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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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 불온문서 투입사건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불온문서 투입사건
1971.01.26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 이 해도 다 저물어 가는구먼.

- 예, 각하.

- 기붕이, 자네는 지난해에 참 일도 많이 하고 그랬지...

- 예, 각하. 1954년은 아마 제 일생 중 가장 의의 있는 해가 아닌가 생각되옵니다.

- 어, 그래...

- 모두가 의의 있는 일뿐이었사옵니다. 국회의장이 되고, 더군다나 미비점이 많던

헌법을 다 고쳐놓고-.

- 이제 자네도 좀 쉬어야지.

- 아니올시다, 각하. 각하를 위한 일이라면 분골쇄신할 각오가 늘 되어 있사옵니다.

- 요새 국회의 간부들이 장관 노릇하고 싶어서 야단들이라지?

- 예...?!

- 내가 다 알아. 누구누군가? 장관 노릇하고 싶어 하는 국회의원이?

- 그런 국회의원 없사옵니다.

- 아니, 내가 다 알아. 개헌안 통과에 논공행상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고 하더구만.

- 아, 예. 그것은 국회의원들이 행정부에 들어와서 각하 밑에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더러 그런 소리를 하는 것 같사옵니다.

- 국회의원은 입법부나 잘 운영을 하라구 그래.

- 아, 예. 그러하옵니다.

사실은 국회의원들의 입각을 추진하러 경무대에 들어온 이기붕. 이기붕으로서는

개헌 파동까지 겪고도 한가한 시간이 나지 않았습니다. 연약한 인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자꾸 생겼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개헌안 통과에 공을 세우고는 그 보상으로

요구하는 것은 장관 자리. 그런데 이승만의 태도는 어떤가.

(음악)

12월 21일에 가진 이승만의 기자회견.

- 조금 전에도 누차에 걸쳐서 말한 바와 같이 국회의원은 정부각료로서 등용하질 않겠다.

국회 내에 유력한 의원들을 각료로 등용시키면은 국회와의 융화가 안 될 뿐 아니라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며 또 섞어 놓으면은 국회에서는 외톨이가 돼 모든 것이 잘 안 되므로

국회의원은 등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이오.

(음악)

- 각하의 태도는 그렇게 강경하시단 말야. 국회의원들은 왜 자꾸 장관만 할려고 그러나?

나도 국방장관 해봤지만 사실 뭐 그렇게 수지맞는 지위도 아니던데.

- 아하하, 기러나 명재상 노릇 한번 하는 거이 사나이의 평생소원 아니겄습니까?

- 장 의원도 그럼 장관해보고 싶소?

- 하하하하하, 저야 뭐 차관이라도 했으니께니 괜찮지만 다른 의원들이야 어디 그렇습네까?

- 국회의원도 좋은데...

- 그러나저러나 아... 각하께서 저렇게 나오시니 의원들 어떻게 무마시킬지 문젭니다.

- 각하께서 안 된다면 안 되는 것이지. 무슨 말이 많아?! 나 정말 요새 죽겠어.

개헌안도 통과됐으니 이제 좀 한가해져도 봐야지. 음... 못 견디겠어.

불온문서 사건까지 일어나서 음... 이... 장관 노릇 하고 싶거든 직접 경무대에 가보라고들 그래. 이...!

(음악)

- 김 의원님, 이번에 아주 놀라셨지요?

- 놀라다니, 왜?

- 거, 불온문서인가 뭐인가 그게 투입됐으니, 하하하하.

- 뭐 그 정도 가지고 놀라겠소? 백주 국회의사당에서 사사오입 개헌도 하는 판인데.

- 하하하하하하하하...

- 왜 놀랐으면 어떡하겠소? 아닌 게 아니라 그 문서를 내 손으로는 못 뜯었소이다.

경찰관들하고 함께 뜯어봤지. 남북협상을 하자는 내용인 것도 그때 알았소.

- 왜, 호기심도 생겼을 텐데 몰래 뜯어보시지 않고-.

- 예끼, 여보쇼!! 사람을 빨갱이로 몰려면 좀 지능적으로 모쇼.

- 아이, 누구래 김 의원을 빨갱이로 모는데요?

- 장 의원 당신 같은 사람들이지, 헤헤헤헤헤...!

- 예?!

- 이봐요, 장 의원. 우리 야당 의원들이야 그저 고개 푹 숙이고 살아간대지마는

당신들 여당 의원들이 걱정이 되더군.

- 예에?! 아, 저희들이 뭘 어째서요?

- 개헌 때 앞장 선 것은 장관 자리 하나씩 얻어서 한밑천씩 장만하자는 뜻이었는데-.

- 아, 원 별말씀을. 개헌이야 국가의 민족을 위해서 한 것이디요.

- 그래?! 흠, 장 의원도 장관 노릇 못해서 어떡하나?

- 에이, 놀리지 마시오. 호호호.

- 장 의원이야 지성인이니 괜찮지마는 시골사람들은 아마 장관자리 한번 앉고 싶어서 야단일 게요.

- 흐흐흠, 이 해도 다 넘어가고 있는데 새해부터는 우리 좀 다정히 지냅시다.

- 그럼 불온문서를 투입한 것은 친선을 도모하자는 뜻이었구만. 어? 하하하, 쳇!

- 흐흠, 범인! 이제 잡겄습니다. 꼭 잡을 겁니다! 흠, 우리 자유당하곤 정말로 관계없는

일이야요.

- 아이, 그럼 야당하고 관계가 있다?

- 아... 마 그거야 물론 아니구요.

(음악)

- 뭣 때문에 우리가 이리 늦장을 부려야 하오?

- 아... 졸속은 안 좋은 게야.

- 그래도 그렇지 이 해를 그냥 넘기잔 말이오?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신당 결성합시다! 굳은 악수 교환하면 그만이제. 뭐 그리 말들이 많소. 음,

정권도 잡기 전에 간부싸움부터 하는 기가?!

- 하하하하하... 삼연, 정당을 못해봐서 그렇지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에요.

- 소아를 버리고 대아를 쫓아가는 되는 기라요.

- 기초가 튼튼할수록 집이 튼튼하다는 생각을 합시다.

- 아, 이 해를 그냥 넘기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지마는 좀 참읍시다. 기초를 공고하게

해놓고 우리 멋들어진 정당을 세워봅시다.

- 이 뒤숭숭한 연말에 신당을 발기하는 분위기도 안 좋아요. 새 마음 새 기분으로

새해를 맞는 게요.

- 내 참, 답답해서 이러다가 정권이라도 잡는 날엔 우리 야당도 자유당 놈들이나

매한가지 되는 게 아니가?

- 하하하하, 그거야 수준 문제겠지요.

1954년 연말에도 뭔가 시원한 사건이 없었습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마찬가지.

답답하고 우울한 분위기에 젖어 있었습니다.

(음악)

(크리스마스 캐럴 음악 소리)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거리는 흡사 외국의 카니발처럼 인파로 덥혔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우리의 명절도 아니오 서양 기독교의 성탄일인데 어떻게 된 것이

한국에서는 그날이 카니발처럼 시끄러운 분위기로 젖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아니, 왜들 이러죠?

- 아...

- 크리스마스가 도대체 뭔데 한국인들이 저 야단이에요?!

- 국민이 즐겁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 어디 별로 즐거워나 보입니까? 발악하는 사람들 같죠.

- 음... 방향을 못 잡아서 그러는 게야. 저 동포들에게 방향을 올바로 잡아줘야 할 텐데.

- 그렇군요. 정말 방향을 잃은 사람들이에요.

(노래 소리)

- 그만 구경하고 갑시다. 자, 가지. 그만.

- 예.

- 아...

(음악)

(파도 소리)

- 각하, 각하, 날씨가 차옵니다. 들어가서 쉬실 시간이 됐사옵니다.

(파도 소리)

- 음... 뭐라고 중얼대는 거야.

- 아, 아니올시다. 각하.

- 겨울바다의 맛을 아는가, 자네.

- 예, 전 미천한 몸이오라...

- 저 하늘과 바다를 번갈아 좀 봐. 싸늘한 색깔이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설레이게 하는가.

- 예, 각하 참 아름다운 풍경이올습니다.

- 대한민국은 하늘이 아름다운 나라야.

- 각하, 오늘은 크리스마스이옵니다.

- 오... 그렇지. 모두들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탄생을 축복을 하는 날이지.

- 지금쯤 서울거리는 사람의 물결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이 진해시가에도

굉장하다는 소식이옵니다.

- 국민이 모두 즐겁게 성탄일을 즐긴다는 것은 곧 나라가 태평하다는 증거 아닌가.

화평한 나라, 조용한 나라에서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순박하게 살아왔어.

각하의 통치 하에서 온 국민이 태평가를 부르고 있사옵니다.

- 그렇겠지, 내 평생 소원이 이 나라 국민들에게 잘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일이야.

서울 갈 준비를 해. 빨리.

-아. 예, 각하. 지금 상경하시옵니까?

- 내 눈으로 서울 시민들이 성탄일을 잘 보내는 모습을 보고 싶구만.

그리고 새벽예배에도 참석을 하고 싶고.

- 예, 각하.

(음악)

(입력일 : 20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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