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 자유당 집단 탈당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자유당 집단 탈당
1971.01.23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마이크 음성 소리)

- 『방금 60여 야당 의원을 포섭한 신당 운동이 대두되고 있는 모양이나

이는 다 소용이 없는 일이다. 돈이나 모략 등으로서는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의 이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분노에 떨고 있는 야당 의원들을

자극했습니다.

(마이크 음성 소리)

- 『지금까지 금전과 모략과 권력을 이용하여 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멸에 빠뜨린 것이 과연 누구였던가.

그것은 전 국민이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본 호헌동지회는 이와 같은 권력남용에 항거하기 위하여

결속된 것이다. 만천하에 우렬한 여망을 걸머지고 일어나는 이 신당 운동에 대하여 국가원수로서

격려, 주장까지는 못할망정 이처럼 허무한 이유로서 편견적 중상을 가함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내가 일전에 신문기자 회견에서 우연히 말한 것을 지금 소수정당이 많이 무력해서

새 정당을 만든다거나 또는 제3세력을 세우거나, 그렇지 않으면은 정당을 개조한다는

말로 인심을 선동해서 정부를 극력히 공격한다는 그 문제에 대해서 만일 야당에서

충분히 해결이 못된다면 내라도 새 정당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냈는데

이것은 그런 것을 작정했다는 것이 아니며 내가 기왕에도 여러 번 성명한 바와 같이

그 경위를 다시 설명하고저 하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잘 알아보기 어려운 이승만의 담화는 먼젓번 기자회견을 정정한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현대한국어에 매우 서툰 대통령을 우리는 모시고 있었습니다. 정력이

왕성한 이 노인은 연설문이나 담화문을 자기가 직접 쓰곤 했습니다.

영어는 대단히 능통했습니다. 그가 한 명 연설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영어로 한 것을 다른 사람이 우리말로 번역을 해서 발표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한국인인 그의 한국어 연설은 왜 그리 어려운가. 끝없이 긴 문장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은

무슨 소린지 도대체 알아볼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후진국을 통치해나가는 한 노인의

오만불손입니다. 서구식 문법체계에 맞춰 발달된 오늘날의 한글 철자법이 어렵다고 옛날식으로 뜯어 고치자고까지

주장한 일이 있음은 전번에 보아왔습니다.

(음악)

(마이크 음성 소리)

- 의장 내 친애하는 의원 여러분.

12월 10일 국회. 조병옥 의원은 이승만 행정부 규탄연설을 했습니다.

- 저기, 타임이라고 하는 잡지. 11월 13일호가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국가 원수인 이 대통령 사진이 크게 실려 있고

에, 이 안에 정부와 국회가 공부를 공모를 해가지고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하고 써 있습니다.

공모를 했다는 거예요. 외국 사람들이 우리를 혹평하는 것을 우리가 무서워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나 이런 국제적인 망신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 결국 행정수반인 이승만 대통령에게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이 대통령 그 양반이 말씀하시기를, 에, 그 양반이

수학의 법칙은 알고 있었는지 어, “그만하면 충분하지. 135면은 충분하지 더 있어 뭣해???

이리 말하니 자유당 부총재격인 이기붕 씨도 꼼짝을 못하고 정부의 총리서리로 있는 백한성 씨도

꼼짝을 못해가지고 설랑은! 이번 사태를 빚어냈다 이 말씀이야! 대통령 그 양반은 천재적 소질을 가진

사람이라 한학에도 사서삼경을 통달했을 뿐만 아니라 시 한수로 만인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양반이올시다. 에, 그런데 이제 개헌안 통과됐다고 선포를 했으니 국무총리도 없어지고

모든 권력이 대통령 개인에게 다 일청 집중되는 장래에 있어가지고! 나로서는 대단히 염려를

많이 합니다! 왜? 인간이라는 것은 생리적으로 항시 제한을 받는 것이에요. 칠십이 넘어서

팔십이 지나 구십에 간다면은 기억력이 부실해져, 사고력이 약해져! 그 양반 하는 행동을 좀 봐요!

이 양반이 우선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옛날 성군처럼 ‘나 하는 대로 해라, 나를 따르라.’

이런 식이에요! 에, 이 양반 나중에 성명서를 내기를, ‘여자들은 단장을 하고 예물을 지켜야 한다.’

이렇게 성명을 하셨으니 민주주의 사회에서 남편 된 사람이 자기 여편네 단속도 못한단 말씀이십니까?!

무슨 말이에요!! 남편이 있어가지고 아내를 감독할 수도 있고 ‘파마를 하지 말고 너무 건방지지 말라.??

이렇게 할 수 있거늘, 일국의 대통령께서 남의 여편네더러 ‘화장을 해라, 뭘 어떻게 해라,??

나이 탓이에요! 나이 탓! 다음에 또 신당을 조직한다 하니 ‘다 소용없는 일이다. 왜 소용이 없는고 하니

‘그자들은 돈과 모략을 가지고 하는 사람이다.’ 60여 명 동지들더러 돈과 모략을 가지고 한다니!

아, 이래도 노쇠하지 않았어?! 여러분, 내가 감정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올시다. 이 국가 장래를

생각해보자, 이거예요! 자유당 동지 여러분!

(음악)

- 뭐해, 앉으라구. 기붕이.

- 네. 괜찮사옵니다. 각하.

- 몸이 많이 불편한가?

- 아니올시다, 각하.

- 지난 한 해 동안은 국사에 진력하느라고 몸이 많이 상했구만 그래.

- 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면 저 개인이야 어떤 지경을 당해도 상관없사옵니다.

건강쯤 상했다 해도 아무 상관없사옵니다. 오로지 분골쇄신, 각하의 일을 보좌하겠습니다.

전쟁의 상처를 빨리 복구하고 국태민안한 세상이 곧 와야지 자네도 나도 좀 쉴 수가 있겠지.

- 현재도 국태민안하옵니다. 온 백성이 잘 살아가고 있사옵니다.

- 국회도 이제 잠잠해졌다지?

- 네, 각하. 이제 각하를 정점으로 해서 전 국민이 뭉쳐서 국가재건에 의욕이 드높게

살아가고 있사옵니다.

(음악)

(신문 펼치는 소리)

- 아이고, 죽갔구나, 죽갔어.

- 왜요? 신문에 뭐가 났수?

- 커피 한 잔에 60환 된다드만.

- 네에?

(신문 넘기는 소리)

- 커피야 안 마시면 되는 거고, 아유, 목욕 값도 올랐네. 이발 값도 오르고 .

아휴, 이놈의 물가는 어떻게 된 게 내릴 줄을 모르고 갈수록 뛰기만 하누?

- 정치를 잘해서 그렇지.

- 목욕 값이 60환이면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만 해야겠어요.

- 어휴, 갈수록 살기가 어려워지니, 제기랄.

- 1954년 연말이 다가옵니다. 한 잔에 40환씩만 하던 커피 값이 50퍼센트 인상,

60환으로, 목욕 값도 40환 하던 것이 60환으로, 85환 하던 이발 값은 130환으로

관허요금이 뛰어올랐습니다. 정국은 뒤숭숭하고 물가는 오르고 서민은 살아가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가 돼갔습니다.

- 그 친구는 그래도 빽이 있어서 취직도 했더군. 빽 없는 놈은 죽어야지.

- 하다못해 사바사바라도 할 줄 알아야 살지.

- 이놈의 세상, 빽 없어, 사바사바할 재간도 없어. 우리 같은 놈은 죽어야지.

- 죽어야지.

사회는 날로 각박해져갔습니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경험을 한 나라에서 순수하게 재건만

해나가기에도 벅찬 형편이었지마는 공무원은 부패하기 시작했고, 빽 없는 놈은 살아갈

도리가 없는 세상이 됐고 모든 일은 사바사바를 해야 통하지 정직한 방법으로는

될 일도 안 되는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서울에는 실업자의 군상이 거리를 메워

늘어나는 이 판자집과 실업자였습니다.

(음악)

그런가 하면은 고급 요정들이 생기기 시작해서 정치, 권력을 끼고 암약하는 무리들이나

부정한 거래를 하는 공무원들의 환락장이 됐습니다.

(음악)

혜화동. 전 국무총리 장면의 집. 신익희, 조병옥, 장면이 모였습니다.

- 민생고가 극치에 이르렀으니 모든 국민이 우리 신당에 기대를 거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 아, 이 박사의 신화가 깨졌습니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여론이 높은 게 사실이에요.

- 그러니 재야세력이 뭉쳐야지요.

- 그런데 이번 신당에는 조봉암 씨도 포섭 대상이라죠?

- 일부에서 그런 얘기도 있죠.

- 조봉암 씨는 공산당원 아닌가요?

- 아, 공산당원이야 아니지. 옛날에 관계는 했지만은 현재는 끊었어요.

- 그 사상 말씀입니다.

- 아하, 나로서는 뭐라고 할 형편이 못되는 처지지마는 조봉암 씨의 사상이 공산주의가 아니라는

것은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나하고는 지난번 국회 때 정 부의장을 지내서 자주 접촉을 했는데

사상이 이상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 그러나 소위 혁신세력 아닙니까?

- 아... 글쎄요.

- 사회민주주의라나 거 뭐, 엉뚱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긴 한 것 같더구만.

- 문제는 우리가 죽산을 포섭 안 하면은 그 사람 혼자서 제3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야당 분열이 되는 셈이지요.

- 그러나...

- 공산주의 색채가 다소라도 나는 인물이라면은 빼는 게 원칙이긴 한데.

재야세력이 뭉쳐서 신당을 조직함에 있어 문제가 된 것은 죽산 조봉암.

(음악)

(입력일 : 201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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