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아, 가만히 계세요. 우리가 먼저 할 것은 의사록을 정정하는 것이올시다.
그 다음으로 의사일정을 취급해야 할 것입니다.
자유당 단독 국회.
- (마이크 음성 소리)박순석 의원, 말씀하세요.
- (마이크 음성 소리)최 부의장께서 생명을 내걸고 그저께 선포한 것은 잘못이니 정정 선포하시겠다 했습니다.
우리들도 처음에는 얼떨떨했습니다마는 이제 여러 의원들께서 나와서 수학 범 이론적으로 증명하는 것을
봐서 천하 어디 갔다 내놓아도 이 주장은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고로, 최 부의장께서
그저께 선포한 것은 잘못이오, 오늘 아침에 정정 선포한 것이 참다운 선언인 줄 우린 알았으니까
의사록을 정정할 것을 동의합니다.
- 동의가 서면으로 나갔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아, 예. 류순식 의원 외 열아홉 분으로서 동의가 들어왔습니다. 주문을 읽겠습니다.
동의안. 제1. 주문. 현 재적 의원의 3분지 2는 135명이며 따라서 135명의 찬성투표로서 개헌안은 가결되는 것이다.
제2. 주문. 11월 27일. 제90차 본 회의에서 사회자인 최순주 부의장이 찬성 135표이므로 개헌안은 부결되었다는
취지의 선포를 한 것은 착오에 기인한 것이므로 동 회의록은 찬성 135표로서 개헌안은 가결되었다고 수정함.
아, 이상의 동의안이 들어왔습니다. 더 설명 필요 없겠죠?
- 필요 없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그러면 이것을 표결하겠습니다. 이 동의에 대해서 찬성하시면 거수하세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만장일치로 가결됐습니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
이제 자유당 단독 국회에서 형식적인 절차마저 끝났습니다. 11월 27일 부결되었던 개헌안은
이틀이 지난 뒤 사사오입 이론에 입각하여 정정되어 통과가 되는 것입니다.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
후세의 야담가들에게 좋을 일화를 수없이 남기면서 사사오입 개헌은 이루어졌습니다.
(음악)
- 성명서 낭독이 있겠십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
- 성명서!
곽 부의장실에서의 야당 의원들의 회합.
- 본월 27일. 국회 본 회의에서 사회자 최순주 부의장은 개헌안 부결을 선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의
일개 관리인 갈홍기 공보처장은 개헌안이 통과되었다고 궤변을 논하고 금일 국회에서는 다수의 횡포로서
이것이 가결된 것으로 번복하려 하였으며 신성한 의사당 내에 무뢰한을 투입시켜 폭행과 소요를 일으키려 하였다.
이에 우리는 그 비법성을 지적하고 총 퇴장을 하였으며 금후에도 헌법 수호를 위하여 계속 투쟁할 것을
만천하에 엄숙히 선언하는 바이다. 이 선언서에 이의 없십니까?
(사람들의 박수 소리)
- 그러면 각자 서명을 하겠십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
- 해공 먼저.
- 아, 예.
(종이 넘기는 소리)
- 유석.
- 아.
(음악)
그날, 29일. 오후 3시 30분. 경무대에 장관들이 모였습니다. 임시 국무회의.
- 각하께서 나오십니다.
(문 여닫는 소리)
- 아아아... 앉으시오들.
- 아...
- 임시 국무회의 안건이 뭐야?
- 네, 헌법 개정안이 가결되었다는 통보가 국회로부터 왔습니다. 저희 정부 측에서
헌법 개정안을 공포하는 절차를 취해야겠기에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압니다.
- 공포 절차라면 나부터 서명을 해야 하나.
- 네, 각하.
- 아, 그 전에 이번 개헌안을 우리가 공포함에 있어서 정부 측에서 반대를 할 이유는 없는가.
- 네, 그동안 불미했던 헌법이 이번 기회에 완전무결하게 수정되었사옵니다.
- 아하하하하, 백한성 총리 서리는 반대를 해야지. 이번 개헌안에 총리직이 없어졌다지?
- 네, 각하.
- 그러면은 총리 서리직이 떨어지는구만.
- 전 내무장관 하나만도 능력에 벅차옵니다.
- 음, 그래? 그러면은 개헌안 공포에 서명을 해야 되겠구먼.
- 네, 각하.
- 하하하하... 그러면 나도 서명을 하지.
- 예. 각하.
(종이 넘기는 소리)
11월 29일 안에 모두 끝났습니다. 국회에서의 개헌안 통과 선언. 그리고 정부에
즉각 이송되어 그날 오후 6시, 정식으로 개헌안은 공포됐습니다. 1954년 11월 29일.
(음악)
(술 마시는 소리)
- 우남은 어디까지 갈려고 그러누. 그가 갈 길이 어디야.
- 뻔하지.
- 권력이 뭔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권력을 쥐고 있어야 하나. 세계에서 뭐라고들 그러겠나.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면서 권력을 쥐고 그는 어디로 갈려고 그래. 이 국민을 어디로 끌고 갈려는 게야!!
- 취했어, 해공.
- 이... 아니.
-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야. 전화위복이라는 생각을 해. 우리 야당은 대동단결의 숙원을 이룩해야 해.
이 위기를 딛고 일어서잔 말야. 이 박사, 이미 틀렸다는 것이 오늘로 증명됐어. 이제는 투쟁이야.
이승만에 대한 기대는 이 술잔에 다 마셔버려.
- 음.
(술 마시는 소리)
- 모든 기대는 버리고 투쟁을 해야지. 이승만 정권을 무너트리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해.
- 무너트려야지. 아... 그러나...
(술 마시는 소리)
- 서글퍼.
- 뭐가?
- 이 국민들... 그가 비록 야망으로 가득 찬 인물이라 할지라도, 그가 비록 노망난 아집증 환자라 할지라도,
그가 비록 독재자라 할지라도, 우남은 이 국민의 희망이야. 이 국민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희망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을. 크으... 이 민족에겐 우상이 있어야 해. 그런데 무너졌어. 그 우상이! 못난 늙은이.
제가 이 민족을 조금만치라도 생각한들 이럴 수가 있어?! 그래도 선량한 우리 국민은 그를 기대했었지.
못난 늙은이.
- 고멘니즈고라는 말이 있어.
- 갈 사람은 가라.
- 이 박사는 이미 고멘이야. 그를 보내야 해.
- 음...
- 아직도 해공은 이 박사를 몰아내지 않겠어?
- 상해에 있을 때 임시정부 시절에 나는 우남을 존경했어. 내 나이 스무 살 나던 때,
나는 우남을 이 민족의 희망이라고 작정을 했고.
- 그것은 착각이었다는 증거가 오늘로 나타나지 않았어?
- 그것이 슬프다 이 말이야.
- 음, 생각해보면 한뿐이지.
- 에유...
- 저런 어처구니없는 욕심꾸러기 노인인 줄 알았더라면 해방 직후에 왜 우리가 그를 추대했을까.
제기랄! 이 민족에게 우리는 죄를 졌어! 저 늙은이를 우리가 추대해서, 투쟁을 해서 대통령으로 앉혔어!
- 그의 병이 너무 길었던 것이 이 민족의 불행이었지.
- 싸워야 해. 기회는 왔어. 내후년이래지마는 정확하게 1년 반밖에 안 남았지.
서둘러 야당이 대동단결을 해야지. 그리고 선거에서 맞붙는 게야! 고멘니즈고를 외치면서 싸우는 게야!
- 싸워야지!!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비록 60명밖에 안 되지마는 우리는 뭉쳐야 합니다.
- 옳습니다. 뭉칩시다!
- 박수!!
(사람들의 박수 소리)
- 그래서 나는 우리 야당 60명이 단일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을 우선 제의합니다.
- 예, 좋습니다!! 자, 박수!!
(사람들의 박수 소리)
- 뭉치면 투쟁이 되는 기야. 자유당 내부에는 이번 참에 위기가 왔십니다.
우리가 뭉치면은 용기를 가지고 뛰쳐나올 동지들이 많십니다. 호헌동지회를 결성하는 기라.
호헌동지회.
(사람들의 박수 소리)
호헌동지회. 헌법을 지키는 동지회로 풀이되는가. 하여간에 사사오입 개헌은 야당의 대동단결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