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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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 자유당 집단 탈당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자유당 집단 탈당
1971.01.22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12월 7일, 경무대. 개헌안 통과 이후 처음으로 갖는 이승만 대통령의 내외기자회견.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현재 야당에서는 신당을 결성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당에 대한 각하의 견해는 어떠하신지요?

- 에.. 방금 육십여 의원을 포섭한 신당이 대두되고 있는 모양인데 이는 다 소용이 없는 짓이야.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신당 운동이 소용없는 짓이다.

- 돈이나 모략 등으로서는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이야. 신당이 된다 하더래두

국사를 정당히 논하여 민중의 확고한 지지가 있어야만 할 것이며 내가 시간이 있으면은

또 하나의 정당을 만들어서 민중의 지지를 얻도록 시범을 한번 보여야겠어!

- 지들의 탈당은 이미 결정됐십니다.

- 수일 내로 집단탈당을 할 작정입니다.

- 늦었지?

- 예?

- 그러나 아직 늦진 않았어.

자유당 소속의 젊은 의원들, 현석호, 김영삼 등 자유당을 탈당할려는 의원들. 집단탈당에 앞서

그들은 야당의 중진 신익희, 조병옥을 비밀리에 찾아왔습니다.

- 선생님, 늦었다카는 말씀 잘 알아 듣겠십니다. 늦었십니다. 개헌파동 전에 탈당을 해야 하는 건데.

- 아... 내가 젊은 동지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고 하니 한 정당에 소속되고 탈당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는 점입니다.

- 잘 알고 있십니다. 저희들은 애초부터 개헌 반대였십니다. 한 개인을 우상화하고

장기집권 시키자는 개헌, 우린 야당 의원들이나 마찬가지로 반대를 했십니다.

결과적으로 그 개헌을 저지 못 시켰고 더군다나 사사오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역사적 오점을

당내에 있으면서 지켜 봤십니다. 국민 앞에, 역사 앞에 이 뭐라고 사죄해야 될지 모르겠십니다.

- 그래, 역사를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해요.

- 지들은 개헌파동 전에 탈당할라고 했십니다. 그러나 우리의 움직임이 어떻게 된 게 일일이

서대문 쪽에 알려졌더군요. 자유가 묶였더랬십니다. 개헌파동 중에 우리의 활동이 봉쇄된 것은

물론이고 입을 봉쇄당하고 지냈십니다. 그런 탄압을 이기고 싸워야 되는 긴데 우리가 약했던 탓입니다.

- 뭐, 이제나마 탈당은 결정됐십니다. 현재 20여 명이 우리에게 동조하고 있십니다. 탈당한 뒤에

호헌동지회에 참여해야 하는 긴지, 아니 하는 긴지 의논드리러 왔십니다.

- 아... 동지들, 아... 탈당과 호헌동지회 가입과는 별도로 생각을 해야 해요. 20명이 넘는다면

더더군다나 생각을 달리 해야지. 20명이면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으니 우선 탈당을 하고

교섭단체를 만들어놓고 있어요.

- 젊은 친구들, 당신들이 우리 야당과 손잡고 자유당을 탈당했다 하는 인상을 받게 하고 싶진 않단 말야.

- 잘 알겠십니다.

- 그러면 우선 탈당부터 하겠십니다. 탈당 자체는 누구의 지시도 받은 것이 아닙니다.

(음악)

-『오인 등이 5.20총선거에 당선된 이래, 자유당 의원으로서 당의 정당정책의 구현을 위하여

아무 사심 없이 노력해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12월 9일, 열두 명의 자유당 소속 의원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집단탈당을 감행했습니다.

김영삼, 민관식, 이태용, 김재곤, 성원경, 한동석, 김재황, 신정호, 황남팔, 김홍식, 신태식, 현석호.

성원경 의원이 낭독한 성명서는-

-『백성을 굶주리지 않게 하고 헐벗지 않게 하는 것이 정치일진대, 조국의 현실을 통찰할 때

정치인이라고 자처하는 우리가 그 어찌 자책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이 모든 냉혹한 현실 앞에

우리 동지들은 깊이 느낀 바가 있어 만부득이 자유당 동지들과 홀연 결별을 고하려 합니다.

이후 우리는 기성 정치적 권력 유지를 위한 정략이나 새로운 정치적 권력의 모색을 위한 정략에

사로잡히지 않고 심기일전하여 모든 당파를 초월하고 대국적 견지에서 오직 시시비비로서

미증유의 국난타계에 조그만 힘이나마 바치려는 각오와 결의를 새로이 했습니다. 원컨대 강호재현,

특히 관계 선거구민 여러분께 한마디 말씀도 못 드리고 탈당하는 저희들의 충정을 널리 이해해주시고

대전의 지도와 편달을 내려주심을 바라는 바입니다.』

(박수소리)

- 한 가지 묻겠습니다. 아, 엊그제까지만 해도 20여 명이 집단탈당하리라는 관측이었는데

오늘 보니 열두 의원 여러분만 탈당하셨군요.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요?

- 에... 저희들과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이거나 뜻을 같이 하는 의원 수는 52명으로 계산되고 있십니다.

- 52명이라...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에... 그리고 수일 전까지만 해도 우리와 행동을 같이 할 의원 수는 정확하게 스물 세 의원이었십니다.

- 스물 셋이었군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그러나 말 못할 사정이 있어서 열한 명의 동지는 다음 기회에 탈당하는 것으로 작정했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확신하는 것은 제2의 집단탈당이 곧 있으려는 점입니다.

(음악)

- 열한 명이 또 남았어? 누구누구야?

- 대강 파악은 하고 있습니다.

- 그자들은 언제 또 탈당을 한데?

- 탈당하기 전에 먼저 조처를 취해야죠.

- 조처라니?

- 선수를 쳐야지요. 제명처분을 시키는 기야요.

- 음... 그거 좋겠군. 이러고 있다간 앉아서 당하겠어.

- 기러면 위험한 자들을 일단 접촉을 해보는 겁니다. 설득이 되면 다행이거니와

만일 끝까지 말을 안 들을 기세면 해당분자를 몰아서 제명을 시키는 기야요.

- 음... 기렇지.

- 그런데...

- 에, 뭐야?

- 지난번 대통령각하의 기자회견 내용은 어찌된 것입니까?

- 아, 무슨 내용?

- 아, 그 왜 대통령각하께서 신당운동이란 다 소용없는 짓이다, 내가 시간이 있으면 신당을 만들어

시범을 보이겠다, 하하하하... 아, 각하께선 기자들 앞에서 농담을 하신 거 같디요. 하하하하.

- 그러나 당내에서의 반응은 심각합니다. 그렇잖아도 민심이 이반돼서 고민을 하는 판인데

각하께서 또 신당을 하신다고 선언했으니 동요가 안 될 수 있습니까?

- 아... 장 의원 말대로 각하께서 농담을 하셨을 게야. 각하께서 농담을 잘하시는 어른 아닌가?

- 그러나 때와 장소가 문제죠.

- 음... 그렇구만.

- 그렇지 않아도 항간에서는 개헌안 통과 뒤에 대통령각하께서 자유당 총재직을 사임하신다는

소문이 전부터 나돌고 있습니다.

- 아... 그게 무슨 소린가?

- 소문이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지금 우리당에서는 이번 개헌안 통과에 논공행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근데 상은 못탈망정 각하께서 신당을 하신다면 개헌안 통과를 위해서 별별 짓을 다한

우리당 의원들은 어쩌란 말씀입니까.

- 기래서 불만들이 많다는 뜻인가?

- 솔직히 그렇습니다.

- 음, 지금 국회의원 중에는 개각을 기다리는 사람 많습니다. 개헌안 통과에 공을 세웠으니

이번에는 국회의원 중에서 장관 몇 자리는 뽑힐 것이다, 장관하는 게 평생 소원인 사람들,

꽤 많지 않습니까?

- 개헌이 뭐 몇몇 개인을 위한 것이었나? 각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소, 왜. 개헌이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고. 논공행상이라니. 아, 그래. 장관 한 자리 얻을려고 개헌 통과 시켰단 말인가?!

- 현실적인 면도 고려를 해주셔야죠.

자유당은 사사오입개헌 이후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이승만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논공행상을 거부하고 신당을 조직하겠다고 까지 선언하자 국회의원들은 불평이 대단했습니다.

- 아니, 그래. 국민들한테 웃음거리가 되면서 사사오입개헌을 옳다고 우기고 있는 판인데

이 박사는 뭐? 자유당을 버리고 신당을 해?! 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버릇 여전한가?

우린 뭐야?! 인심 잃고 상 하나 못 받고!

(음악)

- 각하.

- 무슨 일인가? 기붕이?

- 예... 각하.

- 아니, 우나?

- 아아아... 아니올시다.

- 그럼 그게 뭣이야... 눈에 나오는 것은...

- 예... 각하께서 신당을 하신다 하기에 축하를 드리기 위해 들어온 것이온데...

- 뭣이...

- 각하... 으으으윽...

(흐느껴 우는 소리)

- 내가 왜 신당을 한다고 그랬든가... 거 왜 신문기자들이 자꾸 귀찮게 굴길래 농담을 한번 해본 것이야.

으으으흠, 울 일이 아니야.

- 각하, 전 괜찮습니다. 국회의원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 내가 왜 자유당 국회의원들을 생각 안 하겠나... 신당 한다는 얘기는 농담이라니까.

말들이... 많은 모양이로구만. 하하하하하하, 내 부임성명을 발표하지.

이기붕으로서도 이번 개헌안 통과에는 전력을 다했으니 이승만 앞에서 이 정도로는 떳떳할 수 있었습니다.

이승만도 이기붕의 공로를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음악)

(입력일 : 201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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