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자유당 소속 의원으로서 개헌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선 김두한 의원.
(음성 녹음)
- 음음...
- 아... 김두한 의원. 비원에서 모여서 개헌 반대 서명을 하셨다죠?
- 예, 했습니다.
- 김 의원, 대한민국엔 아직 대통령 할 분이 없다는 얘기 못 알아듣겠소?!
- 대통령 할 사람이 왜 없습니까? 없으면 지가 한다니까요.
- 여보, 김 의원!
- 아,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 이러면 아니 되오!
- 어?
특무대장 김창룡의 말. ‘이러면 아니 되오.’
(음악)
김두한 의원은 대단한 위협을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직접 증언을 들어 보겠습니다.
(음성 녹음)
(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이 개헌안은 이 대통령을 종신제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2기를 끝난 다음에
3기에도 입후보할 수 있다, 국민이 원하지 않아서 선거에서 표를 적게 주면 그분께서 낙선하실 것입니다.
요는 국상비상지추에 있어서는 위대한 영도자를 좀더 오래 모실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또 안 뽑을 수도 있다. 뭐, 이렇게 한 것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4선이라는 것을 비교해 생각할 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초대 대통령에 한해서 중임제를 철폐하자는 조항이 한 자연인에 대해서 특권을
주는 것이 아니냐 하는 질문이신데 미국에서도 루즈벨트 대통령이 4선을 한 일이 있어요.
네 번 임기를 루즈벨트는 대통령으로 당선됐어요. 루즈벨트가 독재자가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도 위대한 정치가로서 경제공황을 극복한 정치인이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유당 측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름을 자주 팔아먹었습니다. 1932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경제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뉴딜정책을 시행했고, 36년과 40년에 또 당선. 2차대전이 일어나
전쟁수행에 공적을 남긴 정치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 것을 받아들이기
좋아하는데 그것도 좀 좋지 않은 유행 같은 것을 받아 들일려는 경향이 당시부터 있었습니다.
미국의 초대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재선임기를 끝내고는 스스로 물러난 예가 있고 미국인들은
그를 진심으로 국부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지 워싱턴의 예는 안 들고 부득부득
루즈벨트의 예만 들고 있는 1954년의 한국 여당 의원들. 아흐레 동안에 걸친 질의와
대체토론 과정에서는 별의별 얘기가 다 나왔습니다. 야당의 젊은 이철승 의원.
- (마이크 음성 소리)재작년 정치파동 당시에 국회의원들을 국제공산당으로 몰아서
때려 가둔 일이 있쉽니다. 그때 당했던 국회의원 선배들 중에서 이 자리에 계신 분도
있쉽니다. 이번 개헌안에 제안자 설명을 하는데 선봉을 서신 이재학 의원이 그 한 분이십니다.
열흘을 붉은 백일홍이 없고 십 년 세도가 없다고 하는 속담이 있쉽니다. 오늘의 애국자가
내일의 반역자가 되는 이런 한국 실정 안에서 이런 위험한 국민투표제를 만든다면
법을 만든 자가 제일 먼저 그 법에 걸린다는 이론은 동서고금을 통한 예가 허다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하나의 상식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법에 걸리지 않을 놈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철회할 용의가 없는가.
(박수 소리)
- 아아, 거 똑똑하다. 그 청년!
서른세 살 난 청년이 예언 같은 말을 했고 그것이 현실로서 맞아 들어가는 것을 그 이후에
눈으로 보았습니다.
(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의사 일정으로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이 용서를 하시면 의장으로서
잠깐 두 마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질의 엿새째인 11월 24일에는 이기붕이 출석해서 직접 사회를 맡게 됐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그동안 이 사람이 신병으로 해서 맡은 직무에 충실치 못했던 것을
여러분께 미안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야당의원들의 집요한 질문공세를 떠맡고 나선 사람은 이재학, 장경근, 황성수. 세 사람.
개헌안 통과에 있어서 세 사람의 노고는 아무리 칭찬을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컸습니다.
그러나 개헌이라는 역사적인 공사에 도움을 맡은 인물은 누구누구해도 역시 만송 이기붕.
이승만 다음의 위치를 굳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개헌안 통과임을 이기붕은 알고 있었습니다.
(음악)
- 부결, 그것이... 아니야, 통과야. 개헌안은 통과됐음을 선언합니다.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 및 의사봉 떨어지는 소리)
- 의사봉! 의사봉... 의사봉!!
- 여보!
- 아! 의사봉!!
- 여보!
- 아... 아... 나... 물.
(컵에 물 따르는 소리 및 물 마시는 소리)
- 아...
- 또 개헌안 꿈이에요?
- 어...
- 그렇게까지 염려가 되세요? 통과 자신이 없으세요?
- 아니야... 자신 있어.
- 그런데 왜?!
- 아... 꿈이라는 것은 항상 반대로 나타나는 것이니까.
- 아... 용기를 내세요. 좀 강경하게 나가시면 꿈자리까지 나타나진 않을 거 아니유?
몇 놈 까부는 자들 혼을 좀 내주세요.
- 음... 혼을 내주고 있어요. 문제없을 거야. 자유당 안에서 일곱, 여덟 명 이탈해도 사실은 자신 있어.
표 점검을 했더니 백마흔일곱 표야.
- 그러면 열한 표나 남네.
- 응, 무소속 의원들이 비밀리에 우리 편에 가담하고 있거든. 일치가 우리 편이거든.
- 임흥순 씨요?
- 응. 으음, 이번 개헌이 통과되면 논공행상이 일치가 일등공신이 되는 거야.
- 그럼 빨리 표결에 부치세요.
- 음...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은... 정치하는 자들을 믿을 수 있어야지.
- 네?!
- 겉으론 돈 먹고 다 오케이 해놓고, 이것이 비밀투표란 말야. 음... 막상 표가 잘못 나오면 나는 어떡해.
- 장경근 의원이 묘안을 내놨다면서요?
- 응, 그러나 부결된 다음에 범인을 발견하면 뭘 해.
- 아... 참, 걱정두. 그러니까 미리미리 엄포를 놓는 거죠? 백마흔일곱 명이 결속이 됐으면 그만이지
뭣 때문에 잠도 못 주무세요.
- 음, 잠자야지. 만에 하나라도 실패하는 날엔... 난... 마지막이거든. 겁이 나, 자꾸. 아...
(음악)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아, 잠깐 조용히 해주세요. 아, 여러분! 좀 가만히 계세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발자국 소리)
- 아니 왜, 피곤하십니까?
- 아... 아... 최 부의장 좀...
- 내려가서 쉬십쇼. 아, 저 최 부의장! 최 부의장!!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음악)
(입력일 : 201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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