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각하의 말씀은 무슨 뜻인가? 어? 그만하면 충분하지... 무슨 뜻이오, 최 부의장.
- 글쎄올습니다.
- 장 의원.
- 각하의 표정이 몹시 명랑하셨시오.
- 기러게 말야, 노발대발하시면서 날 꾸짖으실 줄 알았는데.
- 그만하면 충분하지...
- 그것이 무슨 뜻이냐고 한번 여쭤보시지 그랬어요?
-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낯을 들고 각하께 반문을 해.
- 제가 그럼 들어가서 알아볼까요? 어, 오늘은 늦었고 내일 아침에 들어가서 은근히 떠보죠.
- 그만하면 충분하다...
- 음...
- 칵!
- 왜 그래? 장 의원.
- 가만히 계시라요.
- 생각이 떠올랐어? 잉?
(책상 치는 소리)
- 알았습네다!!
- 뭐가?
- 바로 그거이구만. 사사오입!
- 사사오입이라니?
- 아, 그렇군요.
- 뭐가, 그래? 당신도 알겠어?
- 아...
- 의장 각하, 잠깐만.
- 135에다 135.3333.
- 135.3333, 그렇죠?
- 이... 무슨 뜻이야?
- 당신은 수학에 너무 소질이 없으세요.
- 수학은 왜...?
- 음, 의장 각하.
- 응.
- 우리가 잘못 선포했습네다.
- 잘못 선포를 하다니.
- 으이구, 어쩌자고 부결 선포를 했습네까?!
- 누군 선포하고 싶어서 했나?
- 이거, 좀 자세히 얘기를 해봐요.
- 그만하면 충분하지요! 충분하고 말고요. 대통령 각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거 보시라요, 의장 각하.
- 으응.
- 국회의원 정족수는 현재 203명이야요. 203을 3분지 2로 나누면은, 음... 이거. 이거 보시라요. 35.3333.
아시겄습니까?
- 그렇구만요.
- 사사오입 모르십네까? 소수점 이하에서 0.5가 나오면 위로 올리고 0.5 이하는 없애버리는 게 아니요.
- 아, 장 의원은 천재쇼, 확실히. 아하하.
- 아아아... 기러니까 0.333은 0.5 이하니까 없앨 수 있다? 오오오... 그만하면 충분하구나!
- 충분하구 말구요. 아하하하하!
- 오, 천재, 천재야, 오호호호호.
- 그만하면 충분하구만. 아하하, 충분하구만! 하하하하하하!
(음악)
‘그만하면 충분하다’ . 이승만은 수수께끼 같은 말을 던졌고 이기붕 일파는 그 수수께끼를
풀기를 ‘개헌안 부결이 잘못된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203의 3분지 2는 정확하게 나누어서 135.333입니다.
사사오입을 하면은 203의 3분지 2는 135가 됩니다. 1954년 11월말, 그 치욕의 역사는 이렇게 창조된 것입니다.
(음악)
- 아... 단수는.
- 아, 단자가 적었을 때 단자 옳습니다. 각하.
- 알았어. 소수점 이하를 말을 하는 것이지.
- 예, 각하.
11월 28일, 일요일 아침. 경무대에는 장경근 의원이 수학자 최 모 교수를 데리고 들어 와있습니다.
- 단수는 수학적으로 사사오입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203의 3분지 2는 135라 할 수도 있습니다.
- 학술적으로도 틀림없이 135라는 거이올시다. 각하.
- 으으응, 그래?
- 그러니 어저껜 저희들이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각하, 개헌안이 엄연히 통과된 것이 부결이라고
선포한 것이올시다. 잘못이 있으면 시정하는 거이 인간의 도리요 진리를 사랑하는 길인 줄 아옵네다.
- 그건 그렇지.
- 각하, 하마터면 역사에 오점을 찍을 뻔 했습네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사오니 잘못을 곧 시정하겠습니다.
- 잘못은 시정을 해야 해.
- 학술적으로 사사오입이 진리라는 거이 증명된 이상 저희들은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서겠습니다.
각하, 개헌안은 통과된 것이옵니다. 각하.
- 그렇다면 그래야지!
(음악)
당시 자유당 원내총무 이재학 씨의 증언.
(음성 녹음)
이 나라 정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은 차라리 싱거우리 만큼 간단히 처리되었습니다.
당시 자유당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예산결산위원장이었던 현 신민당 정무위원 이충환 씨의 증언.
(음성 녹음)
- 그러니께 203의 3분지 2는 명확하게 135명입니다. 사사오입은 국민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얘기올시다.
- 음, 맞아 맞아.
- 통과됐구만, 그럼.
- 그만둬.
- 아, 저, 여러분. 들으셨죠? 개헌안은 명백히 통과된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분께서는 물론 지금 들으셔서
확신을 가지셨겠지만 앞으로 개헌안이 통과됐다는 데 대해서 신념을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해주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개헌안은 엄연히 통과됐습니다.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선포를 할 터이니
여러분은 한 명도 빠짐없이 출석해 주셔야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내일 꼭들 출석해주세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자유당의 대부분 의원들은 기분이 오히려 좋은 듯 흩어졌습니다. 사사오입이론이 옳다는 생각을 가진 듯했습니다.
(발자국 소리)
- 현 선배님이요.
- 네, 역사라카는 것이 이,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입니까?!
- 음...
- 이런 미친 사람들 틈에 저는 이 이상 못 껴 있겠십니다.
- 김 의원.
- 전 탈당하겠십니다!
- 여기서 떠들 일 아니오.
- 젊은 피가 끓어올라 못 견디겠십니다. 마, 정치적으로 매장당해도 좋십니다.
그러나 나 이 자유당이 이 이상 더 못 있겠십니다.
-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좋은 곳으로 가십시다.
자유당 소속이라고 모두 개헌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사사오입 이론을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니.
- 아, 아니, 이것이 어떻게 된 일입니까?
- 소식 들었소?
- 신문사에서 전화를 해주길래 달려왔십니다. 사사오입이라뇨?
- 우선 앉아요.
- 이런 미치광이 같은 자들이 어디 있십니까?
- 아... 아직 확실한 소식은 아니니까 흥분할 것은 없소.
- 앗, 자유당에서는 의원총회까지 열고 통과를 확인했다던데요.
- 긴급내각회의도 소집을 했다더구만.
- 미친놈들.
- 음.
- 아직 저자들이 어떻게 나올지 두고 봐야지. 일단 부결 선포를 한 이상 번복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 번복하려고 들 걸요?
- 안 돼. 그런 걸 우리가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 대책을 세우셔야죠, 빨리.
- 진리는 하나지 둘이 아니야.
- 하늘이 있어요. 괜히 한번 몸부림 쳐보는 거지만 어림이나 있나.
- 음.
(전화벨 소리)
- 네. 네, 계십니다.
(발자국 소리)
- 저, 위원장님.
- 나?
- 네. 곽 부의장님 전홥니다.
- 오, 음. 아, 여보세요.
- (전화 음성)해공. 이게 어찌 된 일인겨?
- 소식 들었소?
- (전화 음성)예, 개헌안 통과라고 주장한다지?
- 뭐, 괜히 한번 몸부림 쳐보는 거겠지.
- (전화 음성)어처구니없어서 내 전화 걸었소.
- 뭐, 과히 염려할 일은 아닐 게요.
- (전화 음성)염려할 일이 아니라니?!
- 예, 예. 내일 그럼 다시 만납시다.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야당 측에서는 사태를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요일이 지나고.
11월 29일, 월요일.
(음악)
(입력일 : 201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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