도조가 귀족 고노이의 육군 대신으로 들어 앉았다는 것이 초비상시 일본의 야릇한 운명 이라고나 할까. 도조는 고노이를 쓸모 없는 무능한 귀족이라 생각했고, 고노이는 또 군복을 입은 도조를 군대 규칙이 그대로 몸에 베인 인간이라고 생각 했다.
- 대신, 들어가도 좋습니까.
- 뭐냐. 들어와라.
- 육군성 군무과장 사또우 겐기요 소장. 도조 심복의 한 사람이다.
- 총리가 아주 당황해서 데끼가이 소우로 돌아갔다는데요?
- 뭐야? 넌 내가 너무 과격했다는 말이지?
- 아 아닙니다. 총리가 각려회의에서 무슨 말을 했는가 해서요.
- 어전회의 결의 사항이 경솔 했다는 거야.
- 호오. 그런데 왜 당황 했을까요.
- 만약에 말이다. 그 어전회의가 경솔 했다면 이건 할복 할 문제다. 고노이는 할복 해야 한단 말이야. 도데체 귀족이고 황족이고 돼먹지 않았단 말이야. 명치이레 황실 가까이 있으면서 어전회의를 경시하고 폐하를 우습게 보는 자유주의자들이라는 말이야. 실천 할 수도 없는 것을 어전회의에 상정시키고 나중에 가선 경솔 했다니 책임을 못지겠다니 그런 폐하에 대한 불충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그래. 어전회의 결의를 실천 못 할 바엔 내각은 총 사직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
- 대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없겠습니까?
- 뭘 다시 생각한단 말이야.
- 일단 결의 된 일이라도 잘못 됐으면은 나중에 시정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뭘? 뭐라고? 사또우, 너도 고노이와 같은 놈이냐? 흐흐하하.
- 그럼, 제 얘기는 취소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중대 시국에 누가 또 내각을 맡습니까.
- 아 참, 사또우.
- 네.
- 중대한 일을 잊을 뻔 했구나.
- 뭡니까.
- 사또우는 지금부터 아베 대장과 하야시 대장을 방문해라.
- 무슨 일 입니까.
- 내일 중신회의다. 두 분이 내일 중신회의에 참석 할 테니까 지금 찾아가서 도조는 히가시 구니노미야를 후계 내각에 희망 한다고 전해라.
- 히가시 구니노미얍니까.
- 왜. 못마땅하냐.
- 아 아니 뭐. 좋습니다. 곧 전하고서 찾아 뵙겠습니다.
- 음.
- 중신회의는 예전 총리를 지낸 이름 그대로 중신들만의 회의다. 새로운 총리는 이 중신회의가 청운한 사람에게 천황이 내각조직의 명을 내리는 것이다. 아베 노부유끼 대장과 하야시 센지우로 대장도 예전 총리를 지낸 중신 이었다. 사흘 후, 육상 도조의 관저는 아침부터 이삿짐 나르기에 분주했다. 총리에는 히가시 구니노미야가 틀림없이 지명된 것이지만 도조가 물러난 뒤 육군 대신은 누가 될까. 아무튼 새로 임명되는 육상에게 관저를 비워주기 위해서 이삿짐을 실어내는 것이었다.
- 대신, 사또우가 왔습니다.
- 어. 들어오라.
- 예.
- 대신, 야단 났습니다.
- 뭐냐.
- 폐하께서 곧 대신을 들어오시랍니다.
- 폐하께서?
- 예. 오히까와 해상도 같이 부르신 모양 입니다.
- 왠일일까.
- 모르시겠습니까? 대신이 오늘은 폐하께 꾸지람을 들으시는 날 입니다.
- 내각.
- 예.
- 전번엔 스기야마 참모총장이 혼이 났습니다. 이번엔 대신이 혼날 차례 입니다. 전번 각려회의 때 내각을 넘어뜨리고 중국과 불인에서도 철병 할 수 없다는 폭탄 선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 때문 입니다.
- 그래?
- 그리고 이건 그 철병 문제에 대한 1차 서류 입니다. 아마 폐하께서 철병 문제를 하문 하실 것 같은데 그래서 준비해 왔습니다.
- 아, 고맙다.
- 잠시 후, 도조는 궁성으로 향했다. 천황이 있는 옆 대기실에는 이미 오히까와 해상이 와 있었다. 이윽고 도조는 귀도 국내대신의 인도로 천황 히로히도 앞에 섰다.
- 경에게 내각 조직을 명하노라. 헌법의 모든 군리를 준수 하기를 시국은 지극히 중대한 사태에 즉면한 줄로 사려한다. 차지에 육, 해군은 그 협력을 일층 긴밀히 하는데 유의하라. 이따가 해군대신에게도 같은 뜻을 전하겠다.
- 폐하, 황공 하옵니다. 신 히데끼 잠시 생각 할 여유를 주시옵기 바라옵니다.
- 물러가 있도록.
- 네.
- 뜻 밖 이었다. 조각의 대명을 받는 순간 도조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전신이 굳어졌다. 옆방에 물러 나와서도 도조는 재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오히까와 해상이 들어갔다 나온 뒤를 이어 귀도 국내대신이 나타났다.
- 폐하의 뜻을 전달 하겠습니다.
- 도조와 오히까와는 곧 일어섰다.
- 폐하께서는 육, 해군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고 새로운 내각이 앞으로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기본적 경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더욱 신중하게 사태를 생각하고 특히 9월 6일 어전회의의 결의사항 10월 상순에 이르러서도 외교 교섭이 성립 될 가망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지체없이 개전을 결의 한다는 어전회의 결의사항의 후회 됨이 없이 내외의 시국을 더욱 철저하게 검토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시작 하기를 간곡히 하명 하셨습니다. 이상 입니다.
- 궁성에서 물러나온 도조는 차를 명치신공으로 몰았다. 조각의 대명을 받은 보고를 하기 위해서다. 명치신공 자갈 위에 없드려 도조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미국과의 개전을 강경하게 주장 해 온 도조. 육군 극열분자들의 총수격인 도조. 그를 중신회의는 총리로 청운했고, 또 천황 히로히도는 조각을 명했던 것이다.
(입력일 : 20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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