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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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 불온문서투입사건 여,야 격돌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불온문서투입사건 여,야 격돌
1971.02.01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 (마이크 음성소리)의사진행으로 박영출 의원 말씀하세요.

1월 15일, 토요일의 국회.

- (마이크 음성소리)불온문서 사건의 장본인이 군인이라는 것이 판명되자 아연한 심정은

여야가 일치된 줄 압니다. 우리 여당으로서는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

우리 국회의 특별조사단을 구성하자는 의견이 있습니다만 교섭단체 비율로 하자는 논의가 있는데

제 개인의 의사로는 여야 동수로 만들어서 그야말로 발본색원을 하자는 것입니다!

바로 그 전날, 국회에서는 다수의 횡포를 부려 조사단 구성을 막았던 자유당이 오늘은 스스로

제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교섭단체 비율로 하면 6대 4가 되는데 여야 같은 수로 구성하자는 것.

불온문서 투입사건에 대한 국회 조사단. 자유당에서 조경규, 류지원, 안동준, 박영출, 신행용, 다섯 의원.

호헌동지회에서 유진산, 양일동, 김의준. 무소속에서 김재곤, 김영삼. 여야 다섯 명씩입니다.

(음악)

2월 11일, 12시. 국방부 청사 앞에는 신문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이 들끓었습니다.

(차 멈추는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발자국 소리 및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군인 정복에 큰 별 셋을 단 장성이 나타나서 청사 안으로 들어갑니다. 원용덕 중장.

(발자국 소리)

헌병 총사령관 원용덕 중장.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헌병 총사령관 원용덕 중장입니다.

- 원용덕입니다. 음.

- 앉읍시다.

국방부 차관실. 지금 불온문서 사건 국회조사단이 헌병 총사령관 원용덕 중장을 소환해서

조사가 시작됩니다. 선서를 하고 질문이 시작되고-. 그동안 원용덕은 표정 하나 짓지 않고 있었습니다.

- 질문하겠소, 원 중장.

- 네.

- 범인 김진호의 증언에 의하면은 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들의 충성심을 조사하라는 지령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있습니까?

- 글쎄요. 충성심 조사라... 그런 말은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러나 알아볼 필요가 있어서

이 투입사건을 명령했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귀관이 직접 명령했다는 뜻이죠?

- 네, 제가 명령했습니다.

- 귀관보다 더 고위층과는... 의논한 일이 없소?

- 고위층과는 의논한 일이 없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명령했습니까?

- 신익희, 김준연, 소선규, 곽상훈, 정일형, 김상돈, 여섯 사람에게 그 문서를 투입해보라고 명령했습니다.

- 왜! 야당계 여섯 의원에게만 투입하라고 했소?!

- 야당계... 흠... 모르겠는데요.

- 무슨 뜻이오?!

- 그 여섯 의원들이 모두 야당 의원들입니까?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여당인지, 야당인지 몰랐다는 뜻이오?

- 네, 몰랐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이게 무슨 소린가, 원용덕은 자기가 명령해서 한 짓이라고 너무나 쉽게 시인을 하고 나서 대상이 된 의원들이

여당인지, 야당인지 몰랐다고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입니다.

- 헌병 총사령부는 어디에 소속한 기관입니까?

- 군대에 속해 있는 기관입니다.

- 국방부장관의 지휘 하에 있습니까?

- 네.

- 헌병 총사령부가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기관입니까?

- 글쎄요... 너희 기관이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질문이십니까?

- 그렇소.

- 저희 기관이 과거에 어떤 일을 해왔다는, 그것으로서 저는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중립위원회에 관해서 저희 기관에서는 여러 가지 발표를 한 일도 있고 또 포로 석방 문제도 그렇습니다.

그것이 정치적 관여냐 아니냐 하는 그 한계를 저 자신이 규정할 수 없습니다.

- 그것은 대외적인 일이라 치고 국내 문제에 관해선 어떻소?

- 국내적 관계라는 것은 아직 경험이 없어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만-. 요는 국방과 국가,

혹은 국치보호.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 기관이 중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 국방과 국가와의 한계는...?

- 지금 세계의 형편이 군인이 총만 쏘고 훈련만 하느냐 또는 정치와의 밀접한 호흡을 하고 있느냐.

이것은 삼척동자라도 아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군정 당시, 미 군단장이 어떤 역할을 했고,

혹은 일본 점령군 사령관이 일본에서 어떤 일을 했는가. 그 군인들을 단순한 군인들로 생각할 수 있느냐. 혹은 그 사람이 정치를 했느냐.

내 자신, 요는 제가 다시 말씀 드릴 것은 특수한 군인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특수 군인?

- 그 임무를 맡은 군인은-

- 정치에 관여할 수가 있다?

- 네.

- 특수 군인이란 헌병 총사령부 소속 군인 같은 군인을 말하죠?

- 저 자신 같은 군인입니다.

원용덕은 중대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특수 군인은 정치에 관여할 수 있다.’.

(음악)

헌병 총사령부 제5부장 김진호 중령. 그는 불온문서 투입사건을 지휘한 사람입니다.

그의 증언.

- 물론 헌병 총사령부라는 것은 아시다시피 수사대상을 군인 군속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하 우리나라가 전쟁을 하고 있고 이 마당에서 즉, 정치인의 동향이라는 것은

군사에 대해서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습니다. 즉, 정치인의 동향 여하로서 군사 전반에 대한

반응이 자연히 쫓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서

정치에 집중하고 있느냐에 대해서 무관심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정치인의 동향을 앎으로서

우리가 맡아가지고 있는 부문에 군인 군속의 동향을 사찰하는 큰 도움이 됩니다.

좀 어려운 얘기지만은 김진호의 답변 또한 헌병 총사령부가 정치에 관여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또한

- 이 박사로서는 즉, 행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이오,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저는 반정부 주의자로 봅니다.

따라서 정부를 반대하는 자는 없어야 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군대를 잘 통수했다는 것은 정평이 있는 얘깁니다. 특히 군 수사기관인 특무대나

헌병 총사령부를 각별히 사랑했다는 것도 다 아는 얘깁니다. 특무대장 김창룡이나 헌병 총사령관 원용덕이

이승만 대통령의 총애 받는 신하였음도 천하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병 총사령부가

정치문제에 관여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한 것은 역사상 이것이 처음입니다.

‘특수군인은 정치에 관여할 수 있다.??- 소위 조선인민 공화국 최고회의 이름으로 야당 의원들에게

보낸 문서. 그것은 야당 의원들의 정치성향을 테스트하는 일이었는데 그것도 헌병 총사령관이

직접 명령해서 한 일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습니다.

- 야당 의원들의 충성심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한 일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그 문서를 투입한 뒤에 어떻게 할려고 했소?

- 미리 계획한 일은 없습니다. 그 문서를 투입한 후에 반응을 조사한 뒤에 다시 계획을 세울 작정이었습니다.

- 반응이라면 어떤 반응인지 구체적으로 말씀 좀 해보쇼.

- 그 문서를 받고 즉시 계출한 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분입니다. 만일 시간을 끌고서 어름어름 넘어가다가 내놓던지,

아주 내놓지 않으면은 성분이 애매한 분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 않습니까?

만일 그 불온문서를 받고 미친놈들의 장난이라고 아궁이에 넣어버렸다든지 했으면은

그 성분을 의심받게 되는 것입니다. 국회 조사단은 새로운 사실들을 자꾸 끄집어냈습니다.

군 수사기관의 기능이 순수한 군인 군속 이상의 문제. 즉, 정치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강 눈치로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공개적으로 발표된 것은 처음이었고 그만큼 국민들은

놀라야 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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