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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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 뉴델리 사건의 결과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뉴델리 사건의 결과
1970.12.30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 헤, 거 유석이 참 그러는 게 아닌데.

- 혹 뗄려다 붙이고 오는 격이지. 있지도 않은 얘기를 가지고 해공을 매장시킬려고 들다니.

이러다가는 오히려 유석이 매장당해야 할 걸.

- 오, 그러게 말야. 해공이 대인처럼 굴어도 정치적인 술수가 없는 인물은 아닌데

해공 쪽에서 마음 먹고 반격을 가하는 날엔 유석이 당하고 말 걸.

- 아암, 그렇지.

뉴델리 사건의 내막을 조금 안다고 하는 정치인들의 대화. 사실 해공과 유석의 대결이라면

헤비급에 속하는 세기적 대결이 아닌가. 싸움이 붙었다면은 흥밋거리로서도 일급이 되는 것.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느냐. 강렬한 KO펀치를 날려 상대를 녹다운 시킬 선수는 해공이냐, 유석이냐.

가슴 설레게 하는 대결이 아닐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음악)

뉴델리에서 신익희와 조소앙이 만났다는 소문은 전혀 헛소문이었음이 나중에 판명됐습니다.

뚜렷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 떠들어 대던 함상훈 씨도 오늘에 와서는-.

(음성 녹음)

만일 이 사건을 놓고 해공과 유석이 싸움을 했다면 결과적으로 불리한 것은 유석 쪽입니다.

뉴델리 회담이 사실이 아닌 것이니 해공 쪽은 자신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유석 쪽은 결국

동지를 모함하는 졸장부가 되는 것. 처음부터 싸움은 유석 쪽이 불리한 조건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3월 16일, 유석은 민국당 간부급 인사들을 자택에 초청한 자리에서 찰흙까지 꺼내들고

- 내 판단에 의하면은 해공과 조소앙이 뉴델리에서 만나 남북협상을 했다 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그 전에도 뉴델리 회담설이 나돌았지마는 그것은 숨어서 하는 얘기였는데 적어도 유석 조병옥 정도의

거물이 거의 공개적으로 얘기했을 때 그 양상은 확실히 달라진 것입니다. 함상훈도 조병옥을 믿고

그런 과감한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것은 먼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사건이 터지자 어디서 나온

얘긴지 이 사건의 배후조종자는 조병옥이라는 소문이 정계 일부와 언론계 일부에 퍼졌습니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아, 저, 조 박사.

- 아, 왜 그러나. 기자 친구들.

- 저 한마디만 묻겠습니다.

- 오, 그래.

- 아무래도 이번 사건은 함상훈 씨에서 김준연 씨로 선이 이어진 것이고-.

- 이번 사건이라니?

- 뉴델리 사건이죠. 물론.

- 오, 그래서?

- 김준연 씨에서 다시 조 박사 쪽으로 선이 이어져 있다는데요?

- 나에게 선이 이어져?

- 조 박사께서 뉴델리 사건 최초의 발설자라는 게 사실이죠?

- 응? 뭐야?!

- 낭산도 그렇게 얘기하더군요.

- 하하하하하, 유도 심문할 것 없어요. 젊은 동지. 나는 뉴델리 사건 몰라.

- 함상훈 씨가-.

- 글쎄, 나는 명백히 모르는 일이야. 이제 됐지? 내가 경고를 하겠는데 쓸데없는 곳으로

사건을 확대시키려 들지 말아요. 이 나라 민주주의의 사활에 관계되는 일이니까. 난 가.

조병옥은 자기의 관련설을 한마디로 부인해 버렸습니다. 그러는 그의 마음은 어땠겠는가.

(음악)

- 어쩌자구 자꾸자꾸 떠들어대나?

- 우리당에 제3세력이 뿌리박는 것을 방관하고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 제3세력이 언제 침투를 했어?! 거 황당무계한 소리 그만해.

- 제가 희생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해공 같은 회색분자를 대한민국이 용납할 순 없지 않습니까?

- 해공이 뭐가 회색분자야?!

- 아닙니까? 그럼.

- 하여간에 쓸데없는 소리 그만 떠들어대. 해공은 조소앙이를 만나지 않았어!

- 예?

- 이제는 그만 뚜드려대요.

- 그러나-.

- 그러나가 무슨 그러나야? 증명할 도리도 없으면서 떠들어대면 손해 보는 쪽은 어딘가?

함 동지 자신이요 우리 민국당이요 야당이에요. 나아가서는 우리 대한민국이야. 손해 보는 것은. 떠들지 마.

함상훈에게 떠들지 말라고 타이르는 조병옥의 마음은 어땠겠는가.

(음악)

- 해공.

- 응?

- 심려가 크지?

- 나? 오... 뉴델리 사건. 아하하하하... 걱정은 무슨. 그깟 아무 일도 아닌 걸 가지고서. 하하하하하.

해공을 마주하는 유석의 마음은 또 어땠겠는가. 해공은 어디까지나 대인 기질을 발휘해서

아무렇지 않은 듯 껄껄 웃어댔습니다.

- 유석.

- 어?

- 아하하하, 우리 둘 사이를 이간질 할려고 드는 자들이 더러 있다는 소문이더구만. 하하하하.

- 음... 그래.

- 원 세상에, 별놈들이 다 있지? 하하하하하.

- 그러게 말야. 하하하하.

- 아, 우리가 갈라지면 나라가 큰일인걸. 이거 너무 과한 소린가?

- 하여간에 갈라지면 안 되지.

- 갈라서지기는 하구?!

- 못 갈라서지.

- 하하하하하하하하!

(음악)

(술 마시는 소리)

- 음... 아...

- 너무 급히 드시는군요.

- 아... 따라.

- 네.

(술 따르는 소리)

- 오늘은 혼자서 쭉 드시겠습니까? 영감님?

- 혼자... 에... 혼자 마시지. 너도 좀 나가 있거라.

- 네?

- 혼자 좀 마셔야겠다. 나가봐.

- 아... 네.

(문 여닫는 소리)

(술 따르는 소리 및 술 마시는 소리)

- 하하하하, 세상에 별놈들이 다 있어. 우리 둘 사이를 이간질 시킬려는 놈들이 다 있더군. 하하하하!

- 아...

(술 마시는 소리)

-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 왜 웃어?

- 하하하하하하하!

- 웃지 말라구.

- 하하하하하하하!!

- 웃지 마!!

- 하하하하하하하!!

- 웃지 말란 말야!!!

- 아... 하하... 아... 아...

(전화 번호 돌리는 소리)

- 아... 아... 해공? 어... 해공 좀... 오... 나... 나, 유석이에요. 아, 해공 지금 차를 보낼 테니까 이리 와.

나 혼자야. 어어, 한잔 하자구. 차 보낼게, 와. 준비하고 있어. 어... 어... 이봐. 이봐!

(음악)

(쇠문 여는 소리)

- 어서 오시죠, 조 박사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오, 그래요. 아하하하.

(발자국 소리)

- 아, 유석 혼자라며?

- 네, 오늘은 혼자셨습니다.

- 취했나, 벌써?

- 오신 지 두 시간쯤 됐습니다.

- 오...

- 이 방인가?

(문 여닫는 소리)

- 네.

- 음.

- 해공.

- 오.

- 왔나?

- 진짜 혼자로구만.

- 아... 이봐요.

- 네.

- 잡인을 금해.

- 네, 알겠습니다. 안심하십쇼.

(문 여닫는 소리)

- 하하하하하, 취했나? 벌써.

- 아니...

(술 마시는 소리 및 술 따르는 소리)

- 잔 받으쇼. 형님.

- 응?

- 형님!

- 유석?!

(음악)

‘형님’. 조병옥은 신익희에게 ‘형님’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동갑내기요 막상막하의 정치적 위치를

자부하는 조병옥이 신익희에게 ‘형님’이라는 말을 쓴 것입니다. 형님.

(음악)

뉴델리 사건은 이로서 끝났습니다. 이 사건은 신익희와 조병옥의 사이를 갈라놓지 못했습니다.

물론 신익희의 정치생명을 끊어놓지도 못했습니다. 금년 정계야화는 오늘로서 마지막입니다.

새해에는 다시 저 악명 높은 사사오입개헌으로 들어갑니다. 새해 첫날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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