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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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 개헌안 표결의 날 국회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개헌안 표결의 날 국회
1971.01.09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자유당 의원으로서 개헌 반대를 부르짖고 나선 김두한 의원의 회고.

(음성 녹음)

(발자국 소리)

- 응? 뭐야?, 너희들!

- 젊은 사람들한테 망신당하지 않을려거든 잠자코 계시오.

- 뭐야?!

- 꼼짝 마라!

- 어?!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11월 27일 토요일. 아침부터 국회의사당 앞에는 인파가 밀어닥쳤습니다.

개헌안 표결의 날. 그 말썽 많은 개헌안이 통과되느냐, 안 되느냐. 드디어 판가름이 나는 날.

의사당 안에도 입추의 여지가 없는 방청객. 긴장한 의원들이 피워대는 담배연기 때문에

굴뚝 속처럼 연기로 가득 차 있는 의사당.

- (마이크 음성 소리)제90차 회의를 개회합니다. 이날의 사회는 자유당의 최순주 부의장.

오전 중엔 마지막 대체토론이 있었습니다. 무소속의 전진한 의원.

- (마이크 음성 소리)여러분, 자유당 동지 여러분. 어쩔려구 이러세요! 여러분, 자유당 여러분.

빨리 관료정치를 혁신해서 민생을 안정시키고 사상을 통일해서 민심을 대한민국에 집중시키는 이것이

선결문젭니다. 백성이 거부하는 개헌안을 여러분이 숫자가 많다고 해서 통과시켜 놓으면

어쩝니까? 백성은 낙담하여 이 정부와 거리가 멀어집니다. 여러분, 여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해요.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우리 이백 사람의 국회의원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부표를 던져서

국민의 의견을 안양하여 우리가 민주주의 국민으로서 위대성을 발휘한다면 전 국민이

이제는 살았다, 국회가 정말 우리 백성의 국회다, 이와 같은 신념을 가지게 될 것이니

대한민국의 전도는 양양할 것입니다! 자유당 여러분, 빨리 마음을 고쳐서 오늘 투표는

전부 부표를 던져주세요!

차라리 애원하는 소리. 그러나 그 애원이 먹혀들어갈 분위기인가. 민국당의 엘리트

신도성 의원 또한 나섰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용서하신다면 옛날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옛날에 총이나 이런 것이 없고 매를 가지고 꿩을 잡던 시대에 아주 꿩을 잘 잡는 매가 있었습니다.

꿩을 잡을 때마다 주인이 먹을 것을 잘 주고 대접을 잘하니까 매는 아주 신이 났습니다.

그래서 바짝 서둘러가지고 산에 있는 꿩을 다 잡아버렸단 말이에요. 다 잡고 나니까

그 매는 칭찬받을 줄 알았더니 ‘너 이제는 필요 없다. 너부터 잡아먹자.’ 그래서 매는

잡아먹혔더랍니다. 물론 여당으로서 정부를 지지하시고 그 대통령의 방침에 순응하시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그 너무 지나치게 꿩 잡는 매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협박에 가까운 비유. 이승만이 원래 부하를 부려먹고 희생시키는 버릇이 있는 것을 찌르고

들어간 우화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당 측에서 당장 개헌안을 철회하거나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지었는가. 여당 내지 정부 측에서 개헌안 통과를 얼마나 결사적으로 추진했는가.

그 분위기를 알기 위해 다시 김두한 의원의 회고록을 들어보십시다.

(음성 녹음)

(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지금 현재 이 한국의 이천 만 국민 중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적을 것인가, 많을 것인가 냉혹하게 판단해 보십쇼!

자유당 측에서 마지막 날 내세운 연사는 한희석 의원.

- (마이크 음성 소리)이 한희석이는 관료 출신이요 월급쟁이 해먹던 놈이니까 관료 근성이 있어가지고

정부에 아첨하고 개헌안을 적극 추진해가지고 장관자리나 해먹을려고 그런다-.


- 아무렴!

- 하하하!

(사람들의 웃음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그렇게 생각하실 줄 압니다. 그러나 여러분. 한희석이도 못생겼지만 주판은 놓을 줄 압니다. 아직도 20년, 30년 더

살 생각을 가지고 있고 활동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살아계셔 가지고 대통령을 하는 기간보다는

다른 대통령이 대통령 할 기간이 제 일생을 두고서 더 길 겁니다.

한희석 의원이 이 발언을 한 지 6년도 채 안 돼서 이승만은 몰락했고 한 의원 본인은 우여곡절 끝에

현재도 생존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음악)

표결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토론을 한 사람은 야당의 김수선 의원.

- (마이크 음성 소리)오늘의 이 제안자 되신 여러분이 물론 마음속에 커다란 고민이 계실 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이 고충을 해결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현실에 일시적인 안전을 택하기 위하여 그것을 따라가는 방법. 또 하나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가지고 여기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양식과 양심의 비판 밑에서 용단을 내리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에 일시적 안전을 택해서 우리가 현실에 굴복한다면은 우리 주위에서 냉소가 올 것이고

우리 자신들에게 큰 죄의 씨를 뿌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자손의 번영과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고충을 물리치고 자기 양심과 양식에 부끄러움이 없는 용단을 내어주시기를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여러분.

- (마이크 음성 소리)그러면 토론은 이로써 종결되었습니다. 의사 진행에 대해서 조순 의원의 발언 통지가 있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이제 우리 국회는 국가의 중대한 헌법 개정안에 대해서 원만하고 충분하게 질의와

대체토론을 마쳤습니다. 그러므로 순서에 따라서 모든 국회를 생략하고 직관으로 일괄해서 가부표결에 들어갈 것을

동의합니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조순 의원의 동의에 찬성 있습니까?

- 재청이요.

- (마이크 음성 소리)삼청 있습니까?

- 삼청이요.

- (마이크 음성 소리)에, 그러면 동의는 성립됐습니다. 그러면 이의가 없으시면은

즉각 표결에 들어가겠습니다.

- 음...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어, 이대로 내버려둬야 합니까!

- 아...

- 어떡해요, 이 일을.

- 음...

- 역사는 항상 정당해. 역사는 정당하다구.

- 아...

(발자국 소리)

- 선생님, 지금 자유당의 각본대로 척척 맞아 돌아가고 있습니다.

- 후...

- 선생님!

- 하늘이 있어, 하늘이!

- 하늘이 이 나라를 망칠려고 순간입니다, 선생님!

- 하늘이 아니에요. 저 하늘을 거역하는 저 무리들이!!

- (마이크 음성소리)재석 의원 181인, 가에 116, 부표 무로 통과되었습니다.

다음에는 표결에 즉시 들어가겠습니다.

- 의장!

- 아니...

무소속의 송방용 의원이 외치면서 단상을 향했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송방용 의원의 발언 통지가 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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