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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7회 - 궁성어전 회의
제7회
궁성어전 회의
1967.11.13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한 제국이 어떻게 패망해 갔던가. 일찍이 아세아의 맹주라고 하던 한 제국이 어떻게 패망해 갔던가. 이 얘기는 그 생생한 증언 입니다.


- 하! 미국과 대전하면 3개월내에 ... 해치울 계획 입니다.


- 육군 참모총장 스끼야마가 이 어처구이 없는 답변을 해서 천황 히로히도에게 심한 실책을 당한 바로 이튿날. 궁성 깊숙한 아즈마 일실에서 어전 회의가 열렸다.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석달 전 1941년 9월 6일 이다. 궁성 아즈마 일실. 명치유신을 거치고 일본 국운이 한 때 흥성 하듯이 보이던 시기에 건저된 이 아즈마 일실은 드높은 천정에 자못 그윽하고 호화롭기까지 했다. 참석자는 고노이 총리대신을 비롯해서 도조 육군대신, 오시까와 해군대신, 스끼야마 육군참모총장, 나가노 해군군령부총장, 하라 츠미론 의장. 기라성 처럼 모였지만 지극히 침울하고 긴장된 분위기 였다. 세계 최대의 강국 미국과 기어코 일전을 결할 것인가. 아니면 화해 할 것인가. 이윽고 태 원수 제복을 차려 입은 천황 히로히도가 나타났다. 병풍을 둘러친 옥좌에 단정하게 앉았다. 먼저 총리 고노이가 근엄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 폐하의 재갈을 받자옵고 오늘의 회의는 본 총리가 진행 하겠습니다. 이미 아시는 바와 같이 제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더욱 긴박해 졌습니다. 이른바 ABCD 포위지는 물론 독·소전이 장기화해 감에 따라 미국과 소련이 대일연합전선을 결성할 우려도 없지 않은 것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력은 점차 쇠퇴할 도리밖에 없는 것입니다. 제국은 외교적 수단을 다해서 전화를 미연에 방지할 생각입니다만 여의치 않을 때는 자위상 최후의 수단에 호소하는 것도 부득이한 일로 사려옵니다. 이런 긴박한 정세하에 정부와 대번영 육회군부가 수차 협의를 거듭한 끝에 오늘의 의제인 제북국책요령을 작성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 총리 고노이의 개회사에 이어 나가노 해군군령부총장이 큰 몸집이 무거운듯 일어섰다.


- 지금 총리대신의 개괄적 설명을 들었습니다만 평화적 타개의 방도가 없고 전쟁이 불가피할 경우 작전상 입장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태평양 전역에 걸친 미국 및 영국의 군사 시설이 그리고 군비는 날로 증강 기세에 있습니다. 그런데 제국은 석유, 기타 군수물자 고갈로 쇠퇴일로에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비아의 세력은 현격한 차이가 생길 것입니다. 제국으로써는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기연한 태도로 적극적 작전에 매진히 미·영을 격멸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이 속전속결을 기도해 그 전 해군역으로 침공해 온다면 이는 무엇보다도 제국 해군이 바라는 바 입니다. 유럽 전쟁이 계속 중이므로 영국이 극동에 파견 할 수 있는 해군병력은 지극히 제한 돼 있습니다. 미·여 연합 해군을 우리가 희망하는 해역에서 요격 할 때 우리 함대와 폭격기의 기능으로 봐서 승산은 절대 우리편에 있다고 확신하는 바 입니다. 그럼, 초전에 승리를 거두더라도 이로써 전쟁을 종결로 이끌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은 장기전을 기도 할 것입니다. 그럼 개전벽두 적의 군사상 거전 및 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점령해서 우리는 장기전의 태세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이상 언급 한것 비아의 전력 실적으로 봐서 하루속히 개전의 단을 내릴 것을 희망하는 바 입니다.


- 나가노 해군군령부총장의 뒤를 이어 스끼야마 육군참모총장이 일어섰다.


- 지금 나가노 해군군령부총장의 설명에 대해 우리 육군도 전폭적인 동의를 표하는 바 입니다. 고노이 총리의 설명에도 있는 바와 같이 이 처럼 긴박한 시기에 하루 하루 시일을 끌어 간다는 것은 적 미국과 영국의 술책에 완전히 말려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미·영을 격멸할 시기를 놓치고 말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쟁 수행에 자신이 있는 지금 당연 일격을 가해야 할 것입니다. 육군으로서는 예상되는 결전장의 위치, 거리, 기상적 조건등을 감안해 병력의 동원, 선박의 짐용, 수성, 병력의 증재 등 많은 준비 기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쟁 결의의 시기를 제국국책요령에 지적된 대로 10월 상순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끝으로 전쟁을 결의 할 시는 지체치 말기. 그 기도를 독일과 이태리에도 객인해서 일·독·이 삼국의 철통같은 협력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을 희망하는 바 입니다. 이상 육군의 의견을 객인하는 바 입니다.


- 제국국책요령 바로 하루 전날 수상 고노이가 천황 히로히도에게 상소한 3개조의 안이다.
1. 제국은 자존자위를 위해 미국, 영국, 화란과 전쟁을 불사하는 결의 아래 대체로 10월 상순을 목표로 전쟁 준비를 완수 한다.
2. 제국은 이와 병행해서 미·영에 대해 외교 수단을 계속하고 제국의 요구 관철에 노력한다.
3. 전기 외교 교섭이 10월 상순에 이르러서도 제국의 요구를 관철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는 지체없이 대미·대영·대화란 과의 개전을 결의 한다. 특히 미국과 소련이 대일연합전선을 결성하지 못하도록 충분히 경계 한다.

- 통수부를 대표한 나가노 군령부총장과 스끼야마 참모총장의 발언이 있은 다음 제국국책수행요령에 적힌 문서를 유심히 보고 있던 하라 츠미론 의장이 일어섰다.


- 이 초비상 시국에 고노이 총리가 어디까지나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과 직접 회견해서 의견 일치를 보려고 하는 그 결의와 특히 총리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의 열의에 깊이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제국으로써는 어디까지나 외교적 수단으로 이 난국을 타개할 방도를 모색해야 할 줄을 믿는다. 그런데 이 제국국책수행요령을 볼 것 같으면 전쟁이 주가 되고 외교 절차는 종이 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전쟁 준비라는 것은 외교가 성공을 거두지 못 할 때에 최후 수단이라 생각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어디까지나 외교적 타개에 진력하고 그것이 불가능 할 때는 전쟁을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 하겠는가. 이 점 정부와 통수부 스끼야마 나까노 양 총장의 소신을 듣고 싶다.


- 정부를 대신해서 오히까와 해상이 일어섰다.


- 이 제국국책수행요령의 취지는 지금 하라 츠미론 의장의 소견과 동일한 것입니다. 제1항의 전쟁 준비와 제2항의 외교 교섭, 편의상 그렇게 적었을 따름이지 본질적인 경중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3항의 개전결의는 그 시기에 이르러 다시 폐하의 재갈을 받자와야 할 것입니다.


- 이 때 총리 고노이가 일어섰다.


- 사실은 어제 폐하께서도 지금 하라 츠미론 의장과 꼭 같은 하문이 계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시금 천명하는 바 입니다만 제1항과 제2항의 경중은 없고 제국은 어디까지나 외교 교섭을 주로 할 방침 입니다.


- 고노이가 앉은 다음 다시 하라 츠미론 의장이 일어섰다.


- 중부측의 결의는 지금 고노이 총리와 오히까와 해상의 설명으로 이해하고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그럼 다음 통수부 양 총장의 견해를 듣고 싶다.


- 그러나 아무도 일어서지 않았다. 스끼야마와 나가도 양 총장 작전 계획까지 얘기하고 하루속히 개전의 단을 내리라고 주장한 직후 평화적 외교에 언급 할수도 없었던 것이다. 이때 돌연 천황 히로히도가 일어섰다.


- 지금 하라 츠미론 의장 질문은 응당 해야 할 적절한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육해군을 통솔하고 있는 양 총장이 아무 답변도 없다는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로 생각 한다. 어떤가 양 총장.


- 천황이 어전 회의에서 발언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고, 더욱이 언성을 높인다는 것은 일찍기 없었던 일이다. 이윽고 히로히도는 테이블 위의 서류를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읽기 시작 했다.


- 사해바다 모두 형제라 생각하는 세상에 어이 이리도 풍파가 잦지 않을까.


- 명치 천황의 이른 바 어제다. 천황이 읊은 단가, 우리의 시조라고나 할까. 일동 숨소리 조차 죽인 채 숙연해 졌다.


- 여는 늘 이 어전을 배송하고 고 명치 선재 평화애호 정신을 받들기 진력해 왔다. 그런데 아, 제국이 전쟁이냐 평화냐 이 중대한 기로에 책임있는 통수부가 아무 답변도 없다. 통수부는 이 비상시국을 뭘로 알고 있는가.


- 일동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육상 도조 히데끼는 안경 속 눈알이 새빨갛게 충혈돼 있었던 것이다. 히로히도의 이례적인 노성으로 끝맺은 어전회의. 10월 상순을 기해 전쟁 준비를 완료 한다는 무섭고 엄연한 사실만이 모든 사람의 가슴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석달 전 1941년 9월 6일 운명의 어전 회의가 되고 말았다.

(입력일 : 200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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