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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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9회 - 주변문제 군부의 강공
제9회
주변문제 군부의 강공
1967.11.15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한 제국이 어떻게 패망해 갔던가. 일찍이 아세아의 맹주라고 하던 한 제국이 어떻게 패망해 갔던가. 이 얘기는 그 생생한 증언 입니다.

- 조용하던 데끼가이소우 일대가 갑자기 수라장이 됐다. 경찰과 헌병이 삼엄한 특별 경기망을 폈고, 괴한들은 곧 체포됐다. 괴한들의 목표는 말 할 것도 없이 고노이 총리 였다. 그 중 일발은 겨우 18인치 차로 빗나가 고노이는 무사했다. 군부의 극열분자들은 고노이와 미국의 교섭이 자기들의 기도를 불발탄으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남방 진격과 미·영 격매를 가로막는 장애가 고노이 라고 생각 했다. 언제까지나 워싱턴 반국과 교섭을 계속하고 있는 감성적인 수상이야 말로 정복과 승리의 영광을 가로막는 자 라고 개적했다. 암살과 하극상은 일본 군부의 내부를 뿌리깊에 흐르고 있는 전통 이었다. 말하자면 군부는 드디어 그 전갈 보도를 뽑아 든 셈이다.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석달 전 1941년 9월 8일 이 무렵에 군부는 암살과 하극상 뿐만 아니라 구테타와 혁명의 위협까지 곁들여 일본 정계를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중국에서 철병하는 날에는 군부가 구테타와 혁명까지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이 저격 사건이 있은 며칠 후 고노이는 가마꾸라를 향해 총총이 떠났다. 표면상 이유는 신병 치료차 휴가라는 것이었다.
가마꾸라에서 돌아 온 총리 고노이는 곧 외상 도요다를 데끼가이소우에 불렀다.


- 도요다 외상, 통수부에서 다시 정부에 최종적 의사를 밝혀 달라는 요구가 왔습니다.

- 최종적 의사 라니요.

- 기어코 미국과 일전을 결하느냐. 아니면 평화냐 하는 정부측 태도를 똑똑히 밝혀 달라는 것이.

- 언제까집니까.

- 늦어도 10월 15일 까지는 밝혀 달라는 것이지요.

- 15일 까지 라니요. 이제 며칠 안남았지 않습니까 총리.

- 15일 까지라고 꼭 날짜를 밝힌것은 어전 회의 때 결의 사항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 어전 회의 결의 사항 이라면 10월 상순에 이르러서도 외교 교섭이 성립 될 가망이 보이지 않을 때는 지체없이 개전을 결의 한다는 그 얘기군요.

- 아, 그렇지요. 약속이 틀리지 않느냐. 왜 10월 상순이 지났는데 여태 결정을 안하느냐. 그 그 조항을 들고 나와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그냥 질질 끌려서 전쟁에 돌입하고 말 것 같군요.

- 오히까와 해군대신 의견을 물으신 일이 있습니까 총리. 오히까와 해상과 해군 통수부는 손발이 잘 맞이 않는것 같은데요.

- 어. 외상도 그 생각이군. 지금 육군을 누르고 전쟁을 막는 길은 오히까와 해상이 전쟁을 못하겠다고 버티는 길 밖에는 없는데. 미국과의 전쟁은 아무래도 해군이 주가 되지 않겠어요? 그 해군이 전쟁을 못하겠다 미국을 이길 자신이 없다 이렇게 나온다면 육군도 수그러질 것 같은데.

- 동감 입니다. 총리. 그래서 제가 차관을 시켜 넌지시 해군 측의 의견을 타진해 봤습니다.

- 그래요. 어떻게 됐습니까.

- 근데 해군대신 의견이 분명치 않습니다.

- 어떻게요.

- 해군으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까와 해상이 전쟁을 원치 않는 것은 틀림 없지만 그 뜻을 분명히는 밝힐 수 없는 모양 입니다.

- 아시겠습니까, 총리.

- 군의 압력이로군요.

- 그렇습니다, 총리.

- 전번 총리 각하 저격 사건이 있은 후 극열분자들의 움직임이 더욱 심상치 않아졌습니다. 오히까와 해상도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까와 해상이 전쟁을 못하겠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한 것이죠.

- 음.

- 해군 통수부는 이미 모든 함대를 집결시키고 비밀작전회의 까지 열었는데 그 해군대신이 전쟁을 못하겠다는 말을 꺼냈다가는 큰일나지 않겠습니까.

- 그러니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소, 외상.

- 오히까와 해상이 전쟁을 못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또 한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총리.

- 뭡니까 그게.

- 해군의 자존심 문제. 해군의 권위와 자존심 문제. 여태까지 전쟁에 대비해서 막대한 국가 예산을 해군이 소비 했는데 정작 전쟁을 하겠다는 이 마당에 와서 이제 해군을 이길 자신이 없습니다 하고 주저앉을 수 있겠습니까, 총리.

- 음.


- 총리 고노이 생각은 해군대신 오히까와가 정부강여회의에서 이제 해군은 전쟁을 못하겠습니다 미국에 이길 자신이 없습니다 하고 발어해 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오랜 명치이레 세계에 무적해군을 자랑하고 막대한 예산을 쓰며 맹훈련을 거듭해온 해군이 이제 전쟁에 이길 자신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사실은 외상 도요다가 일깨워 줄 때 까지 고노이는 짐작하지 못했다. 이미 이 무렵 고노이는 정치가로서 또는 지도자로서의 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튿날 10월 12일, 총리 고노이는 쉰 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러나 유쾌한 생일은 아니었다. 별장 데끼가이소우에서는 다섯 사람의 대신이 모여 오상연석회의가 열렸던 것이다. 참석자는 총리 고노이, 육상 도조, 해상 오히까와, 외상 도요다 그리고 스즈끼 기획원 총리. 이 날 도조는 처음부터 약간 흥분하고 못마땅해 했다.


- 총리 각하, 어째서 정부 통수부 연석회의를 열지 않고 오상회의로 했습니까.

- 통수부와 연석회의를 열기 전에 우리 정부측 의견을 일단 종합해 보고 싶었습니다.

- 이제 사태가 절박해 졌습니다. 전쟁이냐 평화냐 최종 내릴 날짜가 15일 까지 앞으로 2, 3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회의만 열고 있겠습니까.


- 도조를 무마하듯 오히까와 해상이 발언했다.


- 그 점에 대해서 우리 해군 측의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도조 육상이 말한대로 이제 사태는 극박해졌습니다. 우리 해군으로서는 전쟁이냐 평화냐 모든 것을 총리 고노이 각하에게 일임 하겠습니다. 만약 외교로 나간다면 지금 당장 전쟁도 그만, 오직 외교 한 길로만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다소 양보 하더라도 꼭 외교를 성립 시키겠다는 취지를 강요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간에서 방침을 변경 시킬 수는 없는 것입니다. 두 달 석 달씩 끌다가 이제 외교로써는 가망이 없으니까 전쟁을 해라 해도 우리 해군으로서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전쟁을 하겠으면 지금이 아주 최후의 단계 입니다. 아무튼 그 결정은 총리 각하께 일임 하겠습니다.

- 해상! 무슨 말이오. 총리에게 일임 하다니 우리 육군으로서는 그럴 수 없어요. 육군으로서는 9월 6일 어전회의 결정에 따라 이미 병력을 동원하고 있어요. 10월 상순까지 외교 교섭이 성립 될 가망이 보이지 않을 때는 지체없이 전쟁을 표리 한다고 어전회의에서 결정하지 않았어요. 그 10월 상순이 이미 지났습니다. 그러니까 육군을 이미 준비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또 총리에게 일임 한다는 해상의 의견은 수긍 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통수부는 총리의 권한 밖에 있다는 것을 해상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총리 께서도 잘 아실 것이고. 그런데 어떻게 총리에게 일임 합니까. 가령 총리께서 외교 한 길로만 간다고 결정 하더라도 통수부가 듣지 않으면 그만이 아니겠습니까. 또 좀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총리께서 결정 하더라도 우리 육군으로서는 그대로 맹종 할 수 없습니다. 외교를 꼭 성립 시킬 수 있다고 납득 시켜 주기 전에는. 우선 외교를 꼭 성립 시킬 확신이 있는가 없는가 총리보다 도요다 외상 의견을 먼저 듣고 싶습니다.

- 에... 확신이 있느냐고 하지만 외교에는 상대가 있는 일이니까 절대 확신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 그런 미지근한 태도로써는 곤란 합니다. 중대한 책임하에 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 글쎄 전혀 성립 될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쪽에 조건 여하에 따라서도.

- 조건 여하?

- 그렇습니다, 육상. 지금 남부 불령인도 병력증가 문제와 중국에서 철병하는 문제가 미국과 일본 사이에 걸리고 있습니다.

- 아니, 남부 불령인도지나 진주라니 그건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문제가 아니오.

- 그것이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미국과 이런 중대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아닙니까.

- 무슨 소리요. 설사 그렇더라도 그건 어전회의에서 결정을 보고 실시한 것이 아니오. 그것이 외교를 방해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소.

- 그럼 어째서 외상은 어전회의에서 반대하지 않았소.

- 기탄 없이 말씀 드리자면 그 불인진주 어전회의는 약간 경솔 했습니다.

- 뭣이! 아니 뭐라고! 어전회의가 경솔 했다고. 도요다 외상,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거요. 응? 폐하를 모시고 한 어전회의가 경솔 했다고? 폐하를 모시고 했소. 폐하를.

- 도조 육상, 전쟁과 외교 그 어느쪽이 더 확신이 있을까 그 문젠데 내 생각엔 전쟁은 1년이나 2년 동안 끌고 가겠지만 3년이나 4년 부터는 자신이 없어요. 그러니까 외교를 택하는 거예요. 외교에 확신이 있으니까 그 길을 택하는거요, 육상.

- 그건 총리의 주관이오. 지금 외상은 확신이 없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 희미한 태도로써는 육군과 해군 통수부를 설득 시킬 수 없어요.

- 아무튼 나는 전쟁에는 자신이 없으니까 전쟁에는 책임을 질 수 없소.

- 뭐! 책임을 질 수 없다구요?

- 그렇소. 나는 외교에 확신이 있다고 하는데 육상이 자꾸 확신이 없다고 우긴다면 나로서는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말씀이오.

- 아니, 총리가 책임을 질 수 없다면 데체 누가 책임을 진다는 거요!

(입력일 : 20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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