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11월 18일. 이제 겨울철로 접어들어 가는가. 12월도 안 됐는데 날씨는 추웠습니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국회. 10시에 열리기로 된 본회의는 30분이 지나도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개헌안이 드디어 상정되는 날. 공고한 지 두 달 열흘 만에 드디어 개헌안은 국회 표결을 위해
상정되는 것입니다. 이날, 의사당 안에는 방청객이 꽉 차 있었고 의사당 밖 마이크 앞에도
관심 있는 눈초리로 추위에 떨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의사당 안에는 연기가 가득 찼습니다. 중대한 개헌안 상정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은
긴장감을 느끼고 있는 것인가. 담배만을 열심히 피면서 개회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시 40분.
- (마이크 음성 소리)제82차 회의를 개회합니다.
(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의사 일정에 의해서 헌법 개정안을 상정합니다. 제안자 중 한 분이신
이재학 의원이 나와서 취지 설명이 있겠습니다.
헌법 개정안 상정.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아, 헌법 개정안의 취지를 간단히 설명,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이 헌법 개정안은 약 반년 동안을 두고 우리들이 논의해온 것입니다.
이것이 공고된 뒤로도 약 2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원 여러분께서
근심을 해주시고 지지를 해주신 데 대해서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 나라의 역사가 전환을 이루고 있는 순간. 불행한 역사의 나라 한국이 8,15해방으로 다시
반쪽이 되었고 전쟁을 치루어, 그래도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하면서 부흥을 향해 나아가고 있던
1954년 초겨울.
- (마이크 음성 소리)이 개헌안을 제출하게 된 동기는 첫째로, 근자에 국내외 정세가 대단히 위급,
존망지추에 있는데 이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전통이 무너져가고 있는 소리. 위급존망지추.
- (마이크 음성 소리)둘째로는, 연내에 우리나라의 숙제를 해결해가지고 이 정계에 안정을 기하는
동시에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자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할려는 의욕에 통치자에게 있다면 이제 전쟁도 끝났겠다 뭣 때문에 국민이
안정감을 못 가지겠는가. 팔십이 넘어서도 권력의 자리를 물러나지 않으려는 노인과 그 부하가
지금 불안을 조성하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셋째로는, 발췌 개헌안의 이론적 모순을 이번 기회에 제거하자는 것입니다.
그 2년 전 부산에서 국회의원을 연금하고 협박해서 통과시킨 발췌 개헌안. 따지고 보면
이론적 모순이 많은 발췌 개헌안을 만들어 낸 자가 누군가.
- (마이크 음성 소리)넷째로는, 우리 국민의 민도와 또, 과거 7년 간 우리가 겪어온 경험이 비추어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국가 기본법을 제정하지 아니 하면 아니 되겠다는 그러한 생각에서
이 개헌안을 제의한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민도가 어떻단 말인가. 과거 일본인들이 조센진이라고 멸시하던 말투가 들려옵니다.
높은 곳에서 통치하는 자의 눈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그렇게 어리석게만 보이는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수립된 뒤, 7년 동안의 경험이 어떻단 말인가. 이승만의
카리스마적 통치를 받으면서 고생만 해온 국민. 북쪽에서 공산당이 전쟁 준비를 하고
쳐내려올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권좌를 누리다가 위급하자 국민들에게는 안심하라 해놓고
혼자 도망친 그 통치자는 책임질 생각 하나 없이 오히려 대통령 노릇을 더 해먹겠다고
헌법을 뜯어 고칠려 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실정이 어떻단 말인가. 민주주의의 전통이
확립되면은 안 되는 나라란 말인가. 헌법 같은 것은 통치자의 마음대로 뜯어고쳐야 할 실정이란 말인가.
(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개헌안을 내놓으신 지 이미 날짜가 오래됐습니다. 왜 그렇게 오래됐는가.
저는 잘 몰라서 제안자 대표이신 이재학 의원에게 좀 여쭤 보겠습니다.
야당의 조영규 의원이 개헌안에 대한 첫 질문자.
- (마이크 음성 소리)개헌안이 공고된 이후에 30일이 지나면 상정이 되어야 할 것인데 60일, 70일이
훨씬 넘었습니다. 아마 이제 제출한 것을 보니까 별로 개헌이 급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둘째로는, 하도 서투른 개헌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통과될 자신이 적어서
이렇게 되지 않았느냐. 셋째, 개헌을 하는데 가슴에 무엇인가 찔리기 때문에 이때까지 못 내지
않았는가.
(사람들의 웃음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거, 혹시 그렇지 않은가 해서 여쭤보는 말씀입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심하게 말하면 조급하게 굴 필요가 없고 이렇게 천천히 할 개헌이라고 하면
별로 안 해도 좋은 개헌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여쭤봅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야당 의원의 야유조 질문.
- (마이크 음성 소리)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학교의 대선배이신 이재학 의원께서 아까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는데 제2대 국회 당시에 제가 신문을 통해서 잘 봤습니다. 우리 선배 이재학 의원께서
그때 내각책임제 개헌안의 선봉이 돼가지고 적극 주장하셨다는 것을 신문 지상에서 확실히
보았습니다. 그러면 오늘날 내각책임제를 완전히 말살시키는 개헌안을 내놓으실 때
우리 선배께서는 혹시 심리적 변화가 계셨는가.
(사람들의 웃음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환경의 변화로 인해서 이렇게 되셨는가.
(사람들의 웃음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선배니까 말씀을 여쭙기 어렵습니다마는 워낙 정견이 없으시고
무개도한 정치이념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그것을 여쭤보겠습니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숫자로 적은 야당 의원들은 입으로 재담 같은 공격을 해서 개헌안 통과를 저지할려 하는가.
한 나라의 역사가 뒤바뀌는 순간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아까 이재학 의원께서 말씀하시기를, 미국식을 좀 본 따는 것 같으면서도
미국식이 아닌 특수한 헌법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을 아느냐. 대한민국의 헌법을 우려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이상야릇하고, 꼬부라져서도 가고, 넘어서도 가는 건 줄은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그러나 이왕에 본받을려거든 완전히 아주 미국식 헌법을 본받아 버리든지
영국식 헌법을 본받아 버리든지 불란서식 헌법을 아주 본받아 버리든지 이럴 일이지
미국식의 좀 편리한 것은 요리 좀 끌어다 놓고 영국식에서 또 요렇게-.
(사람들의 웃음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편리하게만 헌법을 만드신다 이 말이에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및 고함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에, 헌법을 논의 중에 있으니까 여러분, 좀 조용히 해주세요.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및 고함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뭐요?! 나 못 내려가!! 이것은 대한민국 국회법에서 권리를 주셨으니까
못 내려갑니다!!
(사람들의 고함소리)
첫 번부터 혼란. 의원 숫자가 많고 권력을 배경으로 한 여당과 수는 적고 말만 잘하는 야당 의원들의
공방전은 시끄럽게 계속 됐습니다.
이재학 씨의 증언을 들어 보십시다.
(음성 녹음)
(음악)
(입력일 : 201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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