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종이 넘기는 소리)귀가 좀 이상한 사람들이 다 있구먼.
이...이... 이것이 무슨 소리야?
- 각하.
- 이번 개헌이 마치 나 개인의 영구집권을 위해서 한 것처럼 외국 신문기자들은 알고 있다 그런 말이야.
어째서 이런 관측들을 감히...!! 하는 것이야.
- 예, 각하. 그것은 우리 야당 인사들이 자꾸 모략을 해서 그런 듯싶습니다.
- 야당 사람들이!
- 예, 각하. 우리나라 야당 사람들은 어찌나 염치가 없는지 정말 제가 생각해도 한심한 사람들뿐이옵니다.
- 그거 참 큰일이로구먼. 나라일이 잘되려면은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거 참, 큰일이로구먼.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사사오입 개헌 파동 이후로 국회는 계속 자유당 단독국회로 열렸습니다. 11월 2일. 목요일의 국회.
- (마이크 음성 소리)의사일정에 들어가기 전에 최순주 부의장의 사표를 여러분께 읽어 드리고
처리해 주십사 하는 말씀을 하겠습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단기 4287년 11월 27일 헌법 개정법안 표결 선포 시 통과 여부 정족수 계산의
착오의 책임을 지고 자에 부의장 사임원을 제출하오니 청허하여 주심을 무망하나이다.
단기 4287년 11월 28일 최순주.
(종이 넘기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최 부의장 사임서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을 것을 말씀해주세요.
- 의장!!
- (마이크 음성 소리)김철안 의원, 말씀하세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국회의원으로서 홍일점이오 자유당 소속 김철안 의원.
- (마이크 음성 소리)203명의 정족수를 못 받겠다는 것은 우리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되지만도 의장단에서는 이 중요한 문제를 별 고려도 않고 부결이라 발표했다는 것은 최순주 부의장으로서
책임을 면치 못할 겁니다. 에, 비단 최 부의장뿐만 아니라 의장 이하 모두 사표를 내십시오 하고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본인의 심사인 것입니다. 최순주 부의장이 사표를 냈다 카는데 그것은 당연히 수리해야 합니다.
거기에 인정과 눈물이 있을 수 없는 것이고 양심적인 정의에서 단연코 사표를 수리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최순주 부의장의 사표를 수리할 것을 동의합니다!
최순주 부의장의 사표를 수리하자는 동의안. 표결에 부친 결과.
- (마이크 음성 소리)재석 의원 115인. 가 100표, 부 13표. 기권이 둘. 최순주 부의장의 사표는
수리하기로 가결됐습니다.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
자유당 의원들만의 국회에서 최순주 부의장의 사표는 다수결로 수리된 것입니다.
자유당의 개헌 과정에 있어서 수훈갑이 서러운 공로자 최순주를 부의장직에서 떨어뜨리다니.
거참, 의리부동한 사람들이로구나, 또는 자유당 의원들은 몹시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잘못된 생각. 최 부의장의 사표 수리는 하나의
각본입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지금 들어온 긴급동의안. 곽상훈 부의장에 대한 불신임안 긴급동의에 대해서
제안자인 김철안 의원께서 나오셔서 말씀하시겠답니다.
김철안 여인이 맡은 진짜 역할은 야당의 곽상훈 부의장 불신임 동의.
- (마이크 음성 소리)본 의원이 대단히 외람되게도 곽상훈 부의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를 하자고
하는 것은 대단히 가슴 아프게 고민하는 바이올시다. 평소에 곽 부의장의 인격적인 면이나
정치 행사에 있어서 국민의 지지를 받고 나온 남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지난 29일, 그 당시에 이철승 의원이 이 자리에 올라와서 사회하는 최 부의장의
멱살을 잡는다 이러한 장면을 보고 곽 부의장께서 만약 공명정대한 의장이라 할 것 같으면
이를 수습하는 것이 도리일 것인데 곽 부의장께서는 발언권을 얻지도 않고 당신의 마음을
표명하실 뿐만 아니라 의사봉을 아무 자격도 없이, 그 순간에는 국회의원의 자격. 그야말로
1대 1의 한 의원의 자격으로서 의사봉을 마음대로 두드리고 이런 것을 봤을 적에 지로서는
참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지는 신성한 국회의사당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하여
곽상훈 부의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낸 것입니다!
불신임 결의라는 것이 국회법에는 없습니다. 설사 의원들의 만장일치로 불신임 결의를
했다 하더라도 의장이나 부의장이 그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사표를 내면은 수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유당 의원들만의 국회에서 곽상훈
부의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를 통과시켰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재석 의원수 116. 가에 84. 부에 29. 기권 3으로 가결됐습니다.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
- 아이코, 불신임 결의라니. 내가 뭘 잘못했는데?
- 뭐 묻은 것이 겨 묻은 것을 나무란다는 식으로, 이자들 이게 제정신이 아닙니다!
이철승 의원이랑 저에 대해서 징계 동의안도 낼 예정이랍니다.
- 징계도 뭣이고 이자들은 국회를 자기들 의원부 총회쯤으로 아는가 제멋대로들 해볼려고 그럽니다.
택도 없는 짓이지!! 참!
- 아, 여러분. 에, 우리의 분노는 끝이 없고 차라리 한심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인 것은
공통된 우리의 심정이올시다. 지금 자유당 의원들만으로 국회를 운영한답시고 해나가는데
우리가 벌써 닷새째 출석을 안 하고 있으니 어떤 의미로는 직무유기라 아니할 수 없는 것입니다.
- 아, 그렇다고 혀서 우리가 나가면 뭘 하는 것입니까? 그런 터무니없는 사람들과 어찌 나란히
앉아서 국사를 토론해겄습니까?
-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일뿐이에요. 모든 가지 분이 치솟아 오르는 것은 우리
예순 한 명이 마찬가지지마는 그렇다고 해서 이 막중한 국사를 철없는 아이들 같은
사람들에게만 맡겨두고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 아, 해공 말씀이 옳습니다. 언제 우리가 저놈들 보고 국회에 나왔더랬습니까?
예수교인이 교회 목사나 교인들 보고 교회 나오는 것은 아니에요. 해공 말씀대로
국사가 막중하니 저런 어처구니없는 자들과 나란히 앉아서 토론을 해야 하는 것이올시다.
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굴 수는 없습니다. 우리도 본회의에 출석을 해야 합니다.
출석을 하되, 예전과 달리 행동 통일이 가능한 것이고 무소속 동지회나 순 무소속이다
갈리지 않고 호헌동지회라는 이름으로 우리 예순 한 명이 뭉쳐서 에, 자유당의 불법적인
처사를 감지하고 수정해나가는 것이올시다. 분해도 눈물을 참고 나가야 합니다.
- 맞소맞소, 해공이나 유석 말씀이 맞소. 나가야 하구 말구. 인제 우리도 뭉쳤으니
뭉친 힘을 과시해 봅시다. 현재 자유당 대다수라케도 내부적으로 말도 안 되게 분열돼
있는 기라. 우리 61명이 결속하면 국회에서 가장 큰 세력이 될 끼고.
- 옳은 말씀이오. 아, 그러면은 내일 4일부터 우리도 국회의 본회의에 출석하는 것으로 합시다.
(음악)
- 아... 시끄러워질 겁니다.
- 기렇겠지. 신문은 또 얼마나 크게 취급을 할까. 온 국민들이 신문을 읽고 야당 의원들을
동정할 테지.
- 거, 신문이라는 것들이 한둘 내놓고는 무조건 야당 지지니. 음...
- 어떻게 할까요? 내일 당장 야당 의원들이 출석을 하면 의사 진행부터 시끄러워질 겁니다.
- 음... 기렇겠지... 시끄럽게... 대들겠지. 인기 전술들을 쓰겠지.
- 보나마나 뻔한 일입니다.
- 에이,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된 게 야당이라면 무조건 지지를 하고. 여당이라면 그저 미워만 하는지.
-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하여간에 막아낼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요.
- 음... 어떡하지?!
- 음...! 선수를 쳐야디요.
- 선수를?
- 공격이 최대의 방어 아닙네까?
- 공격이 최대의 방어라...
- 우리가 만일 점잖게 앉아 있으면 야당 의원들은 제 세상 만났다고 야단 일 겁네다.
별 짓 다할려고 그럴 기에요. 기래니까니 우리가 선제공격을 하는 기야요. 아시겄습네까?
- 음... 선제공격이라면?
- 으음, 우선 이철승, 김상돈 두 사람 있지 않습네까? 먼젓번 최 부의장에게 폭행을 했고
의사당의 질서를 파괴하지 않았습네까?
- 기랬지. 원체 사나운 사람들이니까.
- 기래니까니 그 두 사람에 대한 징계 동의를 내는 기야요.
- 오... 징계를?
- 예, 두 사람을 징계하는 동의를 내서 가결시켜 버리는 기야요.
- 음... 기렇다고 혼이 날까?
- 혼내자는 거이 목적이 아니니껜요. 선제공격이야요. 우리가 가만히 앉아 당하다가는
한이 없을 끼니 먼저 주먹을 휘두르 거디요.
- 오... 괜찮은 작전인 것 같습니다.
- 기... 기... 기래.
- 흐흥, 그러면 내일 일단 안심을 해도 되는구만. 오... 오늘밤 잠은 편히 자도 되는구만.
하하하하하.
(음악)
(입력일 : 201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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