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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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 자유당 개헌안 공개 투표 획책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자유당 개헌안 공개 투표 획책
1971.01.01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제3세력이란 무엇인가. 공산주의자들과 협상을 해서 남북총선거를 하자는 것인가?

- 그러하옵니다, 각하.

- 무서운 일이로구만. 우리 민국에 그러한 세력이 침투해있다 이 말이지?

- 조금만 방심하면 그런 세력이 준동할 듯싶습니다.

- 안 되는 일이오!!

- 예, 각하. 그래서 이번 개헌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줄 믿사옵니다.

국민투표제를 채택함으로써 제3세력이 남북협상이나 총선거를 부르짖지 못하도록 해야 할 줄 아옵니다.

- 오... 그래야지. 내가 주장하는 바는 이런 것이야. 만일 미국이 공산화 하는 한이 있더래두 나는 최후까지

공산주의와 싸울 것이며 현재 입장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야.

- 아, 예. 각하. 반공투쟁을 위해서 이번 개헌은 불가피한 것으로 전 국민은 알고 있습니다.

(음악)

- 음.

- 으음.

11월 5일 자유당 역원회의

- 국회법, 개정해야 합니다. 생각해보십쇼. 개헌안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비밀투표로 하다니요?!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얘깁니다. 개헌안은 기명투표를 하는 거예요! 역사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서도

의원 각자의 소신대로 가부를 찍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 아, 홍창섭 의원이 지금 말씀하셨는데 거기 이의 없으시겠죠?

- 예, 없습네다.

- 각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십니다. 뭣 때문에, 뭣이 두려워서 가표 던지고, 부표 던졌다고 하느냐?

소신껏 이름을 적어 넣고 투표를 해라.

- 지극히 당연한 논리올습네다.

- 아, 그건 꼭 그렇게 해석할 수만은 없습니다.

- 예?

- 지금 바깥의 공기가 그렇지가 않습니까. 우리가 만일 국회법을 개정해서 공개투표를 한다면

우리 자유당 자체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 이겁니다.

- 예에?

- 우리 여당이 결속되지 못했다는 증거를 드러내는 결과가 아닙니까?

- 아하, 음... 기래요? 아, 그거이 난 모를 말씀인데요?

- 그렇지 않습니까? 자유당 상호간의 불신임을 대외적으로 폭로하는 결과죠.

-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 뭐 일리가 있는 말씀이지요? 음, 개헌이란 하나의 역사창조올습네다. 역사를 창조하는 데

몰래 숨기고 하는 거이 옳은 일입네까?

- 그보다도 현실적인 생각을 해야죠. 우리당이 결속 안 됐다는 증거를 보여줄 순 없는 것입니다.

- 옳은 말씀.

자유당 측으로서는 개헌안 통과가 11월에 들어서서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현행 국회법대로 비밀투표를 했다가는 반대표가 틀림없이 쏟아져 나올 판.

그래서 머리를 짜낸 것이 공개투표 방법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의사를 대변하듯

변영태 국무총리는 담화를 발표.

- (마이크 음성 소리)외국의 예를 보거나 또 우리 헌정역사를 보건대 개헌안에 비밀투표는

많은 병폐를 낳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따라서 개헌안 표결은 공개투표 방법을 채택함이

옳다고 보는 바이다.

(음악)

- 아니, 변영태, 이 사람 얌전하고 고지식한 사람으로 알았더니 아, 이거이, 형편없구만 그래.

- 거, 이 대통령 각하의 수족 아니오.

- 어디들 좀 아픈 모양이야, 모두.

- 아하하하하하하하.

- 김두한 의원의 주먹맛을 보고 싶은가 보지?

- 예이!! 여보쇼. 아, 내가 국회에 들어와서까지 주먹을 쓰란 말요?! 헤, 하긴 먼젓번 함상훈이 증언 때는

속으로 별렀지. 아, 이 자식아, 국회를 뭘로 보는 거야?! 건방지게시리. 내려오면 쥐어 팰려고 그랬는데

아, 이 친구 연설 끝나자마자 도망을 가버렸으니 못 때렸지. 하하하!

- 하하하하하하!

- 아, 그러나저러나 여러 유식한 의원님들, 아, 이래서 되겠습니까? 공개투표가 뭡니까? 도대체!!

공갈 쳐서 개헌안 통과시키겠다. 이거죠.

하도 다급한 김에 궁리해낸 방법이었지만 개헌안 공개표결은 심한 반발에 부딪쳤습니다.

그때까지 정치적인 발언을 잘 안하던 곽상훈 부의장이 담화를 발표.

- (마이크 음성 소리)도시 이제 와서 무기명 투표제를 삭제해서 기립, 또는 거수표결로 개헌을

처결하라 함은 외부의 압력을 빌려 선량들의 투표 자유를 견제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변 국무총리는 외국의 예로 보았으나, 또는 선거민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공개투표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외국에서 헌법을 고칠 때에도 재작년 개헌 때처럼 국립경찰이 안내해서

외부의 압력 아래 공개표결 했다는 예는 전혀 인용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예를 선거민이 환영했다는 예도

들지 않았다. 그는 국무총리의 직책에 있으면서 아전인수 격인 논리에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

자유당 원내총무 이재학은 국회법 개정에 관한 담화를 8일에 또 발표했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외부의 압력에 의하여 투표의 자유를 견제당하는 국회의원은 입법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과거 정치파동 때 발췌개헌안 가결은 경찰의 암내나 딱벌대를 두려워서 한 결과가 아니고

실은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웠기 때문에 구국의 지성으로 정부와 타협한 것이었다.

이재학 의원이라면은 부산 정치파동 때는 야당 측 인물. 당시 내각책임제 개헌의 선두를 섰던 인물입니다.

이제 이승만의 자유당에 들어가 있는 그는-.

- (마이크 음성 소리)그 당시 기립표결을 안 하고 비밀투표를 했어도 표수에는 변동이 없었을 것으로 본다.

이번 자유당 정책위원회에서 국회법 개정을 논한 의도도 순전히 국민 앞에 그 거취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고 다른 의미는 없는 것이다.

이론이라는 것은 언뜻 들어보면은 서로 반대되는 이론이 다 같이 옳은 듯 느껴지는 법.

이재학 씨는 현재도 생존해 있는 인물입니다. 그 목소리의 녹음입니다.

(음성 녹음)

(음악)

개헌안을 공고한 것이 9월 8일. 공고 1개월 후면 국회에 상정할 수 있는데 자유당에서는

10월이 가고 11월이 와서 이제 두 달이 지나가는데도 상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왜? 물론 통과에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유당 내부에서도 이승만의 종신집권을

헌법에 보장하는 이 개헌안에 반대하는 의원이 많았던 것입니다. 종로 을구 출신 국회의원.

당시까지 자유당에 소속되어 있던 김두한 씨의 회고담을 들어보십시다.

남들에게서 무식하다느니 깡패니 비난을 받은 그는 그러나 개헌 반대에 대한 소신은 뚜렷했습니다.

당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음성 녹음)

나중에 역사적으로 판명된 일이지만 자유당의 몰락은 1954년에 있었던 이승만 종신집권개헌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지각 있는 국민이면 누구나 비웃는, 한마디로 말해서 웃기는 개헌을 강행할려

했던 자들. 그 강행과정에서 생긴 무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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