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자유당 국회의원 중에서 개헌을 반대한 사람은 김두한 의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스물다섯 살이라는 최연소 국회의원이었던 거제 출신 김영삼 의원을 살펴보십시다.
이제는 정치적으로 성장해서 신민당의 대통령후보 경합에 나섰던 이 인물은
처음 자유당 소속 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했었습니다. 개헌 파동이 불고 있을 때 이 젊은이는
어떤 활동을 했는가.
(음성 녹음)
이기붕의 안내를 받고 경무대에 들어가 이 대통령을 만난 젊은 김영삼 의원.
- 오... 최연소 의원이라지.
- 그렇사옵니다, 각하.
- 얘기도 많이 들었고 신문에서도 봤어. 앞으로 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많이 노력을 해봐.
- 감사합니다, 각하.
- 젊음이란 대단히 좋은 것이야. 젊은이다운 포부를 얘기를 해봐. 내가... 듣고 싶구만.
젊은이의 얘기를.
- 네, 각하. 제 표현이 당돌하다 해도 용서해주십쇼.
- 하하, 생각을 정직하게 얘기하는 사람을 늘 좋아하는 사람이야. 무슨 얘기를 할려고 그러는데.
- 네, 개헌에 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개헌?! 현행 헌법에 관한 불비점을 김 의원도 느끼고 있구먼.
- 네, 각하. 그러나 한 가지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국가를 위해서나 각하를 위해서
3선 철폐 조항만은 없애길 바랍니다.
- 아... 김 의원.
- 이번 개헌은 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쉽니다.
- 뭣이...?
이승만은 화났을 때 버릇대로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고-.
- 이이...
- 각하!
(문 여닫는 소리)
- 아... 아니, 이걸 어쩌지? 이봐, 김 의원.
- 네.
- 아니, 그게 무슨 말버릇이요?!
- 지는 드릴 말씀을 드렸을 뿐입니다.
- 도대체 연로하신 노인 앞에서 그래, 그렇게 말을 해야 하오?!
- 음...
- 큰일 났소, 큰일.
- 김영삼 씨는 당시의 기분을 이렇게 얘기합니다.
(음성 녹음)
(음악)
도대체 개헌은 왜 해야 하는가? 발췌개헌이라는 엉터리 개헌을 2년 전에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비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 그렇다고 해서 초대대통령에 한해서는 차안에 부재한다 하는
구절. 언뜻 보면 아무것도 아닌 간단한 구절이 나라를 뒤흔들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이승만의 종신집권, 팔십 노인의 종신집권.
- 아, 국부, 국부 하지만 진짜 국부가 되고 싶으면 이번에 처음 물러나지 못해.
물러나서 조용히 있으면은 국부가 되지 않겠다고 그래도 국부로 모실 거 아닌가 말야. 아이고...
지각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안타까워했습니다. 이 나라의 장래도 장래려니와
이승만이라는 노인 자신을 위해서도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가 될 수 있는 길인가.
그러나 누가, 어느 누가 감히 그 고집쟁이 노인 앞에 가서 그 참뜻을 전하는가.
또 그런 뜻을 전하면 이 노인은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면서 화만 내지 않는가.
참으로 나라의 운명이 위기에 놓인 순간. 한 노인, 차선도 없는 팔십 노인의 결단 한 번만
있으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전통이 확립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
(음악)
(차 소리 및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아, 아니, 이게 뭐야? 이게.
- 응? 역적 김상돈을 타도하라. 민국당은 역적원흉들의 집합소. 혈전사령부?
아, 이게 뭐야? 이게!
길거리에는 벽보가 나붙고 삐라가 뿌려지고-.
- 하하.
- 왜?
- 이 녀석들, 나를 왜 죽이겠다는 건가.
- 김 의원이 제일 무서운 모양이죠.
- 아암, 내가 무섭긴 무서울 테지.
- 카이제가 아니요. 하하하하하.
- 하하하하하.
- 그러나 저러나 몸조심해야겠습니다. 김 의원.
- 제깟 놈들이 날 죽일려고.
- 아무래도 국회에서 내무장관 데려다놓고 따져야겠어요. 내버려둘 수가 없어요.
- 하, 나 이 녀석들. 송도 말년에는 불가사리가 나타나더니 민국 말년에는 별것들이 다 나서서
나라를 망치고 있구만.
(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서울 시내 한복판에 찦차가 달리고 있습니다. 천천히 달리고 있는 그 찦차
속에서는 삐라 뭉치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치안 책임자인 내무장관, 내무장관께서는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을 줄 믿는데 보시지 못했으면 그 사실을 알고나 계신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혈전사령부란 단체는 어디 소속 단체인가. 일설에 의하면 모당 당사에서 그 삐라의
문안을 작성하고 인쇄한다던데 그것이 사실인지 내무장관께서는 좀 신중하게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조재천 의원의 질문. 그리고 답변대에 나선 백한성 내무장관은-.
- (마이크 음성 소리)찦차를 타고 삐라를 뿌린다는 사실은 저로선 아직 보고 받지 못했습니다.
삐라가 뿌려져 있다는 사실은 보고 받았고 그 삐라도 본 일이 있습니다.
그 삐라를 뿌린 범인이 누구인지 현재 조사 중에 있습니다. 에, 그리고 혈전사령부라는 단체가
어디 소속인가 질문하셨는데 제가 추리하건대 어느 개인이 그런 단체의 이름을 임의로 만들어
삐라를 찍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당 당사에서 문안을 작성했다는 보고는 받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엄중히 수사를 전개하겠습니다.
(음악)
- 신당은 꼭 만들어야 합니다.
- 음...
- 원칙적으로 합의돼서 입당 하겠다 카는 의원들, 많십니다. 그런디 현재는 개회의 당면과제 아닌겨?
- 당면과제지.
- 그라니 일단 개헌안이 처리된 다음에 창당하기로 하입시다.
- 에, 해공 의견은 어떻소?
- 창당할 겨를이 없기도 하죠. 그러나 시급한 문제이긴 하고.
- 현재로서는 개헌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야.
- 그렇지.
신당 창립. 야당세력의 총집합체로 강력한 신당을 창립하자는 여론이 신익희, 조병옥, 장면, 곽상훈 등을
중심으로 일어나 맹렬히 추진 중, 개헌안 문제가 대두됐고 더군다나 뉴델리 사건이 터져서
그 수습이 아무리 잘됐다 하지만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 개헌안 통과 저지에
총력을 견주어야 한다지만 막상 투쟁방법이 없었고-.
(음악)
- 이러다간 공고 3개월이 지나가겠습니다.
- 기렇다고 해서, 지금 상정한다고 해서 통과가 어려운데 어쩌지?
- 거, 뭐 죽으나 사나 한번 내보는거디요, 뭐.
- 음... 기명투표는 안 되는 거겠지...
- 아, 예... 민선상 그건 안 되겠시요. 에, 그러나 뭐, 하는 방법이 있디요.
- 방법? 아, 어떻게? 암호를 쓰나, 이번에도.
- 글자를 써넣는 건 아니니께니 암호야 쓸 수 없지만.
- 방법이 있단 말이지?
- 아, 예. 있으요.
- 기래?
- 그럼 내일이래도 개헌안을 상정시킬까요?
- 음... 기래. 우선 장 의원의 아이디어 들어보고. 음, 어떻게 하는 건가? 응?
- 으음, 이, 그거이 말입네다. 글자는 써넣지 못하지만 말이에요. 고거이-.
(음악)
(입력일 : 201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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