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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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2회 - 마쓰오까 외상의 외교
제2회
마쓰오까 외상의 외교
1967.11.07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 한 제국이 어떻게 패망해 갔던가. 일찍이 아세아의 맹주라고 하던 한 재국이 어떻게 패망해 갔던가. 이 얘기는 그 생생한 증언 입니다.


- 도쿄의 하늘. 외상 마쓰오까 오스케가 탄 특별 군용기가 서서히 선회하고 있었다. 눈 아래 벛꽃이 피는 아담한 조국. 마쓰오까에게는 생애 최고의 날 이었다. 베를린에서 일본, 독일, 이태리 삼국동맹을 맺고 또 기로에는 모스크바에 들러 전격적으로 일·소 불가침조약까지 채결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베를린에서는 히틀러와 무소리니를 상대로 마음껏 기엄을 토했고, 모스크바 역에서는 전 세계 외교관들이 보는 앞에서 스탈린과 껴 안고 어깨를 두들이는 극적인 씬 까지 연출을 했다. 크레무린 깊숙이 파묻혀 좀처럼 군중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북극의 곰 스탈린이 모스크바 역 까지 배웅시킨 마쓰오까. 수상 고노이의 그 과묵하고 귀족적인 얼굴이 떠올랐다. 얼마나 기뻐할까. 마쓰오까는 소년처럼 가슴이 두근 거렸다.

- 굵은 검은테 안경을 쓴 마쓰오까가 파라비에 나타나 손을 번쩍 쳐 들었다.

- 하하하. 고맙소. 고맙소. 고맙소.

- 아, 총리. 총리 각하.

- 마쓰오까가 돌아 왔습니다.

- 외상 수고가 많으셨소.

- 별 말씀을. 고맙 습니다 총리 각하. 나와 주셔서. 히틀러와 무소리니까 총리 각하 얘기를 여러번 했습니다. 특히 히틀러의 총리 각하에 대한 관심이.

- 아, 고맙소.

- 꼭 한번 총리 각하와 자리를 같이 하고.

- 그럼, 난 먼저 들어 가겠소.

- 아니, 각하. 총리 각하.


- 뜻 밖 이었다. 얼싸안고 등이라도 두들여 줄 줄 알았던 총리 고노이. 잡은 고노이의 손이 선뜻 하리고 맥 없을 때 부터 이상하게 생각했다.

- 대신 축하 합니다.

- 음? 어. 차 군.

- 원로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대신.

- 어. 고맙소.

- 잠깐, 그런데 총리가 왠일이야?

- 어. 예. 그건...

- 어쩐 일이야. 뭐가 있었군.

- 하... 네. 차차 말씀 드리지요.

- 총리하고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할 얘기가 있었는데.

- 저, 타시지요. 대신.

- 음.


- 연거소 펄럭이는 깃발, 깃발. 깃발의 물결 만세 소리. 서민들은 조그마한 섬나라 일본이 세계열강 독일, 이태리와 어깨를 겨누어 삼국동맹을 맺은 것이 그저 기쁘고 대견 스럽기만 했다. 마쓰오까가 삼국동맹을 맺은 속셈이 무엇인지 서민들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 차관, 대체 무슨 일이 있었소?

- 네. 사실은 드라우드 신부 얘기가 급속하게 진전 됐습니다.

- 드라우드 신부라니?

- 작년부터 얘기가 있지 않았습니까. 드라우드 신부가 미국측에 주선 한다는 얘기 말입니다.

- 으음.

- 처음엔 총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만 대신이 안계시는 동안에 그만.

- 어쩐다는 거야.

- 총리하고 루즈벨트 회담이 성립될것 같습니다.

- 뭐?

- 아니 그래. 총리가 루즈벨트를 만나겠다는 거요?

- 네.

- 루즈벨트도 찬성하고?

- 네.

- 일·독·이 삼국동맹을 맺었는데 루즈벨트가 찬성해?

- 미국 측에선 일단 맺어진 삼국동맹은 기정 사실로 인정하고 일·미 교섭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표명 했습니다.

- 거짓말이야. 모략이요. 독일과 영국이 싸우고 있는데 그 독일과 동맹을 맺은 우리 일본을 말이요. 영국과 미국은 바로 일심동체 같은데 루즈벨트가 고노이 총리를 만난단 말이오? 농간이야.

- 그렇지만 정부와 다이용이의 연석회의에서 수락하기로 결정 됐습니다.

- 뭣이? 결정 했다구?

- 네. 아주 조건이 좋으니까 육군에서도 의의 없이 수락 했습니다.

- 그게 언제요?

- 어제 오전 9시 부터 회의를 열어 가지고.

- 뭣이? 어제? 어제. 어제라니. 내가 이미 대련에 와 있을 땐데 이 주무장관을 빼 놓고 단 하루를 못 참아 결정한단 말이오?

- 죄송 합니다. 대신.


- 도쿄 거리를 달리며 마쓰오까는 고노이 내각의 외상으로 침했을 당시를 생각했다.


- 총리, 당신 혼자서는 도저히 군부를 누를 수 없어요. 군부를 누를 수 없으면 그대로 끌려 가다가 당신은 마침내 나라를 망치고 말것이오. 당신 대신 군부의 바람은 내가 막겠소. 군부와 외교 문제는 이 마쓰오까에게 맡겨 주시오. 총리, 당신을 일본의 새로운 태양처럼 만들어 보겠소. 총리, 군부와 외교는 나한테.


- 마쓰오까는 총리 고노이가 무척 좋았다. 그 과묵하고 귀족적인 풍모. 고노이가 일본 황실의 가장 가까운 귀족이라는데서 오는 경일감. 그 세련된 백년재상이 거칠은 군벌에게 농락을 당할 때 마쓰오까는 비단 손수건이 구정물 통에 들어가는 듯 안타까웠다.


- 폐하, 마쓰오까 외상이 오늘 귀국해서 참례 했습니다.

- 폐하, 삼가 귀국 인사를 올립니다. 신 마쓰오까가 삼국동맹을 맺고 오늘 귀국 했습니다. 삼국동맹의 자서한 전말은 후일 다시 말씀 올리겠습니다.

- 원로에 수고가 많았소. 국사 다난한 이 때 앞으로 더욱 재외국 관계에 애쓰도록.

- 네. 명심 하겠습니다.

- 나가서 편히 쉬시오.

- 네. 신 마쓰오까 물러가겠습니다.


- 운전수, 총리 관저로.

- 네.

- 아니 외상관저로 돌려주게.

- 아니 대신, 대신은 수상관저에 가서 귀국 인사를 해야 합니다. 총리 이하 각 대신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알고 있어.

- 총리관저에는 차관이 가 주시오. 마쓰오까는 피곤해서 외상관저로 직행 했다고.

- 네.


- 이튿날 마쓰오까는 고노이의 별장 데끼가이쓰우 깊숙한 방에 총리 고노이와 마주앉아 있었다. 늦은 봄 이지만 아직 개구리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어제 내가 직접 얘기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정부와 다이홍예이가 여러차례 연석회의도 가진 일이고 하니까 이 정도로 미구간을 수락하는 것이 어떨까 루즈벨트와 만나는 것이 어떨까 그런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외상, 절대로 외상을 제외하고 교섭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외교노선 이라는건 될수록 여러 방면으로 손을 써 두는 것이 좋을것 같아서.

- 총리, 대체 총리는 루즈벨트가 총리하고 영국수상 처칠하고 둘 중 어느 편을 더 중시 하는지 그런걸 생각해 본 일이 있습니까?

- 처칠하고?

- 아니, 이런 말씀을 올리는 것도 실은 루즈벨트와 처칠이 대서양에서 양상회담을 가진다는 정보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처칠은 하루속히 그 회담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영국은 지금 패망 일보전에 있으니까요. 미국이 유럽전선에 참전해 주기를 하루가 새롭게 기다리는데.

- 그렇지만 루즈벨트는 이에 응할 수 없습니다. 미국 국민들의 여론이 있으니까요. 그런 루즈벨트가 처칠보다 일본 총리를 먼저 만나자고 하겠습니까?

- 그러니까 더욱 직접 만나서 흉금을 터 놓고.

- 흉금을 털어 놓고? 대체 총리는 너무도 순수 합니다. 너무도 선인 입니다. 더욱이 일본 군부 그 중에서도 소장 장교들 속셈을 루즈벨트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타도 미·영을 외치는 소장 장교들 그들이 정계에 미치는 압력을 말씀 입니다. 총리, 난 총리를 루즈벨트와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지금처럼 이본 군부가 내리 누르고 있는 한 루즈벨트를 만나더라도 아무 성과도 없다는 얘깁니다.

- 외상, 아무튼 나는 루즈벨트와 만나겠습니다. 외상도 찬성을 해 주시오.

- 물론 찬성 입니다. 그러나 만약 만날수가 있다면 직접 만날수가 있다면 그 때는 모든 조건이 지금보다 훨씬 달라졌을 땔 겁니다.

- 무슨 뜻 입니까.

- 우리 일본이 삼국동맹을 완전히 포기하고 군부의 압력이 영영 없어졌을 때.

- 아니, 그럴수가. 그럴수가 있단 말이오!

(입력일 : 200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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