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사람들의 고함소리)
개헌안이 표결로 들어가기 직전, 송방용 의원의 자유당의 암호투표를 폭로하고 나서자
의사당은 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그때 등단한 조병옥 의원.
(사람들의 고함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우리가 국민을 대표해서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위하여
개헌을 한다 할 것 같으면은 존경하는 제안자 여러분, 이러는 게 아니야!!
어린애들도 아니고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들이 모여서 한다하는 짓이 암호투표가 뭐야!!
안 돼!!! 이 나라 민주주의가 어디로 가느냐. 문제점이 대두된 순간이에요! 앞으로
이 나라를 살릴 사람들이 누구야? 여기 앉은 우리, 여러분들, 위대한 사람이 나왔을 때
물론 그이를 추대하고, 흠모하고 잘할 때에는 만세도 부르고 해야 해.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나라를 살리는 일이에요! 우리 삼천만과 한반도를 갖다가
전부 한 사람의 어깨에 메어주는 짓, 그런 짓을 하겠다 하는 것은!! 이것은 안 되는 것이에요!!
떳떳하다고 생각이 되거든 떳떳하게 하자! 투표만은 깨끗이 하라! 이거예요!!
의사당은 신성한 곳이고 투표 또한 신성한 것이야!!
(음악)
개헌. 개헌. 국민투표제가 있고 경제조항이 있고 참의원의 고급공무원 신임권이 있고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승만의 장기집권 조항이 있는 개헌.
- (마이크 음성 소리)종신집권이 아니야요!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4선까지 한 일이 있습네다.
독재요?! 아니, 기렇다면 루즈벨트 대통령이 독재란 말입니까?! 전 국민이 이승만 대통령의 계속 집권을
바란다고 할 것 같으면 한 번 더 모시자 이거예요!! 국민이 원하는 거야요.
국민이 원한다, 민의에 의해서 개헌을 한다, 겉으로는 온갖 이론을 다 갖다 붙이면서 개헌을 주장하고
그리고 뒤로는 금전으로 매수하고 폭력으로 위협하고 감언이설로 회유하고 그리고도 진실한 민심의 동향에는 겁을 낸 자들.
- 비밀투표니 배신자가 생기면 어떡하지? 부결되면 어떡하지?
- 아, 그거야 방법이 있디요. 색연필을 다섯 개 지루 쓰면 다섯으로 나누는 기야요. 만년필도
다섯 개 지루 쓰면 또 열 가지야요. 엑스 자를 하게 해도 되고, 열십자를 하게 해도 되고
국회의원 한 명이 무슨 투표를 했는지 훤히 알 수가 있는 기야요.
비밀투표. 그래서 의원 각자에게 방법을 지시하는 모의투표 용지를 봉투에 넣어 배부까지 한 자유당 수뇌부.
그 지령이 표결 직전에 폭로되자 당황한 여당 의원들은 소리를 질러 야유를 던지고.
(음악)
(사람들의 고함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옳은 것은 야당에만 있고 여당에 없으리라고 하는 이유가 없습니다.
자유당 정갑주 의원의 말.
- (마이크 음성 소리)여당이고 야당이고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서 그야말로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에서
다 각기 양심에 따라서 투표를 할 줄 압니다. 송방용 의원이 엑스표로만 투표하자고 하는데
그것은 민주주의의 자유에 모순된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슨 표로 하든지 우리가 대한민국의
국본으로서 국회의원의 양심에 호소해서 자기 마음대로 표시되는 것입니다.
비밀을 보장하는 투표를 하라는 말이 민주주의의 자유에 모순된다. 야당의 박해정 의원.
- (마이크 음성 소리)민권을 신장하기 위해서 국민투표제를 삽입하는 개헌을 한다는 자유당 의원 여러분!
민권을 신장하려거든 국회의사당 안에서부터 민권을 신장해주쇼!! 여러분, 암호투표 못합니다!!
(사람들의 고함소리)
- 의장! 의장!!
- (마이크 음성 소리)여기에 대해서 김상돈 의원의 발언 통지가 있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석 달 장마가 지나간다면 개귀신이 제일이라고, 약한 야당 측에서는 수도 적고
힘도 없는 까닭에 표결만은 국회법에 의거해서 양심적으로 행해지기를 고수, 축수하고 있습니다.
헌데 벌써부터 항간에 떠도는 얘기가 있었고 그리고 지금 송방용 의원이 봉함을 들고서
여기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할 적에, 이 폐부, 간장에서 솟는 눈물을 금하지 못합니다.
암호투표 지령을 해요?!
(사람들의 고함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소. 천하의 대 자유당에서 그런 짓 했으리라고
생각하고 싶지가 않아! 그러니 송방용 의원의 동의를 가결시킵시다. 이번 개헌안 표결은
엑스 자로 지운 것만 유효표로 하자, 이거예요.
(사람들의 고함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여러분!! 에, 여당다운 아량을 좀 보여요. 온 집안이 야유를 한다는
그 의도가 어디 있느냔 말야!
(음악)
자유당에서는 표결 결과에 자신을 못 가지는가. 개헌안 제안자는 137명. 그러니까
개헌을 하십시다, 제안한 사람만으로도 3분지 2에 한명이 남는 수입니다.
그런데도 겁을 내는 것.
- 무엇이 그리 겁이 나나. 기붕이.
- 예... 국회의원들이란 사람들이 조금 신의가 없어서, 만에 하나라도 몰래 배신할
우려가 있어서 그러하옵니다. 각하.
- 조항별로 표결을 해. 일괄표결이란 의사 표시에 모순이 되는 점이 있다, 이런 말이야.
개헌안 다 조항별로 표결을 해서 매 조항마다 가부를 물어보란 말야.
- 네. 아, 알았습니다. 각하.
(음악)
이승만은 조항별로 표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것은 무슨 뜻인가. 2년 전에
유명했던 발췌개헌안 식으로 기립투표를 하라는 뜻인가. ‘국민투표제 조항입니다.
찬성하는 사람은 기립해주십쇼. 다음은 경제조항입니다. 찬성하는 사람은 기립해주십쇼.’,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는 뜻인가. 그러나 이기붕과 그 참모들은 그렇게 뻔뻔스러운 용기는 없었습니다.
- 음, 또 한 번 정치파동을 일으켜야 합니다.
- 정치파동?
- 최악의 경우에는 뭐라도 일으켜야디요.
- 현재에는 최악의 경우가 아닙니다. 부결되면 나중에 또 제안하는 일이 있더래두 그럴 수는 없습니다.
- 기러면 역시 암호투표를 시도하는 수밖엔 없구만.
- (마이크 음성 소리)원래 원내에서 말을 잘하지 않고 있는 본인이지만 여야 간에 매우 중대한 까닭에
나왔어요.
임흥순 의원. 무소속 동지회 간사로 있으면 비밀리에 자유당과 내통하고 있는 사람.
개헌안 찬성을 몰래 하고 있는 의원의 발언.
- (마이크 음성 소리)여러분, 나는 늘 내 눈깔로 보고 내가 아는 일이 아니면 말 안 해오는 사람입니다마는
송방용 의원이 말씀하신 것 같은 것을 나도 내 눈깔로 봤습니다만 이것은 자유당 지도층이 전부 다
그랬다고까지 구태여 그럴 거 없습니다. 아래서 일하는 이들이 몇 장쯤 그런 걸 돌렸겠죠.
그러니 이 문제가 자꾸 확대되면 그 영향이 어디에 미치겠습니까? 일단 투표를 하면
그 투표용지가 나중에 누구한테도 보여지지 않는다는 보장만 받으면, 문제는 간단한 거예요.
안 그렇습니까?
송 의원께서 모처럼 동의하셨는데 내가 굳이 철회하라는 것은 이상합니다만 요컨대 투표의 비밀을
보장하는 의도는 마찬가지니 송 의원, 고려를 하시고 다시 말씀해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여야의 중개자처럼 나선 임흥순 의원의 발언은 즉각 효력을 발생. 송방용 의원은 등단해서-.
- (마이크 음성 소리)표결 방법에 대해서 잠시나마 여러분에게 괴로움을 드려서 미안합니다.
지금 임흥순 의원께서 말씀하신 바처럼 간단히 투표용지의 비밀이 보장된다는 것은 믿기가 어렵습니다.
에, 그렇기 때문에 개표가 끝난 뒤에 의장께서 이 자리에서 소각을 해주시든지 봉인을 할려면 감표위원회
도장을 전부 찍어서 봉인을 해두든지. 두 가지 방법 중에 하나를 채택해주시면 저는 동의를 취소하겠습니다.
의장께서 답변해 주십쇼.
- 음...
- 어떻게 할까요? 의장 각하.
- 음... 소각하면 안 되지.
- 기럼 감표위원 도장 찍어서 봉인하는 방법.
- 그러는 게 좋겠어.
- 그거이 좀 낫지요. 신호할까요?
- 응.
- 둘째 동무 봉인.
- (마이크 음성 소리)의장으로서 답변합니다. 감표위원이 봉인을 하는 것에 대해서 저는 찬성합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의장께서는 감표위원 전원의 도장을 봉인으로 찍는 것을 찬성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이 표결이 신성하고 자유스럽게, 자유를 보장하는 의미에서 제기했던 동의이기 때문에
저의 동의는 취소합니다.
그리하여 감표위원이 봉인을 한다는 조건하에 표결이 시작. 그러면 암호투표는 없어지고 의원 각자의 투표의 자유는 보장되었는가.
(음악)
(입력일 : 201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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