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음성 소리)오늘은 국가의 장래와 민족 만대에 끼쳐 갈 헌법을 개정하는 날입니다.
개헌안 표결에 들어가기 직전, 단상에 오른 무소속의 송방용 의원. 시간은 이미 오후 3시 30분.
- (마이크 음성 소리)난 요새 상스럽지 못한 풍문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이야기가 거짓말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왜, 그것은 137명이라는 대다수 국회의원을
포옹하고 있는 대 자유당이 개헌안 표결에 있어가지고 항간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그러한 사태를 연출하지 않으리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아침 신문에는
사설에다 암호투표가 일어날 것이다 하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
또 들리는 바에 의하면 암호투표가 있다고 합니다. 누구누구는 만년필로 이렇게 쓰라!,
누구누구는 색연필로 이러 이렇게 쓰라!-
(사람들의 고함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고 하셨으니 여러분이 만일 나중에 증거를 요구할 것 같으면-.
(사람들의 고함소리 및 박수소리)
- 조용히 해. 아, 어디서 박수쳐?!
혼란. 방청석에서는 암호투표 얘기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박수를 치고 흥분들을 했습니다.
그러자 이정재라는 우락부락한 깡패와 그 일당이 미리 배치되어 있다가 방청객의
흥분을 진압하고 있었습니다. 의석에서는 계속 혼란.
- (마이크 음성 소리)나는 지금 의사진행의 투표방식에 관해서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의장께서는 당연히 답변을 해주셔야 합니다. 표결을 어떤 방식으로 하시겠습니까?
- (마이크 음성 소리)따로 앉아서는 말씀할 것이 없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의장께서는, 당신으로서는 어떻게 결정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러면 여러분!!
(종이 만지작거리는 소리 및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송방용 의원은 돌연히 주머니에서 편지봉투 하나를 꺼내서 높이 쳐들었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이 봉투를 보십쇼!! 이 속에 든 것이 무엇입니까? 자, 보십쇼!!!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이게 어찌 된 일이야?
- 침착하십쇼.
- 아이, 손수건... 나... 땀...
- 네네.
(음악)
- 이 동지.
- 예에... 의장 각하.
- 당신을 부른 것은 내 은밀히 부탁할 일이 있어.
- 아아, 예. 영광이...올습니다.
- 내일 국회 방청석에 한 20명만 데리고 나와줘.
- 아아, 예.
(종이 만지작거리는 소리)
- 여기 방청권이 있으니까 좀 험상궂은 놈들로다가 동원을 해서 혹시 방청객들이 난동을 부리거든,
아, 아니, 부리기 전에 진압을 해줘.
- 아, 예. 문제없습니다. 의장 각하.
자유당 측의 작전은 치밀, 또 치밀. 방청석에 깡패 이정재 일파를 동원하는 작전.
(사람들의 고함소리 및 박수소리)
- 박수치지 마!
(사람들의 고함소리)
깡패 20여 명이 어찌 수백 명의 흥분을 진정시킬 수 있겠는가. 방청객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소리치고
박수치고 했습니다. 의사당 밖 마이크 앞에 모여선 수천 명의 인파 또한 암호투표가 폭로되는 순간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11월 27일. 날씨는 예상 외로 따뜻했고, 의사당 안은 여름날처럼 무더웠습니다.
송방용 의원의 극적인 발언은 자유당 측을 당황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결국 자유당의
작전은 빗나가고 있는 것.
(음악)
- 아... 오늘밤은 오히려 잠이 잘 올 것 같애.
- 아... 내일만 되면 다리를 쭉 뻗고 주무시겠군요.
- 오늘밤도 괜찮아.
- 으훗, 내일 표결은 문제없군요.
- 응, 하하하. 장경근이 그 사람은 확실히 보배야. 암호투표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그것이 참 천재적이란 말야.
- 아... 장경근이 그 사람뿐 아니라 현재 당신이 포섭하고 있는 이재학, 한희석, 황성수.
모두 천재적인 사람들이죠.
- 응.
- 아하하하.
- 천재들이지. 음, 암호투표를 어떻게 하는고 하니, 음. 개헌안 표결은 말야. 가부, 두 글자가
인쇄된 종이에서 부 자를 지우면 찬성표가 되는 거거든.
- 그럼 훨씬 어렵군요. 먼젓번 당신 의장 될 때는 한글하고 한문자 섞어 쓰든가, 아래로 쓰든가
옆으로 쓰든가 하는 방법이었죠?
- 응, 하하하하, 그러나 변즉통이지 뭐. 부 자를 지우는 데 말야.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단 말씀이야.
만년필 잉크 색깔을 여러 가지로 한단 말야.
- 아하... 하하하!
- 그리고 또 색연필을 여러 가지 색깔로 다 쓰게 한단 말야.
-오...
- 또 그냥 연필로다 쓰게 할 수도 있지.
- 아, 그럼 색깔만 해도 십여 가지 낼 수가 있네.
- 아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부 자를 지우는 방법 있잖아. 음, X자로 지우는 방법.
열십자로 지우는 방법.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하나만 지우는 방법. 위에서 아래로 긋는 방법.
그것도 길게 지우는 방법. 짧게 지우는 방법.
- 아하하하하.
- 그러면 한 사람, 한 사람 각각 다르게 투표할 수가 있군요.
- 하하하하, 그렇지. 그러니 배신자가 나올 수가 없지.
- 아하하하하.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이 암호투표 지령서가 가짜이기를 저는 바라는 바입니다.
(사람들의 고함소리)
- 내려와!!
- (마이크 음성 소리)당신이 내려오라고 해서 내려갈 사람이 아니야!!
(사람들의 고함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여러분, 투표방식에 있어서 한 가지 색깔의 연필로 엑스 자를 긋는
방식만 채택할 것을 동의합니다!
- 재청이요!!
- 삼청이요!!
- 의장!
- (마이크 음성 소리)장택상 의원, 말씀하세요.
(발자국 소리)이 개헌안에 대해서, 본 의원은 가부에 대해서 한마디도 언급한 일이 없십네다.
왜! 과거 5.26정치파동 때 나는 행정부에 있던 사람으로서 소위 발췌개헌안에 대한 과오를 범한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개헌안에 대해서 난 여러분의 양심만 믿었십네다.
이 나라를 건설할 때 한 사람이 나라를 위해서 싸운 것이 아닙니다. 수십만의 장병이 일선에서
생명을 바치고 아마 이 가운데에도 이 나라를 건설하는 데 피땀을 흘린 사람이 아마 많이 있을 것입니다.
왜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한 사람에게만 특권을 주고 그 사람만을 위해서 우리가 헌법을
조변석개를 하고 심지어 끝에 가서는 신성한 국회의사당에서 암호투표를 해가지고 개헌을 할려는
이러한 악질적인 천고의 누를 끼치고 민주사상의 죄악을 끼치는 이러한 짓을 하다니.
우리는 여기서 칼을 물고 죽는 것이 오히려 낫다 이 말입니다.
암호투표를 발견한 사람은 이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고함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내가 송방용 의원에게 모의투표 용지를 준 것입니다. 이런 짓을 하고 우리가 의사당 밖을
두 발로 걸어 나가서 가족을 대할 때 어떠한 낯으로 대하겠습니까?! 이것은 매국적 행동인 것입니다.
도대체 어떠한 심정을 가지고 이러한 야비한 행동을 하려는 것입니까?! 자유당 의원 동지 여러분!
이것이 여러분 전체의 의사 아닌 줄은 압니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 및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나는 여러분의 거의 3분지 2 이상의 투표로서 부의장에 당선된 사람이올시다.
곽상훈 부의장도 의원 자격으로 발언권을 얻어 등단.
- (마이크 음성 소리)그렇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내 양심적으로 사회자로서 여야를 구분했다든지
편중했다든지 이런 것은 하나도 없십네다. 오늘날 중대한 국가 기본법을 고치면서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한때의 권모술수는 될지 모르지만 정의에 입각해서는 영원히 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및 고함소리)
- 아, 유석.
- 내가 나서?
- 나서야겠어.
- 못된 놈들.
- 음...
- 나서야지, 내가.
(발자국 소리)
- 의장!!
- (마이크 음성 소리)조병옥 의원. 말씀하세요.
(발자국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친애하는 의원 동지 여러분!!!
조병옥 의원의 등단.
(음악)
(입력일 : 201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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