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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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 국회의 불온문서투입 경위 조사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국회의 불온문서투입 경위 조사
1971.01.27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그러면 국회의원 보수에 관한 법률 중 개정 법률안을 상정시키겠는데

운영위원장 박영출 의원 나와서 말씀하세요.

불온문서 투입 사건을 따지고 있는 국회, 12월 20일.

- (마이크 음성 소리)이 개정 법률안은 2대 국회 말기인 금년 5월 1일 상정되었다가

불행히도 성원 미달로 통과를 못 보았었습니다. 우리 국회 자체가 심의하기는 곤란한

문제지만 이 법률안은 국회가 낸 것이 아니라 행정부에서 온 법률안인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분과위원회의 생각은 국정 전반을 운영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는 공무원 처우 개선 문제입니다.

이 개정 법률안의 주문을 낭독해 드리겠습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국회의원 보수에 관한 법률 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조 중 18만환을 36만환으로 한다. 도칙, 본 개정법은 단기 4287년

6월 1일부터 시행한다.

국회의원의 보수. 즉, 월급을 18만환에서 36만환으로 올린다.

(음악)

일반 공무원 월급이 2, 3만 환 할 때의 일입니다. 18만환 봉급이라면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큰 액수의 국회의원들의 세비. 그런데 그것을 곱으로 올려서

36만환으로 하는데 그것도 지나간 6월부터 소급해서 지불하자는 것.


- (마이크 음성 소리)여기에 대해서 별 의견을 가지신 분이 안 계시면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표결이 부치는 것이 어떨까요? 토론 절차를 생략하겠습니다.

이의 없습니까?

- 없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그러면 표결에 붙이겠습니다. 주문을 다시 읽을 필요가 없기로

운영위원회에서 제출한 개정안에 대해서 찬성하시면 거수해주세요.

자신의 월급을 자기들이 결정할 수 있는 행복한 지위의 국회의원들.

거수 표결을 한 결과,

- (마이크 음성 소리)재석 135, 가 83표로 국회의원 보수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통과됐습니다.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

(신문 펼치는 소리)

- 헤, 여야 의원들이 아주 화기애애하구만.

- 뭔데?

- 자기들 세비를 곱으로다 올리는데 아무 말썽이 없었대.

무슨 법률안이고 통과시키려면 여야가 싸움질을 하게 마련인데. 헤! 세비 올리자니 모두 손들었군.

36만환이라... 우리 같은 놈이야 평생 가야 만져볼 돈인가. 팔자 좋다, 국회의원님 네들.

- 그것이 꼭 그런 건 아닐 걸세.

- 예?

-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말만 번지르르하지 돈쓸 데가 많은 직업일세.

- 아, 누구든 돈 쓰기 싫어하는 사람 어디 있습니까?

- 아, 이 사람들아, 월급인가 세빈가 많이 줘야 도둑질을 안 하는 거야.

월급 적게 주고 도둑질 시키는 거 보다 월급 많이 주는 곳이 나아.

아, 공무원들을 봐. 쌀 한가마니 값도 안 주고 일을 시키니, 아, 이놈들이

도둑질에만 눈이 어둡지 않느냔 말이야. 나랏돈 먹고 백성들 먹기는

마찬가진데. 아, 월급으로 주고 일 착실히 시키는 게 낫지 않아?

- 그래도 36만환은 너무하지 않습니까.

- 아하하, 선거민 뒤치다꺼리에 그것도 모자르다네.

- 아, 그런데 국회의원은 왜 합니까?! 밑지면서 왜 하느냔 말이에요?!

돈 많아서 쓸데없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보아하니 돈 없는 사람이

태반입디다. 돈 있어도 돈벌이 더 할려고 국회의원은 하든가. 아, 안 그래요?!

- 아하하하!! 아, 거 그렇게 자꾸 따지면 곤란하지.

(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정당정치는 무엇보다도 민중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기자회견 석상에서의 이승만 대통령

- (마이크 음성소리)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에게 올바른 일을 표시하여야 할 것이에요.

지금 국민들이 인플레 하에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데 어찌 국회의원들이 자기네들만이

자기들의 세비를 대폭 올린다 하는지. 이것은 부당한 일인 것이에요. 내가 만일 국회 내에 있었다면

한 사람 또는 두 사람만이라도 끝까지 싸워서 세비 인상을 억제했을 것입니다. 이로서 민중이 희망하는 바를

반영시킬 것이며 정당정치가 어떠하다는 것을 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음악)

- 에, 에, 지난 한해는 암흑의 해였다고 할 수 있지마는 그 암흑 속에서도 한줄기 광명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그것은 오늘 이 자리에 초청된 열일곱 분의 모습입니다.

호헌동지회 주최 파티. 자유당에서 탈당한 의원들과 출입기자들을 미장그릴에 초청해서

술자리를 벌렸습니다.

(술잔 부딪치는 소리)

- 자.

- 제가 모든 압력을 벗어나서 이제 자유의 몸이 됐십니다. 이를 테면 우리는

난폭한 남편에게서 해방된 이혼녀들입니다. 하하하하하!

- 하하하하하!

- 하하하하하! 그렇지.

- 그런데 제가 호헌동지회로 다시 시집을 가느냐 안 가느냐 하는 것은 그쪽에서

참다운 남편이 돼주느냐 안 돼주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및 박수소리)

- 민주주의 하에서는 에, 옛 봉건시대와 달라서 여권이 신장돼있습니다. 하물며

정치하는 여러분들에게는 행동거취의 자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아, 저토록 현숙하고

아름다운 부인들을 폭력이나 유혹으로 끌어들이지는 않겠으니 냉정하게 결정들을 하세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및 박수소리)

(술잔 부딪치는 소리)

- 그래, 호헌동지회야 신랑감으로야 최고지.

- 그럴까요? 하하하하하하.

- 돈이 좀 없어서 그렇지 인물이야 좀 좋은가.

(사람들의 웃음소리)

- 우선 신랑감을 고를 때 정신상태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져야 하는 기야, 젊은이.

- 아하하하하하.

- 나이가 젊은 사람이라 유혹이 더 많을걸?

- 나이는 젊어도 정들은 강합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 술 안 마시나?

- 예, 지금 혼사를 앞두고 정담이 오고가느라고 정신이 없어.

- 하하하하하하, 시집오지, 뭘 망설여. 아무렴 그깟 녀석들하고 비교가 되겠나.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하, 이철승. 김영삼.

- 예.

- 이 나라는 의회역사가 짧아서 그렇지. 전통이 생기면은 정당역사 또한 발전할 게야.

호헌동지회, 신당, 우리도 하면 얼마나 하겠나. 해공이나 나나 환갑이 내일 모레야.

철승이, 그리고 김영삼 군.

- 네.

- 자네들은 20대, 30대가 아닌가. 오늘의 야당이 불운하다 해서 영원히 우리가

이런 처지에 있을 것 같은가. 자네들이 내 나이쯤 됐을 때는 민주주의도

그만큼 자라는 게야. 우리 늙은이가 겪는 일을 반복해서 당하지 말라 이 말이야.

우리는 밑거름이요 자네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개화시킬 사람들이야.

- 아, 오늘은 술을 마셔야지.

- 아, 내 아주 취하기 전에 두 젊은이 놓고 훈계 한마디 했어.

- 오, 하하하하, 늙은이들은 비켜줘야지. 얘기가 통하지 않을 걸? 하하하하하.

- 한마디만 더. 그러니 김영삼 의원.

- 예.

- 이 늙은이들 보고 정당을 하라는 게 아니야. 미래를 보란 말이야. 미래의 야당.

전통이 생긴 뒤에 야당을 생각해.

- 잘 알고 있십니다.

- 유석이 이래봬도 유혹하는 데 명수라고. 하하하하하.

- 하하하하하.

- 잘 생각해서 따라오고 싶거든 올 일이요. 싫으면 관둬야 해.

- 난 저 젊은이들 놓치기 싫단 말씀이야.

- 하하하하하하하하.

(음악)

- 그깟 놈들 다 호헌동지횐가 뭔가에 들어가도 관계없습니다. 다 들어간다 해도

우리 자유당은 과반수 선 확보이니까요.

- 그렇습니다. 과반수 선이면 충분합니다.

- 에... 기렇겠지. 이제 개헌도 끝났겠다 무리해서 3분지 2선까지 확보하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

- 이번 탈당사건을 계기로 당 지도체재는 오히려 확립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전화위복이지요. 허허허허.

- 흐흐흐흠. 그러니 너무 심하게 탄압 같은 것은 하지 말고 다음 선거 때 낙선을 시켜버리면 간단한 일이지.

- 그렇습니다.

- 배신자란 언젠가 한번 보복을 당하게 마련이디요. 이혼하고 새서방 얻다니요.

그거 한국에서 용납합니까? 아무리 민주주의라 해도 나쁜 건 나쁜 겁니다. 기러나 지금은

내버려두는 기야요. 음, 4년 뒤에 봐야 디요. 다음 국회의원 선거 때.

(음악)

(입력일 : 201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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